전쟁을 향해서
영웅 늑대(★★★★)가 울부짖었다.
“아우우우~!!”
영웅 늑대를 따라서 괴물 멧돼지(★★★)와 괴물 악어(★★★)와 하이에나(★★)와 하이에나 전사(★★)가 하늘을 향해서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우오오오!!”
다섯 마리의 짐승들은 두려움을 모르는 죽음의 군대처럼 용맹하게 진격했다.
스아아악! 마녀의 저주로는 성난 짐승들의 행군을 멈출 수가 없었다.
“크아아아!!”
짐승들의 어금니는 더 없이 날카로웠다. 그 중에서도 특히, 영웅 늑대의 어금니에는 피처럼 붉고 강렬한 기운이 맺혀 있었다.
“이얍! 이거나 받아라!”
“내꺼도 받아라!”
전설의 꼬마요정들이 짐승들을 맞이했다. 꼬마요정들은 알록달록한 독버섯 따위를 던지며 장난쳤다.
선두에 선 영웅 늑대는 그런 꼬마요정들을 가차 없이 응징했다.
콰지직!!
“으아아앙!”
영웅 늑대의 물어뜯기는 전설의 꼬마요정에게 2000에 달하는 피해를 입혔다.
꼬마요정의 체력이 3293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일격에 3분의 2 가량의 체력을 뺀 것이나 다름없었다.
“도와줘, 친구들아!!”
영웅 늑대의 공격을 받은 전설의 꼬마요정은 부랴부랴 친구들을 소환했다.
“캬캬캬!!”
고깔모자에서 나타난 친구들은 2골드·3성의 괴물 하이에나 궁수(★★★)들이었다.
괴물 하이에나 궁수들은 교활한 사냥꾼답게 영웅 늑대가 아닌 제일 약한 하이에나(★★)부터 노렸다.
“걔가 아니야! 이 바보들아!!”
친구들을 불러낸 전설의 꼬마요정은 고깔모자를 푹! 눌러쓰며 그렇게 외쳤다.
그런데 괴물 하이에나 궁수들은 그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우린 영리한 사냥꾼!”
“약자만 괴롭힌다!”
괴물 하이에나 궁수들은 ‘약자멸시’를 가진 야비한 챔피언답게 제일 약한 하이에나만 집중 공격했다.
“으으으! 바부바부···.”
도움을 바랐던 전설의 꼬마요정은 영웅 늑대와 괴물 멧돼지와 악어의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풍선처럼 퍼엉! 하고 터졌다.
휘릭휘릭. 꼬마요정의 몸보다 큰 고깔모자만이 쓸쓸하게 남아서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이익! 내 친구를 괴롭히다니! 절대 용서 못해! 도와줘, 친구들아!!”
친구가 풍선처럼 터지는 것을 목격한 두 번째 전설의 꼬마요정이 고깔모자를 뒤집었다.
“카카칵!!”
이번에는 괴물 하이에나 전사(★★★)들이었다. 전사들은 전장에 소환되자마자 죽어버린 하이에나(★★) 다음으로 약한 하이에나 전사(★★)를 찾아냈다.
“죽어라, 약골!!”
“넌 내 손에 죽는다!!”
괴물 하이에나 전사들은 바로 옆에 있는 영웅 늑대는 물론이고 괴물 멧돼지와 악어를 무시하고, 오직 하이에나 전사만을 노렸다.
철저하게 약자만을 공격하는 하이에나다운 짓이었다.
“벌집으로 만들어주마!!”
당연한 말이겠지만 괴물 하이에나 궁수들도 활시위를 그쪽으로 당겼다.
영웅 늑대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으아앙! 나쁜 친구들이야!”
전설의 꼬마요정은 고깔모자를 푹 눌러쓰고 진심으로 한탄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괴물 하이에나 궁수들과 전사들은 적인 하이에나 전사를 고립시켜 다구리를 쳤다.
“크어어억···!”
고립된 하이에나 전사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
1:10의, 그것도 2성과 3성의 대결이었기에, 오래 버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캬캬캬!!”
“쿄쿄쿄!!”
괴물 하이에나 궁수들과 전사들의 교활한 울음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졌다.
“악악! 그만 떠들고 도와주기나 해!”
전설의 꼬마요정은 나쁜 친구를 친구로 두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 바보! 멍충이들!!”
[튜토리얼(1-6)에서 승리했습니다.]
[1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보상으로 +2골드를 획득했습니다.]
[골드 이자로 +3골드를 획득했습니다.]
[100초 후에 튜토리얼(1-7)이 시작됩니다.]
[전투를 준비하십시오.]
튜토리얼(1-5)에서도 느꼈지만.
확실히.
다른 플레이어들의 수준이 놀라간 게 느껴진다.
설마, 전설의 꼬마요정이 죽을 줄이야.
진짜 생각도 못했다.
[게임은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 자, 그런 의미에서 조커 카드 어떠세요? 행운의 신]
[때마침 골드도 51골드! 가즈아아아!! 땅의 신]
[영차! 영차! 한강으로 가자!! 물의 신]
[지금까지는 손쉽게 이겼지만. 더 이상은 네 마음대로 안 될 거다. 큭큭큭! 죽음의 신]
신들은 살짝 당황한 나를 놀려댔다. 물론 그 정도에 흔들릴 내가 아니다.
STFT를 하다보면 이것보다 더한 어이없는 상황도 종종 겪는다.
가령, 체력 1차이로 진다거나, 상대가 공격을 다섯 번 회피해서 진다거나, 다 이겼는데 스킬을 엉뚱한 곳으로 써서 지는 등, 어이없는 경우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신들의 헛소리를 가볍게 무시했다.
뭐, 마음 같아서는 대꾸를 하고 싶지만 상대가 신들이라 입을 꾹 다물었다.
“상점이나 봐야겠네.”
나는 들으라는 듯이, 그렇게 말하고는 챔피언 상점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크전사(★)┃리빙아머(★)┃잭오랜턴(★)┃반시(★)┃지옥 파수꾼(★)┃땅의 정령(★)]
“···꽝이네.”
재수 없게도 챔피언 상점에는 필요 없는 챔피언들만이 가득했다.
내 기억 상으로는 아마 10%일 것이다.
플레이어가 소유하고 있는 챔피언과 별다른 연관성이 없는 챔피언들이 상점에 나타날 확률이.
뭐, 속성이라든가 직업 조합을 고려하면 연관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마법사 조합을 노리는 나에게는 전혀 필요 없는 녀석들이다.
“흐음.”
신들은 이때를 놓칠 세라 멋대로 지껄여댔다.
[슬슬 운빨이 떨어질 때가 됐지. 암! 원래 운은 파도거든, 파도!! 행운의 신]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 죽음의 신]
[그러게 골렘을 팔지 말라니까. 땅의 신]
[드디어 죽는 건가? 두근두근! 생명의 신]
[팝콘을 대령하라~!! 바람의 신]
내가?
내가 죽는다고?
죽긴 누가 죽어?
웃기는 소리!
나는 신들의 시답잖은 소리에 인상을 조금 찌푸리며 팔짱을 겼다.
그러고는 지루한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렸다.
[전투까지 50초가 남았습니다.]
괜스레 불안한 느낌이 들었지만.
STFT 12년 고인물답게.
“뭐, 잘 됐네.”
의연하게 대처했다.
“그렇지 않아도 시시하던 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