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 (21/170)

각성

각성

[튜토리얼(1-5)에서 승리했습니다.]

[1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보상으로 +2골드를 획득했습니다.]

[골드 이자로 +2골드를 획득했습니다.]

[100초 후에 튜토리얼(1-6)이 시작됩니다.]

[전투를 준비하십시오.]

당연한 말이겠지만.

가뿐하게 승리를 거두었다.

패배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설령 1성들이 나왔다고 해도.

질 수 없는 게임이었다.

“존나 쉽군.”

당연하게도.

나의 발언은 신들을 자극했다.

[이게 이런 게임이었나? 이지 모드였어? 빌어먹을 운빨 같으니라고!! 행운의 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죽음의 신]

[마, 마음에 안 들어! 부들부들! 땅의 신]

[그냥 다른 놈을 보러 가자니까. 바람의 신]

[자신이 없다. 질 자신이. 생명의 신]

어떻게 보면 이쪽 신들은 ‘신’이라기보다는 게임을 구경하는 시청자 같다. 우리 인간들이 유투투브를 구경하는 것처럼 재미로 시청하는···.

시청자 말이다.

물론 게임에 간섭할 수 있냐 없냐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까지는 행패를 부리지 않는 것 같다.

후.

시답잖은 생각은 그만하고.

당장은 튜토리얼(1)에 집중하자.

100%의 필승을 장담해도.

방심하면 “어?” 하는 곳이 STFT니까.

나는 챔피언 상점을 살펴보았다.

[꼬마요정(★)┃꼬마요정(★)┃꼬마요정(★)┃꼬마요정(★)┃꼬마요정(★)┃꼬마요정(★)]

그런데 상점에는 꼬마요정들이 가득했다.

“···버근가?”

현재 4레벨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4골드 챔피언이 세 명 있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 벌어진 것이다.

나는 당연히 꼬마요정들을 전부 구매했다.

[괴물 꼬마요정(★★★)이 탄생했습니다.]

[36골드 남았습니다.]

이것으로 꼬마요정의 수는.

5성 두 개와 3성 두 개와 1성 두 개로 늘어났다.

5성을 하나 더 만들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튜토리얼이 쭉 이어진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실낱같은 가능성이 있는 건 사실이다.

6성(★★★★★★).

진짜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뭐, 더 이상 할 거는 없네.”

나는 챔피언 변환 버튼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콱! 돌려서 꼬마요정을 더 뽑고 싶지만 골드가 부족하다.

게다가 슬슬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어서 1골드 챔피언인 꼬마요정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다.

아무리 5성이라도.

가치가 높은 챔피언에게는.

조금 버겁다.

그리고 STFT의 특성상 카운터 챔피언이 많아서 반드시 전력을 골고루 성장시켜놔야 한다.

하나만 믿고 설치다가는 반드시 망한다.

[50초가 지났습니다.]

나는 팔짱을 끼고 여유롭게 기다렸다.

이제 나에게 필요한 것은.

골드와 골드 이자다.

그것들만 갖춰지면.

패배할 이유가 사라진다.

그리고 튜토리얼(2)에서도.

패배할 이유가 사라진다.

“그럼, 가볍게 이겨 보실까?”

튜토리얼(1-5)이 끝난 후.

플레이어들은 ‘승패’와 상관없이 정신을 차렸다.

왜냐하면 죽음의 던전에서 보았던 죽음이.

보다 구체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아, 아아···.”

멍하니 넋 놓고 있으면 죽는다.

살아남지 못하면 죽는다.

이기지 못하면 죽는다.

패배하면 죽는다.

두근두근.

죽음은 너무나도 가까이 있었다.

조금 전까지 눈에 보이지 않았던 죽음이, 거짓말 같았던 죽음이 바로 옆에 있었던 것이다.

“이겨야 돼. 무조건 이겨야 돼···. 이기지 못하면···.”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라이프가 진짜 목숨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0이 되면 결코 피할 수 없는 죽음이 들이닥친다는 것을 드디어 깨달았다.

이건 게임이 아니다.

전쟁이다.

목숨을 건.

죽음의 전쟁.

“내가 죽어.”

플레이어들은.

아니, 서버 13279(지구)의 인간들은.

그 순간 각성했다.

인간으로서.

유니버스 Single & Team fight Tactics의 플레이어로서, 게임이라고 여기던 마음을 버리고, 살아남기 위해서, 이기기 위해서, 나약한 마음을 버렸다.

“난···. 절대 안 죽어.”

유니버스 STFT는 그런 플레이어들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니면 지켜보던 신들이 원했는지.

기꺼이 ‘자비’를 베풀었다.

[영웅 방패전사(★★★★)가 탄생했습니다.]

[영웅 늑대(★★★★)가 탄생했습니다.]

[영웅 오크(★★★★)가 탄생했습니다.]

[영웅 꼬마요정(★★★★)이 탄생했습니다.]

[괴물 검사(★★★)가 탄생했습니다.]

[영웅 해골전사(★★★★)가 탄생했습니다.]

[괴물 미라(★★★)가 탄생했습니다.]

[괴물 고블린 주술사(★★★)가 탄생했습니다.]

[괴물 오크전사(★★★)가 탄생했습니다.]

[흡혈귀(★★)가 탄생했습니다.]

‘각성’이라는 말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상황은 없을 것이다.

서버 13279의 플레이어들은 그야말로 동시에 챔피언들을 업그레이드시켰다.

이것이 의도된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활활 타오르는 변화라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죽기 싫어.”

“살아남을 거야.”

“반드시 살아남을 거야.”

플레이어들의 눈빛은 공포에 질린 동물에서 상처 입은 맹수로 돌변했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목숨 정도는 가볍게 부숴버릴 듯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시스템이 말했던 대로.

진짜 헬(Hell) 난이도가 된 것이다.

“살아남는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죽고 죽이는 지옥.

그 지옥이 들끓기 시작한 것이다.

“···써야 돼.”

그 지옥에서 신하영은.

이상현이 한 말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는 결코 허투루 듣지 않았다.

“···라이프를 써야 돼.”

튜토리얼(1-5)에서 패배함으로써 1패가 늘어났지만 신하영은 무작정 골드를 쓰지 않았다.

골드를 아끼고, 언데드만 뽑았다.

[해골전사(★★)가 탄생했습니다.]

[좀비(★★)가 탄생했습니다.]

해골전사도 좀비도 2마리씩만 더 모으면 4성이지만 그래도 신하영은 돌리지 않았다.

골드를 위해서.

목숨인 라이프를 ‘사용’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지금은 골드가 더 중요해.”

대단히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신하영은 의지하고 믿을 수 있는 것을 믿었다.

“···당장의 1승보다 골드가 더 중요해.”

그렇게 신하영은.

모두가 들끓는 가운데에서도 침착하게.

아주 침착하게 골드를 모았다.

[42골드 남았습니다.]

4성을 만들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으면서도 말이다.

“난···. 이길 거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