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토리얼부터 밑장 빼기다(5)
튜토리얼부터 밑장 빼기다(5)
[꼬마요정(★★)을 판매했습니다.]
[골렘(★)을 판매했습니다.]
[허수아비(★)를 판매했습니다.]
[방패전사(★)를 판매했습니다.]
[6골드를 회수했습니다.]
“후웁.”
여기서 기도 메타를 시전하자.
그래야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
그래야 도박에 미친놈처럼 보일 테니까.
“난 할 수 있다. 난 할 수 있다. 난 할 수 있다. 난 할 수 있다. 난 할 수 있다!!”
나는 두 손을 모으고 그렇게 외쳤다. 이러면 누가 봐도 도박에 미친놈이다.
[하나요? 진짜 하나요? 행운의 신]
[저질러라! 그래야 길이 열린다! 죽을 각오로 하면 죽거나 살 것이다! 죽음의 신]
[그런 짓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땅의 신]
[도박은 파도야, 파도! 물의 신]
[미쳤습니까, 휴먼? 생명의 신]
신들의 목소리를 들으니 확신이 선다.
이 녀석들.
아무것도 모른다.
그냥 평범한 신이다.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라.
관전자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할 수 있다.
“난 할 수 있다.”
나는 두 눈을 부릅뜨고.
가슴을 편 다음.
기합을 넣고 힘껏 외쳤다.
“판다!!!”
[전설의 골렘(★★★★★)을 판매했습니다.]
[81골드를 회수했습니다.]
그러자 신들이 미쳐 날뛰었다.
[어어어?? 팔았어? 팔았다고? 그러니까 골렘을 팔았단 말이지? 행운의 신]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큭큭큭! 환영한다, 어리석은 자여!! 죽음의 신]
[지금까지 함께해서 더러웠고, 두 번 다시 만나지 말자. 땅의 신]
[정말 팔았어요? 미쳤네. 물의 신]
[죽고 싶어서 환장한 걸까? 아니면 이자를 노리는 전문가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변태일까? 생명의 신]
[솔깃솔깃! 바람의 신]
나는 평범한 신들이 떠들든 말든 개의치 않고.
조커 카드를 구매했다.
12년 STFT 인생에 있어 애증의 대상인 조커 카드를 다시 구매한 것이다.
“젭알!!!”
[조커 카드(1)를 구매했습니다.]
[50골드를 지불했습니다.]
[44골드 남았습니다.]
혀가 짧아진 이유는 긴장했기 때문이다.
만약 저들이 전지전능한 신이고.
나의 머릿속을 훤히 꿰고 있다면.
조커 카드 버그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테니까.
“나온다, 나온다, 나온다, 나온다, 나온다, 나온다, 나온다, 나온다, 나온다, 나온다, 무조건 나온다, 무조건 나온다, 무조건 나온다. 무조건 나온다!!!”
나는 기도 메타를 신봉하는 도박꾼들처럼 조커 카드를 향해서 무릎을 꿇고 주문을 외우듯이 100% 진심을 담아서 그렇게 외쳤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창고에 넣어두고 개봉하지 않았다. 개봉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
신들은 이런 나를 비웃었다.
[나에게 도박은 살인이다. 행운의 신]
[시나리오 쓰고 있네, 죽을 새끼가. 죽음의 신]
[하하, 이상한 녀석. 물의 신]
[너의 수준, 잘 알았다. 바보 같아서 진심으로 죽고 싶어졌다. 땅의 신]
[와!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인데?? 바람의 신]
[조이(X)를 표하십시오. 생명의 신]
지독한 놈들.
나중에 두고 보자.
아니, 보지 말자.
“공자님, 맹자님, 천자님, 하느님, 부처님, 비나이다, 비나이다. 제발 비나이다.”
나는 성심성의를 다해서 빌고 또 빌었다. 그럴수록 시간은 빠르게 줄어들었다.
신들은 그런 나에게 얼른 조커 카드를 개봉하라고 압박을 넣었다.
[상현이, 그 패 봐봐. 5성이야? 행운의 신]
[내가 빙다리 핫바로 보이냐? 죽음의 신]
[닥치고 개봉부터 해요. 바람의 신]
[마! 얼른 개봉해라. 생명의 신]
[골렘(★)이나 나와라. 땅의 신]
“제발 비나이다!!!”
물론 나는 그딴 압박쯤은 가볍게 무시했다.
이윽고 대기 시간이 다 지났다.
전장에 불이 들어왔다.
그리고 나의 챔피언은.
[12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전투가 시작됩니다.]
[튜토리얼(1-2)]
[잔여 라이프(100)]
[상대: 2번 플레이어(나영곤)]
[전장에 챔피언이 한 명도 없습니다.]
[챔피언 상점에도 챔피언이 없습니다.]
[챔피언 창고에도 챔피언이 없습니다.]
[조커 카드(1)를 가지고 있습니다.]
[조커 카드가 자동으로 개봉됩니다.]
[조커 카드가 개봉되었습니다.]
[전설의 꼬마요정(★★★★★)이 전장에 합류했습니다!!]
전설의 꼬마요정이었다.
[전설의 꼬마요정(★★★★★)]
속성: 바람
직업: 요정, 마법사
공격력: 194
방어력: 215
체력: 3293
마나: 200/250
스킬: 도와줘, 친구들아!!
판매 가격: 80골드(1골드)
동급인 전설의 골렘과 비교하면 공격력, 방어력, 체력, 뭐하나 뛰어난 게 없지만, 꼬마요정의 진정한 가치는 스킬에 있다.
[도와줘, 친구들아!!]
↳다섯 명의 요정친구를 전장에 소환한다. 친구들의 수준은 동일하며, 랜덤이다.
1성에는 하나.
2성에는 둘.
그리고 5성에는 다섯.
스킬 한 번에 다섯 명의 챔피언을 소환하는 스킬!
이것이 꼬마요정의 스킬이다.
복불복이 심하기는 해도 사기급 스킬이다.
왜냐하면 ‘골드’도 ‘등급’도 랜덤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운이 좋으면 5골드·5성(★★★★★) 챔피언을 소환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확률이 극악으로 낮아서 1~3골드·1~2성 챔피언이 소환되는 게 일반적이다.
뭐, 그래도 3골드·2성(★★) 정도만 돼도 괜찮은 전력이다. 결코 무시하지 못한다.
게다가 전설의 꼬마요정(★★★★★)이다. 확률보정을 고려하면, 최소 1골드·3성이 튀어나온다.
1골드·3성, 다섯.
튜토리얼(1)에서는.
필승을 장담할 수 있다.
“아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기도 메타의 신봉자처럼 열과 성을 다해서 소리를 질렀다.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허리를 튕긴 건 물론이고, 무릎으로 힘껏 슬라이딩하며 승리의 기쁨을 마음껏 표출했다. 그야말로 오두방정을 다 떨었다.
나를 지켜보던 신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시, 실화냐. 행운의 신]
[뭐임? 이게 뭐임? 죽음의 신]
[와, 이게 되네. 생명의 신]
[와, 저게 뜨네. 땅의 신]
[도랐네. 물의 신]
“예쓰, 베이베!!”
나는 더더욱 미쳐 날뛰었다.
왜냐하면 이 정도는 해줘야 의심받지 않으니까.
“붸이붸에에에~!!!”
“씨발, 저게 뭔데?!”
전설의 골렘을 상대했던 김원호와 마찬가지로 나영곤도 전설의 꼬마요정(★★★★★)을 보고 진심으로 황당해서 그만 욕을 내뱉었다.
이 시점에서 5성이라고?
튜토리얼(1-2)에서?!
핵이라도 썼냐?!
이게 말이 돼?
“와······.”
나영곤은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문이 막혔다.
진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저걸 이길 수 있을까?
나영곤은 고개를 저었다.
“···저걸 무슨 수로 이겨.”
괴물 오크(★★★)와 괴물 고블린(★★★).
이것들로 전설의 꼬마요정(★★★★★)을 잡는다?
개소리다.
순도 100%의 개소리다.
그래서 나영곤은 패배를 확신했다.
“···망할.”
창고에 있는 임프(★★)를 3성으로 만들어서 참전시킨다면 또 모르겠지만.
괴물 오크과 괴물 고블린만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다. 아니, 불가능하다.
그런 나영곤의 예상대로.
전투는 일방적이었다.
“도와줘, 친구들아!!”
포옹! 전설의 꼬마요정의 고깔모자에서, 다섯 명의 요정친구들이 나타났다.
친구들의 이름은 허수아비!!
그리고 등급은.
3성이었다.
“끼리릭!!”
그렇다!
괴물 오크와 괴물 고블린과 동급인 괴물 허수아비 다섯이 전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오크으?!”
“고브을!!”
고깔모자를 쓰고 몸을 잔뜩 웅크린 전설의 꼬마요정을 향해서 도끼와 독침을 쏴대던 괴물 오크와 괴물 고블린은 매우 불안한 눈빛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끼릭끼릭.
괴물 허수아비들은 자신의 친구를 괴롭힌 괴물 오크와 괴물 고블린을 바라보며 눈을 빨갛게 빛냈다.
그러고는 새하얀 장갑을 낀 나무작대기(몽둥이)로 오크와 고블린을 집단 구타하기 시작했다.
딱! 딱! 딱! 딱! 딱!
듣기만 해도 뼛속까지 얼얼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찌나 얼얼한 지 새파랗게 멍들 정도였다.
괴물 오크와 고블린은 그래도 ‘괴물’답게 저항했다.
“쿠와앗!!”
“고브으을!!”
그러나 압도적인 쪽수 앞에서는 무의미했다. 게다가 허수아비들은 ‘공포’에도 면역이었다.
허수아비답게 CC기술에 면역인 것이다.
딱! 딱! 딱! 딱! 딱!
괴물 허수아비들은 그야말로 무자비하게 패고 또 팼다. 괴물 오크와 괴물 고블린이 죽을 때까지, 하얀 장갑으로 가린 나무작대기로 존나 팼다.
조오오온나.
전설의 꼬마요정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꺄르르! 웃어댔다. 물론 공격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거 받아! 생크림이야!”
철퍽!
전설의 꼬마요정은 요정답게 장난감이나, 요리도구나, 음식 따위로 공격했다.
겉보기에는 허접해 보이는 공격이었지만, 그 속에는 망치라든가 레고라든가 독이라든가 하는 무시무시한 무기가 숨겨져 있었다.
그래서 맞으면.
“꾸에엑?!”
보기와는 다르게 무척이나 아팠다.
괴물 오크는 생크림에 맞고 장렬히 전사했다. 괴물 고블린은 그 모습을 보고 끔찍한 공포를 느꼈지만 달아날 곳이 없었다.
왜냐하면 괴물 허수아비들이 둘러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 고브을···!!”
부들부들!!
공포로 몸이 애처롭게 떨렸지만.
자비란 있을 수 없는 일.
괴물 허수아비들은 패고 또 팼다.
딱! 딱! 딱! 딱! 딱!
결국 괴물 고블린도.
무자비한 죽음을 맞이했다.
[튜토리얼(1-2)이 종료되었습니다.]
[8번 플레이어(이상현)의 승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