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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부터 밑장 빼기다 (6/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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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튜토리얼부터 밑장 빼기다

    [모의게임이 종료되었습니다.]

    [생존의 전장으로 이동합니다.]

    [곧 튜토리얼이 시작됩니다.]

    [튜토리얼 1차 목표: 생존(4위 안착)]

    [튜토리얼 최종 목표: 최후의 16인]

    [목표 달성 실패: 사망]

    눈을 뜨니 쥐와 너구리를 섞어 놓은 GM이 보였다. 귀여우면서도 구역질나는 모습이었다.

    GM이 우리들에게 말했다.

    『모의게임이 다 끝났습니다. 열심히 해보셨나요? 부디 최선을 다했기를 바랍니다.』

    『자, 그러면 거두절미하고 바로 튜토리얼로 넘어가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서버 13279의 수많은 플레이어들 중 한 명입니다.』

    『우리는 최종적으로 16명을 선발할 것입니다. 말하자면 16명의 지구 대표를 뽑는 것이죠.』

    『그때까지 여러분들은 치열한 튜토리얼에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튜토리얼은 여러 번 진행될 것이며, 그때마다 4등 안에 들어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튜토리얼에서 1등을 한 사람에게는 특별한 혜택이 주어집니다.』

    『특별한 혜택은 직접 1등을 쟁취해서 확인해 보십시오. 2등과 3등과 4등에게는 작은 혜택만 주어집니다.』

    『튜토리얼은 최후의 16인을 선별할 때까지 게임이 연결됩니다. 즉, 레벨과 챔피언과 골드와 라이프와 아이템이 다음 게임으로 이어지니 심사숙고해서 게임을 진행해주십시오. 되돌리기 기능은 없습니다.』

    『그럼, 튜토리얼을 시작합니다. 부디 최후의 16인까지 살아남으십시오.』

    우리들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뭐라고 말하기 전에.

    게임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1번 플레이어: 김원호]

    [2번 플레이어: 나영곤]

    [3번 플레이어: 강철수]

    [4번 플레이어: 김인식]

    [5번 플레이어: 문성학]

    [6번 플레이어: 최재운]

    [7번 플레이어: 신하영]

    [8번 플레이어: 이상현]

    [플레이어]

    이름: 이상현

    나이: 24세

    출신: 지구

    서버: 13279

    레벨(1)

    보유 챔피언(1)

    《방패전사(★)》

    보유 아이템(0)

    보유 골드(50)

    내 시작 챔피언은 방패전사(★)였다.

    그리고 수중에는 50골드가 들어와 있었다.

    5골드도, 10골드도 아닌 50골드가.

    꿀꺽.

    이 부분은 STFT와 달랐다.

    STFT는 처음에 0골드로 시작하며, 몬스터 한 마리와 싸워서 돈을 획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나는 GM을 보았다. 그리고 나를 제외한 일곱 명의 플레이어들이 보였다.

    우리는 원탁을 두고 둘러앉은 게이머였다.

    『첫 번째 튜토리얼은 간단하게 어떤 플레이어의 운이 더 좋으냐의 싸움입니다. 참 간단하죠?』

    『아까도 말했다시피 4등 안에만 들면 되니, 평균적인 운만 있어도 되는 게임입니다.』

    『기본 보유 골드가 50골드일 것입니다.』

    『그 골드로 동일한 챔피언을 구매해서 업그레이드 시키거나, 레벨 업을 해서 챔피언의 숫자를 늘리십시오. 챔피언의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이길 확률도 높아지니까요.』

    『혹은 조커 카드를 뽑을 수도 있습니다.』

    나를 제외한 일곱 명의 플레이어가 새까만 보라색으로 칠해진 ‘조커 카드’를 보았다.

    【조커 카드】

    나에게는 애증의 산물 같은 녀석이다.

    GM이 말했다.

    『조커 카드의 가격은 50골드!』

    『조커 카드의 기능은 간단합니다.』

    『플레이어의 레벨에 관계없이, 1~6골드 챔피언을 무작위로 한 명 뽑을 수 있습니다.』

    『등급도 랜덤입니다! 운이 좋으면 4성, 5성, 심지어 6성 챔피언까지도 뽑을 수 있으며, 운이 나쁘면 2성이나 1성 챔피언이 나옵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확률은 낮습니다. 그래도 일발 역전을 노린다면···.』

    『한 번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웅성웅성!

    플레이어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아무래도 조커 카드가 어떠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인지를 깨달은 모양이었다.

    뭐, 12년 동안 조커 카드를 숱하게 뽑아온 내 입장에서 말하자면···.

    거들떠보지 마라.

    뒈진다.

    저거.

    자신의 목을 조르는 사신.

    즉 악마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튜토리얼(1)은 평균적인 운만 있으면 통과할 수 있는 곳입니다. 50골드를 잘 사용하면 1골드·3성 챔피언 두세 명은 영입할 수 있을 테니, 모쪼록 잘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자, 설명이 끝났으니, 지금부터 본격적인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GM이 짝! 박수를 쳤다.

    그러자 전장에 불꽃이 타올랐다.

    [튜토리얼(1-1)이 시작되었습니다.]

    [레벨이 1입니다.]

    [챔피언을 한 명 선택할 수 있습니다.]

    [120초 안에 챔피언 한 명을 전장에 배치하십시오.]

    [곧 수수께끼의 적(플레이어)이 당신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그리고 게임이 시작되었다.

    진짜 게임이.

    생존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나는 방패전사를 바라보았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허둥지둥 바쁘게 움직이는 건 무시하고, 오직 방패전사만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방패전사(★)]

    속성: 땅

    직업: 전사, 수호자

    공격력: 40

    방어력: 90

    체력: 1000

    마나: 10/100

    스킬: 방패 후려치기, 방패 막기

    판매 가격: 1골드

    방패전사.

    STFT의 가장 기본적인 챔피언들 중 하나이며.

    땅과 ‘질서’라는 속성이 붙은 챔피언.

    그런데 속성이 하나다.

    이 말은.

    이 뜻은.

    시즌1이라는 것일까?

    모의게임에서도 그랬듯이 물, 불, 바람, 땅 속성 밖에 없는 시즌1이라는 것일까?

    꿀꺽.

    확실하다.

    여섯 칸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다른 챔피언들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튜토리얼(1)은 STFT 시즌1이다.

    그리고 나는···.

    조커 카드 버그를 알고 있다.

    12년 동안 STFT를 해온 고인물 중의 고인물로서.

    조커 카드 버그를 알고 있다.

    1골드·5성 챔피언을 뽑을 수 있는 버그를.

    “······.”

    하지만.

    하지만 유니버스 STFT에서도 그 버그가 존재할까?

    게임이 아닌 가상현실이 된, 진짜 현실이 된 STFT에서도 그 버그가 통할까?

    모르겠다.

    확신할 수 없다.

    그런데.

    실패하면 죽는다.

    100% 죽는다.

    GM의 말을 들었는데, 조커 카드를 뽑는 멍청이는 단 한 명도 없을 테니까.

    4위 안에만 들면 되니까.

    일부러 위험한 모험을 할 멍청이는 없다.

    그러니.

    도박에 실패하면 나는 100% 확률로 죽는다.

    반전은 있을 수 없다.

    설령 진짜 기적적으로 살아남는다고 해도, 레벨, 골드, 라이프가 이어지는 다음 판에서 무슨 수로 살아남는단 말인가?

    불가능하다.

    100% 불가능하다.

    그러니 초반의 골드 손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 불필요한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어차피 4등 안에만 들어가면 되니까.

    하지만.

    하지만 그래도 되는 걸까?

    버그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회귀를 한 상황에서.

    시즌1이 명확한 상황에서.

    70억 명이 넘는 플레이어들 중에서 16명이 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평균을 바라봐야하는 것일까?

    4등을 노려야 하는 것일까?

    아니다.

    그건 절대 아니다.

    그러면 살아남지 못한다.

    죽는다.

    나보다 운이 좋은 ‘진짜’들에게 당한다.

    잡아먹힌다. 휩쓸린다. 파괴당한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그랬듯이.

    그들에게 패배한다.

    시작부터.

    진다.

    이길 수 없다.

    도저히 이길 수 없다.

    못 이긴다.

    STFT는.

    운빨좆망겜이니까.

    [전투까지 60초 남았습니다.]

    [챔피언을 전장에 배치하십시오. 시간을 초과하면 챔피언이 랜덤으로 배치됩니다.]

    그러니까.

    해야 된다.

    설령, 뒤가 없는 외줄타기라고 할지라도.

    해야 된다.

    무조건 해내야 된다.

    4등만 바라봐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승리할 수 없다.

    한다.

    할 수 있다.

    나는.

    회귀자다.

    시즌7까지 경험한.

    STFT 12년 경력의 고인물.

    나는 할 수 있다.

    “···가자.”

    나는 결의를 다지고, 방패전사를 판매했다. 손발이 마구 떨리고, 심장이 펄떡펄떡 뛰었지만 저질렀다.

    [방패전사(★)를 판매했습니다.]

    [1골드를 회수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여섯 칸을 채우고 있는 브론즈 색깔(1골드)의 챔피언들을 모두 구매했다.

    그리고 모두 팔아치웠다.

    [방패전사(★)를 판매했습니다.]

    [방패전사(★)를 판매했습니다.]

    [창병(★★)을 판매했습니다.]

    [궁수(★)를 판매했습니다.]

    [6골드를 회수했습니다.]

    [51골드 남았습니다.]

    방패전사(2), 창병(3), 궁수(1).

    초반에 가장 ‘안정’적이라는 직업 조합 시너지(3전사)를 받을 수 있어서 첫 시작으로는 나쁘지 않지만 그래도 무시했다.

    내가 노리는 건 조커 카드니까.

    【승리】하는 1등이니까.

    “후우.”

    여섯 칸에 가득 들어차 있던 챔피언들이 모두 사라졌다. 3골드를 주고 변환 버튼을 누르면 다시 꽉꽉 채워지겠지만 지금은 0명이다.

    그리고 챔피언을 최대 20명까지 보관할 수 있는 창고도 텅텅 비었다.

    나에게 남은 건 51골드가 전부다.

    두근두근.

    심장이 떨린다.

    너무 떨려서 미칠 것만 같다.

    아아.

    과연 잘한 짓일까?

    두렵다.

    죽을 것 같아서 두렵다.

    두렵다. 두렵다. 두렵다.

    이 한 번의 결정으로.

    나의 목숨이.

    나의 미래가 정해진다.

    실패하면.

    모든 게 끝장이다.

    그래도 해야 된다.

    반드시 해내야 된다.

    믿어라.

    아니, 믿는다.

    나를.

    12년 STFT역사를.

    믿는다.

    이상현이라는 불운한 ‘인간’이 아닌.

    STFT의 이상현을 믿는다.

    그곳의 나는.

    1등이다.

    “가자.”

    [조커 카드(1)를 구매했습니다.]

    [50골드를 지불했습니다.]

    [1골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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