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게임은 시켜줄게(2)
모의게임은 시켜줄게(2)
퍼석!
방패전사에 의해 슬라임이 죽자, 번쩍번쩍한 골드가 든 돈자루가 튀어나오더니 나에게로 날아왔다.
[3골드를 획득했습니다.]
시스템이 말했다.
[이처럼 몬스터를 죽이면 골드를 획득할 수 있으며, 낮은 확률로 아이템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내가 알고 있는 부분과 동일했다.
뭐, 오토체스류 게임 대부분이 이러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니 다를 리가 없겠지만.
[모의게임(1-1)이 종료되었습니다.]
[기본 골드로 10골드를 획득합니다.]
[10골드 마다 이자 1골드가 발생하며, 이자는 최대 10골드까지 늘어납니다.]
[승리할 때마다 +2골드씩 더 받습니다.]
[또한 연속적으로 패배(2연패 이상)할 때마다 +6골드씩 받습니다.]
이것도 동일하다.
10골드 이자, 승리 수당, 패배 수당.
나는 컴퓨터 화면에서 보던 것과 거의 흡사한 화면을 가리키며 질문을 던졌다.
화면에는 동일한 ‘색상’의 여섯 명의 챔피언이 자세를 잡고 있었다.
“이제 챔피언을 선택하는 건가?”
내 질문에 시스템이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플레이어는 레벨에 따라 챔피언을 최대 10명까지 늘릴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챔피언을 사고 팔 수도 있습니다.]
[최초의 챔피언은 1성(★)입니다. 동일한 챔피언을 세 명 모으면 2성(★★)이 됩니다. 같은 방식으로 3성(★★★)과 4성(★★★★), 5성(★★★★★), 그리고 궁극의 6성(★★★★★★)을 만들 수 있습니다.]
“6성이라고?”
나도 모르게 큰 소리치고 말았다.
왜냐하면 내가 알고 있는 STFT에서는 최고가 5성이었기 때문이다.
STFT를 해본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5성도 더럽게 힘들다. 1골드 챔피언으로 5성을 만들려고 하면 1→3→9→27→81 즉 81골드가 드니까. 돌리는 비용까지 감안하면 최소 100골드는 필요하다.
그런데 6성이라고? 5성을 세 개나 모아야 한다고? 그게 가능해?
시스템은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1성(★) 챔피언은 구입할 때의 가격과 판매할 때의 가격이 동일합니다. 그러나 2성(★★)부터는 라운드마다 판매 가격이 달라집니다.]
[챔피언의 가격은 브론즈(1골드), 실버(2골드), 골드(3골드), 레드(4골드), 블랙(5골드)이며, 마지막으로 퍼플(6골드)입니다.]
“치사하게 그냥 넘어가냐.”
나는 내 말을 씹고 멋대로 설명을 이어가는 시스템이 불만스러웠지만, 그래도 정신을 집중해서 들었다. 혹시 모르는 설정이 더 나타날지도 모르니까.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누르려면 3골드가 필요합니다. 변환되면 새로운 챔피언들이 나타납니다.]
[레벨 업 버튼을 누르려면 레벨 업에 필요한 경험치 만큼의 골드가 필요합니다.]
[몬스터와의 치열한 전투에서 살아남으면 레벨이 +1 상승합니다.]
하지만 모르는 설정은 6성이 끝이었다.
그리고 설명이 끝나자마자 게임이 시작되었다.
[모의게임(1-2)이 시작되었습니다.]
[몬스터와의 치열한 전투에서 살아남았습니다. 레벨이 +1 상승합니다.]
[레벨 2가 되었습니다.]
[챔피언을 두 명 선택할 수 있습니다.]
[60초 안에 챔피언 두 명을 전장에 배치하십시오.]
“후.”
나는 조금 답답함을 느꼈다.
왜냐하면 내가 아는 STFT와 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기본적인 틀은 100%라고 해도 좋을 만큼 동일했다. 하지만 미묘하게 달라서 찜찜했다.
혹시 소설에서처럼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게임에 개입한 것일까?
하지만 그런 낌새는 전혀 없었는데···.
[전투까지 30초 남았습니다.]
“···일단은 해보자.”
나는 마음을 추스르고 게임에 집중하기로 했다. 내가 아는 STFT든 아니든 STFT가 바탕인 건 분명하니까.
그렇다면.
이곳에서 만큼은 나도 ‘승리자’다.
세계 랭킹 1위도 해본.
STFT의 최고의.
운빨러.
이기지 못할 리가 없다.
[방패전사(★)가 고정되었습니다.]
[궁수(★)가 고정되었습니다.]
[6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전투가 시작됩니다.]
[모의게임(1-2)]
[몬스터 퇴치]
STFT는 굉장히 쉬운 게임이다.
챔피언을 사고, 전장에 배치하고, 이기고, 돈을 받고, 또 챔피언을 사거나 파는 게 끝이다.
“나만 따라와!”
“어딜 감히!”
“내 화살로 꿰뚫어주마!”
아이템 조합이라든가.
속성 조합이라든가.
직업 조합이라든가.
이자 관리라든가.
라이프 관리라든가.
배치 문제라든가하는 보다 전략적인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게 전부다.
챔피언을 뽑고, 배치하고, 이기는 것.
그게 STFT의 핵심이다.
그래서 몇 판만 해보면 그 누구라도 쉽게 감을 잡을 수가 있다.
[모의게임(1-3)이 종료되었습니다.]
[12골드를 획득합니다.]
[몬스터와의 치열한 전투에서 살아남았습니다. 레벨이 +1 상승합니다.]
[레벨 4가 되었습니다.]
[60초 후에 마지막 모의게임(2)이 시작됩니다.]
[모의게임이 끝나면 바로 튜토리얼이 시작되니, 최선을 다해서 게임을 숙지하십시오.]
나는 모의게임(1-2)와 (1-3)에서 방향에 대한 것들을 자세히 확인했다.
유니버스 STFT도 기존의 STFT와 동일하게 진행방향이 앞쪽(적군)이었다.
그래서 앞쪽을 선택하면 우직하게 앞으로만 올라갔다.
왼쪽과 오른쪽을 선택하면 해당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앞쪽으로 나아갔다. 즉, 대각선으로 움직인 것이다.
그러다 전장의 끝부분에 닿으면 그때서야 방향을 틀어서 몬스터를 상대했다.
뒤쪽(아군)은 왼쪽, 오른쪽의 구분없이 오로지 뒤쪽으로만 움직였다.
고정은 예상대로 고정이었다.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몬스터를 상대했다.
아마, 뒤를 노리는 암살자의 공격도 완벽하게 막아낼 것이다.
뭐, 멀리서 쏴대는 궁수들에게는 좋은 밥이 되겠지만 암살자 같은 놈들을 상대할 때는 효과적일 것이며, 더 좋은 샌드백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샌드백이라는 포지션이 확립된 것이다.
[전투까지 30초 남았습니다.]
“튜토리얼이라.”
나는 유니버스 STFT가 오픈했을 때를 떠올렸다.
분명 난이도가 헬(Hell)이었다.
헬.
지옥.
죽음의 난이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도록 제작된 STFT와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
“후. 긴장되네.”
말로는 긴장했다고 주절거렸지만 솔직히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냥 거대한 게임 같다.
모두가 즐기는 게임 말이다.
하지만 오픈했을 때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이게 상상이나 꿈이 아니라면.
무조건 이겨야 한다.
지면 죽는다.
패배나 로그아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죽을 것이다.
인간이.
이상현이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서 깔끔하게 지워질 것이다.
비록 36살 동안 보편적인 진리조차도 깨우치지 못한 놈이지만. 그래도 그 정도의 눈치는 있다.
이 게임은.
단순한 게임이 아니다.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야 되는.
생존게임이다.
그리고 인간들끼리가 전부가 아닌.
다른 종족과의 전쟁까지도 생각해야 되는.
우주전쟁이 분명하다.
“하, 하하.”
그렇게 생각하니.
새삼 긴장된다.
짜릿하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믿을 수 없게도 나는 흥분했다.
기묘한 감정이 가득 차올라서.
정신이 빡! 든다.
“재밌겠네.”
내가 미친 것일까?
돌아버린 것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술을 먹고 길을 가다가 콰앙!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개떡같이 회귀했으니까. 그러니 미치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방패전사(★★)가 고정되었습니다.]
[창병(★★)이 앞쪽으로 나아갑니다.]
[궁수(★★)가 고정되었습니다.]
[궁수(★★)가 고정되었습니다.]
[6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전투가 시작됩니다.]
[모의게임(2)]
[보스몬스터 퇴치]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
그 미친 세상에서 나는.
고인물이다.
12년차 고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