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모의게임은 시켜줄게 (4/170)

모의게임은 시켜줄게

[유니버스 Single & Team fight Tactics에 오신 플레이어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곳은 다차원 공간으로 20000개 서버의 플레이어들이 경합을 벌이는 특별한 장소입니다.]

[플레이어 여러분들의 목표는 간단합니다. 생존하는 것. 그리고 1등을 해서 승리하는 것. 그것이 여러분들의 목표입니다.]

[반드시 승리하십시오. 만약 승리하지 못한다면 여러분들의 미래는 없습니다. 오직 1등만이 승리의 영광과 함께 미래를 밝힐 수 있습니다.]

[신들께서 당신들을 지켜보고 응원할 것입니다. 뛰어난 플레이로 신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드리십시오.]

[본격적인 게임에 앞서 간단한 조작법부터 익히도록 하겠습니다.]

[플레이어]

이름: 이상현

나이: 24세

출신: 지구

서버: 13279

레벨(0)

보유 챔피언(0)

보유 아이템(0)

보유 골드(0)

나 아니, 우리 여덟 명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좀처럼 이해하지 못했다.

네모난 방의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못해 심각했다. 모두가 얼떨떨하고 두려웠기 때문이다.

“뭐? 뭐야.”

“이게 대체···.”

“여긴 어디야?”

“몰래카메라인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공부하던 중이었는데?”

“설마···. 납치?”

“누구야?! 이런 짓, 당장 그만두지 못해!”

“······.”

나를 제외한 일곱 명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두려움과 불안함을 표현했다.

나도 그것에 동참하고 싶었지만 묘하게 침착했다.

진짜 묘하게 침착했다.

소란스러운 것도 잠시.

우리는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쥐와 너구리를 섞어 놓은 것처럼 생긴 녀석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이런, 이런, 이런!!』

『레벨 제로! 챔피언 제로! 아이템 제로! 골드 제로! 가진 게 아무것도 없군요!』

『아참! 만나서 반가워요. 제 이름은 GM이에요.』

『바쁘니까 자기소개 시간은 생략할게요.』

『자, 지금부터 모의게임을 시작하겠어요. 죽어도 괜찮은 게임이니까 마음껏 즐기세요.』

『단, 모의게임은 두 번 진행하지 않습니다. 한 번으로 끝나니까 최대한 빨리 게임을 숙지하세요.』

뭐? 라는 말이 가까스로 목까지 올라왔을 때.

세상이 또다시 변했다.

[모의게임을 시작합니다.]

[플레이어분들은 자리에서 준비해 주십시오.]

[10초 후에 모의게임이 시작됩니다.]

나는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내 챔피언(champion)이 보였다.

“언제든지 날 부르라고! 내가 지켜줄 테니까!”

[방패전사(★)]

속성: 땅

직업: 전사, 수호자

공격력: 40

방어력: 90

체력: 1000

마나: 10/100

스킬: 방패 후려치기, 방패 막기

판매 가격: 1골드

내 챔피언은 STFT에서 1골드짜리에 불과한 방패전사였다.

“체, 체어샷?!”

방패전사.

전문용어로는 체어샷이라고 부르는 챔피언으로 STFT에서 가장 기본적인 챔피언들 중 하나다.

가격은 1골드며, 속성은 ‘질서’와 ‘땅’이다.

MMORPG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딱 봐도 알겠지만 딴딴해서 잘 죽지 않는 샌드백이다. 3성(★★★)쯤 되면 고급 샌드백이라고도 불린다.

초반에는 방패전사보다 좋은 게 없다. 속성 조합이 갖춰지기 전에는 무조건 딴딴한 게 최고니까.

“내 챔피언이 체어샷이라고···?”

나는 방패전사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방패전사.

시즌1에서부터 마지막 시즌인 시즌7까지 살아남은 사골 중의 사골이자 샌드백 중의 샌드백.

나는 방패전사를 5성(★★★★★)까지 만들어본 적도 있다. 다만, 쓸모가 없어서 최고급 샌드백으로 끝났지만, 그래도 랭킹전에서 딱 한 번 만들어봤다.

[모의게임을 시작되었습니다.]

[현재 플레이어의 챔피언은 방패전사(★)입니다.]

[60초 안에 방패전사(★)를 전장에 배치하십시오.]

[전장의 크기는 가로 10칸, 세로 10칸으로 총 100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챔피언을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는 칸은 가로 10칸, 세로 4칸으로, 총 40칸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배치할 수 있는 칸이 푸른색으로 표시됩니다.]

나는 안내에 따라 방패전사를 배치했다. 여기까지는 내가 알고 있는 STFT와 똑같았다.

그런데 배치가 끝이 아니었다.

[챔피언의 이동방향을 설정해주십시오.]

[정해진 방향으로 챔피언이 최우선적으로 이동합니다.]

“뭐?!”

배치만 하면 끝인 STFT와 달리 유니버스 STFT는 방향을 설정해야 됐다. 그 탓에 12년 동안 STFT를 해온 나의 지식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최대한 침착하게 되물었다.

“···방향을 정해야 된다고?”

[네, 그렇습니다. 방향을 정해주십시오. 방향은 앞쪽(적군), 뒤쪽(아군), 왼쪽, 오른쪽으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정해진 방향에 따라 챔피언이 움직이며, 고정도 가능합니다. 고정은 방향이 없습니다.]

처음 듣는 이야기다.

그리고 고정이라는 기능도 처음이다.

“···고정하겠다.”

새로운 기능에 대해서 생각할 게 많았기에, 나는 고정을 선택했다.

뭐, 방패전사의 능력을 생각해본다면 고정이 가장 나을 것이다. 누가 뭐래도 최고의 샌드백이니까.

[방패전사(★)가 고정되었습니다.]

[6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전투가 시작됩니다.]

[모의게임(1-1)]

[몬스터 처치]

가로 10칸, 세로 10칸짜리 전장에 불이 들어왔다.

푸화아악!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변한 화려한 불꽃은 전투가 시작되었음을 알려주었다.

쾅쾅! 방패전사가 방패를 들었다. 그리고 슬라임처럼 생긴 몬스터 한 마리가 나타났다.

녀석의 생김새는 슬라임답지 않게 끔찍했다.

“덤벼라, 괴물아!!”

그 자리에 ‘고정’된 방패전사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앞쪽에서 스멀스멀 기어오는 슬라임을 향해서 크게 소리쳤다.

그러자 슬라임이 속도를 높이며 다가왔다.

“키에에엑!!”

앞(적군), 뒤(아군), 왼쪽, 오른쪽.

그리고 고정.

과연 방향의 의미는 무엇일까?

고인물 중의 고인물인 내가 추측하는 게 맞을까? 아니면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일까?

“······.”

나는 전투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그리고 너무나도 쉽게 정답을 찾아냈다.

터엉! 텅!

“방패도 무기라고!!”

“킈에엑!!”

‘고정’은 어느 방향으로도 움직이지 않는 대신, 적의 발목을 붙잡는 포지션이 분명했다.

그리고 추측하건대.

방향에 따른 추가 피해를 막아주는 게 분명했다.

“내 방패 맛 좀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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