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먹고 걸어가는데 콰앙하고 부딪히니 개떡 같이 회귀했다
술 먹고 걸어가는데 콰앙하고 부딪히니 개떡 같이 회귀했다
전략전술 게임
[Single & Team fight Tactics]
간단하게 줄여서 STFT라고 부르는 게임에서 나는 운이 굉장히 좋았다.
어느 정도로 좋았냐면 몬스터가 나오는 첫 번째 스테이지에서 1골드짜리 챔피언을 아홉 개 모아 3성(★★★)을 만든 적이 있으며, 5골드짜리 챔피언이 한 번에 여섯 개가 나온 적도 여러 번 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조합을 완성하는데 있어 핵심인 아이템이 몬스터에게서 두 개씩 나온다거나, 완성된 아이템이 두 개씩 나오기도 했다.
50골드를 투자해서 구입할 수 있는 ‘조커 카드’에서는 5골드·5성(★★★★★)챔피언이 나온 적도 있었다.
확률적으로 본다면 말도 안 되는, 수천 판을 해도 1번 나올까 말까한 일들이 나에게 있었던 것이다.
물론 반영구적인 MMORPG 게임과 달리 100라이프를 가지고 싸우는 오토체스 게임이라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 그래도 이 게임에서 만큼은, STFT에서 만큼은 내가 최고였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나는 STFT에 푹 빠졌고.
STFT만 12년 넘게 플레이 했으며.
대한민국 랭킹1위를 넘어 세계 랭킹 1위를 달성해보기도 했다.
뭐, 컨트롤이 필요 없는 ‘운빨좆망겜’이라서 가능했던 일이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나는 더 기분이 좋았다.
적어도 STFT에서 만큼은, 내가 남들보다 운이 좋았다는 뜻이니까.
“하아. 아무도 없네.”
그 STFT의 마지막이 찾아왔다.
12년 넘게 명맥을 이어오던 STFT가. 서비스 종료를 불과 10여분 남겨두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씁쓸하면서도 후련한, 그런 복잡한 기분이다.
왜냐하면 그 운빨좆망겜에 12년이 넘는 인생을 투자했으니까.
지금 내 나이가 36살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인생의 3분의 1을 STFT에 투자한 셈이다. 그러니 씁쓸하다면 씁쓸하고 후련하다면 후련하겠지.
아아.
나는 정말 오랫동안 STFT를 했구나.
다른 게임은 그렇게 못했는데.
STFT만큼은.
오래했구나.
STFT만큼은.
오랫동안 날 사랑해줬구나.
“마지막으로 한 판 해보고 싶었는데.”
나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미친 듯이 밀려들어서 도저히 앉아있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
오늘이 마지막이니 만큼.
한 판 정도는 꼭 해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
이젠 정말 떠나보낼 때가 된 것 같다.
내 인생에서 가장 운이 좋았던 게임을.
유일하게 【승리】라는 영광을 안겨주었던 게임을.
영원히 떠나보낼 때가 된 것이다.
“······.”
내일부터 또다시.
아르바이트를 나가야겠지.
오늘은 일요일이니까.
공무원 시험에도 떨어졌으니까.
빌어먹을.
오늘부터 무슨 낙으로 살아가야 될까?
내일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승리】라는 단어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모르겠다.
어쩌면 평생 못 찾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나는 불운한 놈이니까.
STFT를 제외하면 그 어떠한 게임에서도 승리하지 못했으니까.
···빌어먹을.
“왜···. 왜 서비스를 종료하냐고!! 그렇게 인기가 많았으면서!! 왜 운빨좆망겜으로 망하냐고!!”
STFT를 하고 싶다. 오늘도 내일도 ‘승리’하고 싶다. 다른 사람들보다 운이 좋아서 1등을 하고 싶다. 적어도 그곳에서 만큼은 1등으로 남고 싶다.
“왜······.”
[10, 9, 8, 7···. 2, 1]
[오늘부로 Single & Team fight Tactics의 서비스를 종료합니다. 지금까지 Single & Team fight Tactics를 사랑해주신 수많은 플레이어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함께한 순간들을 잊지 않고 영원히 간직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뵐 수 있도록 최선을······.]
이렇게 나의 STFT가 끝났다.
나는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소주 세 병을 까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콰앙!!
나는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운전자는 만취 상태의 음주운전자였다.
그리고 나는.
개떡 같이 회귀했다.
회귀했는데 헬(Hell) 난이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