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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인성 교육-166화 (166/170)
  • 166화.

    ‘아파!’

    “흐읍…, 네!”

    2차 공략 때도 이단우는 최소한의 힐만 받고 공략을 진행했다. 재생력 소진을 피하기 위해서.

    힐은 만능이 아니다. 인체의 재생력을 높이는 형태의 버프다. 그리고 재생력은 힐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효과가 떨어졌다.

    ‘그것도 신체 능력이니까.’

    다시 말해 이단우처럼 타고난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놈이 힐을 자주 받아 대면 정작 필요할 때 도움을 못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한번 성공해 봤다고 3차 공략은 비교적 할 만해서, 이단우는 힐을 잘 아꼈다.

    권준홍의 힐이 이단우의 팔을 재생시켰다. 뼈가 자라고 살이 돋는 소름 끼치는 고통 속에서 이단우는 생각했다.

    ‘이 공격, 내가 피할 곳을 예측하고 날아왔다.’

    최상위 헌터의 움직임은 육안은 물론 몬스터의 감각으로도 전부 잡아낼 수 없다.

    이단우의 회피 동작을 보고 공격을 날리는 건 불가능하다.

    애초에 이단우가 마지막 위치로 피했을 때, 공격은 이미 그의 지척에 도달해 있었다.

    ‘피하는 걸 보고 날린 게 아니야. 그 전에 봤다.’

    이단우는 이게 뭔지 알고 있었다.

    용의 2페이즈…….

    <미래시>다.

    “단우야, 빠져.”

    차우원이 굳은 표정으로 명령했다. 포지션을 변경하는 순간, 그의 시선이 이단우의 새로 생긴 팔에 닿았다 떨어졌다. 이단우의 앞으로 뛰어든 그가 어그로를 끌어갔다. 달려들던 용아병이 찌른 창이 그의 허벅지 아래로 지나갔다.

    푹!

    바닥에 박힌 창을 밟고 차우원은 도리어 공중에 몸을 띄웠다. 붉게 변한 <육예>가 얼어붙은 용아병의 머리통을 깼다!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포위망을 형성한 용아병들은, 아군의 머리 파편에 얻어맞고 시야를 빼앗겼다.

    “또 온다!”

    단우는 경고하고 숨을 삼켰다.

    ‘뒤로 뺄 수는 없다.’

    이단우가 후방으로 피하면 소서정과 권준홍까지 공격 범위에 포함되기만 더하겠는가?

    그가 가야 할 곳은 반대 방향이었다.

    ‘적이 많은 곳.’

    애초에 용을 끌어내려던 이유가 이것 아닌가? 용이 눈먼 공격을 날려 아군을 정리해 주겠다는데 몸 사릴 필요 없다.

    이단우는 저를 노리고 찔러 드는 두 개의 창을 피했다. 그리고 창대를 잡아 묘기하듯 몸을 띄웠다. 용아병의 머리 위로 넘어가, 전방의 빈 공간에 착지한 그가 앞으로 내달렸다!

    “이단우!”

    드물게 화난 목소리로 차우원이 외쳤다.

    “저거 표적 나야!”

    “……어어? 스킬이, 왜 이단우 헌터보다 빠르게 위에서 떨어지는……!”

    “무슨 소리야?”

    “스킬진이 번쩍이면 천장에서 얼음이 떨어지는데……. 그게 이단우 헌터 움직임보다 빨라요. 1초 정도! ……얼음이 이단우 헌터보다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어요!”

    “1초? 그걸 알 수 있어? 아니, 이단우가 어디로 피할 줄 알고…….”

    “아는 거야.”

    차우원이 정리했다.

    “어디로 피할지 알고 있는 거야, 그렇지?”

    모든 팀원이 알아차렸다. 비는 범위 공격이다. 체온을 앗아가고 근육을 굳게 만들었으나, 스킬의 본 목적이 아니다. 용의 범위 마법은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이단우를 노리고 있다.

    이단우는 몸을 바닥에 미끄러뜨렸다. 머리로 떨어지던 얼음 칼날을 피하고 대답했다.

    “어.”

    “어떻게?”

    같은 생각을 단우도 하고 있었다.

    그는 용의 알을 깨지 않았다. 미래를 읽는 용의 능력은 폭주 이후에 개화되는 게 아니었나?

    “마력 아껴!”

    “하, 하지만……!”

    권준홍의 버프가 끝도 없이 들어와서 이단우는 몸이 가벼웠다. 눈으로 확인해도 피할 수 없던 공격이, 아주 작은 움직임으로 회피 가능한 공격으로 바뀌었다.

    자신의 위치에 용아병을 끌어들여, 이단우는 마지막 공격을 적이 대신 받아 내게 만들었다.

    얼어 버린 용아병을 <성검>이 꿰뚫었다.

    그러나 버프가 끝나면 이 공격은 피할 수 없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했다. 적어도 권준홍의 마력을 물처럼 낭비하는 게 아닌…….

    그때 용이 다시 포효했다.

    “뒤!”

    이단우는 하늘을 봤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외쳤다.

    ‘이 새끼 공격 대상을 바꿨다.’

    용은 고등 종족이었다. 버프 주는 힐러를 먼저 노리는 건 전투 상황에서 상식 아닌가?

    얼음 칼날 수십 개가 폭우에 섞여 권준홍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소서정의 공격 마법은 한참 전에 멈췄다. 그의 스태프가 쉴 새 없이 배리어를 깔았다. 움직이는 이단우를 따라다니며 보호막을 만들 능력은 없었으나, 후방은 커버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부족해.’

    단우는 판단했다. 그리고 이곳에는 이단우와 비슷한 속도로 사고할 수 있는 헌터가 있었다.

    “엎드려.”

    이단우는 <육예>의 한계 크기를 본 적 없었다.

    아마 차우원도 본 적 없을 크기로 검이 커졌다. 그에 따라 늘어난 무게를 감당하는 대신, 차우원은 검을 바닥에 박아 넣었다.

    거대한 방패처럼 비스듬히 하늘을 가린 검면이, 배리어 십수 겹을 뚫고 들어온 얼음 칼날을 막아 냈다!

    카가각!

    “허어억……!”

    차우원은 놀라고 있지 않았다.

    “단우야, 시간 벌어 줘.”

    “뭐 하려고?”

    “미래를 보는 것도 스킬이지? 방해하자.”

    용의 주의를 흐트러뜨려서, 마법사 스킬 방해하듯 용의 <미래시>를 방해하자는 얘기다.

    2차 공략 때 이단우가 한 판단을 똑같이 하고 있다.

    단우는 감상에 젖는 대신 대답했다.

    “안 돼. 지금은. 다 읽혀.”

    팀원들이 구르고 찢기는 동안 용은 동굴에 처박혀 휴식했다. 소모한 체력 자체가 다르다.

    ‘집중력 대결은 손해다.’

    게다가 용은 아직 신전 안쪽에서 버티고 있었다. 이쪽에서 용이 보이지 않는 만큼 용도 이곳이 보이지 않을 터였다. <미래시>로 시야를 보완하기 때문에 공격은 제대로 들어오고 있으나, 그렇다 해도 육안으로 공격 대상을 보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이단우가 이만큼이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용과 접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2차 공략 때의 경험상, 이 거리를 뚫고 신전 안으로 파고드는 건 무리였다. 더 접근하지 않는 이상.

    ‘이 거리를 뚫고 용에게 접근한다?’

    불가능하다.

    ‘처음 공략대로 가야 한다.’

    용이 제 발로 나오게 해야 한다.

    “역용하자.”

    <미래시>를.

    “……!”

    이단우는 차우원의 반응을 확인하지 않았다. 그가 자신의 생각을 이해했을 걸 안다.

    차우원은 과거에도 그랬다. 이단우가 새로운 전략을 제안하면 2분도 되지 않아 팔짱을 꼈다. 이단우는 이미 차우원이 다 알아들었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의 열받게 차분한 얼굴을 보며 전략 설명을 마쳤다. 그리고 거절당했다. ‘이론상 그럴듯한데 아무래도 위험하다’는 요지의 대답을 듣고.

    이단우는 팀원들의 목숨이 위험할 도박 같은 건 하지 않았다. 그는 할 만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받아들여지는 법이 없었다.

    지금의 차우원은 이단우의 전략을 따랐다. 그는 이단우를 믿는다.

    ‘애초에 <미래시> 같은 게 어떻게 가능하냐.’

    미래 예지는 불확실한 능력이다. 예지 능력자들이 ‘성물 출현’이나 ‘종말 시작’ 같은, 크고 절대적인 사건만 예언하는 이유가 뭐겠는가.

    미래라는 건 갈래가 너무 많아, 그 모든 상황을 다 읽어 내는 건 인간의 능력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 아닌가?

    예지 능력자들이 확언하는 건 절대적인 미래…… 피할 수 없는 거대한 사건뿐이다.

    그러나 저 용은 해내고 있다.

    어떻게?

    ‘사건을 읽는 게 아니야.’

    이단우가 공격을 회피해서 어디로 도망친다……는 사건이 아니라.

    권준홍이 말하지 않았는가?

    스킬진이 1초 빠르게 발동된다고.

    권준홍은 이전부터 유난히 시간 감각이 좋았다.

    ‘……1초 뒤의 미래를 읽어 낸 거지.’

    어떤 사람이 길을 걷고 있다. 이 사람이 세 시간 뒤에 어디에 있을지 예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동 중에 버스를 탈 것인가, 택시를 탈 것인가? 노점상에서 군것질을 할 것인가? 걸려 오는 전화를 받을 것인가? 신호에 걸릴 것인가, 말 것인가. 길거리만 해도 수많은 선택지로 덮여 있으니까.

    그러나 이 사람이 0.1초 뒤에 어디에 있을지는 누구라도 알 수 있다.

    ‘있던 자리에 있겠지.’

    그렇다면 1초 뒤에는?

    이때는 수십 가지의 선택지가 생길 것이다……. 그러나 가장 가능성이 큰 선택지는 ‘한 발 내디뎠다’가 아니겠는가?

    용의 <미래시>도 같은 원리일 터였다.

    ‘몹시 가능성 높은, 어긋날 위험이 없는, 가까운 미래’를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A라는 행동을 취하는 것으로 B라는 대응을 용에게 강제할 수 있다.

    이단우는 소서정에게 외쳤다.

    “계속 공격해!”

    “권준홍이……!”

    “배리어로 못 막아. 원인 제거하라고.”

    “저쪽 배리어는 내 공격 막는다고!”

    소서정도 분통이 터진다는 듯 외쳤다. 그러나 속이 터질 지경인 건 이단우였다.

    ‘저걸 말이라고 하냐?’

    “그럼 못 막게 해!”

    “어떻게?”

    “무너뜨리든가!”

    “……!”

    신전이 무너져 버리면 저 새끼가 버티고 앉아 있겠는가?

    ‘일단 끌어낸다.’

    2차 공략 때도 이단우는 팀원들만의 힘으로 용을 공략하지 않았다. 그런 정공법은 차우원에게나 어울리는 것이다.

    용을 죽이는 건 용 자신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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