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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인성 교육-165화 (165/170)

165화.

과거의 이단우팀이 이 던전을 깬 방법은 이랬다.

-깰 수 있어?!

-딜이 안 들어갑니다!

-이거, 너무 단단해서……!

-기희윤!

사방에서 몰려드는 용아병을 두 명의 탱커들이 막아 낸다. 격돌 충격으로 용아병을 일시 스턴 상태로 만들면, 기희윤이 스킬로 기절시킨다. 마무리는 이단우의 역할이었다. 유의미한 딜이 가능한 건 이단우의 <성검> 정도였으니까.

보스전에서 기희윤이 필요한 이유가 그것이었다. 이 정신 나간 강도의 몹들을 스킬 하나로 무력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이 달리 없었으니까.

개미 기어가는 속도로 진전하던 그들은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이렇게는 공략이 불가능하다.’

용은 움직이지도 않았다. 저게 행동을 개시할 즈음 팀원들은 탈진 상태가 되어 있을 터였다.

이단우는 권준홍에게 버프를 받아 용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용이 무언가를 지키고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용은 일어나지 않았다. 자기 소굴에 기어들어 온 침입자를 대하는 보스몹의 태도가 아니다.

용이 포효하며 뒤를 보호하려 들어서 이단우는 ‘뭐 있네’라고 생각했고…….

기어코 용을 넘어가서 그것부터 확인했다.

신전의 가장 깊은 곳에 보관되어 있던 건 용의 알이었다.

저토록 필사적으로 지키는 물건이라면 뭐든 중요한 게 아니겠는가?

이단우는 그 알을 깼다.

그리고 죽을 뻔했다.

‘2페이즈 시작돼서.’

그 알이 중요한 물건이긴 했다. 용의 분노 트리거인 데다가 깨는 순간 용에게 버프를 발라 주는 존재였으니까.

분노로 폭주한 용은, 아군 적군 가릴 것 없이 짓밟고 날려 버렸다.

‘그래서 던전 무너진 거 아닌가?’

단우는 용이 날개를 펼치고 사방에 머리를 박아 대던 꼴을 떠올렸다.

덕분에 용아병이 정리돼서, <이단우 팀>은 다수의 적을 상대해야 하는 위험에서 벗어났다. 미친 용을 상대해야 하는 위험에 처하게 되긴 했으나…….

-리더! 이쪽으로!

-무슨 짓을 한 겁니까?! 이런 미친…….

그러나 용은 원래 죽여야 하는 상대다. 상대할 필요가 없는 건 용아병이다.

용이 폭주해서 자기편을 죽여 준다면 그들에게는 좋은 일 아닌가?

그리고 용을 끌어내는 방법은 하나였다.

‘열받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꼭 알을 깰 필요는 없다.

‘저기까지 접근할 방법도 없고.’

2차 공략 때의 팀이라면 몰라도, 지금 팀은 용의 이목을 붙잡아 두기엔 강도가 부실했다. 이단우가 열과 성을 다해 관리한 덕분에 체력과 마력은 과거보다 나았으나 그뿐이다. 팀원 수도 모자라지 않은가?

그렇다고 방법이 없지는 않았다. 저 용은 눈이 돌아가면 아군도 못 알아보는 놈이었으니까.

제 알 안전에 저토록 민감한 놈이, 알을 익혀 먹으려 드는 침입자를 가만둘 수 있을 리 없다.

쾅! 쾅! 화르르륵……!

소서정의 스킬이 신전 안을 무차별 폭격했다.

———!

용이 울음을 토했다. 모골이 서늘해지는 포효에 권준홍이 창백해졌다.

“요… 용을 불러내도 되나요? 더 위험해지지 않나요?!”

“여기서 어떻게 더 위험해지게?”

“……?!”

“해 보자.”

차우원이 몇 번 발을 구르더니 앞으로 뛰어나갔다.

소서정이 딜에 집중하게 만들려면 어그로 관리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근데 왜 너 혼자 가냐.’

이단우는 이를 악물고 따라붙었다.

통로에서부터 내도록 회전시키던 마력은 쓸 만한 위력을 회복했다. <성검>에 희미한 빛이 어렸다. 차우원이 거대하게 만든 <육예>가 돌진하는 용아병을 막아섰다.

쾅!

두 힘이 충돌하고, 그 파장에 주변의 마력까지 일그러졌다. 다른 용아병들이 충격파를 흘려 보내기 위해 움직임을 잠시 멈췄다.

‘지금.’

콱!

이단우는 용아병의 목에 검을 찔러 넣었다.

<성검>의 예기가 증폭되며 검날이 몬스터의 단단한 피부를 꿰뚫었다. 이단우는 힘 낭비를 하지 않았다. 애초에 낭비할 힘이 없다.

‘한 번 더.’

이미 뚫어 놓은 구멍을 검 끝이 파고들었다.

콱, 콱, 콱, 콱, 콱!

검의 마력이 몬스터의 체내를 뒤흔들었다. 아름다운 빛이 꿰뚫린 목에서 새어 나오고…….

깊게 박혀 있던 <성검>이 몬스터의 목에서 빠져나왔다.

뚫린 구멍은 얇은 검날의 폭만큼 작았다. 육안으로 확인하기도 힘든 그 틈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러더니 몬스터는 거꾸러져 절명했다.

쿵!

‘하나.’

“오른쪽.”

차우원이 말했다. 이단우는 오른쪽 뺨을 스치는 공격을 피해 내고 차우원과 힘겨루기 중인 용아병의 턱을 찔렀다.

검날이 턱 아래 투구로 보호되지 않는 부분을 찔러 들어가 뒤통수로 빠져나왔다. 용아병의 투구가 날아가며 멀리서 텅 하는 소리가 들렸다.

“뒤부터!”

“잡을게. 옆에 봐.”

정리를 해도 몰려드는 수가 더 많았다. 금방 둘러싸인다.

이단우는 날아드는 세 개의 창을 비틀거리는 듯한 움직임으로 피했다. 그리고 용아병들의 사이로 파고들었다.

공격 경로가 꼬인 용아병들은 몸을 돌려 거리를 벌렸다. 창이 공격할 거리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튼튼하고 판단력도 빠르다.’

몬스터들은 두 근거리 딜러 중 딜이 더 아픈데 내구도는 떨어지는 놈이 누군지 금방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이단우가 목표가 됐다. 앞으로 계속 달려들 텐데…….

차우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 숙여.”

단우는 즉시 지시에 따랐다.

이단우를 둘러싼 다섯 마리의 용아병을, 차우원의 <육예>가 홈런이라도 치듯 올려 쳤다!

쾅!

딜이 분산돼서 충격은 크지 않았다. 다섯 놈은 움찔하지도 않았으나 빠져나가는 이단우는 잡지 못했다.

‘할 만했나?’

소서정까지 합세하게 해 용아병을 밀었어도 용에게 접근 가능한 위치까지는 도달했을지 모른다. 차우원의 전투 센스는 천부적인 것이어서 탱커로도 정말 2인분 이상의 몫을 해내고 있다.

이단우는 2차의 공략을 되짚어갔어도 통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내 부정했다.

‘아니. 이게 맞다.’

이단우는 이번 공략에서 알을 먼저 깰 생각이 없었다. 2차 공략 때의 그는 멍청하지 않았는가?

‘상대의 약점을 왜 자기 손으로 없애 주냐. 남겨 놓고 써먹어야지.’

용의 알은 깨져서는 안 된다.

3차 공략에서 그들이 노려야 할 건 약점을 지키는 용이었으니까.

“소서정!”

“하고 있어!”

소서정이 빈 마력 포션을 용아병에게 내던졌다. 그리고 호쾌하게 다음 포션을 깠다.

그의 열 손가락에 달린 반지가 가동하며 반딧불이 무리 같은 빛이 퍼졌다. 최대한도로 마력을 운용한 소서정이 그의 시그니처 스킬 <화룡창>을 시전했다.

스킬진에서 화룡의 머리 같은 형상이 빠져나왔다.

바닥이 내려앉는 듯한 소리와 함께 열기가 퍼졌다. 흐르던 땀마저 증발시켜 버릴 정도의 열기가 얼굴을 익히고 사방을 훅 채웠다.

콰쾅!

스킬이 한 자루의 창처럼 날아가 신전 가장 깊은 곳에 내리꽂혔다.

————!

용이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질렀다.

다음 순간 필드 하늘이 밝아졌다.

천장을 보면서도 이단우는 그게 뭔지 바로 깨닫지 못했다. 동굴 천장을 뒤덮은 그것은, 이단우가 자주 보아 온 형태였는데도 낯설었다.

단우는 그 이유를 깨달았다.

‘크기가.’

공간을 밝힌 건 용이 만든 스킬진이었다.

필드 천장을 전부 뒤덮는 크기의 스킬진에서 비와 함께 우박이 떨어졌다!

쏴아아아…….

쾅! 쾅! 쾅!

필드를 뭉개 버릴 것처럼 허공에서 바위가 내리꽂혔다.

‘아니.’

단우는 자신이 있던 자리에 떨어진 것이 우박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반짝이는 불투명한 얼음 칼날이 보였다.

위력은 이단우를 노리던 용아병이 몸소 보여 주고 있었다. 얼음이 박힌 용아병의 가슴팍이 통째로 얼어붙었다.

얼음장 같은 빗물이 피부를 때렸다. 심장이 터질 듯이 펌프질했다. 단우는 생각했다.

‘왜 다르지?’

2차 공략 때 용은 대단위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팀원들…… 그중에서도 이단우를 찢어 죽이려 들었을 뿐이다.

알을 깬 범인을.

이단우는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차렸다.

‘찢어 죽이고 싶어서 마법은 최소한도로 썼나 보지.’

그는 근거리 딜러라 원딜 스킬을 쓰는 맛은 몰랐으나, 마법은 아무래도 손맛이 떨어지지 않겠는가?

생각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머리끝까지 열이 오른 용이 마법을 난사했다.

이단우는 머리 위로 떨어지는 얼음을 반보 걸어서 피했다. 그리고 한 걸음 움직여 용아병의 옆구리에 달라붙었다.

파삭!

떨어진 얼음이 용아병의 머리를 얼렸다. 그러나 다음 공격은 단우가 피할 수 없는 속도와 방향으로 날아들고 있었다.

‘맞는다.’

단우는 반사적으로 몸을 틀었다. 피해를 최소한도로 하려면…….

‘왼팔!’

파사삭……!

이단우가 우측으로 몸을 누이는 것과 동시에, 그의 왼팔에 얼음이 내리꽂혔다. 팔뚝까지 통째로 얼어, 단우는 균형을 잃고 넘어질 뻔했다.

얼어붙은 팔이 무겁다. 균형을 잃은 그를 용아병 셋이 덮쳤다.

“이단우!”

차우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단우는 지체하지 않았다.

“힐 해!”

권준홍에게 명령하고, 그는 입술을 물었다. 그리고 자신의 팔을 끊어 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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