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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인성 교육-164화 (164/170)

164화.

“그런데 기희윤 헌터…… 아니, 기희윤 씨는 무슨 이득이 있다고 배신한 걸까요? 이단우 헌터가 없으면 던전 클리어도 불가능할 테고, 여기서 3:1로 싸워서 탈출하는 것도 힘들지 않나요?”

문득 떠오른 듯 권준홍이 물었다.

차우원이 대답했다.

“사람이 이성적으로 행동하지만은 않으니까.”

“……?”

세상 모든 사람이 이성을 잃어도 본인만은 이성을 유지할 것 같은 사람이 차우원 아닌가?

팀원들은 의문을 해소하지 못한 채 관문 게이트를 빠져나갔다. 그리고 익숙한 동굴 통로에 도착했다.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요소가 추가됐다.

통로가 세 갈래 길로 나눠져 있다.

“……?!”

“길, 길이…….”

“<감지>!”

소서정이 스태프를 흔들었으나 반응은 없었다.

이곳에서 감지 계열 스킬로는 관문 안쪽을 들여다보지 못한다. 아니었다면 1차 공략이 그렇게 실패했겠는가?

“세 갈래 길 모두 끝에 관문이 있기는 해. 거기까지는 감지되는데, 길은 못 찾겠는데. 이거 진짜 가지가지하네. 왜 직선형 던전이 갑자기 미로형을 흉내 내고 난리…….”

단우는 가운데 길을 가리켰다.

“여기로 가자.”

“……?”

“뭐가 나올 줄 알고?”

“뭐든 나오겠지. 네가 마력 낭비하고 있다고 던전이 기특해서 ‘여기가 맞는 길이다’ 알려 주진 않을 거 아냐.”

“이단우 말 참 예쁘게 해.”

“저는 꼼짝없이 길을 잃은 줄 알았어요! 일단은 길을 선택해서 가 보는 게 중요하군요?”

“그럴 리 있니?”

소서정과 권준홍이 뒤로 빠져서 쓸데없는 소리 하는 걸 흘려들으며 단우는 걸었다. 그리고 길 끝에 나타난 화려한 문을 발견했다.

‘보스룸 생김새가 뻔하지.’

동굴 통로는 하나같이 비슷하게 생겨서 구별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보스룸 입장 관문은 누가 봐도 보스룸처럼 생겨서 착각할 수가 없었다.

이 길이 아니면 다른 길을 순회해서 찾으면 될 일이다. 그러나 3분의 1 찍기가 맞아떨어져서 쓸데없이 체력 뺄 일은 생기지 않았다.

“……!”

“도착한 것 같다.”

차우원이 문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단우는 심장 뛰는 소리가 귀로 들렸다. 이 안에서 그는 죽었다.

‘뭐 하냐. 던전 보스한테 깔려 죽은 것도 아닌데 웃기지도 않은 트라우마 반응 보이지 마라.’

그는 파르르 떨리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꽉 잡았다.

기희윤이 사라져서 공략이 꼬였다. 2차 공략 때와 같은 방법은 이제 쓰지 못한다.

‘아니, 그건 원래 안 쓸 생각이었지만.’

탱커도 없는 데다 그때 팀원들은 너무 많이 부상당했다. 그건 옳은 공략이 아니었다. 예상치 못한 어떤 일에 전혀 대비하지 못했으니까.

‘될까?’

통로를 걸어가며 이단우는 전략을 수정했다. 중간까지 걷는 동안은 통하리라고 확신했으나, 관문을 본 순간 고질적인 불안감과 자기 불신이 올라왔다.

이단우는 오른손의 맥박을 느끼며 수를 셌다. 오른손에 피가 통하지 않아 저릴 때까지 꽉 쥐었다가 놓았다.

오른손이 저리며 피가 돌았다. 그때 바닥이 울렸다.

그그그극-

문이 열렸다.

잘 투덜거리는 소서정이나 궁금한 게 많은 신입 권준홍도 말없이 문을 보고 있었다. 단우는 그들의 심장 뛰는 소리도 들을 수 있을 듯했다.

단우는 한마디 하려다가 입을 닫았다. 지금 말을 하면 이상한 목소리가 나갈 것 같다.

‘사기나 떨어진다.’

이 개같은 몸이 왜 아직도 떨고 있는지 알 수 없는데…….

차우원이 입을 열었다.

“단우야, 나가면 우리 사귈래.”

“너 안 닥쳐?”

이단우는 기겁했다. 뒤에서 권준홍이 화들짝 놀랐다.

“두 분 안 사귀셨어요?!”

“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너네 아직 안 사귀었어?!”

‘이 새끼는 또 뭐라는 거지.’

이단우는 소서정을 돌아봤다. 그러나 차우원의 개소리가 끝나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까 모든 일이 끝나고 고백하겠다는 건 너무 클리셰 같아서. 단우가 그런 거 싫어하지 않나.”

“둘이 뭐가 다른데?”

“하하! 내 마음가짐이 다르잖아.”

“저, 저도… 지슬이한테 말하고 들어오길 잘한 것 같아요.”

권준홍이 침을 삼키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최후의 던전> 공략 전에 할 대화인가? 이단우는 아찔했다.

아무튼 팀의 긴장이 풀리긴 했다…….

구구궁!

문이 완전히 열려서 팀원들은 입을 닫았다.

이단우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 어느새 손의 떨림이 멎어 있었다.

“가자.”

차우원이 여상스레 말했다.

그들은 보스룸에 입장했다.

ㅡ 띠링!


 〔 용의 신전 〕

 용종은 고등한 지배종으로 세상 만물을 보호할 책임을 스스로 지고 있습니다. 이들의 사명은 고귀한 것이며, 그 은혜는 그들의 눈이 닿는 모든 곳에 미칩니다. 피지배종들은 그들의 보호자를 위해 신전을 짓고 제물을 바치며 은혜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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