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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인성 교육-154화 (154/170)
  • 154화.

    배지슬이 죽고, <최후의 던전>에서 혼자 살아나온 ‘배신자’ 이단우.

    그가 자신을 끌어냈다!

    그리고 팀에 들어오라고 말했다.

    그에게 맞아 죽을 것 같아서 권준홍은 정신을 차렸다.

    권준홍은 이미 죽은 사람을 다시 구하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이제 막 각성한 자신이 던전 안에 들어가서 뭘 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배지슬을 그 무서운 곳에 방치하는 건 옳지 않은 일이었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그의 목숨을 배지슬을 구하는 데 쓰는 건 옳은 일처럼 느껴졌다.

    권준홍은 성격 더럽고 폭력적이며 예민하고 자주 우는, 악몽을 정말 많이 꾸는 리더를 따라 <최후의 던전>을 깬다…….

    ‘어?’

    권준홍은 이 사람을 알고 있다.

    이건 꿈이 아니라…….

    * * *

    소서정은 특별하지 못한 게 싫었다.

    어려서부터 그는 특별했다. 부모님은 헌터 가문 출신이었으나 두 분 자체가 뛰어난 분들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은 소서정을 낳았고 자신들이 낳은 아이의 특별함을 알아보았다. 소서정은 대단한 헌터가 될 터였다.

    그러나 그의 앞에는 차우원이 있었다.

    성인으로 성장한 뒤 자신에게 압도적인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달은 소서정은, 차우원 밑에서 영리하게 이득을 취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제너럴리스트보다 스페셜리스트가 되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러나 소서정은 정반대였다. 어떤 스킬이든 잡다하게 잘 익히고 활용도 곧잘 한다. 그러나 시그니처 스킬이 문제였다.

    ‘아, 대체 왜 안 느는 거야?’

    스킬이란 한두 번 쓰면 숙련도가 쑥쑥 오르는 게 아니었나? 수백 번을 써도 손에 익질 않는다.

    소서정은 노력이라는 걸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늘 그렇듯 쉽게 포기했다.

    그의 좋은 머리는 대안도 금방 찾았다.

    ‘어쩔 수 없지.’

    한 분야의 전문가가 못 된다면 최고의 제너럴리스트가 되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런 마음으로 종수를 늘려서 그는 ‘만개의 소서정’이라는 이명도 얻었다.

    그의 선택은 늘 그렇듯 옳았다. 그는 이번 세대의 가장 뛰어난 마법사로 취급받았다.

    이림에서 청연으로 옮겨, <차우원 팀>에 슬쩍 승선한 선택은 또 얼마나 영리했는가?

    차우원은 성검의 주인이 됐다. 소서정은 영웅팀의 일원이었다!

    그런데 자랑스러운 그의 팀에 누가 들어왔다.

    그와 동갑에, C급 헌터라는 이단우였다.

    “뭐? C급이 이 팀에 어떻게 들어와?”

    “길드장님……. 아니, 전 길드장님 제자잖아. 리더가 챙기겠다던데?”

    ‘정말 싫다. 길드장 제자라니까 대놓고 거부도 못 하고.’

    이 팀엔 차우원이 결정하면 ‘그렇구나’ 하는 인간들뿐이어서 소서정은 스스로의 권익 주장을 하기도 힘들었다.

    정말이지 정치가 힘든 팀이다.

    하는 수 없이 그는 이단우에게 돌려 말하기로 했다. 눈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도 자신의 주제를 알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곳으로 가줄 테니까.

    그러나 이단우는 강적이었다.

    “이 팀 너 빼고 전원이 S급 헌터거든. 양심이 있으면 보통 나갈 텐데 말이야.”

    “어쩌라고? 네 팀장한테 따져.”

    “…….”

    소서정은 이단우가 싫었다!

    이단우의 정말 싫은 점은 그가 멍청하다는 거였다.

    ‘맞아 죽는 게 꿈인가? 차우원한테 왜 저렇게 덤벼 대는 거야?’

    소서정은 주제를 모르는 사람이 싫었다. 능력 없고 특별하지 못한 인간은 상대할 가치도 못 느꼈는데 이단우는 그 전부에 해당됐다.

    소서정은 영리한 사람이라 차우원과 바로 맞서려는 시도는 하지도 않았다. 그를 라이벌로 여기던 시절에도 그랬다. 그러나 이단우는 정반대였다.

    학습 능력 떨어지는 이단우는 탈출하려다가 맞고, 열받는다고 차우원에게 덤벼들다가 맞고, 또 맞고, 차우원 침실에 갇히고, 하여간 팀을 시끄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몇 달 뒤 소서정은 이단우가 또 차우원에게 덤벼드는 모습을 봤다.

    ‘또야?’

    차우원은 봐주는 법이 없었다. 소서정은 이단우가 바로 무릎 꿇고 일방적으로 맞을 수순이라고 생각했다. 정해진 순서를 보기 위해 그곳에 남아 서 있었다.

    이단우는 날아가지 않았다. 차우원의 공격을 피했다. 그의 틈을 파고들다가 걸려서 한 대 맞고 이어 수십 대를 맞은 뒤 바닥을 굴렀다. 그러나 치명타가 아니었다.

    ‘전부 흘렸어.’

    이단우는 연무장 끝까지 굴러갔다가 반동으로 일어났다. 그리고 차우원에게 달려들었다.

    소서정은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소름이 돋았다.

    이단우가 이 팀에 들어온 건 반년 전이었다.

    몰라보게 성장한 이단우를 쓰러뜨리고, 차우원이 그의 등을 밟았다. 기절한 것 같은 이단우를 툭툭 걷어차며 뭐라고 말했다.

    그러는 차우원은 성격 나빠 보였다…….

    ‘왜 저러고 있는 거야?’

    소서정은 기가 질렸다. 차우원은 패자를 조롱하는 취미가 없었다. 그랬다면 지금쯤 차우원을 죽이겠다고 덤비는 사람이 청연 앞에 줄을 서 있지 않겠는가?

    다시 말해 차우원에게 덤빈 사람이 지는 건 일상적인 일이었다. 차우원은 패자에게 공평하게 관심이 없었다. 그런 차우원이 대련이 끝난 뒤에도 이단우를 가지고 놀고 있다.

    그러나 대련이 끝났다는 건 소서정의 착각이었다.

    축 늘어져 있던 이단우의 팔이 뱀처럼 움직였다. 차우원의 발을 걸었다.

    물론 그따위 공격은 통하지 않았다. 차우원은 이단우의 손을 잘근잘근 밟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소서정과 눈이 마주쳤다.

    소서정은 깜짝 놀랐다.

    ‘차우원이 웃어?’

    소서정은 차우원도 이상한 녀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왜 이단우를 매번 상대해 준단 말인가?

    차우원이 청연 길드장을 존경한 데다 책임감 강한 성격이라는 건 알고 있다. 그러나 그는 바쁜 사람이었다. 길드장 사후 청연 부길드장직까지 맡고 있어서, 서류 작업만으로 눈코 뜰 새 없었다.

    능력 없는 사람을 상대하는 건 시간 낭비 아닌가? 차우원 같은 사람의 시간은 귀중한 법이다.

    ‘아니었어.’

    시간 낭비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 팀에서 이단우의 재능을 가장 먼저 알아본 사람은 차우원이었다. 그리고 그다음은 소서정이다…….

    ‘아닌가?’

    강울림이 언제부터 조용해졌지?

    그도 이단우에게 불만이 많았다. ‘리더에게 은혜도 모르는 망나니처럼 군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 강울림이 언제부터인가 ‘그래도 열심히 하지 않느냐’고 이단우를 방어했다.

    이단우는 빠르게 팀에 녹아들었다. 그는 제 몫을 했다.

    소서정은 자신이 무시하던 상대에게 재능으로 압도당한 적이 처음이었다.

    ‘사실 무능하고 주제를 모르는 쪽은 내가 아닌가?’

    소서정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으나, 언제나 자신의 특별함에 대해 확신하지 못했다.

    그가 속한 팀에 천재가 아닌 사람은 없었다.

    소서정은 특별하지 않았다. 적당히 머리를 써서 묻어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가 겉으로는 인정하지 않았으나, 마음속 깊이 동경하는 차우원과 이단우.

    짜증 나지만 괜찮은 놈인 강울림과, 무서울 정도로 사람 좋은 배지슬.

    이 팀은 특별했다. 소서정은 이 팀이 좋았다.

    그들은 종말을 막을 것이다.

    “꺄아아악!”

    최후의 던전에서, 배지슬의 비명이 들렸을 때 소서정은 그녀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

    ‘만개의 소서정’은 자신이 다 기억하고 활용할 수도 없는 수의 스킬을 익혔으니까.

    그는 배지슬과 가깝던 강울림에게 그 위치를 알려 줬다.

    그리고 두 사람의 통신이 끊겼다. 경우의 수는 하나였다.

    ‘수신자 사망.’

    소서정의 잘못된 선택이 최악의 결과를 가져왔다.

    그는 수습하기 위해 움직였으나 실패했다.

    시야가 흐려지고, 체내의 피가 빠져나가며 한기가 들었다.

    재능 없고 도움이 안 되는, 쓸모없는 사람은 소서정 자신이었다.

    모든 게 끝났다.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

    ‘……아니, 이상한데?’

    소서정은 죽어 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에게는 이단우가 준 <36계>(S)가 있으니까.

    던전 안에서 작동 가능한 탈출 스킬.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소서정이 받자마자 잘 연마해 두지 않았는가?

    -목숨 위험할 기미만 보여도 그거 쓰고 도망쳐라. 객기 부리지 말고.

    -근데 나만 탈출해도 되나?

    -누굴 챙기게? 너 안 죽을 구덩이에서 다른 애들은 죽겠어?

    예의상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 그랬던 기억이 났다.

    ‘뭐, 강울림이야 묶어 놓고 철근으로 내리쳐도 안 죽겠고. 다른 둘은 위기에 빠질 수가 있나?’

    이단우는 늘 그렇듯 재수 없었으나, 말은 맞는 말이었기 때문에 소서정은 스킬을 익히는 마음이 홀가분했다…….

    그는 강울림처럼 멍청하지 않아서 이단우의 명령을 거스를 리도 없었다.

    ‘그런데 내가 왜 죽는 거지?’

    소서정은 강렬한 위화감을 느끼며 눈을 떴다.

    * * *

    차우원은 장례식장에 있었다.

    스승님의 장례식장이었다. 그는 두 번째 제자의 죽은 부모를 꺼내 주겠다고 던전에 들어갔다가 죽었다.

    차우원은 스승님을 말렸다. 그러나 스승님은 결정을 바꾸는 분이 아니었다.

    -내가 살면 뭐 얼마나 더 산다고. 아니, 이런 소리 하게 하지 마라. 불길하잖아. 나 죽으러 들어가냐?

    -장소가 장소니까요. 거기 들어간 다른 헌터들도 죽으러 들어가진 않았을 텐데요.

    -내 말이 그 말이다. 아니 걔가 말이야, 지 실력도 모르고 어디든 들이받아 죽을 애거든? 그 실력으로 어딜 들어가겠다고……. 늘그막에 얻은 제자 내가 챙겨야지, 뭐 수가 있나. 혹시 나한테 무슨 일 생기면 네가 좀 봐줘라.

    -뒷일 부탁하시지 말고 스승님이 챙기세요. 불길하게 부탁은 왜 하세요?

    -만약을 대비하는 거지. 내가 또 이렇게 다 큰 제자한테 가르침을 주는구나. 훌륭한 헌터는 수십 가지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법이란다.

    그게 스승님과의 마지막 대화였다.

    ‘이런 죽음이 무슨 의미가 있지.’

    죽음은 죽음일 뿐이다. 모든 것의 끝.

    죽음에는 어떤 가치도 없다.

    죽은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건 또 얼마나 어리석은가?

    차우원의 아버지는 죽은 어머니와 함께 사는 사람이었고 스승님은 두 번째 제자의 죽은 부모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었다.

    어리석은 일이다.

    아버지에 대한 애정이나 스승님에 대한 존경심과 별개로 차우원은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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