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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인성 교육-148화 (148/170)
  • 148화.

    그 차우원은 단우 대각선 방향에 숨어 있었다. 단우와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

    잘됐다 싶어서 단우는 턱짓했다.

    “저기 문 보이지.”

    “……!”

    품 안에서 권준홍이 펄떡거렸다. 단우는 그의 어깨를 죄었다.

    “가만히 있어. 쟤네 목소리 못 들으니까.”

    “이 거인들, 귀가 없네.”

    차우원이 특이사항을 알아챘다.

    “코도 없어. 청각과 후각은 안 좋은데 눈은 귀신 같으니까 그림자 지게 만들지 마.”

    “눈이 귀신 같은 건 어떻게 알아?”

    소서정이 차우원 발치에서 목 졸린 소리를 냈다. 급하게 몸을 숨기다 넘어진 모양새였다.

    ‘이미 상대해 봐서’라고 말하는 대신 단우는 합리적인 추측을 들려줬다.

    “감각 두 개가 없는데 뭐 하나는 잘났겠지.”

    “…….”

    단우는 던전 입구에서 못다 한 설명을 이어 갔다.

    “던전 구조 알 만하지. 우리가 들어온 문은 사라졌고, 나가는 문은 저기 달려 있네. 게이트 넘었을 때도 이 방으로 들어오는 문 하나만 달랑 있었지. 그런데 문 넘어오기 전에 이 던전 필드는 바위 동굴 같지 않았어? 게이트 넘자마자 환경 달라지는 게 뭐랑 닮았잖아.”

    “마치 던전 안에 던전이 있는 듯한 구성이네.”

    차우원이 흥미롭다는 듯 대답했다.

    ‘똑똑한 놈.’

    보통 직선형 던전이라고 관문마다 필드가 바뀌진 않는다. 던전 필드는 고정되어 있다. 그러나 <최후의 던전>의 던전 필드는 아니었다.

    각 관문마다 다른 필드를 가지고 있고, 그 필드의 주인인 몬스터가 터를 잡고 있었다.

    그 종족이 다양했다.

    -노아의 방주 같다.

    과거 차우원의 말처럼. 대탈출이라도 하는 듯이.

    “어. 넌 보이지. 이 방에 이상한 마력 반응 있는 거.”

    <마력 촉진제>에 덜 절여진 탓에 이단우의 몸은 다른 마력에 과반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차우원은 보일 터였다. 그의 눈은 타고난 것이었으니까.

    그가 눈만 움직여 필드를 둘러봤다.

    “이상한 게 좀 많긴 한데……. 단우가 말하는 건 절벽에 숨어 있는 엘리트 개체 말하는 거지. 여기 일반 몬스터부터 B랭크라 가진 마력이 대단한데, 엘리트 몬스터 마력은 그 두 배는 되는 것 같다.”

    ‘그래.’

    “이 방이 던전이었으면 저게 보스몹이다 싶을 만큼 말이지.”

    “저게 단우가 말한 보스몹이야?”

    차우원이 이해했다.

    그러나 이해한 사람은 그뿐인 듯해서 단우는 설명했다.

    “그래. 이 방 구조 자체가 하나의 완성된 던전이야. 필드, 몬스터, 보스몹, 그게 가진 던전핵까지 갖추고 있잖아. 탈출 게이트가 눈으로 보인다는 것만 다르지.”

    ‘탈출 게이트’…… 문은 절벽 아래 있었다. 절벽을 파고 만들어진 구조가 아니라 허공에 나무틀과 문만 달려 있는 구조다. 이 방에 넘어올 때 열린 문과 생긴 게 같아서 알아보기 쉬웠다.

    “저 절벽이 일종의 보스 몬스터라고? 우린 시계 돌기 전에 보스몹 피해서 저 문 통과하면 되는 거고?”

    소서정은 여전히 엎드린 채 물었다.

    ‘그림자 안 튀어나오게 움직일 자신 없어서 저러고 있는 건가?’

    이단우는 팀 마법사의 민첩성 훈련을 못 시킨 게 한이었다.

    어쨌든 그가 핵심을 짚긴 했다. 단우는 칭찬했다.

    “시계는 신경 끄라고.”

    “…….”

    “이 방이 던전이면 클리어 조건 채워야 저 문 열리겠지. 닫힌 문 너 어떻게 열래.”

    “보스를 깨거나 던전핵을 파괴한다?”

    소서정이 일반 던전에서의 상식을 말했다.

    ‘이 새끼는 왜 남의 말을 안 듣냐.’

    “넌 내 말 귓등으로 들어? 내가 들어오기 전에 뭐랬어.”

    “…그만 구박할래? 네가 물어봤잖아?”

    차우원이 고개를 흔들며 웃었다.

    “단우가 던전 보스 죽이지 말라고 했지. 근데 여기 던전핵 아무래도 보스가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안 죽이고 통과할 방법이 있어?”

    “어.”

    단우는 옆 바위에 숨은 기희윤을 돌아봤다. 이단우가 발로 차서 숨겨 놓은 그는, 그거 맞았다고 힐링 포션을 처마시고 있었다……. 그러더니 뭐가 답답한지 뺨을 긁적이다가 얼굴을 덮은 아이템을 북 벗겨 냈다.

    원래의 날티 나는 얼굴로 돌아온 기희윤이 웃으며 물었다.

    “왜?”

    ‘뼈라도 부러졌냐?’

    단우는 화를 참았다.

    ‘지금 부상 입히면 공략 힘들다.’

    “쟤가 보스 세뇌해서 이 방 ‘클리어 상태’로 만들 거야.”

    “으응?”

    “‘던전 안 던전’이 <최후의 던전>의 메인 구조 같지. 통과하라고 관문 하나씩 던져 주니까 구조는 직선형이고. 앞으로도 방 나오면 저거 보스몹한테 던져서 클리어한다.”

    “으으응?”

    ‘저 새끼 <인형화> 파생 효과는 몬스터한테도 통한다.’

    이성 잃은 성검 강탈자도 무력화시킨 능력이다.

    과거 이단우는 청연에서 도망치는 기희윤을 쫓았다. 그리고 그가 청연의 헌터들을 <인형화>로 제압해서 나가는 모습을 봤다.

    기희윤의 손이 이마에 닿는 순간, 저항 스탯 A 미만인 헌터들은 허수아비처럼 제자리에 굳었다.

    기희윤이 청연에 침입하기 전까지, 이단우가 하던 일은 두 가지뿐이었다.

    차우원을 떠올리는 것과 <최후의 던전>을 되풀이해 생각하는 것.

    그 던전을 깨려면 관문을 우회해야 했는데, 이단우에겐 방법이 없었다.

    기희윤이 나타나기 전까지.

    ‘…….’

    이단우는 저 새끼를 대체할 방법을 찾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없었다.

    과거의 이단우는 새 팀원을 검증하고 경험치를 먹이느라 시간을 썼다. 그 당시 외부의 오염 정도가 지금과 같았다. 땅이 파이고 기상 이변이 찾아왔다.

    그러나 그때보다 지금 더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건 살아남은 사람들 때문이다.

    이단우는 과거로 돌아왔다. 그가 죽였던 사람들이 살아서 <종말 방어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었다.

    이단우는 정말로 더 이상의 희생은 필요 없었다.

    그는 조급함을 다시 눌렀다. 이 던전에서만큼은 서두르는 게 조금도 도움 되지 않는다.

    기희윤이 뺨에 손을 올리더니 고개를 갸우뚱했다.

    “난 던전 공략 처음이야. 초보자한테 에이스 역할 맡기면 그 팀 망하지 않을까?”

    ‘성검 가진 놈도 제압한 새끼가 변명이 많다.’

    스킬은 독보적이고 몸 쓰는 재주도 있는 놈이다. 과거에 경험치 쌓는 시간 없이 <최후의 던전>으로 끌고 갔어도 이 새끼는 쓸 만했을 것이다.

    힐러인 권준홍은 말할 것도 없었다.

    ‘어차피 힐러는 보호받는 직종이다.’

    죽지 않고 살아남는 게 힐러의 미덕 아닌가? 권준홍은 몸은 둔해도 내구도는 좋았다. 몇 대 맞는다고 골로 안 간다. 맹해 보이는 것치고 멘탈도 좋아서 쉽게 패닉에 빠지는 법이 없다.

    그가 정신을 놓고 있었을 때는 배지슬이 죽은 직후밖에 없었다. 이단우가 몇 대 패서 밖으로 끌고 나온 뒤 목표를 심어 주자, 그는 꺾이는 법 없이 <최후의 던전>을 끝까지 돌파했다.

    그리고 힐러는 생존력과 멘탈만 있으면 기본은 하는 법이었다.

    ‘이 둘은 괜찮다.’

    약간의 경험이 필요할 뿐이다.

    그리고 그 경험은 1, 2차 관문에서 쌓을 수 있을 터였다.

    과거 <이단우 팀>이 진입한 시점과 외부의 오염도가 비슷하다는 건, <최후의 던전>의 난도도 이단우가 기억하는 그대로일 거라는 뜻이었다.

    이단우는 이곳에서 팀원을 보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곳엔 차우원이 있었다.

    “에이스 역할은 차우원이 맡을 테니까 넌 걱정 말고. 차우원 탱킹도 가능해. 쟤가 너 호위할 거야.”

    “내가?”

    차우원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신뢰감이 드는 목소리로 기희윤에게 말했다.

    “그래. 제대로 호위할게. 걱정하지 마.”

    “으으으응?”

    ‘저 새끼 우리보다 나이 많지 않나?’

    그러나 기희윤이 누구에게 반말을 듣든 쌍욕을 듣든 이단우가 알 바 아니었다. 오히려 차우원은 말끝마다 쌍욕을 붙일 자격이 있는 놈 아닌가?

    차우원에게 기희윤 경험치 이벤트를 맡기고 단우는 권준홍을 맡았다.

    “저 둘 보내게 우리는 어그로 끌자.”

    “네?”

    권준홍이 품속에서 맹하게 이단우를 올려다봤다.

    그가 신입임을 감안해서 단우는 풀어서 설명했다.

    “지금 땅 울리는 거 느껴지지. 쟤네가 뭘 봤는지 모르겠는데 긴가민가하면서 이리로 오는 것 같거든. 우리가 흩어져서 어그로 끌어야 저 둘이 보스몹에 접근 가능하니까, 잘해 보자.”

    소서정이 바위 너머를 힐끗거리며 속삭였다.

    “……나 마법사고 쟤 힐러거든?”

    “알아. 넌 왜 처음 듣는 소리처럼 반응해? 다른 던전에서 몇 번 해봤잖아.”

    “그 던전은 B급이었잖아!”

    “쟤네도 B급 몬스터야.”

    “B급 던전은 보스몹이 B급이야!”

    “누가 모른대?”

    몬스터 앞에서 ‘나 잡아가라’ 서 있어야만 어그로가 끌리는 게 아니다. 몬스터 성향에 따라 어그로 핑퐁은 후방에 숨은 원거리 딜러에게도 잘 튀었는데, 소서정은 어느 던전에서든 한 대 맞는 법 없이 잘 도망 다녔다.

    ‘자기 몸은 잘 챙긴다.’

    걱정할 건 권준홍이다.

    힐러는 어떤 클래스보다 타고난 재능이 다인 직업이었다. 그러나 그 재능이 위기 앞에서 벌벌 떠느라 발휘되지 못하면 그건 그 사람이 가진 능력이라고 할 수 없다.

    소서정과 강울림이 일 년간 실전을 구르며 키운 담력을 단숨에 따라잡으려면 특별한 위기가 필요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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