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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인성 교육-136화 (136/170)
  • 136.

    이단우는 차우원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손발이 저리고 어지러웠다. 단우는 바닥으로 고꾸라질 듯했다.

    그러나 이미 몸이 누워 있어서 중심이 어딘가로 아득히 쏠리는 느낌만 들었다. 멍해지는 단우를 차우원이 강하게 잡았다. 이단우의 중심을 강제로 자신에게 끌어당긴 채, 그는 어딘가 괴로운 사람처럼 말했다.

    “답도 안 나오는 문제를 계속 생각하니까 네가 아파지잖아.”

    ‘아니야.’

    모든 문제에는 답이 있다. 그걸 가르쳐 준 차우원이 부정해서 단우는 혼란스러웠다.

    “뭐가 문제야?”

    차우원이 다시 물었다.

    그는 단우의 스승이고 보호자였다. 단우가 잘못된 판단을 하면 그는 수정해 줬다.

    그래서 단우는 던전 입장 전에도 전략을 말할 수 있었다. 차우원이 발언권을 줬기 때문에. 차우원은 들어 주기만 하고 채택은 안 했지만.

    -이의 있는 사람. ……단우가 불만이 있나 본데.

    -말해 봤자 안 들을 거면서 물어보긴 왜 물어봐?

    -아니야, 말해 봐. 게이트 넘어가면 전략 수정할 시간도 없는데, 팀원한테 목숨 걸고 불만 있는 작전 따르라고 할 수는 없지.

    -내가 뭐 언제는 불만 없이 게이트 넘어간 줄 알아?

    -단우 작전을 따르면 다른 팀원들 불만이 많을 거란 뜻이었어.

    차우원은 시도 때도 없이 열받게 굴었으나.

    그의 말은 옳았다. 마지막 한 번을 제외하고 틀린 적이 없어서 이단우는 늘 그에게 의지했다.

    ‘어떻게 하지.’

    단우는 답을 찾아야 했는데 자신의 모든 판단은 잘못됐다. 차우원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을 텐데…….

    “내가 너한테 성검을 빼앗았잖아. 내가 또 너를 죽일 거야.”

    단우는 숨을 헐떡였다.

    차우원이 한숨을 쉬었다.

    “지금 죽을 것 같은 사람은 단우 같은데…….”

    ‘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죽은 줄은 몰랐네. 죽은 사람처럼 보여?”

    차우원이 단우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댔다. 툭 닿은 이마가 떨어졌으나 차우원에게 짓눌린 가슴은 여전히 답답했다.

    “죽은 사람은 이렇게 따듯하지 않지.”

    그가 단우를 다시 끌어안았다. 단우는 자신이 아주 차가워진 채로 떨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차우원은 따듯하고 단단했다. 그의 품 안에 이단우의 모든 몸이 꼭 맞듯 들어갔다.

    이단우는 청연 개인실의 침대 위로 돌아간 듯했다.

    그러나 그 차우원은 죽었다.

    ‘……내가 죽였잖아.’

    누구한테 위로받고 있는 건가?

    단우는 혼란스러웠다. 그는 차우원에게 알려 주려고 했다.

    “넌 죽었어. 날 구하고 죽었잖아. 나 때문에, 내가 다 돌려주려고, 그래서 내가 과거로 돌아왔는데…….”

    그런데 죽은 차우원의 몸이 떨어졌다.

    그가 조용했다. 온기가 사라져서 단우는 다시 추웠다.

    ‘내가 뭐라고 했지?’

    살아 있는 차우원이 단우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단우는 소름이 돋았다. 몸에 피가 돌며 멍한 머리가 녹았다. 현실감이 돌아왔다.

    “……!”

    그는 차우원을 밀치고 일어나려 했다. 망가진 머리를 한 대 쳐서 고치고 뭐라도 변명을 하려고 했다.

    차우원이 이단우의 두 손을 잡았다.

    “단우야. 그만 때려. 왜 이렇게 손버릇이 험해.”

    “……?”

    단우는 그가 자신의 말을 못 들었나 싶었다.

    물론 차우원은 제대로 들었다.

    ‘이게 무슨 말이지.’

    생각했으나, 동시에 의문이 들었다.

    정말로 이게 무슨 말인지 자신이 모르나?

    이단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차우원을 보고 있었는데, 차우원은 어째서인지 그와의 첫 만남이 떠올랐다.

    ‘날 본 순간 울었지.’

    버스 뒤쪽에 앉아 있던 하얗고 예쁘장한 이단우가, 눈이 마주친 순간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가 넋이 나간 것처럼 자신을 쳐다봐서 차우원은 자신이 그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나 싶었다.

    그러나 이단우 같은 얼굴을 전에 봤다면 잊었을 리 없다. 시선이 가고 망막에 맺혀서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는 외모였다. 그런 얼굴인데도 그리운 사람을 다시 만난 것처럼 친근했다.

    이단우의 태도도 그랬다.

    그가 경찰차 안에서 대뜸 가슴을 더듬어서 차우원은 얼마나 당황했던가?

    ‘그때도 울었지.’

    그날 울 사람이 있다면 강도 정도가 아닐까 싶었는데, 이단우가 눈만 마주치면 울어서 차우원은 그가 어디 아픈가 했다.

    이단우는 차우원을 대련에서 이길 만큼 건강했지만…….

    차우원은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맥박을 확인했던 거였나?’

    이단우는 스승님을 봤을 때도 울었다.

    -단우랑 이전에도 본 적 있으세요?

    -아니? 그랬으면 걔가 너희 팀이었겠어? 내가 청연 데려왔지.

    ‘못 데려가셨을 텐데.’

    차우원은 생각했으나 그때도 궁금하긴 했다. 이단우가 스승님을 어떻게 아는지. 그는 팬이라고 했지만, 그의 반응은 일반적이지 않았다.

    단우는 남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스승님께는 ‘전대 영웅들 늙고 쓸모없다’는 자신의 발언을 들려 드리기 싫어했다.

    스승님의 반응을 신경 썼다.

    이단우가 특별 취급을 하는 상대는 스승님만이 아니긴 했다.

    차우원은 그가 팀원을 모으는 기준이 의문이었다.

    강울림은 센터에 길게 있지 않았다. 차우원이 그를 바로 기억해 내지 못할 정도였다.

    ‘단우가 울림이를 어떻게 알지?’

    차우원은 그것부터 궁금했다.

    센터와 길드의 인재 독점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 우수한 지망생을 찾으면 잡아넣고 놓아주지 않는 두 세력에서도 그가 사라진 뒤 행방을 찾지 못했다.

    이단우는 그의 위치를 알았다. 그뿐 아니라 불법 업소에서 빼돌리겠다는 계획까지 세우고 잠입해서 차우원은 그를 따라가기만 하면 됐다.

    그곳에서 만난 강울림은, 별로 팀원으로 받아서 유용할 것 같은 상대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단우는 그를 받아 교육시켰다.

    차우원도 곧 깨닫게 됐다. 강울림은 이십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탱커다.

    그다음 영입한 소서정은 센터 시절부터 이름난 연수생이긴 했다. 그러나 재능만 믿고 노력하지 않는 부류였다.

    ‘상위 헌터로는 활약하겠지만, 최상위 랭크에서는 어렵지 않을까.’

    차우원은 그렇게 생각했고 그를 별로 신경 쓰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단우는 소서정이 이림에서 빠져나오게 만들었다. 그의 성격을 어지간히 잘 알지 않고서야 시도할 수 없는 방법으로. 그리고 소서정은 자발적으로 수련하게 되었다. 노력하는 소서정은 원거리 딜러로서 이 이상 기대하기 힘든 활약을 보였다…….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이단우는 헌터계와 아무런 접점도 없이 성장했는데.

    그 외에도 이단우에겐 출처를 알 수 없는 정보가 많았다.

    차우원에게 이단우는 수수께끼였다.

    -네가 성검의 주인이었을 때. 전부 완전했을 때.

    의문으로 꼬여 있던 실타래를 풀 하나의 매듭을, 차우원은 방금 들은 듯했다. 그렇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건 말이 안 된다.

    “…….”

    생각이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아서 차우원은 끊었다.

    상태가 안 좋을 때 이단우는 아무 말이나 한다. 지금 단우의 상태는 명백하게 좋지 않았는데, 차우원은 그의 말이면 무엇이든 믿으려 드는 나쁜 버릇이 있었다.

    그 둘이 만나서야, 이단우가 다시 약을 하는 것 같은 최악의 결과나 만들어지지 않던가?

    차우원은 생각을 유보했다.

    실은 이단우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차우원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이단우가 스스로를 해치지 않게 막는 것이다.

    “단우야. 내가 너한테 부모님 얘기한 적 없지. 난 네 뒷조사도 멋대로 했는데, 공평하지 않았던 것 같다.”

    “……?”

    “내가 어머니 얘기는 듣는 거 지겨워한다고 말한 적 있나?”

    “뭐?”

    이단우가 스스로를 때리는 걸 잊은 듯해서 차우원은 다행이었다.

    이제 문제는 자신이었다.

    ‘단우가 들으면 실망할 텐데.’

    “나도 그분을 존경해. 세상을 구한 분을 존경하지 않을 수는 없지. 지금보다 더 좋아해야 한다고도 생각해. ……아마 내가 다른 사람의 자식이었다면 그럴 수 있었을 거야. 하지만 난 태어났을 때부터 어머니 이름을 들어 왔거든.”

    차우원은 누구에게도 이런 얘기를 할 생각이 없었다. 욕먹을 소리를 나서서 할 필요는 없을 테니까.

    세상 모든 사람에게 하더라도 이단우에게만큼은 들려주기 싫었는데, 이단우가 ‘차우원을 성검의 주인으로 못 만들었다’고 괴로워해서 방법이 없었다.

    “어려서부터, 내가 다음 성물의 주인이 돼서 어머니 뒤를 이을 거라는 말을 내도록 들어 왔어. 스승님은 칭찬이라고 하셨지만, 난 스승님처럼 마음이 넓은 사람은 아닌가 봐. 줄곧 의문이었거든. 그건 저주 아닌가? 어머니는 <종말>을 막고 돌아가셨는데, 내가 그분 뒤를 따르려면 스물 몇 살에 요절하란 소린 아닌가.”

    이단우의 표정이 멍했다.

    ‘이게 무슨 소리지’라는 표정이어서 차우원은 쓴웃음이 나왔다.

    ‘이해 못 하겠지.’

    이단우는 어머니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니까.

    “사명감은 피로 내려오는 능력은 아닌가 봐. 난 그분 뒤를 따를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어. 그런데 성물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리가 없지.”

    “…….”

    “단우야, 난 <종말>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아. 이 세상은 누군가 구하겠지. 그 사람이 나일 필요는 없잖아.”

    이단우가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는 ‘너 헛소리하고 있어’라는 표정이었다.

    상대의 생각을 알 만큼 차우원은 이단우를 보아 왔다.

    그가 남의 말을 듣는 사람이 아니어서 차우원은 그냥 말했다.

    “내가 <종말>을 막으려는 이유는 너야. 네가 <최후의 던전>에 들어가려 하지 않았으면 나도 들어가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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