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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인성 교육-135화 (135/170)
  • 135.

    청연 지원팀은 쓸 만해서 소서정의 빈자리를 한 턴은 메꿨다. 보이는 범위에 사망자가 없다는 걸 확인한 뒤 단우는 고개를 들었다.

    ‘하늘이…….’

    다시 해가 뜨지 않을 것 같은 기분 나쁜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몬스터 사체의 악취가 코를 찌르고 공기는 탁했다.

    지난 <종말>은 이렇게 빠르게 찾아오지 않았다.

    시민 대피를 돕던 경찰이 뛰어나왔다. 단우는 그 얼굴이 낯이 익었다.

    “이단우 헌터! 생체 반응 없습니다. 이 근방은 정리됐습니다. 다만, B구역에서 지원 요청이 들어왔는데요. 잘못하면 영역을 넘어 이곳까지 침범할 듯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잠시만요. 개별 지원 요청에 응답할 시간 없습니다. 길드장님이 소집을 요청하셨습니다. 지휘본에 합류해 주십시오. <차우원 팀>에 대한 정식 요청입니다.”

    청연 지원팀 팀장이 말했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차우원이 있는데.’

    단우는 경찰을 보며 생각하고 있었다.

    ‘어디서 봤지?’

    그가 죽었던 사람인지 살아 있는 사람인지 기억나지 않았다. 자신이 아는 얼굴인데…….

    경찰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이단우 헌터?”

    ‘닥쳐 봐.’

    단우는 시끄러운 성검에 명령했다.

    “살았어! 다 막아 냈어!”

    “이단우 헌터!”

    “<차우원 팀>이……!”

    “여기 봐 주세요!”

    단우는 뭐가 이렇게 시끄러운지 알 수 없었다.

    이단우는 주목받는 헌터가 아니었다. <차우원 팀>이 지나가면, 누구도 이단우를 쳐다보지는 않았다. 동경의 대상이 되는 건 차우원이었고 시선 받기 좋아하는 놈은 소서정이었으니까.

    이단우가 관심의 대상이 되었을 때는 팀원들이 <최후의 던전>에서 몰살당한 뒤였다.

    살아서 던전을 빠져나간 이단우가 마주한 건 던전 입구 위를 빙빙 돌던 수많은 드론이었다.

    그리고 시선들.

    -이단우 헌터?

    -왜 이단우가 혼자…….

    뭐가 머리 위를 지나가서 단우는 베어 버렸다.

    ‘드론.’

    세 대의 기계가 볼품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

    “이단우 헌터, 그건 촬영용 드론입니다!”

    기자가 놀라서 말했다. 그는 이단우 덕에 목숨을 구한 뒤 이곳이 특종 지역임을 깨달았다. 그의 연락에 본사에서는 촬영 지원을 보냈다. 도로가 막혀 사람의 접근은 불가능했으나, 드론 촬영은 가능하지 않겠는가? 이단우가 날개형 몬스터를 전부 처리해서 하늘길도 뚫려 있었다.

    드론이 약간 늦게 도착했으나, 4차 웨이브 방어 장면은 어떻게든 렌즈 안에 넣었다.

    ‘영웅의 탄생이다.’

    기자는 확신했다.

    마지막으로 이단우의 한마디만 담으면 완벽했다. 이 기사는 <종말 방어전>의 희망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단우가 드론을 다 파괴했다. 기자는 허망하고 놀랐으나 더 놀라운 일이 그 뒤에 일어났다.

    이단우가 갑자기 쓰러졌다!

    “……?!”

    “뭐 하는 짓이야!”

    “왜 사람을 공격해!”

    “이단우 헌터!”

    주변을 둘러싼 시민들이 아우성쳤다.

    ‘나 때문인가?’

    기자도 심장이 떨어졌다.

    그러나 물론 그건 기자의 잘못이 아니었다.

    이단우를 계속 주시하고 있어서, 차우원은 그가 고꾸라지기 전에 받아 낼 수 있었다. 파랗게 질린 이단우가 숨을 몰아쉬는 게 느껴졌다.

    ‘과호흡.’

    차우원은 센터 교육을 받은 엘리트였다. 헌터의 의무에는 민간인 구조 역시 포함되어 있다. 그는 일정 수준 이상의 응급조치를 교육받았다.

    “단우가 지쳐서요. 휴식이 필요해서 그런데, 지나가도 될까요?”

    차우원은 자신의 겉옷으로 단우를 감쌌다. 단우 성격에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할 리 없다.

    “이쪽으로 오세요! 여기가 병원입니다!”

    “길 비켜 드려!”

    생각 없이 로비로 나왔던 시민들까지 전부 몸을 피해서 길이 생겼다. 그러나 필요 없었다. 차우원은 이단우를 안은 채 몇 번의 스킬 사용으로 병원까지 이동했다.

    갑자기 사람이 눈앞에서 나타나서 간호사는 놀란 것처럼 보였으나, 두 사람을 알아보고 빈 병실을 내주었다. 차우원은 그녀에게 도움이 필요 없다고 말하고 문을 닫았다.

    헐떡이는 단우를 침대에 올리고 차우원은 그 위에 올라탔다.

    ‘뭐가 괜찮다는 거야. 안 괜찮잖아.’

    강울림을 봤을 때부터 단우는 괜찮지 않았다.

    강울림은 당황한 상태였는데 단우의 표정 때문이었다. 그가 공포에 질려 있어서, ‘야단맞겠다’라는 얼굴로 있던 강울림은 도리어 나서서 ‘내가 잘못했다’고 단우를 달랬다.

    효과는 없었지만.

    -능력도 없으면서 나대지 마.

    그건 이단우의 입버릇이었지만.

    사실 단우가 하고 싶어 했던 말은 ‘너희 자신을 보호해’다.

    이단우는 이상한 사람이었으나, 차우원은 그만큼은 이단우를 알았다. 관찰력 나쁜 사람도 차우원만큼 이단우를 보고 있으면 그 정도는 알았을 터였다.

    병원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은 순간에도 그래서 차우원은 이단우 생각부터 들었던 것이다.

    ‘단우가 충격받을 것 같은데.’

    이단우는 차우원과 다른 사람이다.

    <성검> 때문에 사망한 헌터만 수십 명이다. 강울림은 살아 있었다. 차우원으로서는 운이 좋았다 싶었으나 창백해진 이단우 앞에서는 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리고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났다.

    단우는 계속 괜찮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괜찮다고 말해서 차우원은 신경 쓰지 않는 척해야 했다.

    고백도 거절당한 사람이 짝사랑 상대에게 너무 집요하게 관심 갖는 건 아닌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팀원이 이 상태인데 동료가 신경 쓰는 건 당연하지 않나?’

    차우원은 단우의 코와 입을 막았다. 버둥대는 팔을 눌러 제압한 뒤 억지로 숨을 못 쉬게 막고 말했다.

    “단우야. 내 목소리 들려?”

    버둥대던 몸이 멈췄다.

    “천천히 숨 쉬어. 조금만 들이쉬고 길게 뱉자.”

    손을 떼자 간지러운 숨이 손바닥에 느껴졌다. 반항하지 못하게 붙잡은 손목은 맥박이 팔딱팔딱 뛰고 있었다.

    “……허억!”

    속눈썹까지 흠뻑 젖은 단우가 숨을 가다듬고 말했다.

    “…수면 부족이야.”

    그가 되지도 않는 소리를 해서 차우원은 헛웃음이 나왔다.

    ‘약한 모습 보이기는 죽어도 싫지.’

    “수면 부족으로 과호흡은 안 와. 단우야, 뭐가 문제야?”

    ‘뭐가 문제냐고?’

    단우는 이곳이 어딘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이 무슨 꼴을 보인 건지도 알 수 없어서 심장이 쉴 새 없이 뛰었다. 모든 게 문제인데 그걸 모르는 어린 차우원이 앞에 있었다. 이단우는 미칠 것 같았다.

    ‘누굴 원망해. 닥쳐. 생각해. 어린애처럼 굴지 말고. 네가 망쳤잖아…….’

    -생각해, 단우야.

    이단우에게 검술을 가르친 건 스승님이었으나 그의 전투 방법을 확정한 건 차우원이었다.

    차우원은 이단우를 훈련시켰다. 전투 상황에서는 전투만을 위해 순간 판단을 도출한 뒤 결과를 만들어 내도록.

    차우원에게 맞아 뼈가 부러지고 살은 부어오른 채, 대련장 바닥에 누워 이단우는 자신이 뭘 잘못 판단했는지 말했다.

    그러면 차우원은 이단우의 판단을 보완해 줬다.

    -큰 동작이 뒤에 이어지길래 빈틈을 보고 뛰어들었는데, 하려면 제대로 해야 했어. 판단이 느렸어.

    -아니지. 큰 동작이 이어지는 게 뻔히 보이는데, 맞으면 죽겠구나 판단하고 피했어야지. 애초에 판단부터가 틀렸잖아.

    -다 피하면 공격은 언제 해?

    -단우야, 네가 날 무슨 수로 공격해.

    -개자식아!

    그의 피드백은 개같았으나 그 시간은 이단우를 살렸다.

    차우원의 확언과 달리 이단우는 그를 이겼다. 스무 살의 차우원이었지만.

    생각하는 건 이단우의 유일한 능력이었다. 차우원이 만들고 훈련시킨.

    ‘생각해.’

    뭐가 가장 큰 문제지?

    청연 담당 지역을 할당받지 말아야 했다. 그랬다면 강울림은 부상당하지 않았다.

    차우원을 이단우가 설득할 수 있을 리 없는데, 섣불리 성물을 먼저 회수하지 말았어야 했다. 던전에서부터 차우원이 그걸 갖도록 했어야 했다.

    어차피 성물 쟁탈전이 진행될 거였다면, 본래 순서대로 차우원이 성검을 공개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차우원이 쓸데없이 높은 도덕심과 자제력으로 ‘내가 성검을 중간에 가로채는 건 아니지’ 따위의 생각을 못 하게, 먼저 성검부터 쥐여 줘야 했다!

    결론이 나와서 단우는 인벤토리를 열었다.

    ‘애초에 이것부터 해야 했잖아.’

    단우가 차우원의 가슴팍을 잡고 끌어당겼다. 차우원은 단우 위에 있었다. 이단우를 깔아뭉개지 않으려면 빈손으로 단우 옆을 짚을 수밖에 없다.

    차우원은 그렇게 했다.

    그 손에 단우가 <성검>을 밀어 넣었다.

    “……!”

    파지직!

    두 사람이 움찔한 건 동시였다.

    스파크와 함께 거부 반응이 일어났다. <성검>이 차우원을 밀어냈다.

    “아프잖아, 단우야…….”

    차우원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럴 리 없어.’

    단우는 심장이 너무 뛰었다.

    ‘말도 안 돼.’

    “헉…….”

    숨이 가빠지고 눈앞이 까맣게 변했다가 밝아졌다. 그런데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따위 건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은 전투 상황이 아니다. 몸의 반응을 신경 쓰는 것보다 대책을 떠올리는 게 중요했다.

    -생각해.

    차우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단우는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알아야 했다.

    그런데 차우원의 손이 얼굴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아!”

    “단우야, 그만 생각해. 넌 생각이 너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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