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 인성 교육-134화 (134/170)

134.

한편 청연 지원팀은 헬기로 이동 중이었다.

“우리만으로 괜찮을까?”

“길드장님이 괜찮다고 하셨잖아.”

“길드장님은 차우원 헌터라면 그냥 믿으시잖아?”

“그럼 아까 항의하든지. 우리 말고 또 누굴 더 보내? 지역 방어는 안 해?”

걱정하던 딜러가 입을 다물었다. 팀원의 반응은 신경질적이었으나 이해 못 할 바가 아니다. 실은 딜러도 초조했기 때문에 나오는 대로 말했던 것이다.

그들은 말없이 창밖을 쳐다봤다. 검붉은 하늘은 마치 멍이 든 듯했다.

<최후의 던전>이 열렸다. 던전이 다시 닫힐 때까지, 하늘은 제빛을 찾지 못할 것이다.

가장 뛰어난 헌터들이 속한 팀은 누가 뭐래도 공격대였으나, 지원팀 역시 청연 소속이었다. 살면서 우수하다 소리를 안 들어 본 사람들이 없다.

그들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았다. 덜덜 떨리는 손을 맞잡고 심박을 늦추려 노력했다. 긴장하면 근육이 굳고 반응이 느려진다. 그들이 가야 할 곳에서 얼타고 있다간 목숨이 달아날 것이다.

지원팀 하나로 두 개의 던전 브레이크를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으나, 피해는 최소화해야 하지 않겠는가.

‘팀 하나는 아니지. 그곳에는 <차우원 팀>이 있으니까…….’

딜러는 심호흡을 하며 긴장을 풀기 위해 노력했다. 막막한 작전 지역임은 분명했다. 청연도 여유가 있었다면 제대로 된 공격대를 보냈을 터였다.

그러나 불가능했다. 던전 브레이크는 한두 군데서 일어난 게 아니었으니까.

<최후의 던전>은 확장하는 던전이었다. 열리면 주변 게이트에 영향을 미친다.

평범한 던전과는 달랐다. 일반 던전이 외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은 ‘던전핵’ 숙성을 통한 던전 브레이크뿐이다. 그마저도 외부의 다른 던전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후의 던전>은 숙성 기간이라는 게 없다. 열리는 즉시 그 주변 환경에 변화를 일으켜, 땅과 하늘을 오염시켰다.

던전핵의 숙성 과정이 외부로 진행되는 듯한 던전이었다. 마력이 뻗어 나가며 일대를 점령해 간다. 인간이 살 수 없는 땅으로 만든다. 말 그대로 침략이다.

그 영향은 주변의 게이트에도 미쳤다. 본래 위험하지 않은 게이트들이 마력에 반응해 연쇄적으로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킨다. 그렇게 터진 게이트 중 <차우원 팀>의 담당 구역만 두 개였다.

‘역시 무리잖아.’

수적으로 말도 안 되게 열세다.

딜러는 7년 차 헌터였다. 현장 경험도 무시 못 할 정도로 갖췄다고 자부했다. 그런데 그의 감각이 ‘막을 수 없다’고 알리고 있다. 민간 피해는 상상하기조차 싫고, <차우원 팀>의 생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위급 경보를 받은 청연 길드장이 말했다.

-근데 그 팀 이단우가 성검 가지고 있거든?

-예? 성검 소유권을 인정받은 겁니까? 아니, 그렇다고 해도 이단우 헌터는 혼자잖아요.

-던전 브레이크 방어전은 시가전인데요? 한 명이 시민 백 명 구하는 건 물리적으로 무리라고 하셨잖아요? 그러니까 방어전 인원은 넉넉할수록 좋다고, 저희한테 가르친 분이 누구신데…….

-누가 가르쳤는지 잘 가르쳤네. 내가 그것도 생각 안 했겠어? 지원팀 하나가 가서 좀 도와줘 봐.

-지원팀 하나면 인원 다섯인데요?

-수가 엄청 늘었네요! <차우원 팀> 네 명에서 아홉 명이 되니까요!

지원팀은 투덜거리면서도 헬기로 달려갔다. 길드장의 명령이다. 그들은 길드장을 존경했다.

‘어떻게 되든 <차우원 팀>만은 살려서 돌아와야 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목표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 팀에는 길드장이 사랑해 마지않는 제자와 성검의 주인이 있다.

<차우원 팀>이 경험 많은 베테랑으로 구성되어 있었다면 이런 걱정도 하지 않았을 터였다.

지킬 사람이 있는 방어전에서, 사명감 있는 헌터들은 종종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더 많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를 위험에 던져 넣는다.

그들이 출발하기 전, 차우원의 동생이자 길드장의 두 번째 제자인 차치원이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

청연 길드원들이라면 차치원이 형을 얼마나 동경하는지 알고 있었다. 덕분에 이단우에게는 이상한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는 모양이었으나, 아무튼 그들은 차치원이 길드장에게 지원을 더 받아 내주지 않을까 기대했다.

-스승님! 형의 공격대가 격전지에 고립됐다고…….

-어, 지원팀 보내려고.

-예? 지원팀이요?

-그 정도 지원이면 막겠지. 이단우가 성검도 가지고 있고.

지원팀은 ‘그게 무슨 상관인데요?’ 하고 차치원의 얼굴이 하얗게 질릴 걸 예상했으나, 차치원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아, 그렇군요……. 그러면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방어 대열 합류하겠습니다.

차치원은 싹싹하게 대답하더니 지역 방어로 돌아갔다.

-……?

딜러는 아직도 그 반응이 의문이었다. 형이라면 끔찍하게 여기는 동생 아니던가? 좀 징그럽다 싶을 정도로…….

‘이단우가 성검을 가진 게 뭐?’

물론 그도 영상을 봤다. 이단우가 대단한 검사라고 감탄했다. 검사라면 누구나 가슴이 두근거릴 만한 영상이었다. 그러나 딜러로서의 능력과 방어전에서의 활약은 다른 얘기가 아닌가.

“여기서 내려서 가는 게 낫겠다.”

지원팀 리더인 힐러가 판단했다. 허공에서 문이 열렸다. 그들은 옥상으로 낙하한 뒤, 가볍게 굴러 충격을 줄였다. 그리고 건물 사이를 달리기 시작했다.

‘뭐지?’

그러나 현장에 다가갈수록 이상했다.

“전방에 전투 흔적.”

“소탕 완료됐습니다.”

“생존 개체 없습니다.”

“이동합시다.”

멈춰 서서 분석할 시간은 없었다. 그러나 아티팩트로 생체 반응을 스캔하는 것만으로도 이곳의 전투가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음을 알 수 있었다.

구조할 대상도 없고 살아남은 몬스터도 없다. 시간이 지체될 일이 없어서 그들은 빠르게 이동했다.

그리고 곧 이상한 광경을 발견했다.

몬스터가 한곳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아니, 두 갈래……?’

정확히는 두 가지 경로로 이동하고 있다. 거의 질서정연하게 느껴질 정도여서 지원팀은 놀랐다.

“저게 뭐야?”

자세히 보니 탱커가 몬스터 무리 앞에서 <도발>을 사용하고 있었다.

좁은 골목이라 어그로 끌릴 곳이 탱커밖에 없다. 지능 낮은 벌레형 몬스터들이 탱커에게 달려드는 모양새였다.

‘유인해서 한 곳으로 모으려는 건가?’

그러나 <도발> 따위의 기본 스킬로 몬스터 웨이브의 방향을 조종할 수 있다면 누가 고생을 하겠는가?

벌레형 몬스터는 집단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움직임이 빨라 한번 민간인들과 엮이면 대형 피해를 입히는 종족이기도 했다.

‘되나?’

지원팀은 기대했으나 가능할 리가 없었다.

“역시 이탈하잖아!”

“막아!”

후방의 몬스터가 <도발>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경로를 이탈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지원팀은 그것을 요격하려 했다.

내려가선 안 된다. 어그로가 그들에게 끌린다! 유인 작전은 실패한 것처럼 보이긴 했으나, 그들이 망칠 수는 없었다.

그 순간 탱커 뒤에서 딜러가 튀어나오더니 몬스터 무리의 후미로 뛰어내렸다. 숨을 한 번 쉬는 동안 몬스터 십수 마리를 꿰뚫고, 건물 벽을 타고 다시 탱커 뒤로 이동했다!

“……!?”

경로를 벗어나려던 후방의 몬스터들은, 강력한 적의 등장에 정신을 빼앗겼다.

지능 낮은 몬스터의 행동 방식은 단순하다. 강한 적을 최우선으로 경계한다. 살아남고자 하는 것은 모든 생물의 본성이니까.

“<도발>!”

탱커가 스킬을 사용했다. 방패에서 스킬진이 빛나고, 그러자마자 탱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탱킹을 안 하잖아?!’

지원팀은 돌아가는 상황을 깨달았다. 저 탱커는 스킬만 사용하고 도망치고 있다!

그리고 어그로가 풀릴 만하면 딜러가 후방을 공격해 다시 어그로를 유지하는 것이다.

좁은 골목이어야 하는 이유는, 몬스터의 이동 경로를 제안하기 위해서만이 아니었다. 딜러가 벽을 타고 몬스터의 머리 위로 도망쳐야 하기 때문에…….

“저게 무슨 미친 짓이야?”

지원팀 딜러는 저도 모르게 말했다.

그런데 그 짓이 어떻게 잘 돼서, 양 갈래로 나뉜 탱커와 딜러 조합 두 쌍은 잘도 몬스터 떼를 한 곳으로 유인하는 데 성공했다!

“단우야, 나 도착했어.”

‘차우원?’

지원팀은 우측 골목의 딜러가 아무래도 차우원인 것 같다는 사실까지 확인했다. 보고하듯 말하는 단정한 목소리가 그들 귀에 익었다.

얼굴은 확인할 수 없었다. 몬스터 이동 경로를 따라 옥상을 달리느라 그들도 다리가 바빴다!

“10초 뒤에 밀어 넣어! 한 대 찍을 수 있지?”

좌측 골목의 딜러가 소리쳤다.

“해 볼게.”

차분한 목소리가 대답했다.

‘뭘?’

지원팀 딜러는 생각했다.

1, 2, 3…….

지원팀도 따라서 마음속으로 초를 세고 있었다. 10초가 되는 순간…….

가장 먼저 두 골목이 모이는 사거리로 나온 건 차우원이었다. 그의 검이 바닥을 찍었다.

쾅!

<최후의 던전>의 영향에, 오염되기 시작한 지반은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그곳으로 몬스터 떼가 모여들었다. 검은 등껍질이 반들거리는 벌레 떼가 무너진 구덩이로 쏠려, 저들끼리 엉키고 서로를 기어오르며 한데서 바글거리는 꼴이 지원팀의 눈에 들어왔다.

“……!”

“소서정!”

“한 번이야! 더 마력 없어!”

지원팀 맞은편 옥상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사람 키만 한 스태프가 땅을 찍고, 거대한 스킬진이 허공에 떠올랐다. 거기서 불어오는 바람이 지원팀의 머리카락마저 뒤로 펄럭이게 만들었다.

그다음은 열기뿐이었다.

스킬진에서 튀어나온 화염으로 이루어진 용의 형상이, 마치 창처럼 구덩이에 꽂혔다.

“……!”

“……4차 웨이브 없다고 말해 줄래? 나 마력 바닥까지 긁어 썼거든?”

“다음 웨이브 오고는 있는데, 서정이는 쉬어도 되겠다. 지원팀 왔어.”

차우원이 위를 보며 말했다.

지원팀은 서로를 돌아보고 아래로 뛰어내렸다.

“……지원팀입니다! 저희는 뭘 하면 될까요?”

건물 안으로 피신해 있던 시민들이 창에 이마를 박고 그들을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너희가 뭘 하냐’는 표정들이었다…….

물론 지원팀도 자신들이 뭘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숟가락 얹고 있는 거 아닌가?’

불구덩이에서 기어 나오려는 몬스터 하나를 꿰뚫어 절명시키고, 이단우가 지원팀을 돌아봤다.

‘이 사람이 이단우.’

지원팀은 짧게 전율했다.

사실 그들이 받은 지시는 하나가 아니었다.

첫 번째가 <차우원 팀>에 대한 지원이었다면, 두 번째 지시는…….

-그리고 끝나면 여기 와줄 수 있는지 좀 물어봐 봐. 이단우 헌터랑 상의할 게 있어서 말이야.

지원팀은 그 말을 ‘잘 보호해서 데려와라’쯤으로 이해했으나.

‘보호 때문이 아니었어.’

<종말>이 불러오는 이상 사태는 이제 시작이었다.

이들이 필요한 건 <종말 방어전> 전략 수립을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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