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 인성 교육-132화 (132/170)

132.

단우가 외쳤다.

“던전 브레이크야!”

“……!”

차우원도 마력 반응을 느꼈다. 그도 창틀을 뛰어넘었다. 건물 3층은 헌터가 떨어져서 죽을 높이는 아니었다.

탁!

그는 바닥에 착지하며 생각했다.

‘하지만 이 주변은 위험한 던전이 없었을 텐데?’

그러나 한가하게 생각할 틈이 없었다.

끼에에에엑!

소름 끼치는 울음소리와 함께 목 위에 사람 얼굴을 단 비행형 몬스터가 빌딩 사이를 활공했다.

교복을 입은 학생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다가 넘어졌다. 콘크리트 바닥에서 튀어나온 털 달린 팔이 그녀를 잡았다!

학생이 지하로 끌려 들어가기 전에 차우원은 몬스터의 팔을 잘라 버렸다.

“감, 감사…….”

“도망치세요. 건물 안으로.”

“예, 예!”

달려가는 학생 뒤로 소서정이 뛰어나왔다.

“이게 뭐야!?”

“서정아. 이 근처에 던전 브레이크 일어날 만한 던전이 있었나?”

“없어! 우리도 열심히 살펴봤거든? 던전이 두 개 있긴 한데, 둘 다 소규모에 숙성도 얼마 진행 안 된 덴데…….”

‘내 잘못인가?’

소서정은 덜컥 겁이 났다. 이단우가 제대로 관리하라고 했는데, 그가 뭔가를 잘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차우원은 비난하지 않았다.

“둘 다 터진 것 같다. 지원 요청하자.”

그가 차분하게 말해서 소서정은 패닉에서 벗어났다.

그런데 차우원이 뭔가를 보고 있었다.

‘뭐지?’

그가 보는 곳을 소서정도 봤다. 평범한 콘크리트 바닥이었다. 그게 꿈틀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

등껍질이 검은 소형 몬스터 떼가 대규모 이동을 벌이고 있다!

소서정은 솜털이 곤두섰다. 저게 몇 마리인지 셀 엄두도 나지 않는다.

꺄아아아악!

시민들이 혼비백산하며 도망쳤다.

모든 사람이 순간 패닉에 빠졌다. 그때 그들과 몬스터 떼 사이로 이단우가 떨어졌다. 움직임이 너무 가벼워서 ‘쿵’ 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그의 발이 바닥을 딛고 다시 도약한 순간, 그가 떠난 일대가 희뿌옇게 변했다. 몬스터 떼가 체액을 내뿜으며 일제히 배를 뒤집고 쓰러졌다!

“미쳤나 봐.”

소서정은 입이 벌어졌다. 그런데 이단우가 그를 노려봤다.

“뭐 해? 이건 네가 맡아야 할 거 아니야!”

“……민간인 통제나 해 주든가? 내가 거기 마법을 어떻게 쏘냐?!”

“입 뒀다 국 끓여 먹어? 피해 달라고 요청을 해!”

“아니……!”

‘요청하기 전에 네가 정리했잖아!’

소서정은 억울했다!

그들이 일대를 정리하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눠서, 혼이 나갔던 시민들도 정신을 차렸다.

그들 중 하나가 헌터들의 정체를 깨달았다.

“이단우다.”

“성검의 주인?”

“<차우원 팀>이다!”

“봐, 차우원 있어!”

“저쪽은 소서정이잖아!”

일대의 경보 시스템이 작동하며 시민들의 휴대폰이 경고음을 냈다. 혼잡한 상황 속에서 경찰이 스피커를 통해 내보내는 안내 방송이 들렸다.

-시민들을 즉시 가까운 건물로 이동해 주십시오. 던전 브레이크. 위기 등급 6. 다시 한번 안내드립니다. 외부에 계신 분들은 즉시 건물 안으로 대피해 주십시오. 비행형 몬스터가 상공을 배회하고 있습니다. 건물 옥상, 혹은 창가에 계신 분들은 안으로 몸을 숨겨 주십시오. 아…….

안내하던 경찰은 잠시 말을 잊었다. 시민들의 환호도 사라졌다.

‘하늘이…….’

처음에는 겨울이라 해가 빠르게 저물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해가 넘어간 뒤에도 빛이 남아 있는, 아름다운 보랏빛 하늘이 아니다.

탁하고 불길한 색이었다.

콘크리트 바닥 아래에서 불쑥불쑥 손이 튀어나왔다. 구멍 난 바닥을 피해 시민들은 비틀거리며 대피했다. 그러나 만들어지는 건 구멍이 아니었다.

일순간 땅이 쩍 갈라지며 도로와 도로를 분리했다. 그 아래에서, 악취와 함께 털이 난 짐승들이 기어 올라왔다.

수백 개의 휴대폰이 일제히 진동하며 경보음을 울렸다.

화면을 확인하지 않아도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종말>이 시작됐다.

<최후의 던전>이 열렸다.

* * *

한편 병원 앞에는 모 언론사의 기자가 취재를 나와 있었다.

‘성검의 주인이란 말이지.’

그는 어떤 영상을 떠올렸다. <성검 쟁탈전> 건물 외벽이 두부처럼 갈리고, 뚫린 벽 사이로 이단우가 착검하는 모습이 찍힌 영상이었다. 직후 도주하는 성검 강탈자를 차우원이 위에서 찍어 눌러 제압하는 모습까지.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건물 외부 CCTV에서 우연히 찍힌 그 영상은, 성검 도난 사건 이후 가장 많이 재생된 영상일 터였다.

해당 위치에 CCTV가 있다는 걸 떠올리고 영상을 확보한 동기는 보너스에 승진 확정이었다.

-저희가 다들 떨고 있는데, 차우원 헌터가 뚝 떨어져서 쾅쾅 하더니 이단우 헌터가 뎅강 하고 물리친 거예요.

건물 안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이 흥분해서 한 인터뷰까지 세트로 전파를 탔다. 비밀 보호 서약을 우회해 말하느라 정보 값은 0에 수렴했으나, 그들이 얼마나 상대를 숭배하고 있는지는 선명하게 전해졌다.

이단우의 영웅화는 순식간이었다.

그러나 기자는 의구심이 있었다.

‘성검 도난 사건으로 정부와 길드 할 것 없이 욕 배부르게 먹었지. 누구 하나 영웅 만들어서 관심 분산시키는 수작 아니야?’

정부는 결코 이런 식으로 <성검의 주인> 같은 타이틀을 인정하지 않는다. 차문경의 예시만 봐도 알 수 있는 일 아닌가.

이단우라는 헌터의 특색을 생각하면, 이런 사건을 무마시키는 용도로는 최적이었다.

‘다들 동정하고 대견해하던 젊은 헌터가, 성검 강탈자를 잡기까지 했으니까.’

함께 활약한 차우원의 호감도야 말할 것도 없었다.

차문경과 그 아들인 차우원, 전대 영웅팀과 길드는 한 묶음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정부와의 대립 탓이다.

그러나 전대 영웅들이 차문경을 배신했다는 논란으로 길드 연합의 이미지는 훼손됐다.

‘하지만 차우원이 성검 도난 사건을 해결했잖아.’

차우원은 역시, 차문경과 같은 길드 진영의 사람 아닌가?

이단우는 그 차우원의 팀원이다.

어디를 욕해야 할지 혼란스러우면 사람들은 ‘일단 지켜보자’고 생각하게 되기 마련이어서 여론은 폭발하지 않았다.

기자는 이걸 노린 영웅화가 아닌가 의심스러웠다.

‘물론 이단우는 훌륭한 헌터지만.’

영상은 짧았으나 보는 사람의 가슴을 뛰게 만들기 충분했다. 기자도 수십 번은 돌려봤을 터였다.

다만 영상 하나로 말이 나오기엔 <성검의 주인>이라는 상징이 너무 무겁다고 생각할 뿐이다.

‘말이 나올 만한 영상이기는 했지만…….’

기자는 병원 데스크로 향했다.

“ABS 기자입니다. 약속이 잡혀 있는데요.”

“5층으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입원실로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인터뷰를 허락하신 환자분만 만나 주세요.”

“물론입니다.”

기자는 로비를 지나쳤다.

<차우원 팀>은 팀원들도 하나같이 훌륭했다. 기자도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이었으나, 그들은 이미 구역 관리를 맡아 하고 있었다.

성검 강탈자는 이동 스킬을 갖추고 있었다. 파괴가 목적인 것처럼 짧은 거리를 이동하며 인명 피해와 건축물 피해를 입혔는데, 이동 경로 중 사상자가 없는 구역이 있었다.

-<차우원 팀>이 저희를 보호해 주셨어요. 성물 강탈자가 병원을 습격해서, 저희는 다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병원에 연락을 넣어 확인해 보자 의료진은 그렇게 증언했다.

기자는 자신이 정확히 무엇을 확인하고자 이곳에 왔는지 알 수 없었다.

회사에는 ‘<차우원 팀> 관리 구역은 성물 강탈자 막아 냈다는데요. 취재하고 오겠습니다.’라고 말하긴 했지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그는 ‘쿵’ 하고 몸이 울리는 걸 느끼고 주저앉았다.

성검 강탈 사건으로 사람들은 불길한 징조에 예민해져 있었다.

“흐아악! 뭐야, 또!”

“아니, 잠깐, 바깥에…….”

누군가의 숨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기자는 귀신같은 직업 본능을 발휘해 창가로 뛰어갔다.

그는 ‘성검 강탈자가 탈옥했다’ 정도의 바보 같은 시나리오는 떠올리지 않았다. 보다 이성적으로 판단했다.

비명을 지르며 병원 건물로, 또 아무 건물로 뛰어드는 사람들이 보였다. 경찰의 경보 안내가 거리를 울렸다.

병원 로비도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던전 브레이크!’

<차우원 팀>은 성검 강탈자는 막아 냈을지 몰라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취재하러 오길 잘했다!’

생각한 기자는 주머니를 더듬어 휴대폰을 꺼냈다. 임시로라도 사진을 찍어 놓을 생각이었다. 거기에 몰두해 하늘에서 그림자가 자신을 향해 낙하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고개를 들었을 땐 늦었다.

“으아아악!?”

기자는 그대로 날개 달린 몬스터의 발에 채여 허공으로 날아갔다! 그의 손에서 휴대폰이 떨어져 바닥에서 튕겼다.

그 모습이 기자의 미래 같았다. 아니, 떨어져 죽는다면 차라리 다행이었다!

사람 얼굴을 단 괴물들이 까마득한 상공에서 날갯짓을 했다. 바닥을 내려봐도 사람들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멀어진 도로와 괴물이 날아다니는 상공에, 사람이라곤 기자 자신뿐이었다.

기자를 낚아챈 괴물이 주둥이를 벌렸다.

끼에에에엑!

‘먹힌다!’

그는 차마 눈을 뜨고 있을 수 없었다. 심장이 펄떡거렸다. 그는 지금만큼 살아 있음을 느껴 본 적이 없었다. 이제 곧 이 삶은 끝나겠지만…….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악물어.”

“……!?”

기자는 반사적으로 어금니를 악물었다.

다음 순간 그의 몸이 자유 낙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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