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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인성 교육-125화 (125/170)

125.

이단우가 들어 올린 검은 눈부신 빛과 함께 총탄을 지워 버렸다. 동시에 총을 겨누고 있던 적들이 짚단처럼 쓰러졌다.

그 빛은 건물의 외벽까지 깨끗이 베어 버리고 사라졌다…….

다완 길드원들은 불길한 살기가 씻은 듯이 사라졌음을 알았다.

‘공기가 이런 느낌이었던가?’

밖에서 들어오는 찬 바람 때문이 아니다. 무언가 달라졌다.

벽과 바닥을 물들인 붉은 얼룩 같은 것이 일순간 이단우의 검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들은 검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희미하게 빛을 발하고 그치는 것을 멍하니 쳐다봤다.

그들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불길한 공간으로 걸어 들어왔는데, 그곳은 방금 전 안전한 곳으로 돌아왔다.

헌터들은 본능적으로 그 사실을 깨달았다.

쾅!

그러나 놀란 가슴이 가라앉기도 전에 또 일이 터졌다. 차우원이 도주하던 누군가를 깔아뭉갰다. 그 누군가는, 사용하려던 스킬이 가로막힌 충격에 바닥에 한 움큼 피를 토하고 있었다.

“잡았다.”

차우원이 제압한 남자의 턱을 꺾어 얼굴이 드러나게 했다.

다완 검사는 수배지에서 본 특징을 기억해 냈다.

“기희윤!”

“구속하겠습니다!”

정부 요원들은 호출을 받고 뒤늦게 도착한 차였다. 그러나 밖에서부터 소름 끼치는 마력과 함께 건물 외벽이 사라지는 광경을 봤다. 생각할 것도 없이 계단을 타고 올랐다.

그들은 무너진 잔해를 넘어가 기희윤을 덮쳤다. 그 뒤에서는 역시 호출을 받고 달려온 타 길드 소속 헌터들이 따라 들어왔다.

S급 범죄자 기희윤에게는 다섯 명의 요원이 붙었다. 그는 팔이 뒤로 꺾인 채 마력 구속구에 사지를 구속당했다. 그 상태로도 무슨 말을 하려 했으나, 입까지 막혀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길드 헌터들은 생존자를 수습하고 상황을 파악했다.

“리더, 부엌 직원 중 세 명의 행방이 묘연하다는데요.”

“찾아.”

“건물 무너질 것 같습니다.”

“민간인부터 내보내고. 인원 배분해서 각 층 돌자고.”

“민간인 피해자 반절이 중상자입니다. 부상 없이도 못 걷겠답니다.”

“넘치는 게 헌턴데 협조 요청해. 사망자는?”

“현장 ‘기희윤 팀’ 전원 사망입니다.”

“…….”

대답하던 다완 검사는 말문이 막혔다.

‘그렇겠지.’

그 일격에서 살아남았다면 오히려 놀라웠을 터였다.

그러나 시선이 무심코 이단우에게 향했다. 그는 몸에 익은 대로 상황 수습을 하고 있었으나 여전히 심장이 뛰었다.

그뿐 아니라 다른 길드원들도 그랬다. 다리가 풀려 주저앉은 민간인들도 이단우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다.

이단우가 다룬 건 성검이었다.

그가 성검의 주인이다.

‘아니지.’

다완 검사는 절차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단우는 아직 <성물 쟁탈전>을 거치지 않았다.

차문경이 성창의 주인이었으나 인정받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는 <성검>이 일으킨 폐해를 봤다. 이단우의 손안에서 성검은 정말로 성스러운 도구처럼 보였다. 그가 성검의 주인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그때 이단우가 성검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퍽!

“……?!”

* * *

‘이 새끼 잡았다.’

단우는 숨이 가빴다. 아드레날린이 뇌까지 퍼졌으나 흥분은 오래가지 않았다.

‘씨발!’

성검이 기뻐 날뛰며 손에서 떨어지려 들지 않았다. 이 지랄이 날 줄 알았기 때문에 이단우는 성검에 손끝 하나 대고 싶지 않았다!

원하는 것을 말해 달라고, 무엇이든 이루고 가질 수 있을 거라며 북돋는 소리가 고막이 아닌 뇌로 들렸다.

‘꺼져.’

이단우는 검을 내던졌다. 그리고 심장이 덜컥했다.

건물이 흔들렸다.

‘설마.’

무슨 건물이 수수깡으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검 하나 던졌다고 무너지겠는가? 헌터들이 뛰어다녀도 버티고 있었는데.

<성검>의 폭주가 멈추며 외벽부터 복구가 진행돼서, 건물은 무너지지 않았다. 충격에 비틀거리듯 뚫린 구멍으로 무너진 잔해를 떨궜을 뿐이다.

<성검>을 든 놈이 계단 쓰는 법도 잊어서, 그는 위층부터 주방 층까지를 일직선으로 뚫어 놨다. 덕분에 잔해가 떨어질 구멍이 길었다. 낙하 에너지 때문에 뭐라도 잘못 맞으면 골로 가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단우가 잊고 있던 인물이 구멍에서 떨어졌다.

“으아아아악!”

침묵 스킬의 영향에서 벗어난 이림 은퇴 길마였다.

그는 오랜 시간을 죽음의 공포에서 떨고 있었다. 그를 구하러 온 헌터들에게 살해당한다고 느낀 순간은, 목숨의 공포뿐만 아니라 다른 감정 때문에 버티고 있을 수 없었다.

그를 납치한 범죄자가 도망쳐 줘서 다행이었다. 그곳에 차문경의 아들과 그 팀원이 계속 남아 있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모른다. 잠시 뒤에는 그의 목을 막고 있던 아티팩트의 효능도 다했다.

이제 이 건물을 벗어나기만 하면 된다. 그는 떨리는 몸을 움직여 어떻게든 일어나려 했다.

간신히 살아남았나 했더니…….

발밑이 무너지며 그는 까마득한 구멍으로 떨어졌다.

‘죽는다!’

그는 죽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짧은 생을 마감하려고 차문경을 배신하고 살아 나온 게 아니다. 아니, 그건 배신이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탁!

지난 삶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치는데, 빠르게 위로 솟구치던 주변 광경이 어딘가 턱 걸린 듯 멈췄다.

“……헉!”

이림 전 길마는 폐가 짓눌리는 느낌에 헛숨을 들이켰다. 누군가 그를 붙잡았다!

“고, 고맙…….”

생명의 은인에게 인사하던 그는 다시 숨통이 막혔다.

“괜찮으세요?”

차문경을 닮은 얼굴이 보였다. 누구에게나 신뢰감을 주는 단정한 인상.

그 눈이 어떻게 냉정해질 수 있는지 이림 전 길마는 알고 있었다. 마지막 순간, 그의 팀장이 그런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지 않았던가?

그러나 차우원은 특별히 냉담하게 이림 전 길마를 노려보지는 않았다. 그가 한 걸음 물러나서 이림 전 길마는 마음이 놓였다.

‘그래, 믿을 리 없지.’

범죄자의 말을 믿고 전대 영웅인 자신을 의심할 리 없다.

게다가 저 범죄자는 정신계 헌터였다. 사람의 정신을 건드려 이용하는 것이 특기인 부류 아닌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아무 말이나 지껄였으리라 생각할 터였다.

자신은 이 사회에서 그만한 믿음을 받고 있다. 전대 영웅이라는 위광이 주는 힘이었다.

“이림 전 길드장님!”

자신도 얼굴을 아는 다완의 후배 검사가 놀라서 달려왔다. 이림 전 길마는 자신감을 찾았다.

그가 꾸짖었다.

“범죄자에게 인질을 잡히고 뭐 하는 짓인가? 구출이 이렇게 늦어? 그사이 사람이 죽으면 어쩌려고 그랬어! 내가 아니었으면 죽었을 테지. 요즘 헌터들은 필사적이질 않아, 무엇이 중요한지를 몰라! 힐러, 힐러는 어디 있나? 부상자를 치료하지 않고 뭐 해!”

“힐러 필요 없으신 것 같은데요. 말 잘하시는데.”

“아니, 지금 내 부상을 보고도……. 억…….”

이림 전 길마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이단우에게 목이 잡혔다.

강한 힘이 아닌데도 숨이 통하는 곳을 정확히 죄고 있어서, 입에서 바람 새는 소리도 빠져나가지 않았다.

이단우의 예쁘장한 얼굴에는 핏방울이 점점이 튄 채 말라 있었다. 이림 전 길마는 그게 언제 튄 피인지도 알았다.

자신을 찔렀을 때다.

인질로 잡혀 있는 자신을 보고도, 이놈은 범죄자를 잡아 세울 공을 우선시했다. 전대 영웅에 대한 존중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복부를 헤집은 서늘한 칼날이 아직도 느껴지는 듯했다…….

이 젊은 놈은 제정신이 아니다.

이단우가 표정 없는 얼굴로 이림 전 길마를 보며 물었다.

“차문경을 배신했어요?”

“컥…….”

이림 전 길마는 답하고 싶어도 입을 열 수 없었다. 그가 고개를 내젓자, 이단우는 손아귀의 힘을 풀었다.

“……컥, 허억! 아, 아니야! 지금 무슨 말을……. 저 범죄자의 헛소리를 믿나?”

“<최후의 던전>에서 차문경을 죽였어?”

“나는 영웅이야! 내가 종말을 막았어. 감히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것 같아?”

이단우는 듣지 않았다. 다시 목이 졸렸다.

‘이 미친놈은 정말 죽인다!’

이림 전 길마는 이단우의 팔을 긁으며 고개를 돌렸다. 자신의 편을 찾아야 한다. 이 무도한 짓을 막아 줄 놈을…….

그러나 눈앞이 희끄무레했다. 복부의 출혈 때문에 그의 몸은 제 상태가 아니었다. 범죄자가 도주한 뒤 힐링 포션을 마셨으나 조치가 늦었다. 포션은 상처가 아물도록 도와주었으나 없는 피를 채워 주지는 않았다.

이단우의 손이 풀렸다.

“……헉! 쿨럭, 쿨럭……!”

“네가 차문경을 죽였어?”

이단우의 목소리는 고저가 없었다. 이 상황을 영원히 반복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무도 그를 막지 않았다. 이림 전 길마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믿기지 않았다.

‘……이미 다들 알고 있나?’

공포가 그의 가슴팍을 파고들었다.

<최후의 던전>을 나온 뒤로, 그가 가장 두려워하던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나?

“아니야.”

그는 다시 부정했으나 이단우는 믿지 않았다.

눈을 보면 알 수 있었다. 변명하지 않으면 그는 죽는다.

“아니야! 나는 그러자고 하지 않았어. 나는 반대했는데……!”

패닉에 빠져 내뱉고서야 그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았다.

주변의 모든 사람이 그를 경악에 찬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성검의 주인이 전대 영웅을 추궁하고 있다. 다급한 상황에도 사람들은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죽여 버리자.’

이단우는 머리를 거치지 않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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