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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인성 교육-112화 (112/170)
  • 112.

    성감에 목줄기가 오싹해졌다.

    정욕에 들떠, 초조해하는 차우원은 이단우가 아는 사람 같지 않았다.

    ‘당연하잖아.’

    그는 이단우가 모르는 사람이 맞았다. 스무 살의 차우원이었으니까.

    이단우는 스승님을 죽이지 않았고, 그들은 살을 맞댔다. 그건 사고였으나…….

    스무 살의 차우원이, 정욕을 다른 감정으로 착각하는 것도 당연하지 않은가?

    옷이 벗겨진 건 순식간이었다. 차우원은 단우가 했던 것과 같은 순서로 애무했다.

    입술을 핥고, 그 안을 핥고, 녹아내릴 것처럼 다정하게 턱과 가슴과 배와 그 아래에 입을 맞춰 나갔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달랐다. 시작 자세도 달라서 단우는 바닥에 쓰러져 등을 댄 채 다리를 벌리고 있었다.

    “잠깐…….”

    말리는 말은 소용없었다. 차우원의 머리가 다리 사이로 들어왔다. 단우는 헉 숨을 삼켰다.

    “……!”

    눈앞이 새하얗게 변했다. 자신이 온몸을 움찔거리며 두 무릎으로 차우원의 얼굴을 고정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그다음이었다.

    ‘미쳤어.’

    단우는 창백해졌다.

    그런데 차우원의 목울대가 넘어갔다. 입을 가리고 잠시 생각하던 그가 말했다.

    “맛은 없네.”

    단우는 눈을 의심해야 할지 귀를 의심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너 미쳤어?”

    “하하!”

    차우원이 허벅지 안쪽에 입을 맞췄다. 입술이 젖어 있었다. 단우는 질색을 하며 발로 그의 어깨를 밀었다.

    “그거 하지 마!”

    밀려날 리가 없는 힘이었는데 차우원은 순순히 뒤로 몸을 뺐다. 예상하던 반발력이 없어서 단우의 발은 그대로 차우원의 배를 치고 반동을 못 이겨 그 아래를 또 눌렀다. 발바닥에 닿는 감촉 때문에 단우는 다시 소스라쳤다.

    차우원이 신음했다.

    “아프잖아.”

    단우는 움찔했다. 그러니까 왜 봐주고 난리란 말인가?

    “움직이지를 말든가.”

    “발도 나쁘지 않기는 한데…….”

    “너 진짜 돌았어?”

    차우원이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달려들었다.

    “네가 약을 안 먹었잖아.”

    “아!”

    단우의 예민한 곳이 일순간 짓눌렸다. 몇 번을 연달아 자극당해, 눈앞에 불꽃이 튀었다. 차우원이 견딜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런데도 네가 흥분하잖아. 내가 만졌다고 이렇게 됐잖아.”

    “으으응…….”

    쾌감이 과했다. 그래도 차우원은 멈추지 않았다.

    “느껴져?”

    “……!”

    이단우가 느끼는 건 차우원의 감정뿐이었다. 그의 단단한 몸이 자신을 짓누르고, 쾌감에 진저리 치게 만들었다. 단우가 신음할 때마다 차우원은 기뻐하고 있었다. 자신이 더 흥분하고 안달을 내서, 단우의 뺨과 귀밑의 예민한 부분에 입술을 대고 숨을 불어 넣었다.

    “잠깐, 침대로 가서…….”

    “그래. 그러자.”

    차우원이 다정하게 말했다. 그러나 다정한 건 내용뿐이고 목소리는 그렇지 않았다.

    “다리 세울 수 있어?”

    “아…….”

    “어렵지, 한 번만 빼자.”

    “아!”

    단우는 진저리 쳤다.

    이단우가 흥분한다는 사실에, 차우원이 흥분하고 있었다.

    단우는 말해야 했다.

    ‘넌 착각하고 있어.’

    그러나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저린 쾌감에 결심은 휩쓸려 사라져 버렸다.

    차우원이 이단우에게 몰두하고 있지 않은가?

    단우는 그런 유혹에 저항하는 방법은 몰랐다.

    * * *

    침대에서 눈을 뜨자마자 단우는 생각했다.

    ‘미친놈이 양심을 팔아 버렸나…….’

    다리 사이는 쓰리고, 여러 번 빨린 곳은 부어 있었다. 허리 아래는 근육통까지 느껴지고, 살갗은 부드러운 이불에 닿아 있는데도 느낌이 이상했다. 그런데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몸이 따듯했다. 이마가 맨 가슴팍에 닿아 있어서, 자신이 차우원의 품에 안겨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눈을 뜨고 상황을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누군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으니까. 이런 짓을 할 사람이 또 누가 있겠는가?

    자신을 안고 있는 사람이 차우원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가, 바람이 빠졌다. 스스로가 믿기지 않았다.

    ‘거절했어야지.’

    스무 살짜리 팀원들은 하나같이 순진하기 짝이 없어서 이단우의 명령도 투덜대며 따랐다.

    그들은 이단우가 팀장으로서 따를 만한 인간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속도록 만든 건 이단우였으나, 스물네 살의 그들이었다면 이단우 같은 사기꾼에게 넘어갈 리가 없었다.

    이단우는 스무 살 팀원들이 얼마나 어리고 쉬운지 알고 있었다.

    다 알면서도 차우원의 착각을 정정하지 않고, 자신의 욕심을 차린 건 이단우였다.

    “일어났어? 내가 심했지. 밤까지 잘 줄은 몰랐는데.”

    이단우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차우원이 일어났다. 위는 맨몸이었으나 아래는 대충 바지를 꿰어 입은 채였다.

    매끄러운 등판에 이단우가 남긴 흔적이 보였다.

    단우는 속이 술렁거렸다.

    “치원이는 갔나 봐. 아침 사다 놓은 거 가져올게. 데우면 맛은 괜찮을 거야.”

    “차우원.”

    “아, 그렇지.”

    문을 열던 차우원이 침대로 돌아왔다. 매트리스를 무릎으로 누르고 그가 입을 맞췄다.

    “좋아해.”

    단우는 정신이 아찔했다.

    ‘뭘 하고 있나 했더니…….’

    연인 행세를 하는 게 아닌가.

    차우원은 들뜨고 행복해 보였다. 그야 스무 살짜리 어린애라면 제가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놈과 하룻밤을 보냈을 때 기분이 수줍기도 할 터였다. 그러니까, 그 상대가 약에 절지 않고 맨정신이라면…….

    그러나 이단우는 맨정신일 때가 없었다.

    차우원이 그걸 어떻게 알겠는가?

    차우원은 제대로 된 놈이었다. ‘너랑 내가 눈 맞아서 잤지만 우리는 아무 관계 아니지.’라고 넘어갈 놈이 아니다.

    ‘자기 전에 말했어야지.’

    이단우는 스스로를 후려치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알려 줘야 했다.

    “너 착각하는 거야.”

    단우는 진지하게 말했다.

    “……?”

    차우원의 움직임이 멎었다. 어리고 성실한 얼굴이 어리둥절한 채 단우를 쳐다봤다.

    단우는 가슴이 죄책감으로 따끔거렸다.

    하지만 설명해야 했다. 이제 자신도 알았다. 머리 좋고 계산도 되는 차우원이 왜 성검을 못 갖겠다고 자기비판을 하고 앉아 있는 건지.

    “나도 이해했어. 네가 왜 성검 못 갖겠다고 하는지 알았다고.”

    “아, 정말? 아닌 것 같은데.”

    차우원이 팔짱을 꼈다. 단우는 무시했다.

    “평범한 사람들한테는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보다 가치 있을 수 있지. 연애 상대를 일 순위로 두라고 미디어에서 세뇌하기도 하고.”

    “그래……. 단우 생각은 다르구나.”

    “아니, 내 생각은 상관없고. 연애 상대를 일 순위로 두든 십 순위로 두든 너 알아서 하는데, 당장은 너랑 관계없다고.”

    안 행복해 보이는 얼굴이 된 차우원이 물었다.

    “왜 그럴까?”

    “네가 말한 대로 우리가 이 짓 몇 번 했지. 착각할 만해. 근데 네가 느끼는 거 성욕이야.”

    “……?”

    차우원이 떨떠름하게 말했다.

    “그거참 놀랍긴 하다. 단우가 내 속도 들어갔다 나오네. 날 그렇게 쓰레기로 아는 줄은 몰랐는데…….”

    ‘……?’

    이단우가 말하는 건 자신이 쓰레기라는 거였다.

    “아니, 정반대지.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자고 먹고 싶어 하는데, 그건 그냥 인간의 욕구잖아. 욕망이라고 안 하지. 그게 걸림돌이 되면 성물은 아무도 못 갖게? 그 정도 미약한 정욕은 네가 성검 갖는 데 어떤 지장도 안 돼.”

    차우원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래……. 내가 착각을 했네. 단우는 누구나 보면 만지고 싶을 만큼 유혹적인데.”

    “짜증 나게 하지 말고.”

    ‘이 자식 알아들었다.’

    한 대 치고 싶게 구는 걸 보니 확실했다.

    차우원이 이단우를 좋아할 리 없다. 지금의 이단우는 차우원이 내도록 시야에 두고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모자란 놈이 아니었고, 전처럼 동정해 마지않게 불쌍한 놈도 아니었으니까.

    차우원은 불쌍한 놈에게 더 다정해졌는데, 이단우는 친척도 엿 먹이지 않았는가?

    <육영>을 얻은 뒤로는 약 없이 비정기 던전을 깼고 성검 든 차치원도 때려눕혔다.

    동정할 상대가 아니다.

    ‘괜찮아.’

    단우는 확신했다.

    이단우를 동정하지 않으면, 이단우에게 마음을 주지 않으면, 차우원은 죽지 않는다…….

    쿵, 쿵!

    그때 아지트 건물이 울렸다.

    ‘지진?’

    순간 생각한 이단우는 그게 아니라 헌터의 능력임을 깨달았다.

    다시 아지트가 울렸다.

    쿵, 쿵, 쿵!

    경비실에서 걸러지지 않은 상대다. 경비원의 연락이 없었는데도, 침입자를 막아 내는 경계 스킬진에도 걸리지 않았다.

    상위 능력자다.

    ‘성검이 걸렸나?’

    단우와 차우원은 눈빛을 교환했다.

    하지만 어떻게?

    차우원이 말했다.

    “옷 입어. 내가 내려갈게.”

    “같이 가.”

    단우는 구겨진 옷을 대충 걸쳤다. 한 손에 <육영>을 든 채 마력 회로를 가동하며 창밖을 내려다봤다.

    침입자는 열 명이었고 전원 양복 차림이었다.

    ‘아니. 더 있다.’

    아지트 앞에 모인 게 열 명이고 나머지 인원은 차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분위기가 익숙했다.

    “단우야, 센터 요원 같은데.”

    이단우는 어떻게 된 일인지 깨달았다.

    ‘경비원이 통과시켰잖아.’

    정부 소속 헌터가 찾아오면, 다른 방문자보다 홀대하는 게 길드의 기본 방침 아니던가? 청연에 있을 때는 당연한 일이라 교육시킬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나 민간인 입장에서, 센터 요원이 ‘정부에서 극비리에 도움을 요청한다’ 따위의 헛소리를 하며 통과시켜 달라고 하면 ‘그렇군요’ 하고 넘어가기 쉬운 것이다.

    물론 경비원으로 민간인을 앉혀 놓은 이유는 팀에 헌터 경비를 둘 만한 돈이 없어서였다.

    센터 요원들은 분명히 침입자는 아니었다. 1층으로 내려간 이단우는 그걸 확인할 수 있었다.

    요원들은 부서진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문째로 뜯어진 정문이 입구를 가린 채 쓰러져 있는데, 그걸 한 손으로 잡고 예의 바르게 노크하는 모양새였다.

    ‘저 새끼들이 뜯었나?’

    순간 생각한 이단우는 저게 왜 뜯어졌는지가 떠올라 걸음을 멈췄다.

    차우원이 문을 옆으로 치우고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성검>을 <차우원 공격대>에서 발견, 그리고 보관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와 찾아왔습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앞장선 요원이 정문을 힐끗 보고 덧붙였다.

    “습격이라도 당하신 게 아닌지 걱정했습니다. 귀물을 보호하는 것이 무척 부담되는 일이었으리라 짐작됩니다. 노고에 감사드리는 바이며, 지금부터는 저희가 보관하도록 하겠습니다.”

    “……!”

    이들은 성물 회수팀이었다.

    단우는 이들이 어디서 이야기를 들었는지 알아챘다.

    ‘차치원.’

    이 개자식의 다리를 부러뜨려 놨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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