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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인성 교육-107화 (107/170)
  • 107.

    그는 처음 이단우의 친척을 봤을 때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다. 자신의 곁에서 겨우 잠든 이단우가, 깨어 있는 내내 기다린 사람이 그들이어서.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친척을 질시하는 꼴이지 않나. 차우원은 스스로를 깨닫고 민망해졌다.

    좋아하는 사람이 가족을 소중히 여긴다고, 그 가족을 질시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차우원은 평정심을 찾으려고 했다. 옆에서 팀원들이 ‘아무래도 거슬리는 이단우 친척들’에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서 잘 되지는 않았지만…….

    그런데 그 친척들이 단우에게 상처를 줬다.

    차치원에게 부탁한 자료는 십 분도 걸리지 않아 휴대폰으로 전송됐다.

    ‘정말로 조사를 하셨네.’

    차우원은 아버지에게 놀랐다. 그러리라 예상은 했으나 매번 헛웃음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아버지와 차우원이 뭐가 다른가?

    ‘이걸 읽으면 나도 아버지와 같은 사람이 되는 거지.’

    보호라는 명목으로 뒤에서 감시하고, 상대가 뜻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도록 길을 만든다.

    그건 차우원이 가장 싫어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무슨 판단을 하기도 전에 그의 손가락은 자료를 열고 있었다. 차우원은 이제 자신이 놀랍지도 않았다.

    자식이 부모를 닮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어머니와의 관계에 있어 늘 들어 왔던 말을 떠올리면서, 차우원은 자료를 넘겼다.

    그리고 이단우가 중학교 시절 겪은 폭력 사건과 사촌의 지속적인 괴롭힘 등이 사실이었음을 확인했다. 이단우의 학교생활은 엉망이었고 성적도 좋지 않았다. 수업 시간에는 내내 잤고 교우관계도 원만치 않았다. 고등학생이 되는 겨울부터 아르바이트를 해서, 부족한 잠을 학교에서 보충한 듯했다.

    돈 문제라니.

    ‘유산은?’

    -너에게 잠깐 빌리는 거라고 생각했어. 너 독립할 때 다 돌려주려고 했는데…….

    이단우의 친척이 한 말이 떠올라서 차우원은 페이지를 넘겼다. 친척 회사로 조금씩 빠져나가던 유산은 한두 해가 지나고서부터는 대량으로 사라졌고 곧 바닥을 보였다.

    이단우의 부모는 우수한 헌터는 아니었다. 그러나 저축을 꾸준히 했고 거기에 사망 보험금도 더해졌다. 유산이 남아 있었다면 이단우는 일을 하지 않아도 평생 먹고살았을 터였다. 입고 먹는 일에 공을 안 들이는 이단우의 실용적인 성격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 일을 겪었는데 이단우는 이들에게 분노하지 않았다.

    당사자가 아닌 차우원도 손이 떨리고 머리가 차가워졌다. 이들은 유산을 갈취할 명목으로 어린 조카를 데려다 방치하고 학대했으며 조카가 성인이 되자 쫓아냈다.

    차우원은 이단우가 마련한 창고 같은 ‘아지트’가 그의 돈으로 빌릴 수 있는 가장 좋은 건물이었다는 걸 알았다.

    노후화된 데다 치안 나쁜 구역에 위치해,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던 건물이.

    차우원은 계속 읽고 있을 수 없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지?’

    이단우가 버스에서 사촌을 대하던 태도가 떠올랐다. 그때 차우원은 이단우가 뭐 하는 앨까 싶었는데, 지금은 정반대의 의미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잘 울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이단우는 근본적으로 사람이 물렀다. 사람을 대하는 예민한 태도나 목적 지향적인 성향과 관계없이.

    겉모습은 꾸며 낼 수 있는 것이다. 차우원은 의식하지 않고도 누구에게나 다정한 태도로 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게 차우원이 그들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차우원은 마주친 대부분의 사람을 기억에 남겨 두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이단우 사촌의 얼굴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가 이단우의 일행 같았기 때문에.

    이제 차우원은 이단우의 친척들이 다시는 그의 근처에도 오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

    그러나 원하는 대로 행동했을 때 이단우가 자신에게 할 말도 예측 가능했다.

    ‘네가 뭔데. 남의 일에 무슨 상관이야. 너 미친놈이야?’

    -신경 꺼.

    이단우의 사생활은 그가 허락받은 영역이 아니었으니까.

    “단우야, 나 네 뒷조사 했어.”

    차우원은 이단우의 얼굴이 파랗게 질리는 모습을 보며 다음을 대비했다.

    ‘한 대 맞고 시작하나?’

    그런데 이단우는 미간을 좁히더니,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다가, 다시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돌아왔다.

    “근데?”

    “……?”

    “아니 그게 네가 성물 갖는 거랑 무슨 상관이냐고.”

    “아, 문제가 아니야?”

    차우원은 이단우의 도덕성이 늘 이상하다고 생각했으나 이번만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건 자기방어의 문제 아닌가?

    “내가 널 조사해도 돼? 널 알고 싶다고, 사람 붙이고 하루 종일 감시해도 된다는 소리야?”

    황당해서 웃음이 나왔다. 이단우는 미간에 주름을 잡은 채 대꾸했다.

    “사람이 왜 필요해? 너 내가 어디 있는지 실시간으로 알잖아.”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 그리고 나 실시간 감시는 안 하고 있는데…….”

    “뭐 알아냈어?”

    신경 쓰이는 게 그것뿐이라는 듯이 이단우가 심각하게 물었다. 그냥 봐도 켕기는 게 있는 반응이다.

    ‘수상한 짓을 한 것 같은데.’

    그러나 ‘이단우 조사 자료’에 각성 후 행보는 많지 않았다. 양 자체는 많았으나 겉핥기식의 자료였다. 이단우가 ‘불법 도박장 사건을 해결했다’고 적혀 있을 뿐 ‘불법 도박장 사건을 키웠다’고는 적혀 있지 않은.

    당연한 일이었다. 각성한 헌터를 미행하는 건 힘든 일이다. 그 대상이 이단우 같은 엘리트 헌터라면 난도는 더욱 높아진다.

    뒷조사를 하던 아버지뿐만 아니라, 가장 가까이 있는 차우원도 모를 수상한 짓을 또 뭔가 벌인 모양인데…….

    그게 자기 파괴만 아니면 실은 차우원은 괜찮았다.

    어쩔 수 없이 웃음이 나왔다.

    “단우야, 너 위험하다.”

    멍해진 이단우의 손을 잡자 그는 한 걸음 물러났다.

    “물어보면 내가 알 바 아니라는 소리나 하면서, 내가 널 뒷조사하는 건 괜찮아?”

    화이트보드에 이단우의 뒤통수가 닿았다. 그가 균형을 잃을까 봐 차우원은 보드를 한 손으로 잡았다. 다른 손으로 단우의 옆을 짚자 그는 움츠러들었다.

    “우리 잤잖아. 난 없던 일로 하기 싫은데. 다음 날 모르는 척이나 하더니, 또 내가 널 감시하는 건 그래도 돼? 이게 뭐야.”

    이단우는 이상했다. 너무 이상해서 자신의 머리도 이상해질 것 같았다.

    선을 그은 건 이단우인데, 자신이 선을 넘어도 그가 다 허락하고 있어서.

    “우리가 무슨 사이야?”

    차우원은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단우의 품속에서 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네. 괜찮습니다. 올라오라고 하세요.”

    차우원의 품을 빠져나간 이단우가 휴대폰을 들고 쫓기는 사람처럼 말했다. 차우원은 허전해진 손을 잠시 쳐다봤다.

    ‘도망치네.’

    그러나 이제 차우원도 알았다. 이 관계가 이상하다는 건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이단우에겐 문제가 있다.

    * * *

    차치원은 몰라보게 바뀐 형의 사무소 부지를 둘러봤다.

    사실 몰라보게 바뀌었다고는 해도, 부지가 좀 넓어지고 담을 두르고, 최소한의 시설이 갖추어졌다는 정도의 변화뿐이긴 했다. 그러나 초기의 상태가 너무 형편없어서 그것만으로 천지개벽할 변화로 보였다.

    ‘그야 당연하지.’

    형의 공격대는 영웅 팀 후보였다. 스무 살 헌터 네 명이 모인 공격대가 <최후의 던전>을 공략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받는 것이다.

    그리고 차치원은 청연에 들어온 공략권 협상 때문에 이곳에 왔다.

    본래 청연에서 형의 공격대에 요청한 건 협력이었다. 그러나 팀의 위상이 갑작스럽게 올라가면서 조건 조율이 필요해졌다. 기존의 조건으로 일을 맡기기엔 차우원 팀이 너무 강하다.

    이단우는 보수를 올려 받는 데서 만족하지 않았다.

    -걔는 야심이 있어. 어, 뭐든 해낼 거야?

    스승님이 감탄하며 칭찬한 대로였다. <차우원 팀>은 협력 조건을 올리는 대신 청연에서도 처치 곤란인 몇 가지 던전의 공략권을 넘겨달라고 요청했다. 자신들이 단독 공략을 하겠다는 것이다. 공략 부산물을 나눠 갖는 조건이어서 청연도 손해가 아니었다.

    <차우원 팀>의 제안이라고 하지만, 그게 이단우의 생각이라는 사실을 청연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차우원 팀>의 참모인 이단우는 젊은 헌터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기대주였다.

    ‘걔가 하자는 대로 해. 뭐 문제 될 것도 없는데.’라는 스승님의 말을 떠올리며 차치원은 복잡한 마음으로 본관에 들어갔다.

    ‘이 건물은 왜 그대로지.’

    창고 같은 겉모양이 바뀌질 않았다.

    본부 건물은 그래도 위엄이라는 게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머리 좋은 사람들의 생각을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건가?

    그런데 건물 안이 시끄러웠다.

    “아니 갖고 가라고.”

    “그건 아닌 것 같다. 단우야, 내 말 안 듣지.”

    형이 이단우와 싸우고 있었다! 두 사람은 말씨름을 하다가 차치원을 발견하고 입을 다물었다. 친근한 태도였다.

    차치원은 형이 테이블을 몸으로 가리고, 이단우가 그 위에 있던 무언가를 내던지듯 치워 버리는 모습을 봤다…….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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