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 인성 교육-98화 (98/170)
  • 98.

    이단우는 지체하지 않았다.

    “미친놈이!”

    그는 <육영>을 뽑아 검의 마력을 체내로 돌렸다. 마력으로 강화한 몸이 방심한 강울림을 걷어차고 빠져나왔다.

    “악, 안 돼, 어디 가!?”

    ‘어디 가겠냐.’

    강울림의 하나 마나 한 소리를 무시하고 그는 함정으로 뛰어들었다. 반투명한 보호 아티팩트 이펙트가 그의 얼굴에 어항처럼 씌었다.

    ‘……!’

    추락은 빨랐다. 발에 추가 매인 듯 떨어지던 이단우는, 머리가 으깨지기 전에 <육영>을 절벽에 박아 넣었다.

    콰가가가각-!

    팔에서부터 시작된 충격에 온몸은 튕길 듯 떨렸다. 마력이 내달리는 혈관은 화끈거리고 난리도 아니었다. <육영>에서 뽑아낸 마력은, 이단우 본인의 마력에 반발하며 통제를 벗어나려 들었다. 그걸 시그니처 스킬과 정신력으로 무시하고 이단우는 억지로 움직였다.

    함정 속의 어둠은 모든 빛을 삼켜 버렸다. 그 끝에서 희미한 광원이 보였다. 단우는 구르듯이 떨어졌다. 그리고 차우원의 멱살을 잡았다.

    “너 돌았어?”

    “내 생각에도 좀 그렇긴 한데, 단우 너한테 그런 말 듣고 싶진 않다. 그새를 못 참고 내려온 거야?”

    차우원이 어처구니없다는 어조로 말했다.

    “네가 떨어졌잖아!”

    “아래를 확인하고 싶다며.”

    그러며 차우원이 <육예>를 들었다. 안에 담긴 마력이 과한 탓에 검신이 빛을 내고 있었다.

    ‘그래서 내려왔다고?’

    단우는 기가 막혔다.

    그가 미친 짓을 하려던 건 맞았으나 차우원이 제정신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싸울 때가 아니었다.

    ‘뱀이.’

    희미한 빛에 반사된 매끄러운 비늘 표면이 보였다. 거대 뱀이 똬리를 틀고 있다.

    시야는 엉망이고 지원도 없는 상황.

    아까부터 피부가 따가운 게, 이 몬스터는 독성을 가지고 있었다.

    ‘시간을 끌면 디버프를 받는다.’

    단우는 화끈거리는 몸을 끌고 먼저 공격하려 했다. 그런데 차우원이 움직이지 않았다.

    어딘가를 빤히 보던 그가 말했다.

    “단우야, 네 말이 맞았다. 이 근처에 있었네. 안 찾아봤으면 후회했을 것 같다.”

    “……?”

    “이전 공략대 대부분이 여기서 죽은 것 같아. 함정에 서식하고 있던 몬스터는 죽였는데 밖으로 못 빠져나가고 여기서 몰살했나 봐. ……시신 형태가 거의 망가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고 들었는데.”

    “…….”

    헌터라고 신체 스펙이 비슷한 건 아니어서, 차우원은 단우에 비해 월등히 눈도 좋았다.

    그가 천천히 거대 뱀에게 다가갔다. 그의 검이 비추는 곳을 단우도 봤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며 뱀 사체 외의 것이 보였다. 그 주변에 쓰러진 사람의 형체들이었다.

    “…….”

    로브를 걸치거나 전투복을 입은 헌터들이 그곳에 있었다. 그들이 가만히 쓰러져 있어서 단우는 저도 모르게 거리를 좁혔다. 그러다 차우원에게 막혔다.

    “더 다가가면 안 될 것 같은데. 독성이 강해. 이림에 알려서 <정화> 한 뒤에 수습하자.”

    올바른 판단이었다. 단우는 저항 스탯도 약했다. 중독이라도 되면 일만 는다. 차우원의 말을 따라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차우원의 손을 치워 냈다.

    “잠깐, 잠깐만…….”

    “단우야?”

    “잠깐.”

    차우원의 손이 떨어졌다. 그 손이 자신의 등을 감싸고 있는 것도 느끼지 못하고 단우는 뱀 사체 위로 기어 올라갔다.

    이단우가 부모님을 잃은 건 열다섯 살이었다. 이후로 부모님의 얼굴은 사진 속에서만 봤다.

    중학교 입학식에 찍은 사진 속에서 부모님은 웃고 있었다. 이모네서 이단우는 종종 그 사진을 보며 멍청하게 굴기나 했는데, 차우원을 만나고서부터는 사진을 찾아본 적이 없었다. 그런지 오래였다.

    ‘얼마나 오래됐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보호 아티팩트를 뒤집어쓰고 있는데도 코와 목으로 들어오는 공기가 따가웠다. 폐부가 시큰하고 피부는 따가운 걸 무시하면서 단우는 손을 뻗었다.

    차고 딱딱하게 굳은 시신은 이상한 인형 같았다. 고개가 축 꺾여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고, 얼굴의 반은 피가 말라붙어 있었다.

    그런데도 단우는 그 사람을 알아봤다.

    “엄마.”

    이단우가 사진 속에서 마지막으로 봤던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30대 후반의 젊은 얼굴은 피와 흙으로 더러워진 것을 제외하면 손상이 없었다.

    단우는 그 이유도 알고 있었다.

    ‘보존 아티팩트.’

    간혹 헌터들 가운데는 보존 마법이 걸린 아티팩트를 소지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혹시 모를 일 때문이었다. 그들이 죽은 뒤 유체가 몬스터에 의해 어찌할 수 없는 수준으로 망가지지만 않는다면, 아티팩트는 시신의 상태를 죽음 직후로 고정되게 만든다.

    2차 공략팀이 그들을 발견하기만 한다면, 던전 밖의 가족들은 온전한 시신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하거나, 혹은 오히려 불길하다며 사용하지 않는 헌터도 많았다. 미신에 취약한 업계였으니까. 죽음을 대비하다니, 꼭 죽을 거라고 예언이라도 받아 두는 것 같지 않은가?

    그러나 기혼자나 아이가 있는 헌터들은 다수가 보존 아티팩트를 소지했다. 남겨진 가족을 위해서였다.

    그렇다고 가족이 정말 시신을 돌려받는 경우는 드물었으나…….

    단우는 병적으로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빠는?’

    이단우는 아직 부모님을 다 찾지 못했다.

    시야가 어두워서 이단우는 눈을 문질렀다. 그러고도 눈 아래가 간지러워서 고개를 내저었다.

    동시에 손으로 어머니의 시신을 더듬었다. 왜 그러는지 스스로는 알 수 없었는데 어머니의 손이 뭔가를 잡고 있었다.

    무기가 아니었다. 누군가의 손이었다.

    ‘어…….’

    남자의 손이 뱀 사체 아래에 깔려 있었다. 단우는 아무 생각 없이 <육영>을 들었다. 마력을 뽑아내 체내로 돌렸다.

    성질이 다른 마력이 몸속을 헤집어 핏줄을 따라 새로운 길을 만들었다. 홧홧한 통증이 다시 혈관을 내달렸다. 단우는 마력을 팔로 보내 뱀 사체를 들어 올리려 했다. 그러나 몬스터는 꼼짝하지 않았다.

    이단우는 바닥에 무릎을 대고 뺨도 댔다. 아버지가 얼마나 깊숙이 깔려 있는지 보고 싶은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엎드린 채 손으로 흙을 긁어냈다. 아버지가 너무 단단히 끼어 있었다. 밖으로 빼내야 하는데…….

    “……단우야.”

    거친 손이 단우를 붙잡았다. 아버지에게서 자신을 떼어 냈다.

    단우는 별생각 없이 말했다.

    “놔봐.”

    “지금은 아니야. 너 중독되고 있잖아. 이리 와. 여길 <정화> 하고, 부모님은 나가서 안아드리자.”

    “놔 보라니까.”

    이단우는 오랜 시간 이 순간을 상상했는데 어딘지 현실감이 없었다. 부모님을 제대로 봐야 실감이 날 것 같았다. 그러려면 부모님을 꺼내야 했는데…….

    차우원이 단우를 막고 있었다. 그가 자꾸 가로막아서 단우는 미칠 것 같았다.

    “그렇게 해선 못 꺼내.”

    -네 실력으로는 무리야.

    스승님의 목소리가 겹쳐서 단우는 고개를 저었다.

    이곳에 스승님은 없었다. 스승님이 돌아가실 미래를 단우는 바꿨다.

    “좀 비켜 봐…….”

    “네가 뒤로 오면.”

    “좀……! 놓으라고.”

    “가만히 좀 있어, 단우야.”

    팔을 휘저어도 차우원은 움직이지 않았다. 애초에 완력으로 이단우는 차우원을 이길 수 없었다.

    그가 뒤에서 자신의 두 팔을 붙잡고 있었다. 꼼짝도 할 수 없어서 단우는 과거로 돌아간 듯했다.

    차우원이 부모님을 던전 속에 영원히 가둬 버리고, 이단우를 청연에 가뒀을 때로.

    -스승님이 말한 불쌍한 애가 너잖아.

    수백 번을 덤벼들어도 차우원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이단우가 얼마나 하찮고 무능한 놈인지나 매번 새롭게 깨닫던 때로.

    그때 자신이 얼마나 차우원을 미워했는지도 떠올랐다.

    “놔!”

    순간 열이 올라서 단우는 팔을 휘둘렀다. 당연히 막혀야 했을 팔이 차우원의 턱을 쳤다.

    “……!”

    ‘힘을 풀었어?’

    심장이 숨 막히게 뛰었다. 그러다 단우의 숨과 함께 멈췄다.

    한 대 맞아 준 차우원이 한숨을 쉬며 일어났다. 그에게 어깨가 잡혀서 단우는 굳었다.

    차우원이 팔을 뻗었다.

    ‘한 대 맞나?’

    차우원은 물론 그러지 않았다.

    그는 단우를 자신의 뒤로 밀쳐 서로의 위치를 바꾸고, 말없이 <육예>에 마력을 모았다.

    검신이 과도한 마력을 견디지 못하고 부르르 떨었다. 검날이 뱀 사체를 베어 버리는 건 한순간이었다.

    푸쉭……!

    사체에 남은 독이 피와 함께 허공으로 뿜어졌다. 단우는 차우원이 왜 자신을 밀었는지 알았다.

    ‘독을 피하라고.’

    그러는 차우원은 독을 뒤집어쓴 채 토막 난 뱀 사체의 아래서 시신을 꺼냈다.

    “됐지, 단우야. 부모님 이제 괜찮으셔.”

    할 말은 그것뿐이라는 듯 차우원이 다정하게 말했다.

    그에 대한 단우의 생각은 이랬다.

    ‘미친놈.’

    심장이 너무 뛰어서 어지러웠다.

    단우는 한 발자국 앞으로 걸어갔다. 차우원이 난처한 듯 뒤로 물러섰다.

    “다가오지는 말고. 조금만 기다리라니까 왜 그렇게 조급해.”

    ‘그것 때문이 아니야.’

    단우는 눈이 욱신거렸다. 숨이 모자라고, 무언가가 속에서 울컥울컥 치밀어 올랐다. 그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입 열지 말고…… 해독 포션을 써. 헌터 백 명 죽인 독이 너는 가만두겠어?”

    “내가 죽을 것 같진 않은데.”

    그 말은 이단우는 죽을 것 같다는 뜻이었다. 남이 맞아서 죽을 만한 독을 왜 자기가 처맞아 주고 있단 말인가?

    그러나 차우원은 그런 놈이었다. 멍청한 이단우가 넋이 나가서 독을 껴안든 그 위에서 뒹굴든 그냥 놔두면 될 걸 두고 보질 못했다.

    부모님의 시신을 꺼내 나란히 눕힌 차우원이 해독 포션을 마셨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단우가 다가올까 봐 거리를 두고 있었다.

    -네가 죽였어.

    ‘닥쳐.’

    이단우는 자신을 좋아한 적이 없었는데 당시의 그는 최악이었다.

    ‘넌 스승님을 살릴 능력이 있었잖아. 왜 함께 들어가지 않았어?’

    ‘왜 던전을 클리어했어. 왜 내가 부모님을 그곳에서 영원히 못 찾아오게 만들어 버렸어?’

    이단우는 이기적인 새끼였다. 두개골 안에 들어 있는 물질이 혼자 열을 내고 식어서, 생각이란 걸 돌릴 줄도 몰랐다. 늘 감정이 앞서서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다.

    차우원에게 덤벼들어 얻어맞고 기절했다가, 병실에서 눈을 뜨면 다짐했다.

    ‘차우원 이 개자식을 죽여 버리겠어.’

    단편적인 생각 외엔 할 줄 몰라서 차우원을 오래도록 원망했다. 그가 이단우를 살리고 보살피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그렇게 멍청해서, 뒤늦게 차우원이 스승님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고도 온전히 고마워할 줄 몰랐다. 그를 따라 아무 생각 없이 웃다가도 종종 멍해졌다.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차우원이 비정기 던전을 깨 버렸는데.

    이단우는 이제 해야만 할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사라졌는데.

    그러나 차우원은 이단우를 구했다. 그를 보호하고 끝내 살려서 이곳에 오게 했다.

    어린 이단우의 악몽은 어둠 속에 갇힌 부모님이었는데, 차우원은 그가 부모님을 구하게 했다.

    이단우는 악몽 속에서 걸어 나온 기분이었다.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