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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인성 교육-89화 (89/170)

89.

명문 길드 이림의 부길드장 고청은 방문 요청을 받았다. 상대는 최근 젊은 헌터들 가운데 압도적으로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는 신인들이었다.

‘차우원 헌터.’

그리고 이단우.

고청은 이 두 사람과 이전 작전에서 함께한 적이 있었다. 차우원은 듣던 그대로인 인재였으나 이단우의 존재는 뜻밖이었다.

-다른 팀원들은 같은 센터 동료였으니 친분이 있었을 듯합니다. 그런데 이단우 헌터는 어떻게 스카우트하게 되었습니까?

-아, 제가 스카우트당한 거예요.

-……?

차우원과 이림 전 길드장의 호위를 하면서 나눈 대화를 떠올리며, 고청은 두 사람을 맞았다.

고청은 전대 영웅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길드 시스템’의 은혜를 직접적으로 받은 인물이었다.

전략 전술을 수립하고, 유망주를 한 사람의 헌터로 키워 낸다.

길드와 선배 헌터들의 헌신이 아니었다면 고청은 그저 그런 헌터로 몇 년쯤 버티다가 필드를 떠났을 터였다.

‘애초에 헌터가 못 됐을지도 모르지.’

그는 센터 연수생 출신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냥 그런 연수생들 중 하나였고, 센터를 떠나 이림에 들어온 뒤에야 그 능력을 개화했다.

그는 전대 영웅들을 존경했다. 그들의 의지를 잇는 길드에서 세상에 봉사하는 걸 자랑스럽게 여겼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차우원에게 호의를 품고 있었으나 이단우를 보면서는 약간 껄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가 길드원들에게 ‘서로 입 맞추라’고 명령한 사건은 아직도 길드에서 회자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서 오십시오. 차우원 헌터, 이단우 헌터.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고요.”

“예. 공략권을 넘겨받고 싶습니다.”

“예?”

이단우가 대뜸 말해서 고청은 당황스러웠다. 그 기색을 봤는지 차우원이 나섰다.

“죄송합니다. 마음이 급해서 먼저 용건부터 말씀드리게 되네요.”

‘그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고청은 예의상 답했다.

“아닙니다. 그런데 공략권을 넘겨받고 싶다는 게 무슨 소리입니까?”

“저희 팀의 다음 일정으로 단독 공략이 잡혀 있어서요. 공략권을 협상 중이었는데, 상대 길드에서 이림에 공략권을 넘기셨다고 말씀 주시더군요.”

“아, 그래서 그곳에.”

고청은 깨달았으나 역시 의문이었다.

“그런데 단독 공략이라고 하셨습니까?”

“예.”

이단우가 또 별다른 설명 없이 단답해서 고청은 그냥 차우원을 돌아봤다.

“독립팀이 비정기 게이트를 공략하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닐 텐데요. 게다가 는 많은 희생을 불러온 곳입니다. 이건 협상 상대가 아니라 헌터 선배로서 드리는 말씀이니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다.”

‘너희가 부리는 건 용기가 아니라 만용이다’라는 사실을 알려 준 뒤, 고청은 덧붙였다.

“그리고 협상 상대로서 말씀드리자면, 공략권을 거래할 마음은 없습니다.”

그는 <차우원 팀>에 호의가 있었다. 당시 충격적인 일을 겪기는 했으나 결국 잘 해결되었고, 이후 그들 자체에 관심이 생겨 행보를 지켜보기도 했다.

우수한 데다 심성도 뛰어난 엘리트 공격대.

<차우원 팀>에 대한 외부의 평가는 그랬고 그건 고청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그는 남들이 모르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이 팀은 현재 대단히 문제시 되고 있는 범죄 집단과 악연이 있다.

‘요즘 헌터들은 자기 일이 아니면 잘 나서지 않는다더니.’

의뢰 같은 게 없이도 얼마 전 <기희윤 팀>과 충돌하지 않았나.

거대한 이슈에 쓸려 나가 두 팀의 충돌은 그다지 화제가 되지 않았으나, 고청과 같은 사람들은 눈여겨볼 만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단우가 말했다.

“원하시는 증언 저희가 하겠습니다.”

“……?”

“알고 싶으신 일이 그 일 맞다면요. 저희가 <기희윤 팀>의 사업장을 습격했을 때 구해 낸 민간인 인질들. 그런 사람들이 센터가 폭파시켰다고 알려진 다른 사업장에도 있었을지요.”

“……!”

고청은 놀라서 이단우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원하시는 게 정부 압박이라면 돕겠습니다. 공략권은 저희 주시고요.”

“다른 건물에 민간인들이 더 인질로 잡혀 있었을 확률이 있습니까?”

고청이 서둘러 물었다.

“저희가 센터 제압 작전에 참여한 게 아니니 저희도 추측으로밖에 말씀드릴 수 없는데요.”

“추측이라도 좋습니다. 애초에 센터의 제압 작전은 성공이 아니었습니다. 사업장을 정리한 게 센터가 아니라는 사실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지 않습니까? 센터에서 제 의무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서, 민간인 피해조차 숨기고 쉬쉬한 채 있었다면…….”

고청은 주먹을 쥐었다. 이 사건은 정부를 압박할 최고의 카드가 될 테지만, 상상만으로 구역질이 나는 일이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예.”

“모르겠습니다.”

“…….”

“그런데 아마 안 죽였을걸요.”

“예?”

“말이 인질이지 그냥 그 사업장 손님들이어서요. 손님을 살려 둬야 장사를 하지 다 죽여 버리면 돈을 못 버니까요. <기희윤 팀>이 건물을 폭파했다는 건 결국 센터에서 작전 들어올 걸 알았다는 소리인데, 그럼 손님쯤이야 대피시켰겠죠.”

“…….”

맞는 말 같아서 고청은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아니니까요. 뭐 증명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정황 증거만으로 정부는 대단히 압박감을 느낄걸요. 사람은 믿고 싶은 걸 믿으니 언론에서 때려 대면 다들 그런가 하겠죠. 차우원…… 리더가 증언하면 다들 믿고 싶어 할 테니까요.”

그 옆에서 차우원이 누구라도 신뢰할 만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겠지.’

<차우원 팀>에 대한 대중의 호감은 절대적이다. 영웅의 아들인 차우원이 세운 팀인 데다가, 설립 이후 해온 행동 하나하나 흠잡을 곳이 없다.

던전 브레이크 현장에서의 꾸준한 봉사로 대몬스터전 경험을 쌓고, 이후 첫 임무가 청연과 함께 폭발 직전의 대형 게이트 공략. 그때 무슨 깨달음을 얻었는지 그 뒤로 2차 공략을 주로 의뢰받아 한 번의 실패 없이 클리어했다.

이미지가 워낙 좋아서 이림에서도 경계하는 목소리가 있지 않았는가?

이림의 목표는 ‘성물을 찾기 전에 이미 성물의 주인이 되어 있는 것’이었으니까.

이건 길드장의 비전이기도 했다.

“협상할까요.”

이단우가 말했다.

고청은 생각을 정리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차우원 팀>의 증언이 필요합니다. 저희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예.”

“하지만 공략권을 넘기는 건 어렵습니다. 길드장님 지시여서요. 동시 공략은 안 되겠습니까? ……<차우원 팀>은 훌륭한 공격대입니다. 그러나 수도 적고 무엇보다 경험이 부족합니다. 이림의 정예가 앞서 공략할 테니 저희의 지시에 잘 따라 함께 경험을 쌓아 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고청은 호의로 말했다. <차우원 팀>에도 나쁜 제안은 아니리라 생각했다.

-비정기 게이트를 공략해 사람들의 지지를 얻고, 민간인 인질 건으로 정부를 압박한다. 정부에서 <성물 쟁탈전>에 개입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

고청은 이림을 사랑했고 길드장을 존경했다. 길드장이 지시를 내리면 그는 따른다.

잠시의 침묵 끝에 이단우가 대답했다.

“이원 체계라면 동의하겠습니다.”

“이원 체계라는 건…….”

“서로 뭘 하든 신경 쓰지 말자고요.”

“그건 위험합니다.”

‘희생이 많았던 던전은 얕보면 안 될 텐데.’

고청은 이단우가 어린 나이에 겪은 큰 성공으로 거만해진 게 아닌가 싶었다. 그는 이 유망한 헌터를 삼 일 밤낮 설득할 생각으로 입을 열었다.

“이림이 앞장서도 됩니다.”

이단우가 덧붙였다.

그 말은 사실상 지휘권을 넘겨주겠다는 거여서 고청은 생각을 바꿨다.

‘괜찮지 않나.’

“그건…… 좀 더 논의를 해 볼까요.”

* * *

이단우는 생각했다.

‘고지식한 새끼.’

‘길드장 지시’라는 말이 나온 순간 단우는 단독 공략을 포기했다. 고청은 머리가 굳은 놈이었는데 여러 의미로 그랬다.

과거 그가 자신을 찾아온 이유는 <최후의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 전까지 이단우는 고청과 제대로 된 대화 한마디 해본 적 없는 사이였다.

-내 뭘 알고 찾아왔는데.

-그렇게 욕먹는 분을 모를 수 없죠. 아마 생각하시는 것보다 많은 걸 알 겁니다.

-…….

멀쩡히 살던 놈들도 <종말> 이후 성격을 버리곤 했는데 고청 정도면 심각하진 않은 편이었다.

-저런 새끼랑 같은 팀인 것도 역겨운데 친하게 지내란 건 아니겠죠.

고청이 기희윤을 벌레처럼 싫어해서 이단우는 그가 마음에 들었다.

‘상식인이군.’

고청은 단우도 싫어했으나…….

과거, 이림의 길드장이 죽어 버려서 고청은 결정해야 했다.

-한번 살아 돌아온 사람이 다시 살아 돌아올 확률도 높겠죠.

이림 길드장의 유언은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아서 <최후의 던전>을 깨라는 것이었다.

고청은 유언을 지키기 위해 이단우의 팀원도 될 수 있는 놈이었다.

그런 놈이 여기서 물러날 리 없다.

‘상관없다.’

단우가 단독 공략을 하려던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스승님이 공략에 엮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고 다른 하나는 팀원들에게 경험치를 먹이기 위해서였다.

단우는 짧은 기간 내 팀원들을 성장시켜 본 경험이 있었다. 기희윤과 권준홍이라는 경험 없는 놈들을 데리고 <최후의 던전>도 깨 봤으니까.

그때 그가 느낀 건 성장에는 위기감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한 사람만 실수해도 죽는다.’

단우는 이림을 끼고서도 팀원들이 같은 경험을 하게 할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돌아가는 길에 차우원이 물었다.

“그런 약속 해도 돼?”

“……?”

“비정기 게이트에서 얻고 싶은 게 있는 줄 알았는데. 단독 공략도 포기하고 지휘권까지 넘겨도 괜찮은 거야?”

“어.”

“아, 진짜? 다른 원하는 게 있었구나.”

차우원이 눈치 빠르게 굴었다. 물론 단우는 원하는 게 있었다.

‘성검.’

성검만 찾으면 다른 건 아무래도 좋다.

“그런데 지휘권 넘기면 공적치랑 아이템 얻기도 힘들 텐데. 거대 길드랑 공조해서 얻을 거 없는 상황을 경계하지 않았어?”

“우리가 얻을 건 클리어 보상이 아니야.”

차우원은 의아한 듯했다.

“아, 명성과 돈뿐이야? 그런데 A급 던전에선 던전 보상도 중요하지 않나. 단우가 그런 거 포기할 사람이 아닌데.”

‘이 새끼는 날 어떻게 보는 거지.’

단우는 열이 올랐으나 동시에 안도했다.

차우원은 차우원이었다. 그들이 겪었던 일이 거짓말인 것처럼 그는 평소와 같았다.

“어. 아닌데. 알아서 얻어 낼 테니까 봐.”

“역시 우리 단우가 똑똑해. 다 알아서 하지.”

차우원이 웃음을 참으며 말해서 단우는 다시 짜증스러워졌다.

‘열 내지 말자.’

그런데 단우의 허벅지 위에 손이 불쑥 올라왔다.

“단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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