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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인성 교육-83화 (83/170)

83.

“다친다고 했잖아.”

차우원이 손을 물렸다. 멀어지는 손을, 이단우가 잡아 다시 끌었다.

속이 탔다. 피부 아래가 간지러워서 어떻게라도 하고 싶은데, 자신은 방법을 몰랐다.

“좀 더, 더 아프게…….”

애가 타서 차우원의 손에 문대자 그가 어깨를 들썩이는 게 느껴졌다.

“단우야, 아픈 게 좋아?”

어르는 목소리로 차우원이 물었다.

“응…….”

“얼마나 아프게?”

“더…….”

이게 다 해결될 정도로…….

어딘가 막혀 있는데, 조금만 넘치면 흘러나올 것 같은데. 둑을 부숴 버릴 정도의 자극을 원했다. 차우원은 줄 수 있는데.

그런데 차우원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에게 말하지 않으면 주지 않을 것 같아서, 단우는 말을 정리했다. 그러려고 노력했다.

“기분 좋게…….”

“기분 좋게?”

그러고 차우원이 급소를 콱 쥐어서 단우는 헛숨을 들이켰다. 완전히 망가질 것 같은 느낌과 함께 싸한 쾌감이 일었다. 아프게 옥죄여서, 좋았다. 눈앞이 깜빡이고 몸에 열이 돌았다.

“아픈 게 기분 좋아?”

차우원은 어처구니없다는 목소리였다. 단우는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분 좋아?”

“아! 으으응…….”

“기분 좋구나.”

차우원이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몰아붙였다.

“아, 으앗, 아……!”

머리가 하얗게 비고 입에선 알 수 없는 소리가 나왔다. 더 강하게 만져 줬으면 했다. 샤워기의 뜨거운 물이 차우원의 등을 때렸다. 그리고 또 아래로 흘러내려서 단우를 녹였다.

피부는 얼어 있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그 안쪽부터 녹고 있어서 계속 물이 나왔다. 배 속이 쥐어짜지는 듯했다. 간지러웠다…….

그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단우는 더 매달렸다.

“응! 아! 잠깐…….”

무언가가 빠져나가고…….

단우는 몸이 떨렸다.

“응, 단우야.”

단우는 이미 끝났는데 차우원은 멈추지 않았다. 차우원의 것이 연신 문대져서 쓰라렸다. 민감한 곳을 옥죈 손 때문에 아팠다.

사정과 함께 감각이 돌아와서, 단우는 괴로웠다. 쾌감의 잔열로 몸은 연신 떨렸다. 욕조로 쏟아지는 물이 뜨거웠다. 그 열기가 머리까지 올라와서 어지러웠다.

그 와중에 허리는 잡히고, 단우는 욕조에 기대다시피 누워 차우원을 받아 내고 있었다. 구속당한 발목은 일정 거리 이상 벌어지지 않았다. 그 탓에 개구리처럼 무릎을 접고 다리 사이에 차우원을 끼워야 했다.

‘아파.’

말하면 차우원은 물러날 텐데 단우는 숨만 헐떡이고 있었다.

이내 차우원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의 몸이 단우를 짓누르더니, 단우의 멍한 얼굴로 뭔가가 튀었다. 반사적으로 눈을 감는데 눈꺼풀까지 붙은 듯했다.

그걸 차우원이 쓸어 줬다. 닦는 건지 더럽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거친 손이 얼굴을 문지르고 떨어진 자리를, 차우원의 입술이 차지했다.

‘끝났나?’

반쯤 넋이 나간 채 단우는 생각했다.

“아픈 게 좋아? 아니겠지. 현실을 잊고 싶은 거지.”

그런데 차우원이 다정하게 말하며 계속 움직였다.

“아!”

“아파?”

‘이게 질문인가?’

단우는 의문이었다. 당연히 아팠다. 눈을 아무리 깜빡여도 앞이 뿌옇게 변하는데…….

“으으응…….”

“좋아?”

“응! 아…….”

차우원은 쥐어 짜내듯 움직였다. 이렇게까지 강한 힘인 줄 몰랐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더 먹으면 감각이 아예 죽나?’

단우는 비명이 나오려는 걸 억눌렀다. 다리가 계속 움츠러드는데, 그걸 차우원의 몸과 구속구가 막고 있었다.

단우는 옴짝달싹하지 못한 채로 차우원이 주는 고통과 쾌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게 좋았다.

도망칠 수 없어서.

아픈 게 좋았다. 지금 차우원에게 ‘너무 아파, 그만해’라고 말하면 차우원은 멈추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지금껏 쓰라리고 아프다고 차우원에게 불평했지만.

실은 좋았다.

죽은 차우원은 이단우의 몸을 괴롭힐 수 없는데, 그가 살아 있어서.

온몸으로 느껴져서 기뻤다. 그게 또 쾌감이 됐다.

이런 말을 하면 미친 변태 새끼 같을까 봐 말하지 않았지만.

차우원은 이단우의 온몸에 자국을 내려는 것처럼 움직였다. 이를 박아 넣고 빨아들였다. 피부가 쓰라릴 때까지 핥고서야 입술을 떼 냈다.

“잊을 수 있으면 뭐라도 좋아? 나는 싫은데, 단우야.”

“으응……!”

“널 어떻게 하지…….”

차우원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아프고 좋아서 몸부림이 쳐졌다. 그러나 묶인 몸은 그것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쾌감을 받아들이기에 급급했다.

“아……!”

텅 빈 머리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정하잖아.’

차우원은 여전히 차우원이었다. 붙잡는 이단우를 외면하지 않았다.

그러나 동시에 이단우가 아는 차우원이 아니라 몸이 떨렸다.

차우원은 공정했다. 머리가 좋았고 잘못된 판단은 하지 않았다.

헌터 이단우는 불타는 건물에서 죽지 않는다.

전제가 명확한데 차우원은 이단우를 살렸다.

-다른 곳에 생각이 미치질 않았어.

차우원은 그렇게 말했지만.

그럴 리 없었다. 단우는 그를 알았다.

차우원은 우수한 리더였다. 그건 우수한 헌터라는 말과 조금 달랐다.

그는 상황 판단에 능하고 자신과 팀원들이 언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던전 안은 극한의 상황이었다. 매 순간 목숨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모든 팀원의 상태를 안다는 건 대단한 일이었다.

차우원은 그런 걸 숨 쉬듯이 해냈다. 이단우가 빌빌대는 걸 항상 잘도 알아차리고 강울림을 보냈다. 그 때문에 단우는 차우원 앞에서 몸 상태를 숨기는 재주만 늘었다.

‘어떻게 저러지.’

단우는 E급 시절 여러 공격대를 경험해 봤다. 훨씬 등급 낮은 던전에서도 차우원 같은 리더는 없었다.

본인이 여유가 있어서 다른 사람을 둘러볼 수 있는 건지 타고난 천성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차우원은 그런 사람이었다.

단우는 차우원을 알고 있었다. 민간인들의 인기척을 그가 느끼지 못했을 리 없다.

차우원은 약자를 구한다. 의식하지 않고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어서 그는 성검의 주인이 됐고 이단우를 보호했다.

-단우야, 더 가치 있는 걸 우선하라며.

‘아니야.’

단우는 계속 몸이 떨렸다.

차우원은 그런 말을 할 수 없는데.

‘잘못됐어.’

단우가 말한 ‘더 가치 있는 존재’는 이단우가 아니었다.

차우원이었다.

그러나 차우원은 잘못 받아들였고 그가 절대로 할 수 없는 선택을 했다. 아니, 그렇게 만들려던 건 이단우였지만.

무언가 달랐다. 어긋났다…….

‘내가 망쳤어.’

이단우는 이전에도 좋은 팀장이 아니었다. 자신의 교육이 잘 먹힐 리 없었는데.

이단우는 어리석었다. 모든 게 엉망이었다. 단우가 염원해서 손에 움켜쥐려는 건 모두 그의 곁을 떠났다. 스승님도 차우원도 곁에 남아 주지 않았는데…….

‘왜 이번에는 가능하다고 생각했지?’

“아!”

끝도 없이 가라앉는 단우를 차우원이 깨물었다. 통증으로 깨우고 달래듯 핥았다.

“무슨 생각 해?”

“으으응…….”

‘아니야, 괜찮아.’

차우원이 자신을 보고 있어서 정신이 들었다.

아직 모든 걸 망치진 않았다.

그에게 빨리는 가슴이 지끈거리고 아팠다. 그가 자신을 깔아뭉개서, 숨이 턱 막혔다.

무게와 열기가 느껴졌다.

차우원은 살아 있었다.

그렇기만 하면 아직 괜찮았다. 기회가 있었다.

‘내가 널 책임질게. 널 살려서, 영웅으로 만들게. 모든 걸 되돌릴 테니까…….’

차우원에게 안겨 온몸을 짓씹히며 단우는 신음했다.

* * *

다음 날 단우는 휴대폰 진동에 눈을 떴다.

“더 자.”

차우원이 단우의 어깨에 입을 맞췄다.

‘청연에 다녀왔나?’

어느새 다리가 자유로웠다.

마력 구속구는 헌터를 잡아 놓는 물건이었다. 단단하기가 이를 데 없어서 이단우처럼 무식하게 힘으로 끊으면 골로 가기 딱 좋았다.

그런 물건이 밤새 기술자라도 불렀는지 풀려 있었다.

단우는 ‘고마워’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팔에 걸려 있던 구속구 잔해도 사라졌는데 단우의 몸은 여전히 지끈거렸다. 차우원이 입술을 댄 어깨도 쓰라려서, 거울을 안 보고도 자기 꼴을 짐작할 수 있을 지경이었다.

‘이 꼴을 누구한테 보인 거지.’

깊게 생각하면 어디 머리를 박고 싶어질 것 같아서 단우는 잊었다.

다리 사이가 욱신거리고 쓰라려서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어려웠다. 단우는 내색 없이 협탁 위의 휴대폰을 들었다.

지이잉——.

알람이 울리고 있었다.

단우는 화면을 보고 잠시 침묵했다. 그 모습을 본 차우원이 물었다.

“무슨 일이야?”

“게이트가 열렸어.”

“의뢰야?”

게이트가 열렸는데 이단우에게 연락 올 일이라면 하나밖에 없다.

“아니.”

그러나 이건 의뢰가 아니었다.

비정기 게이트를 의뢰씩이나 넣어 클리어하고 싶어 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

단우는 이 던전이 의뢰로 들어오도록 놔둘 생각도 없었다.

이곳은 스승님이 죽은 던전이었다.

‘차우원이 스승님의 시신을 가지고 나온.’

그리고 부모님이 죽은.

스승님이 부고를 뉴스에서 보고, 단우는 청연 길드로 달려갔다. 상복을 입은 스물네 살의 차우원에게 검을 빼 들고 덤볐다.

-네 탓이야. 너 때문에 스승님이 돌아가셨어.

차우원은 스승님의 시신을 가지고 나왔다. 그는 이단우와 달리 던전을 클리어할 실력이 있었는데도, 스승님을 혼자 보냈다. 혼자 돌아가시게 두었다…….

방향이 잘못된 분노를 차우원은 받아 줬다.

그때 이미 그는 스승님이 왜 그곳에 들어갔는지 알고 있었는데도.

-아니지, 단우야.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네가 약한 게 모든 일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지.

이단우가 던전을 클리어할 실력이 없어서. 평생을 가도 그럴 수 없는 놈인 것 같아서.

스승님은 단우에게 약속했고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단우도 알고 있었다.

차우원은 이단우를 찢어 죽여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이단우의 팔다리를 부러뜨려서 그가 자해하지 못하게 했다. 이단우를 기절시키고 가두고 그의 목표가 됐다.

차우원은 이단우를 살렸다.

단우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차우원에게 이를 갈면서도 그가 실은 왜 그러는지 알았다.

그런데도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단우가 헌터가 된 이유는 부모님의 시신을 찾아오기 위해서였는데, 차우원은 그 던전을 닫아 버렸다. 단우는 영원히 부모님을 구할 수 없게 되었다.

차우원은 단우 때문에 스승님을 잃어버렸는데.

단우는 차우원이 미웠다. 이단우는 염치도 없는 놈이었다…….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단우는 현실로 돌아왔다. 심장이 뛰고 있었다.

쓸데없는 원망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에서였다.

‘……이게 이즈음에 열렸던가?’

아니다. 그렇지 않았다. 단우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설마.’

가 열렸다면 다음 수순은 정해져 있는데.

단우가 뉴스를 틀자 차우원도 몸을 일으켰다. 그는 단우의 어깨에 기대서 작은 화면을 함께 쳐다봤다.

[……헌터관리부의 발표에 따르면 ‘성물 출현’에 관한 예언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관리부 소속 예언자들은…….]

종말이 다가오면 어디선가 성물이 출현해 주인을 선택한다.

‘성물을 지닌 자가 종말을 막는다.’

수십 년 동안 반복되어 온 예언이 다시 내려왔다.

는 과거 차우원이 성물을 가지고 나온 던전이기도 했다.

지이잉——.

차우원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단우의 휴대폰도 손안에서 떨리고 있었다. 연신 메시지 알림이 깜빡였다.

다시 말해 성물이 출현하면, <종말>이 가깝다는 뜻으로…….

‘빠르다.’

과거보다 몇 년이나.

왜?

단우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심장 박동이 머리를 울리고 산소가 부족해졌다.

‘전과 다른 점이 뭐지?’

단우는 생각에 잠겨서 자신이 넋 놓은 사람처럼 휴대폰을 노려보고 있다는 것도 몰랐다.

그를 차우원이 깨웠다.

“단우야.”

“응.”

단우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다. 스무 살의 차우원이 이단우 곁에 있었다. 단우가 아는 성검의 주인이.

그건 과거에는 없던 일이었다.

미래가 변했다. 이른 종말이 찾아왔다.

전과 다른 점이라면, 하나밖에 없었다.

‘내가 돌아왔잖아.’

등이 식은땀으로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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