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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인성 교육-74화 (74/170)

74.

단우는 품을 더듬었으나 당연히 병이 들어 있을 리 없었다. 그는 차우원에게 ‘왜 내 물건을 멋대로 깨부쉈냐’고 항의할 수도 없었다…….

‘죽어, 이단우.’

단우는 거울에 머리를 처박는 대신 세면대 물을 틀었다. 그리고 얼굴에 찬물을 끼얹었다.

밖으로 나가자 차우원은 여전히 침대 위에 있었다.

“검은?”

이단우는 그를 평소대로 대했다. ‘잘 잤어’ 같은 인사 따위는 하지 않고 용건부터 묻자, 차우원은 조금 웃었다.

‘왜 웃냐.’

“아래층에 있을걸.”

차우원이 웃은 이유는 단우의 행동 때문이었다.

‘예상에서 조금도 벗어나질 않네…….’

없던 일 취급하고 싶어 한다. 지난번에도 그랬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지나갈 모양이었다. 그런 일이 가능하다니 이단우는 대단한 인간이었다.

차우원은 이단우에 대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감탄이 나왔다. 차우원이 센터에 틀어박혀 자란 탓인가? 그는 이렇게 성적으로 친밀한 행위를 나누고 그에 대해 한마디 하지 않는 상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는 이단우를 끌어안고도 싶고 그냥 쓰다듬고도 싶은데, 이단우가 숨을 멈추고 움츠러들어 버리니 그럴 수가 없었다.

차우원이 어쩌겠는가? 이단우가 없던 일로 만들고 싶다는데.

한쪽의 감정만 강요하는 건 폭력적인 일이다. 차우원은 그들 사이에 일어난 두 번의 일이 사고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단우가 원해서 일어난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차우원이 원해서 일어난 일도 아니었으나, 그는 적극적으로 동참했으므로 변명할 말이 없었다.

계단을 내려가는 단우의 움직임이 어색했다. 옷도 구겨져 있었고.

차우원은 무심코 단우를 부축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가 매서운 눈길을 받았다.

“뭐야?”

“걷기 힘들어 보여서.”

“닥쳐.”

단호하게 거절하고 먼저 내려가 버리는 이단우의 뒤를 따라가며, 차우원은 내심 한숨을 쉬었다.

‘전날 잠자리 상대 취급이 박한데…….’

이단우가 다른 상대에게도 박한지는 알 수 없었으나, 차우원에게 박한 건 분명했다. 이단우의 태도가 분명히 선을 긋고 있어서 차우원은 알아들었다.

‘아는 척하지 말라는 거지.’

단우가 원한다면 차우원은 그렇게 할 터였다.

그는 이단우와 달리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은 차림새로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목함이 하나 놓여 있었는데 봉인 스킬진이 걸린 물건이었다.

봉인함을 열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았다. 검의 정당한 주인인 스승님과 그 관계자들뿐이다. 차우원과 차치원은 그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차문경의 핏줄이기 때문이다.

본래라면 차치원이 단우 앞에서 봉인함을 열고 청연을 대표해 <육영>을 건네줬겠으나…….

“이거야?”

“응.”

“열어.”

차우원은 단우가 시키는 대로 했다. 그가 손을 뻗자 봉인함은 아무 저항 없이 열렸다. 그 안에는 <육예>의 기본형과 몹시 흡사한 형태의 검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단우야, 이 검 스탯 제한이 있었던 것 같다.”

문득 떠올라서 차우원은 손을 뻗었다. 먼저 제한 조건을 확인할 생각이었다. 스탯이 못 미쳐서 단우가 거부당하면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겠는가? 이단우도 그 꼴을 차우원에게 보이긴 싫어할 터였다.

그런데 이단우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검을 쥔 단우의 손이 가볍게 진동했다. 검이 우는 것처럼 떨고 있었다.

동시에 단우의 귀에 남들에게 들리지 않는 소리가 들렸다.

띠링!

<육영>(A)

육예의 쌍둥이 검. 움직임이 소리 없이 조용해 그림자(影)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제한: ???

제한이라고 쓰인 부분의 물음표가 이내 벗겨지더니 조건이 드러났다.

-제한: 당대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검사.

띠링!

[놀라운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당신은 본신의 능력으로 소유 불가능한 검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업적 보상: 숨겨진 스킬 개방]

띠링!

[스킬: ???]

‘됐다.’

스킬창이 빛으로 휩싸였다. 단우는 이미 한번 겪은 일이었음에도 드러나는 스킬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과거 이 시그니처 스킬을 각성했을 때, 그는 얼마나 어처구니없었던가?

[<검의 주인>(S)

세상의 모든 검은 당신의 명령에 복종합니다. 당신을 주인으로 염원할 것이며, 당신의 목표를 이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당신의 의지가 검의 의지이며, 검의 의지가 곧 당신의 의지입니다.]

스킬 <검의 주인>. 일명 ‘검주’로 유명한 이 스킬은, 지금까지 개방한 사람이 한 명밖에 없었다.

그 한 명은 차우원이었다.

그래서 차우원의 이명이 ‘검의 주인’이었던 것이다. 성검을 얻은 뒤에는 그 앞에 ‘성’ 자가 하나 더 붙었을 뿐이다.

사람들은 차우원이 ‘검주’의 유일한 주인이라고 생각했으나, 단우도 같은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늦게 개방한 데다, 밝혀 봤자 남들에게 차우원과 비교나 될 테니 말도 안 했지만.

과거 단우의 시그니처 스킬을 알던 사람은 두 명이었다.

-이야, 그거를 네가 갖는 게 좋은 일인지 아닌지 모르겠는데…….

-좋고 나쁠 게 뭐가 있는데요?

-아니, 네가 갖는다고 쓸 수는 있겠냐?

스승님이 현실적인 질문을 해서 단우는 대단히 발끈했다. 그때 그는 스승님이 준 <육영>과, 그 <육영>이 단우의 시그니처 스킬을 해방시켜 준 일로 들떠 있었던 것이다.

이단우는 재능이 없다. 그건 늘 피부로 느껴 온 일이 아닌가? 그런데 이단우의 시그니처 스킬은 그 ‘검의 주인’ 차우원과 같았다. 단우는 기대로 한없이 가슴이 두근거렸다.

‘스킬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 스승님의 말은 사실임이 곧 판별되었지만…….

‘당연하지.’

과거 단우는 <육영>의 제한 조건을 확인하지도 못했다.

<육영>을 쥔 순간 개방된 스킬이, 검의 소유 제한 조건을 무효화해 억지로 <육영>의 주인이 되었으니까.

이후 단우가 스킬의 제대로 된 효용을 느끼게 된 건 차우원과 만난 뒤였다.

<검의 주인>은 스킬 설명이 너무 불친절해서 뭘 어떻게 써먹으라는 건지도 알 수 없는 스킬이었다. 마력이 들지 않는 패시브 스킬이라는 게 유일한 장점이었는데, 그래서 어디에 어떻게 효능을 발휘하고 있는지는 의문이었다.

‘‘자격 없는 검을 소유하게 해 준다’가 스킬의 유일한 기능인가?’

당시 단우는 의아해했으나 물론 그렇지는 않았고…….

-예를 들어…… 검 관련 스킬을 쓰면, 사용되는 마력량이 줄잖아. 한 번도 안 해 봤어?

-나 검 관련 스킬 없는데?

-단우야, 너 검사 맞지.

-닥쳐.

차우원이 알려 줘서 단우는 획기적인 실험을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검 관련 스킬을 사용해 보는 시도는 아니었다. 차우원을 만나 <한계 초월>(S)을 각성한 덕에 단우는 다른 스킬은 익힐 수 없는 몸이 됐다.

‘빌어먹을 스킬 용량.’

그러나 스킬이 있어야 검을 쓸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모든 아티팩트는 마정석을 원료로 한다.’

그러니 아티팩트도 마력을 품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 마력은 반발하므로, 아티팩트도 주인의 마력을 온전히 몸에 담는 것은 아니었다.

단우는 여기서 발상을 바꿨다.

<검의 주인>이 검사 클래스 스킬의 효율을 높인다는 건, 다시 말해 검이 주인의 마력에 저항하지 않게 만든다는 소리 아닌가?

‘그렇다면 반대로 몸이 검의 마력을 받아들이는 것도 가능하지 않나?’

가설을 세운 단우는 <육영>의 마력을 자신의 몸으로 끌어왔다……. 그리고 성공했다. 검의 마력에, 단우의 몸은 필요 이상으로 반발하지 않았다.

아예 반발 작용이 없다는 소리는 아니어서 이후 피를 토하고 기절하긴 했으나, 금방 요령을 깨쳤다.

<육영>만 한 A급 아티팩트가 생성하는 마력량은 단우와 비교할 게 못 됐다.

덕분에 과거의 이단우는 A급 헌터로 인정받았다. 차우원이 이단우를 죽기 직전까지 패 <한계 초월>을 각성하게 만들고, 이단우에게 <검의 주인>을 다룰 실마리를 줘서.

‘…….’

물론 과거의 이단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한편, 검을 꽉 끌어안고 있는 이단우를 보며 차우원은 기분이 나빠졌다……. 단우가 기분이 좋아지면 그도 기뻐져야 정상인데, 왜 심사가 뒤틀리는지 알 수 없었다.

‘스승님의 검이 단우에게 물론 소중하겠지.’

차우원은 상식적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이상하네.’

보통 이렇게 거리를 두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면 감정이 정리되기 마련인데, 꼬인 기분은 풀리지 않았다.

그는 불가능한 일을 재시도하는 대신 단우에게 물었다.

“그런데 단우야, 숨겨 놓은 약은 그게 전부야?”

단우가 움찔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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