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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인성 교육-72화 (72/170)

72.

물론 엄밀히 말하면 그건 농땡이가 아니었다. 사실 소서정은 집에서 스킬 수련을 하고 있었다.

‘이단우는 강울림 전용 육체 단련장 같은 건 지어 주면서 왜 스킬 수련장은 안 지어 주는 거야?’

이 건물이 3층 건물이라 안 되는 건가? 그렇다면 다른 건물로 이사 가면 되지 않나.

물론 소서정도 이 건물에 적응하긴 했다. 어떤 물건이든 오래 쓰면 애착이 생기는 법인데, 소서정이 이 건물을 들락거린 지도 벌써 반년이 넘었다.

‘여기는 나중에 공격대가 결성된 시작점, 뭐 일종의 기념관으로 쓰라고 남겨 두는 거지. 그리고 고층 건물로 이사를 가서 나중에 우리도 길드를 만들면……!’

그때 가면 사람들은 ‘5대 길드’가 아니라 ‘6대 길드’라고 거대 길드들을 지칭하게 될 것이다. 소서정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부풀었다.

‘이건 나중에 제안해 보고.’

소서정은 자신의 스킬 용량이 대단하다는 걸 깨달은 뒤로, 화계 스킬은 구할 수 있는 대로 구해서 익히고 있었다.

스킬 용량이 크다는 것과 그 스킬을 사용한다는 건 또 다른 문제였지만…….

‘스킬 사용에는 마력이 들어가니까.’

그가 마력 천재이긴 해도 스킬 백 개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는 이단우의 조언을 기억하고 있었다.

-생각을 하고 대처를 하라고.

‘그게 조언인가?’

소서정은 의심스러워졌으나, 아마 그럴 것이다……. 이단우의 성질이 더러운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어서 소서정은 적응했다.

‘필요한 스킬을 정확한 때 사용하라는 소리잖아.’

그는 인정받는 수재였다. 이단우의 조언인지 성질머리인지 싶은 소리를 금방 이해했다.

소서정은 구할 수 있는 대로 스킬을 구해 익히면서, 동시에 몬스터와 던전에 대해 공부하고 있었다.

전처럼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실전을 위한 공부였다. 소서정은 타고나길 요령이 좋은 편이어서 어디서든 능력을 뽐내는 건 잘했는데, 그 능력을 유용하게 쓰기 위해 노력해 본 적은 없었다. 그가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이단우는 인정해 줘야 했다!

“이단우가 우리를 이상하게 대우하는 거라니까? 우리 같은 애들 모아 놓고 저렇게 지멋대로 굴다니! 팀 랭크는 자꾸 오르고, 이제 ‘신진 길드 랭크’에 <차우원 팀>을 놓는 건 우리에 대한 모욕이라느니 뭐라느니 하는 소리나 들리니까 기고만장해진 거 아냐!”

소서정은 주먹을 쥐고 흔들었다. 강울림은 황당했다.

“그런 소리는 어디서 찾아서 듣는 거야?”

‘기고만장해진 건 이 녀석 아닌가?’

이단우야 원래가 확신에 찬 인간이었다. 새삼 기고만장해질 데가 있나?

소서정이 훈계했다.

“넌 TV 좀 보고 살아. 인터넷도 좀 하고, 사람들이랑 소통 좀 하고. 다들 얘기하고 있거든? 근데 봐, 이렇게 잘되는 게 누구 공이야.”

“이단우랑 차우원?”

강울림이 대답했다.

‘팀 일정을 짜고 던전 공략 계획을 내는 건 이단우고, 클리어 공헌도가 가장 높은 건 차우원이니까.’

“……내가 너랑 무슨 얘길 하겠냐?”

소서정은 답답해서 가슴이라도 치고 싶었다.

“나도 너랑 할 얘기 없거든? 기껏 와서 시끄럽게 굴길래 상대해 줬더니. 수련 방해하지 말고 내려가든가.”

강울림이 다시 운동 기구로 돌아가려 들어서 소서정은 덥석 잡았다.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고. 어쨌든 팀이 이렇게 잘된 건 우리 모두의 공이잖아? 나랑 네 공도 지대하다는 거지. 그러니까 이단우는 각성해서 매사 우리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해. 근데 차우원이 이단우를 편애하니까, 이단우가 우리 말을 껌처럼 씹어도 누구 하나 지적하지 않고 넘어가게 되잖아!”

“그래서 뭐 어쩌자는 거야?”

“그러니까 같이 말해 보자고!”

“이단우한테?”

강울림이 팔짱을 꼈다. ‘싫어’라는 태도여서 소서정은 말했다.

“아니, 차우원한테! ‘이단우랑 네가 먼저 팀을 결성해서 특별한 유대 관계가 있는 건 알겠다. 하지만 걔 만행을 말릴 사람은 너밖에 없지 않냐’고 말하면 차우원도 들을걸! 솔직히 이단우는 차우원 말만 듣잖아?”

“그렇긴 해. 근데 차우원도 이단우 계획에 태클 거는 시늉만 하잖아. 도움 안 될 것 같은데.”

“그건 이단우의 태도가 우리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걸 차우원이 몰랐을 때고. 우리 둘이 가서 진지하게 말하면 들을걸. 차우원은 합리적인 쪽으로 움직이거든!”

“난 별로 의욕이 떨어지진 않는데?”

강울림이 대꾸했다. 소서정은 이 자식과 큰일을 도모하려는 자신이 슬슬 멍청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물론 소서정도 이단우 때문에 의욕이 떨어진 적은 사실 없었지만…….

‘팀 CF는 왜 안 찍어 준다는 건데?’

소서정은 불만이었다. ‘너나 나가.’ 하고 이단우가 경멸에 찬 눈빛을 보여서 그는 항의도 못 했다!

그때 아래층에서 소란이 일었다.

‘어?’

“뭐야, 누구 왔나?”

강울림이 물었다.

“올 사람이 누가 있어? 지금 여기 없는 건 차우원밖에…….”

소서정은 대꾸하다 입을 다물었다. 둘은 서로를 쳐다봤다. 그리고 누구랄 것 없이 바닥에 귀를 댔다. 아래에서는 말다툼이 일어나고 있는 듯했다.

‘이단우랑 차우원이 싸워?’

둘이 입씨름을 하는 건 항상 있는 일이었으나, 진지하게 싸우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 둘은 이 팀의 중심이었다.

엄마 아빠가 싸우는 것과 비슷한 기분을 느끼며, 둘은 계단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계단에서 올라오는 차우원과 마주쳤다.

“…….”

차우원은 이단우를 안고 있었다.

‘다쳤나?’

소서정은 순간 생각했다. 그런데 이단우가 차우원의 목을 두 팔로 감고 있었다. 얼굴은 차우원의 목덜미에 묻었다. 이단우 성격에 다리가 부러졌대도 저럴 리가 없는데…….

순간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소서정은 귀를 의심했다.

‘……이단우가 울었어?’

“그만 보채, 단우야.”

차우원이 한숨처럼 말했다…….

소서정은 차우원에게 무슨 일이냐고 말을 걸 수도 없었다. 끼어들면 안 될 일이라는 직감이 들어서, 소서정은 입을 닫았다. 옆을 보니 강울림도 그러고 있었다.

차우원이 두 사람을 지나쳤다……. 이단우는 그에게 꼭 달라붙어서 머리를 문대고 있었다. 응석을 부리듯이…….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소서정은 심장이 두방망이질 치는 걸 느꼈다.

‘저 둘, 뭔가 이상하다 했다고. 차우원이 저렇게 남 일에 관심 갖는 인간이 아닌데. 내가 알았는데……!’

“야, 방금 본 거…….”

소서정이 입을 열려는데 강울림이 말했다.

“손님 오셨다.”

강울림은 소서정과 달리 둘의 관계를 짐작해 본 적이 없었으나, 계단에서 올라오는 차우원을 본 순간 깨달았다.

‘아, 둘이 연애하는 거였구나.’

매번 다툰다 싶더니 사랑싸움이었던 모양이다.

강울림은 자신이 별로 눈치가 빠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센터에 들어가기 전에도 반에서 갑자기 누구랑 누가 사귀는 일은 종종 발생했는데, 강울림은 그전까지 두 사람의 의미심장한 기류를 알아챈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누가 말해 준 뒤에야 ‘아, 걔네가 사귀는구나.’ 이해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방금 차우원과 이단우는 그냥 봐도 ‘아, 그렇구나.’ 싶은 기류였고…….

‘둘이 싸우는 줄 알고 깜짝 놀랐네.’

강울림은 안도했다. 그에게 중요한 건 은혜를 갚아야 할 두 사람이 싸우지 않고 잘 지내는 거였다. 둘이 찢어지면 그는 누구의 편도 들 수 없지 않은가?

가장 곤란한 일은 피했으나, 아직 남은 일이 하나 있긴 했다. 차우원과 이단우의 다툼을 듣고 목격한 사람이 강울림과 소서정뿐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1층에 있던 손님이 경악한 표정으로 계단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와 강울림의 눈이 마주쳤다. 이어 소서정도 손님을 눈치챘다.

“아, 안녕하세요. <차우원 공격대>를 찾아오신 손님이 맞으시죠…….”

소서정은 상황을 수습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 손님의 얼굴이 아주 익숙했다. 그렇다기보다 아는 사람이었다.

“차치원?”

“형…….”

차치원이 떨리는 목소리를 냈다. 소서정은 아찔했다.

‘차우원……. 이단우…….’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하라고 그냥 가 버린단 말인가?

‘저 집안 차우원에 대한 집착이 엄청나지 않았나?’

소서정도 능력이 되면 잘 포장도 해 주고 입에 발린 말로 방어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저렇게 대놓고 염병을 떨며 올라가 버리면 숨겨 주려 해도 숨겨 줄 수가 없지 않은가?

차치원은 형이 자신을 두고 그대로 안으로 뛰쳐 들어가는 동안 가만히 있었다. 안에서 큰소리가 난 뒤에야 ‘들어가 봐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형이 다급하게 대처할 일이라면 위험 사태일 터였다. 자신이 무슨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달려간 차치원은, 형이 누군가를 안고 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봤다.

차치원이 출입구에 있어서 형은 그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품에 안긴 누군가에게 입을 맞추고 속삭이며, 형은 계단을 올라갔다.

“…….”

형에게 안긴 이단우는 축 늘어져서 제정신으로 보이지 않았다.

‘아니…… 이단우가 맞나?’

차치원은 도련님이었으나 우수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회에서 낙오된 ‘길을 엇나간’ 무리들은 먹이를 찾아내는 눈이 훌륭했다.

어머니의 후광과 형의 명성이 악재로 작용한 면도 있어서, 차치원은 그런 인간들의 접근을 간혹 받아 왔다. ‘기분 좋아지는 거 할래?’ 하고 실실 웃어 대는 낙오자들.

차치원은 그들이 쓰레기라고 생각했으나, 어쨌든 그런 것들도 집안은 괜찮아서 주머니에 돈은 많았다. 그들이 가장 쉽게 현실을 도피할 방법이란 뻔했다.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었으나, 차치원은 사실 그들이 노는 곳에 한번 따라가 본 적도 있었다. 안쪽에서 본 광경이 너무 징그러워서 바로 나왔지만…….

‘……내가 뭘 본 거지?’

눈이 의심스러워서, 차치원은 주춤 걸음을 옮겼다. 형이 그어 둔 선을 넘어 사무소 안쪽으로 들어가 계단 아래까지 다가갔다. 형은 이미 올라간 뒤였고 그 위에는 형의 다른 팀원들이 있었다.

‘서정이 형, 그리고 탱커 강울림…….’

얼굴을 확인하지 못한 팀원은 한 명뿐이다. 그리고 <차우원 팀>은 폐쇄적인 독립팀이었다. 사용인 한 명도 고용하지 않고, 사무소의 모든 관리를 팀원들이 했다.

이곳에 다른 외부인이 있을 리 없다는 점을 떠올리면, 형이 안고 올라간 사람이 누구인지는 명백했다…….

이렇게 추측할 것도 없이 그는 이단우가 맞았다. 다른 사람과 착각할 얼굴이 아니다. 그런데도 차치원이 머릿속에서 멍하니 장면을 되돌리는 이유는, 이단우가 그런 낙오자들과 전혀 매치가 되지 않아서였다. 그러나 그건 이단우가 맞았다……. 그는 약에 취해 있었다. 술 같은 걸로는 각성자를 취하게 만들지 못한다.

“서정이 형. 방금 그거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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