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 인성 교육-70화 (70/170)

70.

“약통 내놔.”

“아, 아, 으응, 싫……, 아프, 놔줘!”

“이단우, 약통 줘.”

“그거 하지 마!”

단우가 진저리를 쳤다. 그는 차우원이 ‘이단우’라고 부르는 게 싫었다. 혼낼 때도 ‘단우야’라고 부르는 놈이 거리를 둬서 단우는 초조하고 두려웠다.

“하지 말아야 하는 사람은 너지……. 난 매번 약에 절어서 아무것도 못 하게 되는 사람 밑에서 일할 생각은 없어.”

“아니야! 안 그럴게……. 안 그래…….”

고개를 흔드는 단우의 뒷머리에 입술을 대고, 차우원은 계속 말했다.

“약병 줘.”

목덜미에 닿는 그의 숨이 뜨겁고 아프고, 심장을 쥐었다 놓고 난리를 쳐서 단우는 눈물만 떨어뜨렸다.

‘어떡하지…….’

가슴이 벌렁거렸다. ‘거의 다’라고 말했는데 사실 단우는 약통을 다 비웠다.

‘거짓말까지 하는 애는 필요 없다고 하면 어떡하지?’

스물네 살의 차우원은 단우가 거짓말을 하든 덤벼 대든 신경 쓰지 않았는데 스무 살의 차우원은 화를 냈다.

그가 단우를 발견했을 때의 표정이 너무 무서워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끔찍했다…….

“싫어?”

“아, 아니! 으응…….”

말만 해도 신음이 절로 새어 나오고 식은땀이 난다. 차우원에게 붙잡힌 아래는 감각이 사라진 듯했다. 혼자 지끈거리며 끔찍하게 예민해져서 고통과 쾌감을 구별하지 못했다. 하지만 차우원의 손이 사라지는 게 더 무서웠다. 차우원이 자신을 놓고 나가 버리는 게.

단우는 코를 훌쩍이고, 고개를 흔들고, 품에 손을 넣어 인벤토리에서 약통을 꺼냈다. 빈 약통이 침대 위로 떨어지자 차우원은 그걸 봤다.

“단우야.”

“잘못했어. 다신 안 할게. 이번이 마지막이야. 진짜로 안 해. 그럴 필요도 없어…….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해.”

단우는 주절주절 변명하며 뒤를 돌아보려 애썼다. 차우원과 눈을 마주치고 애원했다. 차우원이 ‘그래’라고 대답해 주지 않아서 애가 탔다. 그런 단우의 입술을 차우원이 깨물었다.

“응……! 아!”

이어서 목덜미가 콱 물려서 단우는 깜짝 놀랐다. 이가 박히고 파고드는 통증보다도 차우원의 행동 자체가 더 놀라웠다.

“으응? 아……! 잠깐, 아, 안 돼, 흐윽…….”

차우원이 맨손으로 아래를 쓸어서 단우는 끔찍하게 아팠다. 느껴서는 안 될 것 같은데 선액을 흘리고 있었다. 그게 차우원의 손을 적셔서 곧 머리가 하얗게 변하는 자극만 남았다.

“안……!”

참으려고 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차우원의 손을 더럽힌 뒤에야 단우는 맥이 풀렸다. 몸의 중심이 잡히지 않아서 제대로 앉아 있지도 못하는 단우를, 차우원이 안아 줬다. 고개를 돌리게 하고 다시 입을 맞췄다.

‘……안 가는 건가?’

단우는 그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엉덩이 밑이 이상하게 불편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뭔가가 단우를 찔러 대고 있는데…….

하지만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단우는 차우원의 팔을 붙잡았다. 손이 화끈거리고 쓰라리고, 억지로 움직인 몸은 근육이 뒤틀리는 듯했다. 단우는 헛숨을 들이켜고 내뱉었다. 차우원의 가슴에 달라붙어 계속 변명했다.

“이제 안 해. 절대 안 할게. 나 약 필요 없어. 이런 거 이제 싫어…….”

“그래, 단우는 자존심이 강한데 이렇게 자꾸 내 도움 받고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기 싫겠지…….”

‘어?’

차우원의 말이 어딘가 어긋나는 것 같아서 단우는 의아했다. 하지만 이 꼴을 보이기 싫은 건 맞았다. 차우원이 자신을 버리는 상황 같은 건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그가 가 버리면 자신은 살아 있을 필요도 없는데…….

“응, 응……. 이제 안 해. 진짜야……. 맹세할게. 잘못했어. 으으응……. 아……!”

차우원이 다시 단우의 아래를 쓸어서 그는 울다 말고 신음했다. 단우가 모르는 사이 반쯤 선 모양이었다. 그러면 차우원이 다시 만져 줄 수밖에 없는데. 차우원은 그런 놈인데.

‘이건 왜 눈치도 없이 자꾸 서고 지랄이야…….’

단우는 자기 몸뚱이가 짜증스러웠다. 부끄럽고 민망해서 눈이 뜨거워졌다. 차우원이 그를 어떻게 생각할까. 사과를 한다고 지껄이면서 아래나 세우고 있으니 제대로 된 말로 들리지 않을 게 뻔했다.

차우원이 너무 낮아서 쉰 것처럼 들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내가 단우 말을 믿지.”

-그렇구나. 내가 단우 말은 믿지.

과거의 목소리와 겹쳐져서 단우는 순간 아래로 피가 몰렸다.

‘아, 잠깐…….’

단우는 소스라쳤다. 스스로가 쓰레기 같았다. 부끄럽다든가 제대로 말을 해야 한다든가 생각한 게 방금 전인데…….

차우원이 다시 단우의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입 맞췄다. 혀가 부드럽게 안을 헤집어서 단우는 견딜 수 없었다.

다시 떨며 단우는 차우원의 손을 더럽혔다. 손가락 사이로 튄 액이 침대 위에 떨어진 게 보여서 그는 또 흐느꼈다.

‘전혀 안 믿고 있잖아…….’

단우는 차우원을 잘 아는데 스무 살의 차우원은 단우를 몰랐다. 단우가 얼마나 그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몰라서 단우를 무섭게 했다.

“그럼 이건 버리자.”

차우원이 약병을 가져갔다.

“응, 응…….”

“그리고 단우는 나랑 자자.”

-……그래도 이제 밤놀이는 자제하자. 단우는 밤 외출을 그만하는 게 좋겠다. 풀어놓으면 왜 자꾸 이상한 데로 빠지지.

‘어……?’

목소리가 계속 겹쳐졌다. 스물다섯 살의 차우원이 말했다.

차우원의 목소리는 듣기 좋고 부드러웠다. 그런 목소리로 다른 사람의 반론은 허용하지 않았다.

“시, 싫어…….”

물론 단우는 언제나 반발했다.

‘그럼 또 밤에 잠을 잘 수 없잖아…….’

지금이라고 잘 자는 건 아니었지만…….

“아!”

차우원의 손에 다시 힘이 들어갔다. 그가 다른 손으로 단우의 유두를 애무하고 배를 더듬고, 어깨에 이를 박아 댔다.

눈앞에 불똥이 튀는 것 같았다. 감각이 개화해서 그 모든 자극이 아래로 몰렸다. 방금 전에 내보내서 더 나올 것도 없는데, 아래는 힘없이 다시 반쯤 섰다. 엉덩이 사이를 또 이상한 게 찔러 대며 자극하고 있어서…….

단우는 너무 느껴서 괴로울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고통과 쾌감이 함께 오는 게 아니다. 단우를 괴롭히는 부작용과 별개로 쾌감이 그를 또 쥐어짰다.

단우는 진저리를 치며 저도 모르게 차우원의 품에서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붙잡힌 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으응……!”

거의 물에 가까운 게 아래에서 나왔다. 단우는 차마 그 꼴을 볼 수도 없었다……. 눈을 감고 숨만 헐떡이는 단우에게 차우원은 다시 입 맞췄다. 입술이 빨리고 전부 삼켜졌다. 그 입맞춤이 부드럽고 다정해서 단우는 혼란스럽던 머리가 진정됐다.

‘화나지 않았구나…….’

이제 괜찮은데도 차우원이 놓아주지 않아서, 단우는 그가 역시 벌을 주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차우원은 다정했다. 그는 원래 화 같은 건 내지 않았다. 단우가 그를 열받게 할 때도 벌을 줄 뿐이었다. 그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단우는 벌을 받았다. 그가 ‘같이 자자’고 해서 밤에 잠을 잘 수 없게 되었던 것처럼…….

약 기운이 빠져나가며 정신이 가물거렸다. 단우는 그대로 기절했다.

단우가 픽 쓰러져서 차우원은 놀랐다. 그러나 곧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들렸다.

‘잠들었네.’

남의 사정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게 이단우다웠다. 차우원은 한 번도 내보내지 못했다. 그러나 그게 이단우가 알 바겠는가?

차우원은 흥분한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가장 먼저 이단우의 약통을 부숴 버렸다.

손안에서 산산조각 난 약통을 쓰레기통에 내던지고, 그는 침대로 돌아갔다. 잠든 단우는 애처럼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가 소파에서 늘 그러고 잠들어 있었기 때문에, 차우원은 그 모습이 익숙했다. 그 모습을 보며 자위할 생각은 해본 적 없었다. 그건 부적절한 짓이었으니까.

차우원은 그런 짓은 하지 않았다. 개인적인 신념이라거나 그런 이유에서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차우원은 그런 짓을 하지 않을 사람이기 때문이다. 주변의 기대는 맞춰 가는 게 편하다. 남들이 안 보는 곳이라고 굳이 다르게 행동할 필요성도 못 느껴서, 차우원은 대체로 바르고 단정하게 살았다.

‘영웅의 아들이 팀원을 반찬 삼아 자위하는 건 좀 그렇지.’

차우원은 잠시 고민했다. 그러나 그렇게 따지면 이단우의 존재 자체가 더 부적절했다.

‘영웅의 아들이 약쟁이 팀장의 팀원으로 들어가 있는 건 괜찮은가?’

아닌 것 같은데 차우원은 이 팀을 나갈 생각이 없었다.

그는 바지 안으로 손을 넣고 자위했다. 이단우의 젖은 속눈썹과 발그레한 뺨과 작은 입술을 보면서. 길고 가는 목과 마른 가슴과, 차우원이 만져 대서 겉이 까지고 부푼 유두를 눈으로 훑었다. 마른 허리와 웅크린 다리 사이가 보기 좋았다.

‘약은 발라 줘야겠는데.’

사정하고, 손을 닦아 내고, 차우원은 연고를 찾았다. 씻기고 옷을 갈아입혔는데도 단우는 깨지 않았다. 차우원은 그의 가슴에 조처를 취하고 밴드도 붙였다. 그러나 아래가 문제였다.

‘연고를 발라도 되나?’

일어나면 또 원망하는 눈으로 쳐다볼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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