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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인성 교육-65화 (65/170)

65.

아지트에 도착한 단우는 차우원에게 <용의 눈>을 건넸다.

“확인해 봐.”

차우원이 아이템 상태창을 띄웠다.

띠링!

<용의 눈>(S)

위대한 용종의 눈은, 구름 위를 보고 땅 위를 굽어살핍니다. 죽은 뒤에도 용종의 지혜는 그 눈에 남아, 세상의 잔악함을 치유할 것입니다.

-효과: 모든 저주 상태 해제.

-1회용.

단우가 이 아이템의 존재를 알게 된 건 <최후의 던전> 1차 공략 이후였다. 당시 반지의 소유자는 기희윤이었다.

-스킬 받을 때 같이 선물받았지.

기희윤이 말해서 이단우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

그 욕심만 많고 이기적인 새끼가, 동료 죽는 것도 방치하며 아끼던 아이템을 못 지키고 남한테 도둑질당한 것이다.

‘죽어 버려.’

단우는 손수 죽여 줄 생각도 있었으나 은퇴 길마 놈은 이미 죽은 뒤였다.

아마 살아 있었어도 단우가 그를 죽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 새끼는 배지슬의 가족이었으니까…….

“……맞네.”

차우원이 한숨을 쉬었다.

‘한숨 날 만하지.’

이림 전 길드장 같은 놈들의 사고방식을 차우원이 이해나 할 수 있겠는가? 단우는 그를 위로하는 대신 세상의 잔혹함 속에 내팽개쳤다.

“네 스승님한테 그거 드리고 대가로 아티팩트 좀 받아 와.”

‘……?’

“무슨 아티팩트?”

“<육영>. 네가 쓰는 <육예> 쌍둥이 검, 청연 창고에 처박혀 있잖아. 어차피 노는 거 잠깐 받아 오라고. 아예 달라는 건 아니고 대여니까 그쪽에서도 좋다고 할걸.”

‘스승님이 차치원에게 주기 전에 가져와야 한다.’

<육영>은 과거 단우의 검이었다. 스승님은 두 번째 제자가 된 단우에게 ‘그런 허접한 검을 쓰면 실력도 허접해진다’며 검부터 선물했다.

그게 <육영>이었다. 단우는 살면서 A급 아티팩트를 그때 처음 만져 봤다.

-제가 이거 부러뜨려 먹으면 변상해야 돼요?

-그럴 돈은 있고? 선물을 받았으면 그냥 ‘감사합니다’ 해. 눈은 반짝반짝하면서 한다는 소리가 뭐 그러냐?

-감사합니다.

-아이고, 엎드려 절받네. 귀여워 죽겠어, 아주.

하면서 스승님은 단우의 머리를 다 헝클어 놨다.

‘차우원이 자꾸 남 머리 망쳐 놓는 것도 스승님 닮은 거 아냐?’

갑자기 단우는 의심이 들었다.

아무튼……. 그 검은 단우의 검이었다. 성검의 주인이 된 뒤에도 단우는 <육영>을 등에 차고 다녔다.

<육영>은 단우의 시그니처 스킬을 각성시킨 검이기도 했다.

센터에서 봤을 때 차치원은 <육영>을 차고 있지 않았다. 스승님께 검을 받은 제자가 그 검을 착용하지 않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차치원은 아직 검을 못 받았다.’

차치원이야 집안 창고에 A급 아티팩트가 즐비할 테니 그중 아무거나 잡아도 명검일 터였다. 반면 단우가 쓰던 검은 정말로 허접했다. 단우의 주머니 사정이 허접했으니 거기 맞춰 사다 쓰는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래서 스승님은 단우에게 가장 먼저 <육영>을 선물했다.

‘…….’

스승님이 저를 동정해서 제자로 들였다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단우는 얼굴이 빨갛게 변할 때까지 문지르다가 눈앞에 차우원이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 해, 안 가고?”

“그런데 단우야…….”

차우원이 웃음기 없는 얼굴로 말해서 단우는 덜컥 불안해졌다.

‘스승님께 대가 같은 걸 어떻게 요구하냐고 하면 어떡하지.’

그야 좋은 사람들은 남의 저주를 풀어 주며 대가를 받지 않을 터였다. 게다가 이 일은 단우 혼자 벌인 일도 아니다. 차우원도 협력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육영> 대여는 단우에게만 좋은 일이었다.

단우는 차우원이 말을 잇기 전에 그의 손을 두 손으로 덥석 잡았다.

“내가 <육영>을 가지면 이 세상에도 도움 돼.”

“무슨 도움?”

차우원은 황당한 듯했다.

“난 <종말>을 막을 거니까. 그런 검사한테 명검이 들어가면 던전 클리어 속도도 더 빨라지고 사람들은 더 안전해질 거 아냐.”

‘이건 차우원도 좋아할 만한 이야기다.’

단우는 확신했으나 차우원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게 더 먼저였다.

“아, 단우가 명검사라 단우 손에 명검이 들어가면 세상에 득이 되는구나. ……그런데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할 줄 알고 막았어?”

‘네가 할 말이 뻔하지…….’

단우는 심장이 술렁거려서 눈을 피하며 변명했다.

“……나도 네 스승님 팬이야. 당연히 대가를 바라고 한 일은 아니지만, 청연에서도 <육영>을 차우원 팀에 빌려줘서 그 팀이 활약한다고 기사 나면 대인배라며 소문이 자자해질 거고…….”

물론 스승님은 그게 아니어도 대인배라는 평판을 받는 사람이었다.

“단우야, 내가 하려던 말은 검을 원하는 거라면 내가 선물할 수도 있다는 거였어.”

단우는 어리둥절해졌다.

“네가 왜?”

“검사 클래스인 팀원이 E급 검을 들고 다니며 소모품처럼 쓰고 있는 게 안타까워서? 팀장이 돼서 내가 팀원에게 너무 무심했던 것 같다.”

‘바지팀장’ 운운하던 놈이 이런 소리를 한다고 설득력이 있을 리 없었다. 무엇보다 단우는 차우원의 본심을 알고 있었다.

‘마력도 저항 스탯도 허접한 애가 검까지 싸구려 들고 다니니까 걱정된다는 소리 아냐.’

차우원의 동정심을 그가 하루 이틀 겪어 보았는가?

“꺼져. <육영>이나 빌려 와. 청연에서 아까워하면 아까 말한 이유 얘기하고, 그래도 설득 안 되면 청연은 길드장 목숨보다 아티팩트 하나가 더 소중하냐고 욕해 보든가.”

“청연에서 아까워할 리가 없지. 넌 스승님 목숨을 구해 준 은인인데.”

차우원은 그러더니 단우를 품에 안았다. 단우의 고개가 그의 가슴팍에 들어가서, 단우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왜…….’

“고마워. 스승님을 살려 줘서.”

“어…….”

가슴이 쿵쾅거리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단우는 숨을 참았다.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역겨운 인간인지 떠올렸다.

그가 같이 가지 않고 차우원을 혼자 청연에 보내는 이유는, 당연히 ‘차우원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싶어서’는 아니었다.

‘차치원을 보고 싶지 않아.’

차치원은 불쌍한 놈이었다. 과거부터 단우는 그렇게 생각했다. 사람이 영 무르고 못돼지지 못하는 부분까지 형과 비슷해서, 자기 형 죽인 놈을 가장 먼저 ‘리더’라고 부르며 단우 밑으로 들어왔다.

그런 놈을 단우는 질투까지 하고 있었다.

스승님의 두 번째 제자는 이단우였다. 그 자리를 차지한 차치원을 보고 싶지 않았다. 스승님이 선물했던 검마저 빼앗길까 봐 단우는 초조해하고 있었다.

단우는 차우원에게 감사 인사를 받을 만한 인간이 아니었다…….

차우원을 보내고 단우는 소파에 구겨져 누웠다.

‘일어나.’

스스로에게 명령했으나 발이 모래에 잠겨 서서히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모든 의지가 모래 구멍으로 사라졌다.

‘움직여.’

몸은 꼼짝하지 않았다.

‘그만 생각해.’

스물네 살의 이단우는 비활성 던전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었다. 스승님은 가장 좋은 연습은 실전이라며 단우를 던전에서 굴리다가, 세상이 궁금해지면 가끔 마을로 내려갔다.

그날 이단우는 스승님에게 덤벼들었다가 열다섯 번쯤 바닥을 굴렀다. 온몸이 욱신거리는 상태로 마을로 내려가 국밥집에 가 앉았다.

TV에서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고 다른 손님은 전부 마을 주민으로 보이는 70대 이상의 고령자들뿐이었다.

“총각들 또 왔네.”

주인아주머니가 반겨 주며 단우의 등을 쳤다. 단우는 멍투성이인 등이 부러질 것 같아서 오만상을 썼다.

“야, 세상 참 좋아졌다. 나 때는 말이야, 검사가 강화 스킬 하나 없이 던전 들어갈 생각도 못 했어.”

그 꼴을 보며 스승님이 히죽거렸다.

강화 스킬 하나 없는 이단우는 이를 악물었다.

“나이 많아서 좋으시겠네요.”

“내 제자는 참 말을 예쁘게 해. 어디 가서도 예쁨받겠어.”

“안 받아도 상관없거든요.”

“나한테는 받아야 하지 않냐? 내가 늘그막에 무슨 고생인지 모르겠다. 스승님한테 말 한마디 예쁘게 안 하는 제자 뭐가 예쁘다고 이 고생을…….”

“처맞는 건 전데 스승님이 무슨 고생이에요?”

단우의 대답에 스승님이 정색했다.

“야, 너 사람 안 상하게 때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아?”

“알 게 뭐예요.”

“하긴 맞느라 바빠서 넌 모르기도 하겠다. 누굴 쳐본 적이 있어야 알지.”

“아, 진짜…….”

스승님이 킬킬거리며 단우의 머리를 멋대로 만져 댔다.

“너는 내가 보기에 재능이 없어.”

다 아는 얘기를 진지하게 하고 있다.

단우는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했다.

“뭐 저 짜증 나라고 하는 소리예요?”

“아니. 이쯤 되면 알 만하지 않냐? 헌터 하면 제명에 못 죽을 것 같다, 뭐 그런 감이 올 만도 한데 말이야.”

“오래 살려고 헌터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럼 죽고 싶어서 하냐? 헌터도 직업이야. 어? 다 먹고살려고 하는 거지. 요즘 애들이 뭘 동경하는지 모르겠다니까. 죽어서 영웅 되는 것보다 살아서 이렇게 국밥도 먹고, 낮잠도 자고, 하는 게 더 행복하고 가치 있는 삶이라는 거지.”

“영웅 될 생각 없는데요.”

“그럼? 돈 벌고 싶어? 주식을 해.”

“부모님 시신이 던전 안에 있는데요. 비정기 던전이라 들어가려는 헌터도 없고, 꺼내 달라고 의뢰할 비용도 없어서 제가 들어가려고 하는 건데요.”

단우는 입을 닫았다.

‘말했다.’

헌터가 되기 전에는 말할 사람이 없었고, 헌터가 된 뒤로는 비웃음이나 살 말이라 역시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이단우가 처음으로 목표를 말한 사람은 스승님이었다. 스승님은 ‘저런, 안됐구나’ 하는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단우를 비웃지도 않고 물었다.

“너희 부모님 어디서 돌아가셨는데?”

“……D시 비정기 게이트에서요.”

“뭐야, 거기? 네 실력으로는 무리야. 들어가면 한 시간 안에 죽을걸. 삼십 분이면 숨도 못 쉴 거다.”

단우는 발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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