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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인성 교육-64화 (64/170)

64.

‘단우가 때와 장소를 가리는 사람은 아니지 않나.’

이단우가 팔짱을 꼈다.

“팀 명성 깎이잖아.”

“…….”

‘아, 그런 이유.’

언제 봐도 효율적이고 영리한 사람이었다. 이단우는.

그리고 늘 이상한 짓을 저지르는 사람이기도 했다.

이단우가 인벤토리에서 뭔가를 꺼냈다.

“이거 들어.”

‘……?’

차우원은 반론하고 싶지 않았으나 물을 수밖에 없었다.

“단우야, 이거 그때 습격자들이 들고 있던 마정석 총 같다.”

“그거 맞는데.”

“음……. 그래……. 증거품을 빼돌렸어?”

“네가 다 베어 버리려는 거 내가 막아서 남은 증거품 많았잖아. 두 개쯤 가져온다고 조사에 지장 없어.”

이단우는 변명하더니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 틀림없어.’라는 태도였다.

“데웠다 얼려서 마력 회로는 망가졌는데, 우리가 그거 써서 공격할 건 아니니까.”

“그래……. 단우는 정의로운 도둑질만 할 거지. 강도 할 거 아니니까.”

이단우가 살벌하게 차우원을 노려봤다. 차우원은 자신이 또 웃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표정 관리 좀 해야 하는데.’

하지만 이걸 어떻게 참겠는가?

이단우의 인벤토리에서 또 복면 두 개가 나왔다. 차우원은 볼살을 깨물며 다정하게 말했다.

“단우야, 준비성 좋은 건 좋은데 나 몰래 도둑질하고 다니는 건 아니지. 그러지 말고 나도 꼭 같이 부르자. 어느 날 갑자기 팀원 유치장 면회 가고 싶진 않은데…….”

“시끄러워. 그거 쓰고 총 휘둘러 대면서 난입하자.”

“아, 우리 강도는 안 할 건데 기절은 시킬 거야? 난 도둑질은 몰래 하는 건 줄 알았어.”

“은퇴 길마 놈 손가락에서 반지 빼낼 건데 그놈한테 무슨 수로 안 들켜? 그놈은 기절시켜야 할 거 아냐.”

단우가 미간을 좁혔다.

“그래. 총이 원래 사람 기절시키는 용도지.”

차우원은 단우에게 맞춰 줬다. 그리고 허벅지를 한 대 맞았다. 간지러웠다…….

아무튼 2인조 도둑팀은 이림 전 길드장의 저택으로 출발했다.

* * *

저택에 도착한 단우는 곧장 담으로 다가갔다. 그가 ‘스킬 도난 사건’으로 이림 전 길드장 저택에 들어갔을 때 망가뜨려 둔 스킬진은 여전히 잘 있었다. 겉만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고 안은 망가져 있다는 의미에서.

단우가 손짓하자 차우원은 손끝으로 담벼락을 가리켰다. ‘경계 스킬진’이라고 말하는 듯해 단우는 고개를 저었다.

차우원은 어깨를 으쓱하고 단우의 뒤를 따랐다.

둘은 성같이 높은 담벼락을 구렁이처럼 넘었다. 그러자마자 저 끝에서 다가오는 경비원을 발견했다.

‘…….’

단우는 반사적으로 차우원을 밀치고 벽에 붙었다. 방심한 경비원은 벽 그림자를 뚫어져라 쳐다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하품을 하며 그들을 지나쳤다.

‘다들 밤에 나쁜 짓을 하는 이유가 있군.’

복면과 함께 어둠 속에 숨은 채 단우는 생각했다. 경비원이 가는귀먹은 놈이라 다행이었다. 단우는 자신의 심장 소리가 귀까지 들리는 듯했다. 차우원이 자신을 꽉 끌어안고 있어서 심장이 터질 듯했다…….

경비원이 사라지자마자 단우는 차우원을 밀쳤다.

“멋대로 행동하지 마.”

“아, 끌어안는 것도 멋대로 행동하는 거야?”

“조용히 해.”

그가 뒤에서 소리 없이 웃는 모습이 보였으나 단우는 모른 척했다.

스킬이 사람 수준으로 오른 덕에, 강울림 구출 사건 때처럼 무리할 필요도 없었다. 이림 경호팀은 우수한 인력이었고 그중에서도 이림 부길마 고청은 엘리트 헌터(A급)였다. 그런 인재를 은퇴한 놈 호위하라고 박아 둘 정도로 여유 있는 세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림 측 정예들은 전부 빠져나간 지 오래였다.

지금 남아 있는 경호원들도 이림 헌터였으나…….

‘C급(베테랑)한테 들킬 수준은 아니지.’

단우는 코웃음 쳤다.

그는 외워 놓은 길을 따라 내달렸다.

-아, 이쪽은 아버지 생활 공간이에요.

배지슬이 말했던 곳으로 들어간 뒤 차우원을 앞세웠다. 은퇴 길마 놈을 밀착 경호했던 차우원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뭔지 금방 알아챘다.

그의 눈에 근방 헌터들의 마력이 감지됐다. 감지 타입 헌터인 그는, 벽이 가로막고 있다거나 하는 일에 관계없이 어디에 각성자가 있는지를 감지할 수 있었다. 물론 방어 스킬진이 외부 스킬의 간섭을 차단하는 이런 저택에서는 난도가 높은 일이었으나…….

‘찾았다.’

전 길드장의 개인 공간에 각성자는 한 명뿐이었다.

차우원이 손짓했다. 그들은 은퇴 길마의 침실로 잠입했다. 둘 다 유령처럼 기척이 없어서 그들이 들어가도 은퇴 길마는 깨지 않았다.

‘은퇴하고 얼마나 놀아 처먹은 거야.’

방에 누가 들어왔는데 알아채질 못해?

물론 잠입한 두 사람이 후일 <최후의 던전> 1차 공략팀이 될 정도로 최상급 헌터라는 사실은 단우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단우는 이따위 놈이 전대 영웅이라는 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애초에 동료가 죽어 가는데 저주 해제 아이템을 제 손아귀에 움켜쥐고 있는 놈이 무슨 영웅인가?

차우원은 이단우를 팀에 집어넣을 정도로 안목이 별로였는데 차문경도 비슷한 인물이었던 모양이다. 물론 차우원이 이단우를 컨텍한 건 동정심 때문이었으나…….

이단우는 은퇴 길마의 살찐 손에서 <용의 눈>을 발견했다. 그리고 빼냈다.

“…….”

은퇴 길마가 깨지 않았다.

‘얼마나 논 건데?’

단우의 관자놀이에 힘줄이 섰다.

‘이 새끼가 깨어나면 후려쳐 줄 계획이 무산됐잖아.’

단우는 이성적으로 생각했다. 은퇴 길마가 안 깨어나면 그것대로 좋다. 안 들키고 나갈 수도 있을 테고…….

그러나 의지와 다르게 단우의 손은 이미 은퇴 길마를 후려치고 있었다.

“악! 뭐야! 누, 누구냐!”

단꿈에 젖어 있다 얻어맞은 은퇴 길마는 펄쩍 뛰며 깨어났다. 그는 두 복면인을 발견하고 심장이 멎는 듯했다.

‘암살자!’

“……경호팀! 경호팀 어디 있어! 암살자다!”

이단우가 변조된 목소리로 말했다.

“제기랄, 들켰다. 다음 기회를 노려야겠군.”

“…….”

차우원이 이단우를 쳐다봤다. 이단우는 복면 안에서 미간을 좁혔다.

‘뭐 하냐?’

“도망쳐!”

단우가 그의 팔을 낚아채고 달렸다. 뒤에서 은퇴 길마가 악을 쓰는 소리가 들렸다.

“이 무능한 놈들! 암살자들이 도망갔다! 아직 저택 안에 있어! 당장 잡아내, 뒤를 캐내라! 내가 예리한 감각으로 알아채지 못했다면 어쩔 뻔했느냐? 이 쓸모없는, 밥버러지 같은……!”

“죄, 죄송합니다! 어서 쫓아라. 아직 저택 안에 있다!”

“2인조다! 복면을 쓴 키 큰 놈들……!”

차우원이 알렸다.

“앞뒤로 둘러싸였어.”

“앞을 뚫자.”

단우는 바로 판단했다.

‘그쪽이 루트가 짧다.’

앞에서 달려오던 경호팀이 무전기로 신호를 보냈다.

“본관 2층 복도, 침입자 발견!”

“이런 제기랄! 배청균을 죽여서 주인님께 바칠 기회였는데!”

단우가 변조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

차우원은 이를 악물고 웃음을 참았다. 미칠 것 같았으나 지금은 참아야 했다…….

단우가 마정석 총으로 경호팀을 갈겼다. ‘뻑’ 소리가 나며 경호원이 나뒹굴었다. 차우원이 도와서 정리는 순식간이었다.

눈 깜빡할 사이에 경호팀을 쓰러뜨리고 그들은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담장 안을 순찰하던 경호팀이 그들을 발견하고 달려왔다.

“잡아!”

“침입자다!”

2층에서 다른 경호팀들이 떨어지고 1층 창문도 열렸다.

이림 전 길드장을 호위하는 인력이라 기희윤의 숭배자들과는 수준이 비교가 안 됐다.

그때 차우원이 말했다.

“단우야, 안기자.”

“……?”

차우원은 대답도 듣지 않고 곧바로 단우를 품에 안았다.

“<블링크> 쓴다. 꽉 잡아.”

단우는 차우원의 말을 잘 들었다. 과거 차우원 팀은 리더 명령에 토 다는 걸 허락하지 않는 독재자 소굴이었다.

단우는 거의 반사적으로 차우원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 그 상태로 차우원이 웃는 얼굴을 봤다.

그와 눈이 마주치는데, 단우는 어지러웠다. 주변 풍경이 휙휙 바뀌고 있어서인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차우원은 담 아래에서 단우를 내려 줬다. 그들은 망가진 스킬진을 밟고 탈출했다. 뒤에서 악쓰는 소리와 대문 열리는 소리 등이 들렸으나 돌아보지 않았다. 사람이 달리는 속도가 차보다 빠를 수는 없었지만, 그 사람이 헌터고 그들이 도망치는 거리가 짧다면 이야기는 달랐다.

도심으로 들어간 그들은 복면부터 벗어 던졌다. 겉옷까지 전부 인벤토리에 넣어 버리고 사람들 틈에 섞였다.

그리고 차우원은 웃음부터 터뜨렸다. 잘생긴 놈이 폭소를 하고 있어서 주변 시선이 전부 그에게 몰렸다.

단우는 여전히 약간 멍했다.

‘뭔데…….’

이 자식이 자꾸 자신을 뒤로 밀고 보호하려 들지 않나?

민망한 꼴 한번 보였다고 사람 무시하고 있는데, 단우는 보아 넘기지 않을 생각이었다.

“내 발로 도망칠 수 있었어.”

“알아.”

‘……?’

차우원이 쉽게 대답해서 단우는 뭔가 싶었다.

“알면서 스킬은 왜 썼는데?”

<블링크>는 흔한 스킬이 아니다.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스킬이긴 했으나 그 유용성 때문에 가격이 어마어마했다. 혹시라도 그게 범인이 차우원이라는 단서가 될 수 있지 않은가?

“단우가 저항 랭크도 낮으면 동반 이동이 가능할 것 같아서.”

본래 이동 스킬은 시전자에게만 적용되었으나, 저항 스킬이 없다시피 한 비각성자쯤은 몇 명 함께 이동시키는 것도 가능했다.

차우원 정도의 마력 간섭력을 가진 놈은 이단우도 옮길 수 있다는 게 방금 증명됐고…….

‘……이 새끼 내 저항 랭크 시험하려고 했다는 거 아냐.’

단우의 표정을 보더니 차우원은 웃으며 단우의 어깨를 끌어당겼다. 그는 그대로 할 변명이 있었다.

단우의 저항 랭크가 낮을지도 모른다는 짐작이 들자마자 ‘안아서 도망쳐도 되겠는데. 단우 몸은 체온도 높고 부드러워서 안으면 기분 좋고…….’라고 생각했다는 변명이…….

‘하면 화내겠는데.’

차우원은 말을 바꿨다.

“화내지 마. 급한 상황이었잖아.”

“급하긴 뭐가 급해? 그놈들 단번에 기절시켜서 총 봤는지도 모르겠는데.”

단우는 인벤토리에 같이 넣어 버린 마정석 총을 떠올렸다.

‘거기서 시간을 더 끌 걸 그랬나.’

차우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 총 역시 둔기로 쓰려고 가져간 건 아니었구나.”

“총을 왜 둔기로 써? 다른 좋은 둔기 놔두고.”

“나야 단우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지.”

‘이 자식이 빈정거리나.’

단우는 열받았으나 차우원의 보기 좋은 얼굴에서 악의를 찾기란 어려웠다.

“그건 장식품이고. 보라고 가져간 거잖아.”

‘자기 얼굴 후려친 무기니 은퇴 길마 놈은 봤겠지.’

아무리 무능한 놈이라도 눈이 멀진 않았을 것이다. 헌터의 신체 능력은 일반인과 궤를 달리해서, 상급 헌터쯤 되면 매 수준의 시력을 갖췄다. 물론 그 시력을 하루 종일 휴대폰 따위나 들여다보느라 망치는 소서정 같은 놈들도 있었지만…….

“은퇴 길마 놈도 이제 지 스킬 노리던 놈 정체를 알았을 텐데. 그놈 부하들이 자길 다시 습격했다고 하면, 개연성도 있겠다. 믿겠지.”

차우원이 감탄했다.

“단우야, 악당 같다. 기희윤 씨는 이제 자기가 저지르지 않은 죄도 덮어쓰고 쫓기는구나.”

“시끄러워.”

기희윤에게 ‘기희윤 씨’라니 가당치도 않은 존칭이다.

단우는 어깨를 감싼 차우원을 밀어내고 코웃음 쳤다.

기희윤이 자기가 하지도 않은 짓으로 엿 먹어 본 적이 있겠는가?

‘그 새끼, 무슨 표정 짓고 있을지 내가 봐야 하는데.’

단우는 아직도 <최후의 던전>에서 자기 시체를 발견하고 기희윤이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궁금했다. 정말 볼만한 꼴이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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