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 인성 교육-62화 (62/170)
  • 62.

    결국 이단우를 만나 보겠다는 소리 아닌가?

    비서는 깨달았다.

    ‘조만간 식구가 늘겠군.’

    신문 1면이 기희윤에 대한 기사인데도 그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의 흥미를 끄는 건 언제나 갖고 싶은 어떤 것이었다.

    그게 물건인지 사람인지는 기희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 건 그것을 원한다는 사실뿐이었다.

    ‘차우원 팀의 근거리 딜러 겸 작전 참모 이단우.’

    비서는 기록을 확인했다.

    이전에 분명 수작을 부려 두었을 텐데…….

    ‘찾았다.’

    약국에서는 지시대로 이단우에게 제공하던 약의 성분을 바꿨다. 그 뒤로 이단우는 다시는 약국을 찾지 않았다.

    ‘대단하네.’

    중독 증세라는 게 보통 의지로 참아지는 것도 아닐 텐데.

    주인님께 죄를 짓지 않게 되어 비서는 기뻤다. 오히려 주인님을 즐겁게 할 헌터를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됐다니 가슴이 벅찼다. 수많은 동료들이 죽어서, 비서는 식구를 하나 늘린다고 예민해지지도 않았다.

    오히려 관대한 마음도 들었다.

    안타깝지 않은가. 이단우는 주인님을 이렇게까지 방해할 정도로 머리도 좋고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헌터였으나…….

    ‘헌터가 갑자기 죽거나 실종되는 건 흔한 일이지.’

    주인님의 눈에 든 이상 그의 결말은 둘 중 하나가 아니겠는가?

    주인님과 사랑에 빠지거나 혹은 주인님께 버려지는 것.

    * * *

    ‘모든 일이 잘되고 있다.’

    기희윤의 수배지를 보며 뿌듯해하던 단우는 일주일 뒤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에게 기쁨을 준 TV 뉴스에서 이번에는 정반대의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비인가 헌터팀, <기희윤 팀>의 사업장에서는 다수의 금지 약물과 마약이 발견되었습니다. 정부에서는 이번 작전으로 <기희윤 팀>을 완전 소탕하지는 못했으나, 다수의 영업장을 폐쇄했음을 발표했습니다. 현재 발견된 불법 사업장만 열세 곳으로, 대부분 금지 약물을 취급하거나, 불법 개조한 헌터용 아티팩트를 제작하던 곳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외에도 정부는 관련 정보나 사업장 위치 등을 제보할 시 현상금을 지급할 것을 약속하며…….]

    ‘…….’

    단우는 욕설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뉴스 화면에서는 익숙한 건물이 폭파되고 있었다. 단우도 알고 있는 기희윤의 약국 건물이었다.

    ‘지들이 뭘 폐쇄했다는 거야.’

    저건 어떻게 봐도 안에서 스스로 건물을 무너뜨린 게 아닌가?

    ‘꼬리 자르기다.’

    폭파된 건물에서는 기희윤과 연결된 증거 하나 나오지 않을 터였다.

    단우는 공무원들이 기희윤의 꼬리를 밟았다는 사실에 감탄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누가 사업장 위치를 불었지?’

    기희윤이 그럴 만한 놈들을 처리반으로 보냈다고?

    단우는 기희윤을 알고 있었다. 그건 이상한 일이었다…….

    마정석 총을 들고 돌격한 놈들은 분명 기희윤이 가서 죽으라고 보낸 놈들이었다. 사로잡혀도 상관없다고 생각한 놈들이니, 그런 성의 없는 무장을 시키고 내던지지 않았겠는가?

    ‘그놈들을 보낸 목적은 이뤘고.’

    부팀장을 죽였으니까.

    마정석 탈취 사건의 책임자를 죽였으니 기희윤과 연결고리는 남지 않는다. 기희윤은 사람을 그렇게 써먹는 놈이었다.

    ‘부팀장은 죽었는데 다른 놈 입에서 기희윤 이름이 나왔다고 했을 때부터 이상한 걸 알았어야 했는데…….’

    이 기회에 존재감을 드러내고 거물 취급받을 생각이었나?

    과거에도 기희윤은 존재가 알려진 뒤 세력이 몇 배로 불어나긴 했다. 뒷세계 거물 같은 걸 동경하는 멍청한 놈들은 어디에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는 말세였고 <최후의 던전>도 열린 뒤였잖아.’

    안 그러던 놈들도 미쳐 갈 때였다.

    단우는 기희윤의 속내를 파악해 보려다 포기했다. 그 미친놈 마음을 누가 알겠는가?

    애초에 이해하게 되면 인간으로서 끝장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보다 단우에겐 급한 게 있었다.

    ‘상태창.’

    띠링!

    〔이단우〕

    ▷직업: 검사

    ▷칭호: 전율의 속검사

    ▷체력: C(C+)

    ▷근력: C(C+)

    ▷마력: F

    ▷민첩: B+

    ▷운: D

    ▷저항: D(C)

    [스킬]

    ??? (?)

    <한계 초월>(S) MAX

    <근성>(C) 90%

    ‘칭호 뭔데.’

    며칠 전만 해도 없던 이명이 갑자기 생겼다.

    ‘아니 뭐 저런 개같은…….’

    누가 저렇게 부르면 길을 걷다가도 혀 깨물고 죽어 버리고 싶어지지 않겠는가? 어디서 누가 단우를 저따위로 부르고 있는지 궁금해졌으나 지금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역시 안 는다.’

    <한계 초월>(S)은 훌륭한 스킬이었다. 일단 이단우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스킬이었는데, 스탯 자체를 성장시키기 때문이었다.

    과거 이단우는 몇 년간 노력했으나 체력과 근력이 반 등급도 오르지 않았다. 애초에 답이 없는 몸이었다.

    그쯤 해 보면 알 만도 한데 이단우는 주제를 몰랐고…….

    그래서 이 스킬을 각성할 수 있었다.

    ‘장례식장에서 차우원에게 죽도록 맞고 다시 덤비다가 갑자기 스킬 알람이 떴나.’

    그때는 정신이 없어서 스킬 확인 따위 못 했지만. 며칠 뒤 깨어나 보니 뭔가 스킬이 생겨 있었고 그게 이런 내용이었다.

    [<한계 초월>(S)

    당신의 신체는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들고, 당신의 의지는 당신을 더 높은 곳으로 이끌 것입니다.]

    ‘무리할수록 스탯을 성장시킨다.’

    이단우가 깰 수 없어야 할 던전을 클리어하거나, 보스 몬스터를 상대했을 때.

    혹은 차우원 같은 놈에게 진심으로 덤벼들어, 죽기 직전까지 얻어맞고 살아남았을 때…….

    이단우의 스탯은 증가했다.

    처음부터 숙련도 MAX를 찍고 등장하는 스킬이라 어떻게 수련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과거의 이단우는 <차우원 팀>에 속해 있기만 해도 스탯이 올랐다. <차우원 팀>이 해결하는 모든 던전은, 이단우가 본래라면 살아남을 수조차 없을 던전이었으니까.

    그곳에서 이단우는 강울림의 탱킹을 받고 배지슬의 힐을 받으며, 차우원과 소서정이 보스몹을 상대하는 동안 잡몹에게 죽지 않으려 발버둥을 쳤다.

    그렇게 살아남으면 스킬은 업적 보상을 줬고…….

    단우는 깨달았다.

    ‘이 빌어먹을 몸뚱이, 내가 던전에서 살아나오기만 해도 스탯이 오르는 건 뭐야. 그것만으로도 기적이라는 소리냐?’

    스승님의 말이 맞았다. 이단우는 헌터가 되지 말았어야 하는 인간이었다.

    어쨌든…….

    과거에도 그랬듯 <한계 초월>은 이단우의 마력 스탯만은 올리지 못했다.

    ‘당연하지. 이미 알고 있잖아…….’

    어쨌든 이 스킬은 이단우에게 A급(엘리트) 헌터증을 발급해 줬다. 마력 스탯을 못 올려 준다고 아쉬워한다면 이단우 양심에 털이 난 게 아닌가?

    그런데 이단우 양심에는 원래 털이 수북하지 않았나? 여기서 더 뻔뻔해진다고 문제가 생길 것 같진 않았다.

    ‘씨발, 왜 마력은 못 올려 주는데?’

    단우는 당장 노트북을 켜고 검색했다. 정부에서 발표한, 이번에 소탕했다는 기희윤의 약국들이었다.

    ‘아니, 설마.’

    진짜로?

    단우는 마우스를 놓고 화면을 멍하니 쳐다봤다. 그가 위치를 알고 있던, 이 시기에 영업하던 약국들이 싹 털렸다!

    ‘약을 구할 길이 없다.’

    이게…… 말이 되나?

    ‘앞으로 어쩌지?’

    단우는 이성을 찾으려고 했다. 어차피 약은 줄여 나갈 생각이었다. 다른 스탯이 성장하면 마력을 몸에 돌려서 신체를 강화할 필요성도 줄어든다.

    ‘하지만 거기까지 가려면 약은 계속 복용해야 하잖아.’

    기희윤 소속이 아닌 다른 약국을 찾아볼 생각이었지만…….

    ‘지금 약이 얼마나 남았지?’

    단우는 노트북을 닫았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입이 마르고 손이 떨리는 초기 중독 증세 때문에 단우는 두통이 올 지경이었다.

    그러나 이 정도 증세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약에 완전히 중독되면…….

    -리더. 전투 없을 때는 좀 참아 봐요. <종말> 막기 전에 죽어 버릴 생각이에요?

    차치원의 목소리가 갑자기 떠올라서 단우는 어리둥절해졌다…….

    그 목소리가 다시 차우원의 것으로 들렸다.

    “단우야. 무슨 생각 해?”

    단우는 반사적으로 주먹을 쥐고 두 손을 무릎 안쪽에 숨겼다. 그 상태로 소파에 쪼그려 앉은 채 고개를 들자, 차우원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들키지 마.’

    차우원의 저항 스탯은 압도적으로 높아서, 그는 약의 부작용 따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그 자신이 중독되지 않았으니 이단우의 중독 증세를 눈치챌 리도 없다. 단우가 들킬 만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

    이단우는 눈을 깜빡였다. 그럴 때마다 생각이 휙휙 바뀌었다. 바닥과 천당을 오가다가…… 차우원과 다시 눈이 마주치는 순간 한곳으로 딱 멈췄다.

    이단우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 약으로 길 터놨으니 마력 회로에 돌릴 마력만 구하면 되잖아.’

    이단우가 마력 촉진제를 계속 복용한 이유는 몸 안에 마력 회로를 뚫을 마력조차 없기 때문이었다.

    ‘마나 포션은 안 되고.’

    이단우의 마력 그릇은 또 아까운 포션을 다 버려 버릴 거고…….

    그에겐 검이 필요했다.

    과거 <성검>이나 <육영> 같은 검들. 이단우가 가용할 마력을 제공할.

    차우원에게 강제로 성검을 받기 전, 이단우가 쓰던 검은 <육영>이었다. 그건 스승님께 받은 검이었다…….

    단우는 눈을 비볐다. 그리고 차우원을 빤히 봤다.

    ‘안 그래도 슬슬 침입하려고 했지.’

    차우원은 이단우가 왜 또 갑자기 귀엽게 구는지 의문이었다.

    ‘뭐 바라는 게 있나.’

    그런데 이단우가 입을 열었다.

    “우리 둘이 뭐 좀 하자.”

    “……?”

    ‘아, 정말?’

    “네 스승님께도 좋은 일이고, 크게 보면 정의로운 일이야. 그래도 세상 대부분의 일은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으니 강울림은 뺄 생각인데. 소서정은 시끄러워서 뺄 거고.”

    뭘 해야 하는지 명령을 하는 게 아니라 설득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어떻게 들어도 수상쩍었다.

    이단우가 귀엽게 굴고 말이 많아지면 차우원은 불길해졌다.

    “그래서 그게 뭘까?”

    “도둑질.”

    ‘…….’

    “그거 정말 정의롭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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