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 인성 교육-61화 (61/170)
  • 61.

    며칠 뒤 단우는 신문을 펼쳤다.

    [헌터 관리국에서는 비인가 헌터팀, 일명 <기희윤 팀>에 대해 현상금을 걸고 수배령을 내린 상태입니다. 정부와 길드의 해묵은 갈등을 청산하고, 이러한 거대한 중범죄 조직의 출범에 힘을 합쳐 대응해야 한다는 방침을 밝힘으로써…….]

    ‘그래 뭐 좀 해 봐라.’

    기희윤 엿 되는 소리가 듣기 좋았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기희윤 같은 놈이 지금까지 설쳐 대던 게 말이 되는 소린가?

    ‘공무원들도 자기 책임이 되면 열심이란 말이야.’

    잘도 숭배자들을 심문해서 기희윤의 이름까지 토해 내도록 만들었다. 다시 말하면 이 공무원들이 그전까지는 할 수 있었는데도 안 했다는 소리라 단우는 열이 올랐다.

    ‘지네 관할 구역에 간판 내걸고 영업해도, 길드 관할 구역이랑 애매하게 겹치면 남 일이라 이거지.’

    아무튼 기희윤 목에는 현상금이 걸렸다. 그의 용모파기가 담긴 수배서가 신문 사이에 끼어 있다가 툭 떨어졌다.

    단우는 소파에 웅크린 채 그걸 가느다란 눈으로 쳐다봤다.

    ‘……유능한 게 아닌가?’

    수배서에 나온 기희윤 몽타주는 본체와 전혀 닮지 않았다.

    기희윤은 외모만은 차우원과 비슷한 과였다.

    ‘차우원이 그런 쓰레기 새끼랑 닮았다는 소리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나란히 서 있으면 그림체 자체가 다르게 느껴진다는 의미에서 그랬다.

    <매혹>이 패시브인 놈이 외형으로 불쾌감을 줄 리 없다. 눈이 마주치면 기분이 고양되고 사람들에게 절로 호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둘의 외모는 비슷한 데가 있었다.

    차우원은 누가 봐도 인생을 반듯하게 살아가는 사람처럼 생겼고 기희윤은 그 반대였지만.

    ‘안 닮았잖아.’

    단우는 수배지를 대충 던져 놨다가 잠시 생각했다.

    ‘아니지.’

    그는 다시 수배지를 주섬주섬 주웠다. 그리고 게시판에 붙였다.

    여러 명의 흉악범 수배지 사이에 기희윤 것이 추가됐다.

    ‘저걸론 못 잡겠지만.’

    그러나 기희윤은 불쾌해할 것이다. 자기 외모에 자부심이 대단한 놈이니까.

    애초에 기희윤이 이걸로 잡힐 거라는 기대도 없지 않았는가? 움직이기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단우의 목적이었다. 가만 놔두면 벌레처럼 번식해서 세상에 해를 끼치는 놈이니까.

    꼴같잖은 기희윤의 용모파기를 보며 단우는 팔짱을 꼈다.

    ‘하하. 꼴좋다.’

    * * *

    기희윤의 비서는 마정석 탈취 사건의 전말을 보고받았다. 밤에 소식을 들은 탓에 새벽 내내 죽고 싶은 기분이었다.

    ‘주인님이 직접 신경 쓰라고 하신 일을 실패하다니.’

    그는 아침에도 잠들지 못했다. 일을 했고, 밥은 굶었고, 주인님에 대한 죄책감에 몸을 떨었다.

    천장에 밧줄도 매어 뒀으나 곧 주인님의 기상 시간이라는 게 떠올랐다. 주인님의 최근 기상 시각은 낮 2시였다…….

    ‘식사를 챙겨 드리고, 보고를 마친 뒤 죽자.’

    비서는 생각했다.

    그는 갓 구운 빵으로 샌드위치를 만들고 바질페스토 크림을 얹은 와플을 준비했다. 따듯한 감자수프까지 트레이에 담아 가져가자 주인님은 어쩐 일로 깨어서 신문을 읽고 계셨다!

    “아, 왔어? 요즘 내가 늦잠 잔다고 해이해진 거 아냐? 애정이 식었어. 이렇게 늦게 출근을 하다니.”

    비서를 반갑게 맞은 기희윤이 갑자기 표정을 굳히고 말했다.

    “죄송합니다.”

    ‘죽자.’

    비서는 다시 결심했다. 물론 주인님은 일찍 출근해서 기다리고 있으면 ‘잠을 방해한다’고 화내는 분이시지만. 그래서 비서는 눈치껏 두 시쯤 출근하게 되었지만…….

    “사과로 해결이 되면 세상에 법은 왜 있겠어?”

    기희윤이 손을 까딱였다. 비서는 몸을 낮췄다. 기희윤의 손이 그의 뺨을 갈겼다.

    짝!

    비서는 혀를 깨물지 않도록 이를 악물었다.

    물론 기희윤은 존재 자체가 범법이라는 사실은 비서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기희윤이 무표정하게 비서의 뺨을 다시 갈겼다. 비서의 입 안에 피가 고였다. 피를 삼키고, 비서는 무릎을 꿇은 채 벌벌 떨었다. 그는 주인님의 눈밖에 영영 나게 된 것이다……. 그럴 바에는 역시 빨리 죽어 버렸어야 했는데. 주인님께 버려지기 전에, 그가 자신을 내다 버렸어야 했는데.

    그런데 기희윤이 소파에 앉아 쌕 웃었다.

    “죽고 싶다는 얼굴이길래. 자, 처벌받았지! 그만 울상짓고 말해 봐. 그래서 어떻게 된 거야?”

    그가 신문을 펼쳐 놓고 물었다. 신문 1면을 장식한 ‘비인가 헌터팀’에 대한 기사가 비서의 눈에도 들어왔다.

    비서는 얼떨떨했다.

    ‘……화가 나신 게 아닌가?’

    물론 기희윤은 잘 화내지 않는 성격이긴 했다. 그가 정말로 분노한 모습을 비서는 본 적이 없었다. 앞으로도 보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다. 비서는 언제나 자신의 주인이 행복하길 바랐다…….

    ‘내가 죽고 싶어 해서, 벌을 내려 주셨어.’

    비서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주인님은 너무도 자비로운 분이었다.

    입 안이 찢어져 피가 샜다. 말하는 데 방해가 돼서, 비서는 피인지 침인지를 연신 삼켰다. 그리고 보고했다.

    “……그렇게 되어 그쪽 마정석 수급은 당분간 불가능할 듯합니다. 책임자는 처리했으나 처리반은 붙잡혀, 그쪽에서 강도 높은 심문을 당한 듯합니다. 주인님의 이름까지 나오게 될 줄은……. 제 불찰입니다. 죄송합니다.”

    비서는 의문이었다.

    ‘어쩌다 주인님 이름을 아는 놈이 생겼지?’

    처리반은 말 그대로 ‘처리용’인 사람들로…….

    그들을 보냈다는 건 그 현장을 파괴하고 증인과 증거를 모두 없애, 아예 없던 일로 만들겠다는 소리였다. 물론 없던 일이 될 인물들 가운데는 처리반 사람들도 있었다. 주인님께 목숨 외에는 바칠 게 없는 무능한 존재들. 그 벌레만도 못한 비각성자들을 주인님은 자비롭게도 사랑해 주시고, 그들을 위해 무기까지 만들어 주셨다.

    ‘작전 책임자도 아닌 것들이 어떻게 주인님 본명을……?’

    비서는 다시 생각했다.

    ‘……처리반 놈들은 절대 알 수 없다.’

    어디선가 새어 나간 게 틀림없었다. 비서는 그런 짓을 저지를 놈이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마정석 탈취 사건의 책임자. 처리반을 보내 비서가 처리하려 했던 그놈.

    ‘경호 부팀장.’

    그놈이 입을 잘못 놀려 주인님의 본명이 새어 나간 것 아니겠는가?

    ‘무능한 게 입만 싸서, 죽기 전에 주인님까지 배신하다니…….’

    비서는 치가 떨렸다. 그때 기희윤이 말했다.

    “응? 아는 게 당연하지. 내가 알려 줬으니까.”

    “……예?”

    “난 단우 이름을 아는데 단우는 내 이름을 모르다니, 불공평하잖아.”

    “예……? 이단우 헌터 말이십니까?”

    비서는 무슨 소리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리 와봐.”

    기희윤이 웃으며 손을 까딱였다. 비서는 그 손에 얼굴을 가져다 댔다.

    짝!

    다시 뺨을 때리고, 기희윤은 어깨를 늘어뜨렸다.

    ‘왜……?’

    비서는 이유를 알 수 없었으나 그가 기희윤을 슬프게 만들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이건 서운하다. 방금 네 입으로 말해 놓고 어떻게 잊어버릴 수 있어? 날 번번이 방해한 게 <차우원 팀>의 이단우라며.”

    “제가 어리석어…… 보고를 올리면서도 주인님과 같은 명민한 판단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비서는 다시 사죄했다.

    그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으나 기희윤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었다.

    ‘방금 보고의 어디에서 이단우가 지목된 거지?’

    비서는 기희윤을 이해하고 싶었다. 그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그 와중에 이는 흔들리고 뺨이 화끈거려서, 계속 피만 삼키게 됐다.

    그러나 자비로운 주인님은 비서를 더 벌하지 않았다. 그가 비서의 부푼 뺨을 만지며 상냥하게 설명했다.

    “책임자가 죽기 전에 말했다며. 그 팀 작전 참모가 이단우라고. ‘또래들이 모여 만든 팀이라 규율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 부팀장 혹은 작전 참모로 보이는 이단우가 나서는 모양새’였다며?”

    ‘그 팀의 핵심은 이단우다.’

    기희윤이 웃었다. 그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를 움직이는 건 욕망이었다.

    ‘원하는 걸 갖는다.’

    귀하고 아름다운 것을 보면 기희윤은 가슴이 뛰었다.

    고아원에서, 처음 남의 장난감을 탐낼 때도 그랬다. ‘친구’가 죽은 부모님에게 받았다는 인형은 그날 기희윤의 것이 되었다.

    기희윤은 태생적으로 욕심이 많았다.

    ‘어쩔 수 없잖아. 가지고 태어난 게 없으니까.’

    갓 태어난 그에겐 부모조차 없었다. 태어나자마자 버려졌으니까.

    그런 그가, 무언가를 갖고자 하는 건 욕심이 됐다. 세상은 그에게 무언가를 소유하는 걸 허락하지 않았으니까.

    그러니, 수가 없지 않은가? 다른 사람의 것을 빼앗을 수밖에.

    <차우원 팀>은 불가능한 속도로 성장했다. 그 기록을 보고 기희윤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 팀의 기획자는 천재였다…….

    그 천재는 팀의 인맥 관리를 위해 이림 전 길드장의 의뢰를 받았다가 기희윤의 존재를 눈치채 버린 모양이었다.

    ‘……이 사건에서부터 알았으려나?’

    기희윤은 책상에 깔려 있던 보고서를 툭툭 치며 생각했다.

    <차우원 팀>의 행적 보고서에는 차우원과 이단우가 처음 팀을 결성하고 관여한 사건도 기록되어 있었다. 그 팀의 탱커인 강울림이 갇혀 있던 ‘불법 도박장 사건’.

    ‘아니. 그건 불가능해.’

    기희윤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때는 자신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을 터였다. 기희윤의 스킬이 드러날 만한 사건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그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이단우는 기희윤을 벌써 세 번이나 방해했다.

    기희윤은 들떴다. 너무도 탐나는 게 생겨 버렸다. 이번에도 남의 것이라는 문제가 있었으나…….

    기희윤이 가지고 싶어 어쩔 줄 모르던 것들은 원래 다 남의 소유였다.

    “날 이렇게나 방해하다니. 이단우, 가만두지 않겠어.”

    삼류 악당처럼 말하고 기희윤은 샌드위치를 먹었다. 신문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틈에 꽂혀 있던 무언가가 기희윤의 발치로 미끄러졌다.

    오늘 발행된 현상 수배지였다.

    “뭐야, 이게? 무허가 헌터팀 팀장 ‘기희윤’…….”

    비서도 함께 수배지를 들여다봤다. 그는 이미 새벽에 확인한 수배지여서 충격이 덜했다. 그러나 기희윤은 아니었다.

    “이게…… 나? 나 닮았어? 아, 심하다!”

    기희윤은 발칵 화를 내며 샌드위치를 내팽개치더니, 안락의자에서 일어났다.

    “날 이렇게 화나게 만들다니! 역시 한번 봐야겠어! 내가 이따위로 생겼다고 생각한단 말이야? 이상한 양아치처럼 생각하고 있잖아? 어디, 직접 만나서도 그런 생각이 드나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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