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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인성 교육-60화 (60/170)
  • 60.

    마정석 총은 사실 단우가 가장 바라던 무기였다.

    마력이 없는 사람도 사용이 가능한 마력 총이라니, 누구보다 그에게 필요하지 않겠는가?

    기희윤을 팀에 집어넣은 뒤 단우는 그에게서 마정석 총을 한 박스 받아 연구해 봤다.

    ‘비각성자도 강하게 만들 정도면 혹시.’

    그러나 역시 그렇게 좋기만 한 물건이 존재할 리 없었다.

    마정석 총은, 마정석을 직접 박아 넣고 마력 회로를 안에 심어 둔, 말 그대로 총과 마정석으로 스킬과 헌터의 역할을 대신하게 한 무식한 물건이었다.

    ‘원리는 모르지만 만든 놈이 어떤 놈인지는 알 수 있는.’

    단우가 처음 총을 사용했을 때 가장 놀란 점은 위력이나 소리가 아니었다.

    ‘미친 듯이 뜨겁다.’

    -사용할 때 손에 꼭 보호 장비 착용하고.

    -어.

    -헌터용 보호 장비 말이야. 등급 높은 걸로 사용해 줄래? 아니, 그냥 이거 써.

    그러고 기희윤이 자기 손에 낀 장갑을 내줘서 단우는 생각했다.

    ‘이 새끼가 무슨 수작이지?’

    놀랍게도 기희윤에게 수작은 없었는데, 있다고 한다면 총의 미친 부작용을 숨기려고 했다는 것 정도였다…….

    ‘저놈들 손 익고 있을걸.’

    숭배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제정신이란 게 존재했다면 저런 걸 사용할 생각은 못 했을 터였다.

    저건 총신 자체가 마력 열을 견디지 못하고 뜨거워져서, 한 발만 쏴도 손에 화상을 입는 물건이었다.

    ‘손에 보호 장비를 착용해도 좀 쏘면 녹는다.’

    그 뒤로는 맨손이 어떻게 되겠는가?

    단우는 이를 악물었다. 기희윤 숭배자들이 정신 놓고 갈기고 있는 총탄을 피하느라 사방은 아수라장이었다.

    그 안에서 단우는 냄새를 맡았다.

    ‘탄 냄새…….’

    무언가 익어 가는 냄새가 나고 있다.

    그러나 총이란 건 단순하지만 강력한 물건이어서, 조준하지 않고 쏴도 앞에 있는 놈은 맞춘다.

    많은 수가 좁은 문을 틀어막고 돌아가며 쏴 대니 접근할 틈이 없었다.

    “뒤로 피해!”

    강울림이 외쳤다. 그가 방패를 바닥에 박고 스킬을 발동했다.

    강울림의 시그니처 스킬 <무결의 벽>이 펼쳐졌다. 반투명한 벽이 방패에서 퍼지더니 벽면을 완전히 막아 버렸다.

    시전자의 신체 스탯에 비례해 단단해지는 성장형 스킬로, 발동하면 무엇보다 단단한 벽 하나를 그곳에 세워 버린다.

    강울림의 마력이 바닥날 때까지 깨지는 일이 없기 때문에, 저 스킬이 사라지는 순간 단우는 그가 죽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스킬 뒤로 피한 차치원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숨을 몰아쉬는 게 보였다. 그가 황당할 정도로 어려서 단우는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다.

    마정석 총은 그 외에도 단점이 많은 장비였다.

    ‘고장이 잦고 특정 상황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엄폐물이 많고, 상대가 대규모 마법을 쓰기 힘든 상황에서만 사용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지금이 그 특정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곳엔 소서정이 있었다.

    “야! 나 방벽 깨질 것 같아!”

    “너 마력 간장 종지야? 무식하게 근육 키울 동안 마력은 안 키우고 뭐 했어!”

    “미친 소서정, 마력이 근육처럼 키우면 커지는 건 줄 알아?”

    “내가 어떻게 알아! 난 각성하자마자 마력 천재였는데!”

    강울림과 소서정이 쓸데없이 체력을 소모했다.

    차우원이 검을 쥐었다.

    “단우야, 총 벨까.”

    ‘이 거리에서 무슨 수로 총만 베는데?’

    차우원이라면 가능할 것도 같아서 단우는 묻지 않았다.

    “아니. 증거품 훼손하지 말고.”

    차우원 옆에선 스승님이 스킬 발동을 준비 중이었다. 덕분에 단우는 더욱 냉정해졌다.

    “좀 더 버텨.”

    “미친 이단우, 마력이 없는데 어떻게 버티냐고!”

    강울림의 목에 핏대가 섰다.

    “방벽 깨지면 소서정 죽는다. 소서정, 넌 뒤에서 마법 써.”

    “무슨 마법? 아니, 왜 내가 죽어?!”

    뒷말은 무시하고 단우는 명령했다.

    “빙계 마법. 복도까지 얼려. 당장.”

    “……!”

    소서정은 닥치고 마법을 펼쳤다. 이유를 물을 시간 따위 없었다. 여기서부터 복도까지 다 얼리려면 시간과 마력이 얼마나 필요하겠는가?

    ‘죽겠다!’

    이단우 때문에 이가 갈리는데 지금껏 이단우의 명령을 착실히 들어온 몸은 바로 스킬부터 떠올리고 있었다.

    -너 내 스킬 트리 망가뜨릴 작정이지! 보통 사람은 한 계열만 파도 대성 불가능한 거 몰라?

    -네가 보통 사람이야?

    -……!

    이단우의 말에 홀랑 넘어가 익히긴 했지만 나중에 생각하니 찜찜하기 짝이 없던, 빙계 범위 스킬 <빙하기>(B)가 소서정의 스태프에서 펼쳐졌다.

    소서정의 발밑으로 스킬진이 빛을 내더니 바닥에 실금이 가듯 쩌적 얼어붙기 시작했다. 희고 반짝이는 마력은 바람을 타듯 가볍게 퍼져 회의실과 문, 그리고 침입자들이 밟고 있던 바닥과 그 밖의 복도까지 얼렸다.

    쩌적…… 쩌적……!

    “뭐, 뭐 하는 거예요?”

    차치원은 한 사람의 손에서 펼쳐진 대규모 마법을 입을 벌린 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침입자들을 다 얼려 버릴 것 같던 마법은 바닥만 얼리고 침입자들을 지나쳐 갔다!

    ‘이게 뭐야?’

    스승님도 눈만 둥그렇게 뜨고 있었다.

    이제 천장에서는 슬쩍 눈도 내리고 있었으나……. 그뿐이었다. 솜털 같던 눈은 떨어지자마자 녹아 침입자들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았다.

    스킬 등급을 결정하는 건 해당 스킬을 익히는 데 필요한 노력(용량)과 스킬의 위력이었다.

    이 스킬은 일대의 날씨를 바꿔 버리는 대단한 위용에 비해 실용도가 낮았다.

    ‘적을 얼어붙게 했다면 등급이 A를 찍었지…….’

    애매하게 B가 붙어 있었겠는가?

    단우는 생각했다.

    잠시 당황했던 기희윤 숭배자들도 기가 살아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뭔가 했더니……!”

    “좀 추워지게 해서 뭘 어쩌려고?”

    ‘이러려고.’

    단우는 늦가을에 펼쳐진 설경 속에서 말했다.

    “복도 닫고 화재경보기 작동시키세요.”

    “……?!”

    정부 요원은 왜 자신이 그의 말을 들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청연 길드장이 동조했다.

    “빨리 안 하고 뭐 해!”

    “……!”

    정부 요원이 비상 버튼을 작동했다. 화재경보가 울리며 천장에서 얼어 있던 화재경보기가 픽픽 소리를 냈다.

    거의 마정석 그 자체로 세운 이 건물은 좀 얼어붙었다고 기기 작동이 멈출 만큼 나약하지 않았다…….

    툭…….

    한 방울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더니, 화재경보기가 작동하며 찬물을 쏟아 냈다. 가뜩이나 흰 입김이 나오던 마당에 찬물을 얻어맞으니 침입자들은 정말 추워졌다.

    그러나 감기에 걸린다고 사람이 죽을 리도 없지 않은가? 폐렴으로 그들을 저지할 생각이란 말인가? 그래서야 한 달은 걸릴 터였다.

    ‘정부 헌터란 놈들 수준도!’

    침입자들은 비웃으며 공격을 재개했다. 그러나 이상했다. 분명 방아쇠를 당기고 있는데 총이 발사되지 않았다.

    “어……?”

    턱! 틱……!

    이상하게 걸리는 소리만 총에서 난다.

    ‘무식하게 마력 회로만 따라 박아 넣었다고 했잖아.’

    단우는 생각했다.

    그런다고 스킬이 발동되면 세상에 헌터가 왜 필요하겠는가?

    급격히 발열하는 저 마력 회로는, 그만큼 부실해서 온도차에 약했다. 냉각되면 바로 망가졌다.

    침입자들은 이 총의 원리 따윈 몰랐다. 그들이 헌터들을 죽이게 해줄 거라는 사실만 알았다.

    그리고 지금은 다른 사실을 깨달았다.

    ‘망가졌다!’

    차우원이 가장 먼저 방벽 밖으로 뛰쳐나갔다. 온건한 방법은 쓸 수도 없었다. 이단우와 해결한 첫 번째 사건에서 배운 지식이 유용하게 몸에서 펼쳐졌다.

    목 뒤를 한 대씩 얻어맞은 침입자들은 ‘억’ 소리도 내지 못하고 기절했다.

    순식간에 십수 명이 바닥에 얼굴을 박고 엎어졌다.

    ‘사람 죽이지 않고 기절시키는 법이…… 유용하네…….’

    차우원은 이단우가 얼마나 실용적인 정보를 처음부터 알려 줬는지 떠올렸다…….

    어떻게 포장해도 어처구니없는 밤이긴 했지만.

    도망치려는 놈들은 제 발에 걸려 넘어지거나 동료를 밀치며 뛰쳐나갔다. 서로 뒤엉켜 그리 멀리 도망가지도 못했으나, 그들의 앞을 금방 절망이 막아섰다.

    ‘갇혔다!’

    비밀층 양옆 복도가 막혀 있었다.

    헌터도 뚫기 힘든 단단한 철창살이었다. 각성자도 아닌 그들이 도망칠 수 있을 리 없다.

    슬렁슬렁 뛰어간 청연 길마가 침입자들을 솥뚜껑 같은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잠깐 자자.”

    이단우는 뒤에서 생각하고 있었다.

    ‘말할 필요도 없다.’

    차우원은 자기 역할을 잘 아는 녀석이었다.

    자기 자신의 가치를 몰라서 아무 데나 던지는 걸 제외하면 나무랄 데가 있겠는가? 반발은 했으나, 여기서 이단우까지 나설 필요 없다는 말도 맞는 말이어서 그는 후방에서 마력을 아끼고 있었다.

    팀원들은 실컷 부려 먹었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노는 이단우를 차치원은 멍하니 바라봤다.

    ‘저래도 되나?’

    시선을 받고 있던 이단우가 움직였다.

    ‘뭐라도 하려나 보다.’

    차치원은 침을 삼키며 지켜봤다.

    이단우는 의자에 묶어 뒀던 부팀장을 살펴보고 있었다.

    “증인 하나 갔어요.”

    “예? 아, 예…….”

    정부 요원이 대답했다.

    그야 묶여 있는 사람이 그런 총격에서 살아남는 것도 기적일 터였다. 그런데 아무리 범죄자라도 그냥 증인 취급이라니…….

    이단우는 아까워하고 있었다.

    ‘죽어도 싼 놈이지만 안 죽이는 게 나았지.’

    증인이 한 놈이라도 많아야 기희윤 잡는 데 보탬이 되지 않겠는가?

    일단 기희윤의 위험성을 알리는 데는 도움이 될 터였다. 숭배자들만 봐도 오죽 미친놈들이 아니지 않은가.

    ‘그중 하나는 정말 쓸 만한 증언을 할 수도 있고.’

    어쨌든 사태는 해결됐다.

    ‘기희윤 이 새끼가 더 커지기 전에 잡아야 하는데…….’

    그러나 지금의 기희윤이 어디에 있는지, 단우는 몰랐다. 7년 뒤의 기희윤이라면 몰라도…….

    ‘아닌가. 이제 거의 6년인가?’

    벌써 가을이었다.

    이단우는 기분이 이상해졌다.

    소서정이 스킬을 거두자마자 녹아내리기 시작한 벽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남아 있는 얼음이 반짝이고 그 아래서 차우원이 젖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넘겼다. 그가 단우를 돌아봤다. 그 뒤로 어두운 밤의 창이 보여서, 차우원이 있는 곳은 더 환해 보였다.

    단우는 그 모습을 그냥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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