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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인성 교육-58화 (58/170)

58.

차치원은 혼란스러웠다.

‘뭐지?’

-시환이에게는 내가 말해 뒀다. 우원이 뒤를 이어 오 년 만에 받는 제자니 이목이 집중될 텐데……. 열심히 해야 한다. 다들 네 행실에 관심이 많을 테니 처신 똑바로 하고.

-네, 아버지.

-우원이 얼굴에 먹칠하지 말고.

-네.

청연 길드장의 새 제자 차치원은 긴장하고 있었다.

‘형 얼굴에 먹칠하지 말고…… 어머니 명성에도 누가 되지 않게…….’

그의 연년생 형 차우원은 나이 차이도 거의 나지 않는 형제였으나 어려운 사람이었다.

‘어렸을 때는 친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 사이가 멀어졌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차치원이 태어나고 몇 달 지나지 않아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영웅적인 죽음이었으므로 차치원은 항상 어머니의 이름을 듣고 자랐다.

한 번도 얼굴을 뵌 적 없는 분이었으나, 형은 어머니의 얼굴과 성격을 빼닮았다는 듯했다. 웃지 않아도 늘 온화하고 좋은 느낌을 주는 입매나, 시원하고 다정스러운 태도 같은 것이 그랬다.

형은 ‘본 적도 없는 어머니인데 내가 닮았는지 어떻게 알겠어?’라고 되물었으나, 어른들이 하나같이 그렇게 말하니 그렇지 않겠는가?

형은 또래보다 발육이 월등히 좋았고 머리도 좋았다. 성격이 담대해서 어디서 주눅 드는 법도 없었다.

기억하는 어린 시절부터 형은 어른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던 것 같은데, 차치원은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차치원도 어른들처럼 생각하게 되었다.

형은 어머니의 뒤를 이어받을 거라고.

‘형이 <종말>을 막고 영웅이 될 거야.’

그 모습은 몹시 자랑스러울 것이다…….

지금 자신에게 어머니의 이름이 무겁지만 자랑스러운 것처럼.

차치원은 형과 달리 평범하게 청연에 들어가서 수련생 생활을 하고 있었으나, 그 자신에게 특출난 재능이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창에도 검에도 소질이 없었지만, 형이 검을 배운 데다 청연에는 검사 클래스가 많았다. 청연 길드장이 영웅팀에 속해 있던 검사가 아닌가? 그를 존경하는 헌터들이 청연에 들어왔으니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차치원도 자연히 검을 들게 되었다.

차치원의 시그니처 스킬은 탱킹 계열이었으나 딜링용으로 사용하려면 못 할 것도 없었다.

어머니도 차우원도 딜러였다. 헌터계에서 가장 중요한 직군은, 말이 많았으나 사실 누가 뭐래도 딜러였기 때문에…….

차치원도 그 외의 클래스는 생각해 본 적 없었다.

검사 클래스 스킬 트리를 올려 갔고 길드장의 수제자까지 됐다.

-차문경 아들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새끼가.

뒤에서 그런 소리를 듣고 있다는 건 알았으나, 이를 악물고 무시했다.

‘틀린 말도 아니고.’

스승님이 자신을 받아 준 것도, 아버지의 부탁이 아니면 어림없었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한번 보자.

자신을 평가하던 스승님의 얼굴에서 다른 어른들과 같은 표정을 봤으니까.

‘기대할 건 없겠군.’

형을 보던 아버지와 다른 어른들이, 차치원을 돌아보고 짓던 그 표정을.

상관없었다…….

차치원은 노력할 테고 형에게 누가 되지 않을 테니까. 지금까지도 그렇게 자신을 몰아붙여 왔다.

-난 걔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청연에 자리까지 만들어 놨는데. 혼자 팀을 결성하더니 친구들을 모으고 있지 않은가?

아버지는 형에 대해 이야기하며 한숨을 쉬었으나, 아버지가 형의 모든 기사를 스크랩해서 모으고 있다는 사실도 차치원은 알고 있었다.

차치원도 비슷한 짓을 하고 있었으니까.

형은 유례없는 속도로 명성을 쌓아, 지금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성과를 얻었다.

[신진 공격대 랭킹 1위]

[신인 헌터 공헌도 랭킹 1위]

‘센터에서도 기숙사 생활을 했고. 지금도 독립팀 활동 바쁘다고 바깥에 나가서 사니까…….’

차치원은 형을 거의 만난 적 없었다. 집안 행사 따위로 마주쳤을 때 간혹 웃는 형을 봤을 뿐이다. 그때마다 차치원은 거리감을 느꼈다.

그리고 거의 일 년이 지난 지금, 형은 스스로의 힘으로 높은 위치에 올라갔다.

정부 측에서 청연에 도움을 청한 의뢰를 함께할 정도의 명성과 신뢰도를 쌓은 것이다.

‘……정말 일 년 만에 얼굴을 보는 것 같은데.’

긴장이 돼서, 차치원은 스스로에게 기합을 넣고 스승님을 따라온 차였다.

그런데 형의 팀에서 웬 팀원이 나서서 지휘 같은 걸 하고 있지 않은가?

‘저 사람 뭐야?’

차치원이 당황해서 보는데 스승님은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오, 뭐야. 역시 생각이 다 있잖아.”

팀원을 이상하게 보는 태도가 아니다.

‘작전 참모?’

차치원은 생각했다. 우수한 공격대에는 그런 역할이 필요하다고, 스승님께 들은 것도 같다…….

상황을 정리한 형이 그 팀원을 향해 말했다.

“그리고 단우는 쉬는 게 어떨까.”

작전 참모인지 뭔지 알 수 없는 이단우가 그 말에 형을 바로 돌아봤다.

“내가 왜.”

‘……?’

작전 참모가 보통 팀장 지시에 저렇게 반응하나?

‘형 친구들끼리 만든 팀이니까…….’

차치원은 이해해 보려고 했다.

“단우까지 나설 필요가 없는 일 같다. 여기 스승님도 계시고. 단우 원래 우리 일 시키고 자는 거 좋아하잖아. 오늘은 좋아하는 낮잠도 못 잔 것 같은데. 밤에도 잠을 못 자면 단우 키가 안 클 것 같다.”

“지금 내 키가 작다는 소리야?”

“단우 성장판이 아직 안 닫혔을 거라는 말이었는데. 덕담이잖아.”

“키는 너나 더 크고 2미터 찍든지. 내가 제안한 작전에 왜 내가 빠져야 하는데.”

“빠지라는 말은 아니야. 쉬라는 거지. 얼마 전에 무리도 했고.”

“무리? 최근에 임무 나간 것도 없는데, 무슨…….”

말하던 이단우가 입을 다물었다. 그러더니 얼굴이 새빨개져서 믿을 수 없다는 듯 형을 쳐다봤다.

‘뭔데?’

차치원은 내막이 궁금해졌으나 형도 갑자기 천장을 보고 있었다.

‘……?’

이상한 정적이 순간 방 안에 흘렀다.

이단우가 정리했다.

“너는…… 나중에 나 따로 보고. 저쪽에서 대비하기 전에 먼저 불러낼까요. 길드장님이 부팀장에게 연락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 그래…….”

스승님이 턱을 만지며 말했다. 차치원은 이유를 알 수 없었으나, 스승님은 눈을 빛내며 입을 다시고 있었다.

‘뭔가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데…….’

스승님은 파악하기 쉬운 분이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보였다.

차치원은 돌아가는 상황을 전혀 알 수 없었다. 그저 형이 낯설게 보인다는 생각만 들었다.

‘형이 왜 저 사람이랑 입씨름을 하고 있지…….’

차치원이 아는 차우원은 누군가와 싸우거나 다투는 사람이 아니었다. 교류전에서 형과 마주쳤을 때도 형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형의 말을 듣고 있었고……. 그 모습은 친구라기보다 형의 지시를 받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팀원들은 형에게 의지하고 있었고 그건 차치원에게 익숙한 모습이었다.

아버지 역시 형에게 늘 기대하고 있지 않은가? 형은 기대를 현실로 이뤄 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형이 갑자기 현실로 끌어내려져 또래처럼 웃고 있었다.

“스, 스승님. 형이 멱살이 잡혔는데요.”

이단우에게 끌려가는 형을 보고 차치원은 깜짝 놀라 스승님의 팔을 잡았다.

‘저 팀은 무슨 기강이 저렇지?’

남은 팀원 둘은 팀장과 작전 참모가 사라지는데 왜 쳐다보지도 않고 자기들끼리 또 싸우고 있단 말인가?

“따로 할 말이 있다잖아.”

“아니, 저 사람이 형의 멱살을 잡고 끌고 가는데…….”

“싸우려나 보지.”

스승님이 건성으로 말했다.

“네? 형이요?”

“네 형도 사람인데 싸우겠지. 아까부터 성질 나쁜 애 성질머리를 건드리고 있던데 싸우고 싶다는 소리 아니었냐?”

“저 헌터 성질 나빠요? 아니, 형이 싸운다는데 왜 스승님은 그렇게 태평하신 거예요?!”

“놔둬. 작전 시작하는데 알아서 들어오겠지.”

하며 스승님이 휴대폰을 들었다.

“어, 여기 작전 회의실인데. 할 얘기가 있어서요. 기밀인데 의논할 사람은 필요할 것 같고. 정부 측 요원이 필요할 것 같은데……. 왜 팀장한테 연락 안 하고 그쪽한테 연락하냐고요? 그 얘기도 와서 들어야 할 것 같은데. 아, 그래요. 좋죠. 오세요. 기다리고 있을게.”

스승님이 한가하게 통화하는 모습을 보며 차치원은 혼란스러워졌다.

‘프로라서? 알아서 감정을 추스르고 돌아올 테니까 괜찮다는 의미인가……? 근데 싸우는 것부터 안 괜찮지 않나? 저 팀은 저게 일상인가?’

한창 싸우던 나머지 두 팀원은 또 갑자기 사이가 좋아져서 잡담을 떠들어 대고 있었다.

‘이단우’라는 이름이 나오는 걸 보니 방금 나간 작전 참모에 대한 흉 같았다…….

‘뭐지……?’

차치원은 이 팀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그가 기대하던 형의 팀에 정확히 들어맞는 느낌은 아니었다. 어쩐지 군기가 잡히고 형의 말에 일사불란하게 따르는, 그런 분위기를 그는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늘 형에게서 보아 왔던 모습이 그런 모습이었기 때문에…….

형은 잠시 뒤에 이단우와 함께 돌아왔다. 형은 웃고 있었고 이단우는 인상을 쓰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몹시 친밀했다.

차치원은 마음이 복잡해졌다.

‘부럽다.’

형제는 그였는데, 형과 다시 만나고 그는 형에게 별말도 붙여 보지 못했다.

공적인 자리에 사적인 관계를 가져오려는 건 아니었지만.

그는 이단우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냥 그는…….

저 사람의 자리가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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