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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인성 교육-57화 (57/170)

57.

이단우는 현장에 도착해 던전 안을 탐사했다. 경호 지원을 목적으로 청연에서 길드장까지 나온 일행이었기 때문에, 이들을 안내하는 건 마정석 후송 담당 경호 팀장과 부팀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불만이 많았다. 특히 경호 팀장이 그랬다.

그는 안 풀리는 사건에 예민해져 있는 듯했는데, 그 와중에 손님들을 데리고 비활성 던전 탐방이나 하고 있으려니 성질이 나올 만도 했다.

“던전 내부에서는 어떤 문제도 없었다니까요. 이미 들으셨겠지만.”

경호 팀장이 하고 싶은 말은 ‘너네 제대로 듣고 온 거 맞냐?’인 듯했다.

‘커리어 끝장날까 봐 쫄리나 보지.’

단우가 이해해 줘야 하는 일은 아니었다. 그는 천장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건 뭔가요.”

“자동 수레 장치입니다. ……정말로 이런 게 범인 잡는 데 도움이 됩니까?”

“예. 일단 보고요.”

“저희가 이미 던전 안은 수차례 탐색했습니다.”

“저희가 탐색한 건 아니니까요.”

‘너네 실력 못 믿는다.’

속뜻이 뻔한 말에 경호 팀장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부팀장이 그를 일행 뒤로 끌고 갔다.

“팀장님, 팀장님. 지원 나오신 분들이에요.”

“내가 청연 길드장한테 뭐라고 했냐? 어린 게 성질을 긁잖아. 쟤 뭐야? 앞에 서서 아까부터 뭐라도 된 것처럼 캐물어 대는데……. 아니 영웅 아들이래도 무슨 개인팀까지 동원을 해서 범인을 잡겠다고! 센터 문제는 센터 내에서 해결을 봐야지, 청연에 지원 요청한 것도 어처구니가 없는데…….”

“왜 그러세요. 만전을 기하자는 거잖아요. 위에서도 초조한 거겠죠. 문제 해결은 해야 하니까.”

팀장을 달래던 부팀장이 살짝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그리고 생각해 보세요. 청연 길드장까지 동원했는데 또 일 생기면……. 우리한테 뭐라 하기도 뭐하잖아요?”

책임을 돌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겠지? ……근데 지금 일이 생길 것도 아니잖아. 네가 범인이라면 청연 길드장까지 와 있는데 사고 치겠냐?”

“아니겠죠…….”

부팀장이 어깨를 움츠렸다. 경호 팀장이 열불을 냈다.

“그러니까! 괜히 범인들 움츠러들게 해서 머리도 못 내밀게 해 놓는 거 아니냐고. 아예 숨어 버릴 텐데. 위에서는, 지들이 시간 끌어 놓은 거면서 우리더러 늦는다고 난리 칠 거 아냐?”

“후…….”

답이 없기는 부팀장도 마찬가지라 그가 머리를 헝클었다.

“적당히 상대하고 보내죠. 청연 길드장도 어차피 의욕 없어 보이는데. 센터 일이잖아요. 여기 온 것도 그냥 성의 보이는 시늉이나 하려는 표정인데요.”

“성의는 됐으니까 제발 좀 가라.”

그들의 대화는 아티팩트 때문에 외부로 들리지 않았으나, 앞에서 걷고 있던 일행도 충분히 내용을 짐작할 만했다.

“저건 뭔가요.”

그런데도 이단우는 경호 팀원에게 이것저것 묻기만 했다. 별 태도 변화가 없다.

‘이단우가 사람 됐나?’

소서정은 놀랐으나, 생각해 보니 원래 이단우는 그가 원하는 대로 일이 진행되기만 하면 남의 태도는 신경 안 쓰는 사람이었다.

이단우는 경호 팀장의 불만을 무시하고 끝까지 던전 탐방을 마쳤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 말했다.

“던전은 별문제 없네요.”

“……그렇다고 말씀드렸잖습니까.”

“네. 다행이네요.”

‘뭐가?’

경호 팀장은 짜증을 참느라 턱에 힘이 들어갔다. 문제없다고 몇 번이나 확언한 던전을 재확인하느라 그들은 귀한 하루를 날리지 않았는가?

시간이 지날수록 경호 팀장은 자신의 승진길이 점점 좁아지는 듯한 환상이 보였다. 아니, 이미 영원히 막혔는지도 모른다…….

“그럼 호송 차량도 확인을 하고, 창고도 살펴봐야 할 테니 내일 다시 뵐까요.”

‘이 짓을 내일도 또 하자고?’

“그냥 오늘 끝내시죠? 둘 다 긴 시간이 걸릴 것 같지 않은데.”

이미 밤이 깊었으나 경호 팀장은 제안했다. 헌터가 24시간쯤 일한다고 죽지는 않는다.

이단우가 상식적으로 대답했다.

“밤에는 자야죠.”

“…….”

‘도둑놈은 뭐 낮에만 일하냐?’

경호 팀장은 할 말이 많았으나 이 어린놈을 계속 상대하고 싶지도 않았다. 일단 청연 길드장이 이유를 알 수 없는 흐뭇한 얼굴로 이 어린놈의 행태를 계속 봐주고 있었던 것이다.

‘저건 제자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저 표정은 뭐야……. 그냥 우리 엿 먹이는 게 좋아서 봐주고 있는 거 아냐?’

합리적인 추론을 하며 그는 손을 내저었다.

“네……. 마음대로 하시죠. 그, 청연에서 경호 지원은…….”

“오늘 내가 센터에 있을 건데 다른 경호 지원이 필요한가?”

청연 길마가 말했다.

‘그건 다행이군.’

경호 팀장은 생각했다. 다행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범인이 정신머리가 있는 놈이라면 청연 길마가 있는데 나타나진 않을 터였다. 나타난다면 오히려 좋은 일이고…….

경호 팀장은 성질이 너무 나서 하루라도 쉬고 싶었다.

“아닙니다. 차고 넘치겠죠. 그럼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예. 내일.”

단우는 경호팀을 보냈다.

팀원들과 청연 사람들만 자리에 남았다.

단우는 문을 닫고 스킬진을 발동했다. 센터 내부 설비가 훌륭해서, 이제 문밖에 누가 귀를 대고 있어도 안에서 이뤄지는 대화를 듣지 못할 터였다.

팀원들은 전부 자세를 고치고 단우를 쳐다보고 있었다.

단우가 말했다.

“습격 오늘이야.”

‘12시 지났던가?’

단우는 시간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맞네.’

“……?”

“오, 뭔가 알아챘냐?”

스승님이 물었다. 영문을 모르는 차치원만 눈을 크게 떴다.

단우는 확신했다.

“네.”

‘내가 기희윤한테 찍혔으니까.’

지금은 과거가 아니다. 이단우는 약하고 마력 회로도 제대로 터 있지 않은 몸이어서 마력 촉진제가 다량으로 필요하진 않았다. 약국 단골이라기엔 한참 모자랐는데…….

‘그 약국 주인, 약 몇 번 사러 갔는데 수작 부리는 짓은 안 해.’

중독 성분도 그렇게 강하게 넣지 않는다.

이단우는 중독 증세 때문에 슬슬 입이 마르기 시작했는데, 약국에서 처음 이단우의 약에 수작을 부렸을 때도 이 수준은 아니었다.

이건 기희윤 지시다.

‘어쩌다 찍혔지?’

이단우의 존재야 알기는 쉬웠을 터였다. 이림 길드장이 부른 경호팀 중에 <차우원 팀>이 있다는 것 정도는 확인할 수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중에서 이단우가 지목될 이유가 없다.

‘애초에 은퇴 길마 스킬은 그다지 탐내지도 않았으면서 새삼 관심 보이고 지랄이야…….’

이단우는 기희윤이 팀에 합류한 이후 은퇴 길마의 스킬을 쓰는 꼴을 못 봤다.

“스승님이 계신데 오늘 습격을 할까? 스승님의 존재를 모르나?”

차우원이 물었다.

“아니. 알아. 범인 이미 우리 전부 확인했어. 그러라고 던전 열심히 돌면서 얼굴 비쳤잖아.”

“아, 역시 비활성 던전이 궁금해서는 아니었구나.”

“그것도 좀 궁금하긴 했고.”

‘정부 소속 비활성 던전은 어떻게 생겼나.’

길드에서 관리하는 비활성 던전은 이미 그 생김새를 알고 있다. 한때 거기서 먹고 자며 생활하기까지 했으니까.

이단우를 그곳으로 데려간 사람은 스승님이었다. E급 이단우에게 안정적인 실전을 겪게 하면서, 끊임없는 긴장 상태로 몰아넣을 만한 공간이 몇 없었던 것이다.

‘이 사람 나 죽이려는 건가?’

제자 받기 싫어서, 자기 손 더럽히지 않고 슥삭 하려는 거 아냐?

과거 단우는 그렇게 의심했으나, 지금은 그게 얼마나 호화로운 수련장이었는지 알고 있었다.

스승님이 단우를 위해 얼마나 대단한 짓을 했던 건지.

재능 없는 놈 사람 만들어 보겠다고 비활성 던전 하나의 수입을 포기한 게 아닌가?

“이 범인, 그 사건 범인이야. ‘비밀 조약’ 걸려 있는. 흔적 없고, 내부 경호팀 결속이 끈끈하고, 머릿수 많고, 엘리트인 것까지 수작 똑같잖아.”

비밀 조약 때문에 ‘이림 은퇴 길마 사건’이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그래도 팀원들은 잘 알아들었다.

스킬에 걸린 내부 협력자가 있다.

“……!”

‘범인 뭐 하는 놈이야?’

그들은 궁금해졌으나 그보다 중요한 게 있다.

“그럼 또 키스시켜야 하나?”

차우원이 물었다.

“아니. 필요 없어. 내부 협력자 부팀장이야.”

“……?”

‘아는 얼굴이다.’

과거 이단우가 기희윤 세력에 쳐들어갔을 때 본 얼굴이었다.

‘죽은 놈들이 이렇게 많은 세상인데 그놈은 그때까지 살아 있었냐…….’

역시 세상은 착하게 사는 놈들보다 나쁜 놈들에게 유리하지 않은가? 적어도 명줄은 더 길게 붙어 있는 게 확실했다.

소서정이 놀라 물었다.

“왜? 차라리 경호 팀장 같던데…….”

“아까 뭐 들었어? 경호 팀장은 도난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첫 현장에 없었어. 책임자가 최종 검수를 안 했을 리 없으니, 부팀장 놈은 무능한 새끼거나 일 안 하는 놈이거나 내부 협력자란 소린데……. 정부 요원이 그렇게까지 멍청할 리 없으니 내부 협력자겠지.”

이단우가 쓸데없는 질문만 하고 다닌 건 아니었다. 경호 팀원들은 팀장과 부팀장이 쑥덕거리는 동안 ‘청연 길드장 일행’을 싹싹하게 모셨기 때문에 얻은 정보가 많았다.

“그리고 정부팀은 키스 같은 건 시켜도 안 할걸. 길드 제안을 순순히 듣겠어?”

“그것도 그러네.”

차우원이 납득했다.

<차우원 팀>에서 이단우를 제외한 모든 팀원은 센터 연수생 출신이었다. 센터 분위기라면 잘 알고 있다. ‘타도 대형길드’가 목표인 곳 아닌가?

“범인은 내부 협력자라는 거지. 그중 한 명은 경호팀 부팀장. 다른 내부 협력자는 경계해야 하고. 우리 존재를 확인했는데 습격하러 온다는 건……. 우리가 이미 범인의 정신계 스킬을 알고 있으니, 내부 협력자의 존재가 금방 발각될 테니까?”

차우원이 정리했다.

‘머리 좋은 자식.’

이유는 좀 달랐으나, 그 부분이야 기희윤이 어떤 놈인지 모르고는 짐작도 못 할 사안이었다.

“그렇겠지.”

“그럼 우리가 할 일은 부팀장을 잡고 다른 내부 협력자를 경계하는 거네.”

“어.”

“들었지?”

차우원이 팀원들을 돌아봤다.

“네, 리더.”

팀원들은 금방 납득했다.

그런데 이 자리엔 이 분위기를 적응 못 하는 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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