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 인성 교육-56화 (56/170)

56.

기희윤은 탐욕스러워서 희귀하고 특별한 건 갖고 싶어 했다.

‘뭐 그놈이 원하는 건 대부분 가졌을 텐데…….’

문제는 욕심의 성질이었다.

욕심이라는 건 채워지지 않는 것이어서 가지고 가져도 더 갖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이단우도 바보 같은 욕심을 낸 적 있었기 때문에 알고 있었다.

‘기희윤 수준으로 나락은 아니었지만.’

아닌가? 그보다 더 바보 같았을지도 모른다.

이단우가 욕심내던 건 사람의 마음이었으니까.

어쨌든 기희윤은 존재하지 않는 건 만들어서라도 갖고 싶어 하는 놈이었고…….

그의 숭배자들은 그를 위해서라면 뭐든 만들어 주려는 인간들이었다.

손뼉이 잘 맞았기 때문에 이 세상에는 기희윤을 위한 연구 시설도 존재했다.

이단우는 그게 어디 있는지는 몰랐으나 그곳에 막대한 양의 몬스터 부산물과 마정석이 재료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문제는 거기에 있었다.

그 재료를 어디서 수급하는가?

‘기희윤 같은 놈이 착실히 던전 공략해서 벌어들일 리 없고.’

세상에는 더 쉬운 방법이 존재하지 않나.

‘남에게 빼앗는 것.’

기희윤이 하는 짓이 대개 그런 식이었다.

정부 요원이 설명했다.

“청연 길드와 정부에서 공동으로 담당하는, S시의 비활성 던전 <맥동하는 둥지>에서 발생한 일입니다…….”

“아니, 아니.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그리고 바로 스승님의 방해를 받았다.

“청연 길드와 공동 담당이라니, 담당 구역을 명확히 하자고 제안한 건 그쪽 아니었습니까? 정부 제안으로 우리는 선을 그었고. 비활성 던전은 정부 관할이니 우리는 그 일대에 손 떼겠다고 명시했어요. 시작부터 이러면 곤란하지.”

“S시 치안을 청연이 공동 담당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 않습니까. 저는 그런 의미로 드린 말씀입니다.”

정부 요원이 변명했다. 그의 직급은 단우가 알 바 아니었으나, 길드장을 상대할 만한 직위일 텐데 얼굴이 기억에 없었다.

‘몇 년 사이에 죽는 인물이다.’

과거에서는.

단우의 기억 속에선 이미 죽었거나 혹은 은퇴한 인물들이 살아서 돌아다니고 있는 걸 보면, 단우는 이곳이 과거라는 느낌이 새삼 들었다.

“그래서 협조 요청에 따랐잖아요. 길드장인 내가 직접 와서 성의를 보이는데 장난치지 맙시다. 책임 관할은 그쪽에 있고 우리는 도와주는 거예요.”

스승님 옆에는 차치원이 앉아 있어서 이질감이 극에 달했다.

“저희 책임만이라고 하시면…….”

“그만합시다. 그래서 문제가 뭡니까?”

정부 요원은 공무원들의 특기인 책임 회피를 발휘하다가, 스승님과 이러고 있는 게 시간 낭비라는 결론에 합의한 듯했다.

그가 문제를 말했다.

“던전에서 생산하던 마정석이 사라졌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채취한 마정석이 옮기는 과정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정부 요원은 한숨을 참는 듯했다.

“누가 그걸 훔쳐 갔다고요? 무슨 수로?”

“방법을 알 수 없어서 난처해하고 있습니다. ……이 탈취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대비를 했으나 몇 차례 일어난 일이고…….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청연에 도움을 요청한 것입니다.”

정부 요원은 말하면서도 수치스러워하는 듯했다.

‘몇 차례라고 말했으니 실제로는 수도 없이 당했겠군.’

단우는 표정 변화 없이 생각했다. 그러나 팔짱을 끼고 등을 의자 뒤로 붙여서, 근처에 있던 팀원들은 모두 알 수 있었다.

‘열받았네…….’

실제로 단우는 경멸을 숨기느라 애쓰고 있었다.

‘멍청한 공무원 새끼들, 세금 먹고 하는 짓이 기희윤 배 불려 주기냐.’

정리하자면 이랬다.

비활성 던전은 말 그대로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키지 않는 던전이었다. 모든 던전은 계속해서 몬스터를 생성해 내고 게이트 크기를 키워 나가는데, 비활성 던전은 그 당연한 일을 해내지 못한다.

‘뭔가 문제가 있다.’

몬스터의 입장에선 그렇다는 소리고…….

인간 입장에선 이만한 던전이 없었다.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 헌터들은 아티팩트를 만들어 냈다. 이 아티팩트를 만드는 데는 일단 마정석이 필요했다.

‘몬스터를 가르면 심장쯤에서 튀어나오는 그거.’

마정석은 마력 구동의 핵심으로, 몬스터 가죽이 쓸데없이 질기고 튼튼한 데다 마력 저항력까지 가진 이유기도 했다.

마나 포션 따위의 일회용 아이템을 만드는 데부터 온갖 곳에 사용돼서, 가격이 오르면 일반인들도 신음부터 흘리는 물건이었다.

어쨌든……. 비활성 던전은 뭐가 문제인지 몬스터는 생성해 내는데 게이트를 키우지 못했다. 몬스터 재생산 속도도 느려서, 던전을 발견만 하면 공장 돌리듯 텀을 두고 꾸준히 공략해서 마정석을 끊임없이 수급할 수 있는 던전이었다.

당연히 던전 자체의 가치가 높다.

‘발견만 되면 경매에서 어마어마한 가격으로 팔리지 않나.’

보통은 정부나 대형 길드에서 사 갔는데, 차우원 집안 정도면 비활성 던전 하나쯤은 소유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문제는 이 던전에서 생산된 마정석이 옮기는 과정에서 귀신같이 사라진다는 점이었다.

그것도 한 차례가 아니라 여러 차례.

……그랬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 발견한 모양이었다.

보관 창고에 쌓여 있어야 할 마정석 양이 기록과 맞지 않아, 그제야 정부 측에서는 문제를 깨달았다.

‘관리를 발가락으로 하나.’

옮기는 놈들도 베테랑 이상의 헌터에, 관련 공무원들도 전문가다.

관련자만 수만 수십인데 그 사람들을 무슨 수로 뚫고 일을 저질렀단 말인가?

도대체 누가? 어떻게?

그리고 사라진 마정석은 어디로 갔는가?

이게 정부 측의 의문이었고, 이단우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똑같은 방식이잖아.’

이림 은퇴 길마 놈이 당할 뻔한 그 방식이다.

기희윤은 발전이란 게 없는 놈이었다.

그렇다고 같은 방법에 뚫리는 센터가 잘했다는 소리는 아니고…….

‘대형 길드들이 쉬쉬했겠지.’

자기들이 지키던 헌터가 당했는데 뭐가 자랑이라고 알리고 다니겠는가?

이림 은퇴 길마 건만 해도 극비 임무였다.

‘서약서에 사인하고 마력 걸었다.’

당한 놈들이 입 닫고 있으니 정부 측에서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도리가 없었을 터였다.

‘이래서 기희윤이 활개를 치잖아.’

단우는 불만이었다.

정부 요원이 변명했다.

“문제는 호위를 늘린 상황에서도 같은 사건이 한 번 더 벌어졌다는 겁니다.”

“뭡니까, 이거 한두 해 일어난 일이 아니겠네요?”

스승님은 기가 찬 듯했다.

“예……. 그랬던 걸로 보입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대비는 다 했습니다. 출입 통제도 철저히 했고 별다른 문제점도 없었습니다. 마정석이 던전을 나갈 때만 해도 멀쩡히 있었는데……. 창고에 도착해서 트럭을 열어 보니 안이 비어 있었던 겁니다.”

‘돈 많은 놈들.’

그걸 얼마 전에야 발견했다는 건 지금까지 트럭째로 창고에 마정석을 처박아 뒀단 소리 아닌가?

“정부는 이를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고 해결에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청연의 길드장께서 직접 일을 맡아 주셔서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니, 근데……. 이런 일인 줄 알았으면 안 왔을 텐데.”

“예?”

정부 요원이 소스라쳤다.

“들어 보니까 뭐 매번 경비 서 주는 방법밖에 없어 보이는데……. 정부 소속 헌터보다 청연 소속 헌터들이 더 랭크가 높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나 공격대가 상주하면서 트럭 호위나 하고 있을 수도 없잖아요.”

정부 요원은 그래 달라고 부탁하고 싶은 표정이었으나 이성적으로 말했다.

“저희도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청연은 전문가가 아닙니까? 난제를 맞아 중지1)를 모아 주셨으면 하여 와 달라 요청드린 겁니다. 해결해 주신다면 청연 측에서 말한 아이템을 제작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임을 약속드리고…….”

“아, 됐어요. 우리도 방법이 없고, 생각날 것 같지도 않은데. 뭐 그쪽 전문가들도 수가 없는 걸 우리가 어떻게 하라고.”

“길드장님……!”

정부 요원이 설득에 들어가려는데 스승님이 단우를 봤다.

“이단우 헌터는 뭐 생각나는 거 없나? 기발한 방법 같은 거.”

“……?”

단우는 팔짱을 끼고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아니……. 뻔하잖아.’

호위를 늘렸다. 트럭 안에 들어갈 때까진 마정석이 멀쩡히 있었다. 그런데 창고에 들어가서 열어 보니 없더라.

‘그러면 옮기는 과정에 관여하던 놈들이 문제라는 생각은 왜 안 하지.’

대형 길드나 정부나 자부심이 대단해서 지들이 뽑아 놓은 놈은 의심을 안 한다.

헌터 수십 명이 지키고 있는데 어떻게 뚫겠냐고 생각하는 것에 가깝겠지만…….

‘다수가 지키고 있으면 그놈들이 다 정신을 차리고 있냐고.’

다들 방심하지 않겠는가? 이 수를 어떻게 뚫냐면서.

그 틈을 타서 내부자가 마정석을 빼돌린다…….

기희윤은 복잡한 방법은 안 쓴다.

‘효율충 새끼.’

“있을 리가요. 청연 길드장님과 정부 측 전문가들도 떠올리지 못한 대책을 제가 여기 앉아서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지 않은데요.”

이단우가 말했다.

팀원들은 귀를 의심했다.

‘……?’

‘왜 갑자기 겸손한 척하지?’

딱히 겸손하게 들리는 어조는 아니었으나, 이단우는 원래 모르는 게 없지 않은가?

그런데 이단우가 말을 이었다.

“현장을 보고 싶은데요. 책임자분을 만나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배우는 자세로.”

‘역시 목적이 있었군.’

팀원들은 생각했다.

“그러면 방법이 나오겠어요?”

정부 요원이 황당해서 물었다.

청연 길드장도 안 나서는 자리에서, 소규모 팀의 팀장도 아닌 팀원이 웬 발언이란 말인가?

‘머리 굳은 공무원 새끼들.’

이단우는 한숨이 나왔다.

이놈은 고청이 아니어서 말이 통하지 않았다.

“예……. 뭐.”

존댓말도 존댓말로 들리지 않는 이단우의 대답은, 뒤에 이어진 차우원의 행동으로 덮였다.

“부탁드려요. 스승님, 함께 가실 거죠.”

“어어, 그럼.”

“예, 그러면 준비하겠습니다.”

정부 요원은 고개를 갸우뚱했으나 일어났다. 어쨌든 청연 길드장을 사건 해결에 끌어들이는 데는 성공했으니까.

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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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지衆志: 여러 사람의 생각이나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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