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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인성 교육-53화 (53/170)
  • 53.

    이단우는 이단우대로 최악이었다.

    -단우야, 내 생각에 넌 헌터는 아닌 것 같다.

    -닥쳐.

    그런 소리나 하던 차우원이 단우에게 재능 있다는 말을 하고 있다.

    과거 차우원에겐 <최후의 던전>에 들어갈 때까지도 인정받지 못했다.

    -단우야, 넌 빠질래?

    -헛소리 말고.

    -단우 실력으로는 힘들지 않나 싶은데. 들어가서 다치면 내 마음이 안 좋을 것 같다.

    그러던 놈이 헛소리를 해서 이단우를 이상하게 만들었다.

    ‘스무 살이라 그래. 어린 게, 아무것도 몰라서…….’

    마력 F급을 가지고 <최후의 던전>을 깨게 만든 건 본인이면서.

    스무 살의 차우원은 아무것도 몰랐다.

    그러나 차우원의 품은 단단했고 그의 손은 컸다. 남자 같았고 어른 같았다. 이단우가 알고 있는 차우원이었다. 이단우의 머리통은 그의 손아귀 안에 한 번에 들어가서, 뒤통수가 쓸리는 느낌이 좋았다.

    ‘뭔데…….’

    차우원 이 개자식은 갑자기 남한테 자위시키고 패고 울고 지랄하는 미친놈을 왜 안아 주고 난리란 말인가?

    과거에도 그랬다.

    차우원은 변하지 않았다. 그가 한결같이 다정하고 좋은 사람이라, 이단우는 어쩔 수가 없었다. 정신을 못 차리고 빠져 버렸다.

    이단우는 지독하게 외로움을 타는 놈이니까.

    누구든 곁에 있어 주면 좋아져 버리니까. 영원히 있어 줄 것 같으면, 다정하게 이름을 부르고 안아 주면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니까…….

    -단우야, 괜찮아. 아무 일도 아니니까.

    -히윽, 아……! 이거 왜……. 난…….

    -조금 문제가 있다. 하지만 곧 괜찮아질 거야. 괜찮아지게 해 줄게. ……그래도 이제 밤놀이는 자제하자. 단우는 밤 외출을 그만하는 게 좋겠다. 풀어놓으면 왜 자꾸 이상한 데로 빠지지.

    -아, 아니야. 그런 거 아닌데…….

    -응, 단우야. 나는 단우를 믿지. 날 괴롭히는 색다른 방법을 찾은 것 같은데, 이번에는 정말 적중해 버렸네…….

    차우원이 그렇게 다정해서.

    이단우가 밤놀이를 다니다가 이상한 약을 주워 먹었다고 착각하고, 이단우의 침실을 없애 버려서. 매일 밤 이단우를 끌어안고 자서.

    -자자, 단우야. 움직이지 말고. 그렇게 꼼지락거리면 내가 잠을 잘 수 없는데…….

    -좀……! 네가 짓누르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자? 놓으라고. 나 아무 데도 안 가!

    -그래. 난 단우를 믿는다니까. 또 그렇게 된 모습을 보면 내가 많이 화나겠지.

    -내가 먹은 거 아니라고! ……생각을 해봐. 너 화나라고 내 몸에 나쁜 걸 주워 먹겠어? 내가 너 엿 먹이려고 사는 사람이야?

    -음……. 그래. 비슷한 것 같다.

    -그건 너고!

    차우원이 이단우를 놓지 않아서 이단우는 밤에 잠을 잘 수 없게 되었다. 조금만 방심하면 심장 뛰는 소리가 그에게까지 들릴 것 같아서 숨 쉬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졌다.

    차우원의 숨소리가 깊어지는 걸 듣고, 잠든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다가…….

    눈을 감는 게 단우의 일상이었다.

    단우가 누구 때문에 잠을 못 자는데, 낮에 병든 닭처럼 졸고 있으면 차우원은 ‘단우가 체력이 없지.’ 같은 소리나 해서 사람을 열받게 했다.

    -진짜. 이단우는 던전에 둬도 졸걸.

    -던전까지 옮기기 전에 깨잖아.

    -누가 그런 소리 하재? 내 말은, 이단우가 매일 밤에 뭔 짓을 하는지 게으르게 졸고 있다는 요지로…….

    -넌 진짜 말이 많아. 이단우한테 시비 걸고 싶으면 그냥 가서 말을 해.

    -두 분 그만 좀 싸우시라니까요.

    -지슬아, 지금 싸우고 있는 건 나랑 단우가 아닌데…….

    -어머. 죄송해요, 리더. 소서정 헌터, 강울림 헌터. 싸우지 마세요. 이단우 헌터 주무시잖아요.

    -아니, 전 강울림한테 시비를 건 게…….

    -그냥 ‘네’라고 해. 이단우한테 시비 건 건 자랑이야?

    그런 소리를 듣고 있으면 단우는 기도 안 찼다.

    아무튼 하루 종일 시끄러운 팀이었다.

    차우원이 억지로 집어넣었을 때만 해도 단우는 그 팀을 빠져나가고 싶어서 안달이었는데, 어느새 그는 팀에 남고 싶어졌다.

    나약한 이단우를 헌터로 만든 건 부모님이었다.

    죽고 싶던 이단우를 차우원에게 찾아가도록 만든 건 스승님이었고…….

    아무 의욕도 없던, 살아 있는 시체 같던 이단우가.

    <최후의 던전>을 깨게 만든 건, 과거로 돌아와 지금도 발악하게 만드는 건 차우원이었다.

    -거래를 하자.

    <최후의 던전>에 반드시 다시 들어가야 한다고.

    그 던전을 깨고, 차우원을. 팀원들을 반드시 그곳에서 데리고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든 그 감정이…….

    -내가 관심 있는 건 너뿐인데.

    -좋아.

    -……?

    -<최후의 던전>만 깨면 너 다 가지라고.

    스승님의 손목을 자른 그 개자식을 팀에 넣을 정도로, 차우원은 이단우에게 너무 소중해져 버렸고.

    그런데도 차우원이 죽어 버렸기 때문에, 이단우는 용서할 수 없었다.

    <최후의 던전>에서 혼자 살아 나온 자신을. 그리고 자신을 살리고 죽어 버린 차우원을.

    * * *

    소서정은 만면에 미소를 띤 채 인터뷰어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조명이 밝아서 이마가 뜨거웠으나 기분은 좋았다.

    ‘에헤헤헤…….’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는 <차우원 팀>의 대표로 이 자리에 나와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그를 바라보고 그의 사진을 찍었으며, 그가 실린 이 기사는 전국으로 나간다. 신문 기사라 사진 색감이 예쁘지 않을 게 신경 쓰였으나 그쯤은 참을 만했다.

    ‘내 얼굴이 커버해 주겠지.’

    소서정은 믿었다.

    <차우원 팀>은 근 몇 달 만에 급속도로 유명해져서, 지금은 전국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공격대가 됐다.

    소서정이 팀원이라는 것도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겠으나, 기사로 나가는 건 또 다른 일이었다.

    ‘이제는 이림에 알려져도 상관없고.’

    <차우원 공격대>의 일원을 핍박이라도 하겠는가?

    공격대가 망하면 이림으로 다시 도망치자는 전략적 판단으로 잠깐 이림 길드 앞에서 얼굴을 숨긴 적도 있었다.

    그러나 <차우원 공격대>가 망할 일은 없어 보였고, 이림에 남아 있는 동기들은 하나같이 손가락을 빨며 소서정을 부러워하고 있을 터였다.

    ‘흐하하하하.’

    “가장 중요한 질문인데요.”

    “옙.”

    인터뷰어가 물었다. 소서정은 정신을 차리고 표정을 가다듬었다.

    “최근 <차우원 공격대>의 행보에 관해서 궁금한 점이 많습니다. 1차 공략에 실패한 던전들을 위주로 클리어하는…… 그러니까 해결사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렇게 활동하시는 까닭이 있을까요?”

    ‘물론 알고 있지.’

    소서정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몰랐지만, 인터뷰하러 오기 전에 이단우에게 물어보고 왔다.

    애초에 <차우원 팀>의 모든 스케줄을 결정하는 건 이단우였다. 이 인터뷰도 소서정이 이단우에게 쏘삭거린 것이다.

    -우리 슬슬 ‘화제의 그 팀’ 같은 데 인터뷰를 한번 해도 좋지 않을까 싶은데!

    -어, 해.

    이단우가 쳐다보지도 않고 허락해서, 소서정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인터뷰에서 물어볼 만한 질문을 이단우의 기분이 좋아 보일 때마다 했다…….

    일단 인터뷰에 대표로 나간 이상, 소서정이 <차우원 팀>의 얼굴이 되는 게 아닌가?

    그는 책임감 있는 멋진 팀원이었다. 이단우는 남의 속도 모르고 귀찮아했지만.

    -근데 우리 알아보니까 2차 공략 위주로 했던데. 왜 그랬던 거야?

    -당연히 던전 브레이크를 막기 위해서지.

    -……?

    아 맞지, 그것밖에 이유가 없지……. 2차 공략을 하는 이유가 보통 그거 아닌가?

    모든 던전은 생성된 순간 점점 팽창하며 성장하는데, 그 성숙도가 한계에 달하면 터져 나오는 게 던전 브레이크다.

    1차 공략에 실패했다는 건, 다시 말해 던전 브레이크 직전이라는 소리였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던전이니 시민들이 위험해지기 전에 막겠다…….

    멋지고 훌륭한 이유다.

    그런데 이단우 입에서 상식이 나오니 참 기분이 그랬다.

    ‘아니, 이단우가 또 나쁜 애냐고 하면 그건 아닌데.’

    -그리고 한번 실패한 던전을 클리어하는 게 더 잘나 보이잖아.

    이단우가 신문을 넘기며 덧붙였다.

    ‘……!’

    소서정은 생각했다.

    ‘이단우는 천재야.’

    “2차 공략은 위험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요. 팀의 부담도 클 거라고 생각됩니다. 아무래도 던전 브레이크가 언제 일어날지 알 수 없으니까요.”

    인터뷰어가 호의적으로 말했다. 기자는 <차우원 팀>에 대해 기본적으로 호감을 가진 상태였다.

    소서정은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그렇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호감과 동경의 시선은 그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들 중 하나였다.

    “예. 그래서입니다.”

    “네……?”

    “어떤 팀에게도 2차 공략이 부담스러울 걸 아니까요. 대형 길드라고 하더라도…… 오히려 대형 길드에는 지역 방어를 해야 할 사명이 있기 때문에, 2차 공략을 들어가기 힘든 면이 있죠. 그러니 단일 공격대인 저희가 던전 브레이크를 막을 수 있다면 그편이 가장 좋다고 판단했습니다. 저희가 성공하면 던전은 시민들을 위협할 수 없고, 만약 실패하더라도 대형 길드에게 대비할 시간을 벌어 줄 테니까요.”

    ‘멋졌다.’

    소서정은 스스로를 판단했다.

    인터뷰어도 같은 생각을 하는 게 분명했다. 기자가 빛나는 눈으로 소서정을 바라봤다.

    “그래서였군요……. 팀원들이 모두 동의한 사안인가요?”

    ‘아니지만.’

    이단우의 독단이었고 소서정은 자신들이 2차 공략을 하고 있는 줄도 얼마 전에 알았지만!

    “그럼요. 팀장의 제안하에 모든 동료들이 동의해서 진행한 사안입니다.”

    소서정은 믿음직하게 말했다.

    ‘어쩐지 던전 난이도가 알려진 것에 비해 죄다 어렵다 했어!’

    던전 브레이크 직전의 B급 던전이면 A급으로 취급해야 하는 게 상식이다. <자이언트 앤트> 던전이 그 예 아닌가?

    그런데 이단우는 시치미를 뚝 떼고 그들에게 공략 지시를 내린 것이다.

    ‘따져야 할 사항 아냐?’

    소서정은 뒤늦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어의 말을 듣다 보니 다른 팀이라면 팀원들과 상의라는 걸 하리라는 사실이 상기됐던 것이다.

    그 단어는 이단우 사전에 없었기 때문에 소서정의 기억에서도 잊혀진 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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