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차우원이 모르는 게 있다면 단우의 상태였다.
둘은 먹은 약의 양도 달랐고 저항 스탯의 랭크도 달랐다.
이단우에게 쾌감은 고통과 함께 다가왔다. 피부가 서로 맞닿는 것만으로도 허리에 힘이 빠지고 입에서 밭은 숨이 터져 나오는데, 또 그 쾌감이 진저리 쳐지도록 아파서 단우는 머리가 이상해졌다.
흥분만 가라앉히면 될 것 같다. 이것만 좀 어떻게 하면……. 그러면 될 것 같은데.
차우원은 자꾸 이상한 데를 건드리고 있었다. 검을 오래 쥐어 거친 손이 로션에 젖은 채 단우의 여린 허벅지 안쪽을 훑었다. 쭉 만지며 다리 사이로 들어오는데 단우는 왜 그래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투정을 부릴 수도 없는 게, 귀와 목 같은 데 마르고 부드럽고 또 축축한 것이 자꾸 와서 부딪혔다.
간지러운 감촉이 깃털처럼 감각을 고조시켜서 단우는 입이 벌어졌다.
“아, 아!”
“단우야, 다리 오므리면 안 되지. 움직이기 힘들잖아.”
단우의 다리를 얼마든 벌릴 수 있는 힘을 가진 주제에, 차우원이 그렇게 말했다. 그 힘은 차우원의 말에도 있어서 단우는 훌쩍이며 자꾸 모이는 무릎을 제 의지로 벌렸다.
단우의 두 손은 차우원의 한 손에 잡혔다. 차우원이 가볍게 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단우는 움직일 수 없었다.
남은 한 손으로 차우원은 단우를 달래 주기 시작했다.
“아, 아파!”
비명이 나왔다.
단우는 차우원이 자기를 터쳐 버리려는 줄 알았다. 단우가 내지른 신음에 놀란 차우원의 손이 잠깐 떨어졌다. 그걸 또 못 참고 단우는 울었다.
“으응, 아니……. 그만하지 말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단우야…….”
차우원이 숨을 내쉬듯 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그가 단우의 가슴을 손으로 덮었다.
“여기는 어때.”
손가락이 단단해진 유두를 눌렀다. 차우원은 자기 힘이 얼마나 센지 모르는 모양이었다. 혼자 서서 지끈거리고 있던 곳이 짓눌려서 단우는 발가락이 굽었다.
“아! 아파, 좋아…….”
“아프다는 거야, 좋다는 거야?”
이제 차우원은 완전히 웃고 있었다. 그의 입술이 단우의 목덜미를 연신 눌러서 단우도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단우는 억울해서 눈물이 났다.
‘왜 못 알아듣지.’
단우는 아프기도 하고 좋기도 했다. 쾌감은 좋은데 아픈 건 싫었다.
‘싫은가……?’
이제 단우의 두 손은 자유로워졌다.
그의 손을 해방시킨 차우원이 단우의 가슴을 만지고 로션병을 그 위에 들어부었다. 차가운 로션이 달아오른 배 위로 후드득 떨어져서 단우는 진저리를 쳤다.
“아!”
“아프지 않지. 이건 차가운 거지.”
단우에게 물으며 차우원이 다시 어깨에 입을 맞췄다. 그 입술은 미지근했다……. 단우의 피부에 비해 차가웠다. ‘그렇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단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차가웠다.
“기분 좋은 거지?”
그리고 기분이 좋았다…….
단우는 차우원이 어떻게 그 사실을 아는지 알 수 없었다. 하긴 차우원은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게 많았다. 그는 이단우가 스승님의 장례식장에, 그의 손에 죽으러 왔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아, 아아! 응!”
단우는 순식간에 상념에서 빠져나왔다. 차우원의 차갑고 기분 좋은 손이 단우의 예민한 아래를 부드럽게 쓸었다. 한없이 부드러웠는데 그래서 아팠다. 그 고통이 좋았다. 정신 차려 보니 단우는 몸을 떨며 사정하고 있었다. 차우원의 몸에도 액이 튀어서, 단우는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차우원은 로션이 아닌 것으로 젖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조금 빠르다.”
그가 평가했다.
단우는 부끄럽고 억울하고 눈물이 났다. 그렇게 만져 대 놓고 단우보고 어떻게 참으라는 건가?
“아니야!”
“뭐가 아니야. 조금 빨라. 봐.”
차우원이 단우의 손을 가져가 자신의 바지춤에 댔다.
“난 시작도 못 했잖아.”
‘아…….’
단단하게 선 게 천 하나를 두고 맥동해서, 단우는 흠칫 떨렸다.
그는 차우원이 이 추태를 보고 흥분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약 때문이야.’
알고 있었지만.
약 기운도 떨어질 정도로 단우는 꼴사납지 않았나?
“단우야, 너 다시 섰다.”
차우원이 단우의 상태를 알렸다. 그가 중계하지 않아도 단우는 알고 있었다!
단우의 손으로 제 중심부를 누르며, 차우원이 말했다.
“이제 좀 괜찮지. 정신 차렸지.”
“응, 응……. 그런데.”
처음부터 지금까지 정신이 멀쩡해 보이는 차우원은, 이단우의 손을 가지고 뭘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두근두근대는 게 손을 눌러 댔다. 아니, 단우의 손이 그걸 누르고 있었다. 그러나 단우의 의지는 아니었다. 단우의 손은 움찔움찔 옴츠러들었다. 그럴 때마다 바지의 두꺼운 천이 또 손끝에 닿아서 소스라쳤다.
단우는 묻고 싶었다. 그러나 차우원이 먼저 말했다.
“같이 가야지. 내가 단우를 도왔으니까, 단우는 나를 도와주면 되겠다.”
그 말은 정당하게 들렸다…….
그러니까 공정한 말 같았다.
단우는 언제나 받은 만큼 돌려줬는데, 그건 그가 살아남기 위한 조건이었다. 사촌 김지규는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놈이었다. 단우는 그에게 약자였는데, 그의 집에 신세 지러 온 고아라는 점에서 명백히 그랬다.
그렇다고 단우가 그에게 덤벼들지 않았다면 단우는 남은 몇 년이 더 괴로웠을 터였다. 물론 드잡이질을 벌인 뒤에도 단우의 몇 년은 괴로웠지만.
과거 차우원은 약을 먹지 않았다……. 단우만 제정신이 아니었고, 끔찍하게 흥분해 있었고, 차우원의 손에서 몇 번이나 흥분을 토해 내며 울었다. 끙끙거리는 단우를 차우원은 계속해서 ‘괜찮다’고 달랬다.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차우원이 자신을 필요로 한다면 단우는 물론 뭐든 할 수 있었다.
“뭘 하면 되는데?”
“단우야, 자위 도와줘 봤어?”
“아니…….”
그런 짓을 ‘도와줄’ 필요가 있는가? 남들은 그런 짓을 돕고 사나?
단우는 멍했다. 사춘기에 들어설 즈음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단우는 이모네로 들어갔다. 김지규의 활약 덕분에 그 시절부터 친구는 없었고, 이후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곁에 사람이 남아나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이유’ 중에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단우의 성격이었지만.
차우원이 당연하게 물어서 단우는 자기가 아직까지 그런 짓도 안 해 보고 뭐 했나 싶어졌다. 차우원은 물론 단우를 탓하지 않았다.
“그럼 이렇게 하자.”
차우원이 바지를 내렸다.
단우는 무심코 시선을 내렸다. 의도한 건 아니었다.
‘크기가…….’
저게 뭐지…….
단우는 멍하니 생각했다. 저런 게 튀어나오면, 사람은 보통 보게 되지 않나?
“단우야, 뭐 해. 이리 와야지.”
차우원이 말했다.
단우는 그의 손짓에 이끌리듯 무릎걸음으로 다가갔다. 과거부터 단우는 차우원의 말은 잘 들었다. 입으로 반발하는 것과 별개로.
차우원은 단우의 보호자였고 리더였다. 단우는 차우원이라는 독재자에게 입으로 반항하고 몸은 잘 복종하던 팀원이었다…….
단우는 기어갔다. 서로의 몸이 붙을 정도로 가까워질 때까지, 차우원은 손짓을 멈추지 않았다. 서로의 무릎이 닿을 즈음에야 그는 단우의 머리를 쓸고 목덜미를 만졌다.
만져진 부위가 달아올랐다. 가슴 아래서부터 울렁울렁한 쾌감이 싸하게 지나가서, 정신없이 차우원을 보게 됐다.
서로 완전히 붙을 정도로 가까이 앉아서, 차우원은 제 것과 단우의 것을 함께 쥐었다.
“아, 아……!”
아랫배가 다시 무거워지며 예민한 첨단에 피가 몰렸다. 차우원의 허벅지를 잡고 팔뚝을 잡고, 단우는 매달렸다.
“아파!”
“아파?”
다정하게 물어보면서도 차우원은 손을 멈추지 않았다. 단우는 이상했다. 스물다섯 살의 차우원은 약을 먹지 않았고, 제정신이었다. 부드럽고 다정하게, 단우를 ‘기분 좋게’만 해 줬는데.
스무 살의 차우원은 말을 들어 먹지 않았다. 단우는 그의 얼굴을 봤다.
그리고 스무 살의 차우원이 조급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단우 때문에 조급해하는 차우원이라니.
겪어 본 적도 없고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일에 이단우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차우원은 여전히 다정했지만.
“계속 아파?”
“응, 으응.”
“이러면 어때.”
차우원이 낮은 숨을 속삭이고 입을 맞췄다.
단우는 너무 놀라서 머리가 비었다.
저절로 다물린 입을, 차우원은 혀로 쓸었다. 부드럽게 애무해서 단우가 스스로 열도록 만들었다.
단우는 멍청하게 입을 벌렸다…….
다정한 키스가 이어졌다. 다른 종류의 쾌감이 이단우를 잠식했다. 입술이 떨어진 순간, 단우는 자신이 다시 사정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그와 동시에 차우원의 것이 단우의 배와 턱과 얼굴로 튀었다.
“…….”
차우원과 눈이 마주쳤다.
“단우야, 조금 더 할 수 있지.”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단우는 그 목소리에 조금도 여유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으응……?”
뭐라고 대답하기 전에 입술이 또 맞닿았다. 다시 예민한 곳이 붙잡혀서 단우는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차우원의 혀가 이단우를 옭아맸다. 단우를 녹이고 그 자리에 다시 굳혀 버렸다. 움직일 수 있대도 단우는 그러지 않았을 터였다. 쾌감이 머리를 새하얗게 물들였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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