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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인성 교육-50화 (50/170)
  • 50.

    이단우는 그다지 데이트를 하고 온 듯한 차림새는 아니었다.

    표정도 단조로웠고 태도도 평소와 같았다.

    차우원과 눈만 마주쳐도 고개를 돌려 버렸다는 뜻으로……. 사실 차우원은 그게 신경에 거슬렸다.

    ‘내가 또 뭔가 기분을 상하게 한 것 같은데.’

    오히려 기분이 상해야 할 쪽은 차우원이 아닌가. 이단우의 기분은 알 수 없는 일로 좋아졌다 나빠졌다 해서 차우원은 하루 종일 그에게 휘둘리고 있는 듯했다.

    차우원뿐만 아니라 팀 자체가 그래서 아지트는 조용해졌다가도 시끄러워지기를 반복했다.

    차우원은 이단우의 기분이 나빠지면 자신까지 조용해져서 그렇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실은 알고는 있었으나 신경 쓰지 않았다.

    어쨌든 이단우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건 팀 자체에도 중요한 일이었다.

    두 번째 핑계까지 그럴듯하게 갖춰져서 차우원은 위층으로 올라간 이단우의 뒤를 따라갔다.

    그런데 3층의 분위기가 이상했다.

    차우원은 감지 타입으로, 마력의 움직임에 민감했다. 이단우의 마력이 문 너머에서 이상하게 증폭되고 있었다.

    ‘이 시간에 수련을?’

    이단우는 그렇게 열성인 사람은 아니었다.

    차우원도 소서정도 센터 생활에 익숙했다. 알아서 개인 수련 시간을 챙긴다는 뜻이었고, 강울림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쪽은 센터 자퇴 전까지만 해도 하루 대부분을 수련에 썼다. 지금도 그 생활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반면에 이단우는 볼 때마다 자거나 졸고 있었다. 그 외의 시간에는 강울림을 혼내거나 소서정을 혼냈고, 또 나머지 시간은 차우원과 입씨름을 하느라 보냈다.

    임무 나갈 때를 제외하면 아지트를 거의 벗어나지도 않았다.

    생활 패턴이 거의 집고양이 수준이라 팀원들은 이단우가 누워 있으면 ‘누워 있구나’ 생각했고 웅크린 채 어디를 노려보고 있으면 ‘노려보고 있구나’ 생각했다.

    이단우가 수련을 하고 있다면 ‘수련을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해야 했으나…….

    ‘단우가 수련을 할 리 없지.’

    차우원은 판단하고 문고리를 잡았다.

    ‘단우야, 들어간다.’라고 말하려 했으나 무언가 방 안에서 굴러와 문 아래를 쳤다.

    헌터가 물건을 떨어뜨려, 문에 부딪히게 하는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없다.’

    차우원은 다시 판단했고 그냥 문을 부숴 버렸다.

    문에 설치된 스킬진은 팀원들에겐 작동하지 않았다.

    방으로 들어간 차우원은 이단우가 헐벗은 채 바닥에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봤다. 수련도 하지 않고 외출도 하지 않으니 이단우는 해를 볼 일이 적었다. 창백하다 싶을 정도로 새하얀 피부가 공기에 노출된 채 약간의 열기를 띠고 달아올라 있었다.

    웅크려 있느라 윗옷이 말려 올라가 새하얀 등이 보였다. 마른 등은 뼈대가 불거져 허리 아래까지 노출됐다.

    바지를 벗고 있다.

    이불을 덮고 있어 그 밑은 보이지 않았으나, 이단우가 흥분하고 있다는 사실은 명백했다.

    이단우가 흥분해서 어쩔 줄 모르고 있다…….

    “으, 으응, 이것 좀…….”

    이단우가 울며 끙끙대고 있어서 차우원은 그가 원하는 걸 들어주었다. 늘 그렇듯이. 그의 손에서 로션병을 가져가서 뚜껑을 연 뒤 다시 그에게 돌려주었고…….

    판단했다.

    ‘자위?’

    그런데 이단우의 상태가 이상했다. 평범하게 자위하는데 사람이 이렇게 이성을 잃을 수는 없지 않은가. 이단우는 차우원을 보고도 ‘꺼져, 나가’라고 말하기는커녕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었다.

    평소에도 부드러워 보인다고 생각한 입술이 더욱 붉게 익어서 차우원은 기분이 이상해졌다…….

    ‘팀원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지.’

    차우원은 상식적으로 스스로를 다듬었다. 그러나 이단우는 명백히 이상했고, 바닥을 구르고 있는 약통이 그 원인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사실 그건 ‘약통’은 아니었다.

    이단우가 매일 품에 끼고 다니는 사탕통이었다.

    손바닥만 한 둥근 유리병은 위를 마개로 막은 형식이었는데, 보기에 좋았고 그 안에 든 색색의 사탕도 예뻤다.

    예쁜 이단우가 마개를 따고 사탕을 우물거리고 있으면 그냥 그 모습을 보게 됐다.

    그는 자주 그러고 있었기 때문에 차우원은 특별히 그 모습을 보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었다. 그를 보고 있기만 하면 됐으니까.

    하지만 그건 사탕이 아니었다. 마력 촉진제였다.

    이단우는 차우원을 처음 봤을 때부터 그걸 우물거리고 있었는데, 차우원은 그걸 감상하고 있을 생각만 해선 안 됐다.

    이건 전시에 만들어진 약물이었다.

    던전 브레이크 초기에, 아무도 대비되어 있지 않을 때.

    정부에서는 실은 던전에 들어가서는 안 될, 몬스터를 상대할 수 없는 수준의 마력을 가진 헌터들조차 전선에 세우기 위해 약을 만들어 냈다.

    신체를 한계까지 쥐어짜서 없는 마력을 긷는 약을.

    ‘그때 뺏어서 먹어 봤어야 했는데.’

    차우원은 탄식했으나 이내 몸에 이상 반응이 돌았다.

    마력만 돌고 있는 게 아니다. 열기가 퍼지고 있었다.

    세포가 깨어나는 기분이 들면서 신경이 예민해지고, 모든 감각이 새 생명을 얻은 것처럼 살아났다.

    ‘아, 이건 안 좋은데.’

    통제를 벗어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다.

    이단우처럼 과복용하면, 좋아지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단우야, 이런 걸 매일 먹으니까 민감해지잖아.”

    차우원은 한숨이 나왔다. 그 숨이 뜨겁다는 걸 스스로 인지했다.

    ‘팀원의 치부를 보고 있는 건 아니지.’

    라는 생각에 그는 애써 시선을 돌리고 있었으나, 이단우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가?

    불가능할 터였다.

    이단우가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아 보였다.

    그렇다면 이단우에겐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을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차우원은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하며 인상을 썼다.

    ‘어떻게 그렇게 감쪽같이 속였지.’

    그가 알았다면 이단우가 이런 걸 먹도록 두었을 리 없다.

    차우원은 정신을 다잡으면서 이 상황을 정리할 방도를 떠올렸다. 그는 문밖으로 나가 밖에 있어 주면서, 이단우가 스스로를 해결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올바른 대처였다. 그다음에 이단우가 아무리 화내도 그에게서 약을 뺏어야 함은 물론이었고…….

    “가, 가지 마…….”

    그러나 달라붙는 이단우가 너무 뜨거웠다. 그가 차우원의 다리를 끌어안았다.

    붙잡는 손은 부드럽고 말랑말랑해서, 차우원은 허벅지에 힘이 들어갔다.

    ‘아, 이거 잘못하면.’

    차우원이 대비하기도 전에 흥분이 올라왔다. 이단우는 자신의 뺨에 닿는 게 뭔지 의식하지 못하는 듯했다. ‘어?’ 하는 얼굴로 차우원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차우원은 숨을 내쉬었다. 이를 악물었고, 겨우 목소리를 가다듬어 이단우에게 말했다. 위험하게 들리지 않게, 평소를 가장해서.

    “지금…… 내가 너를 혼내야 할 것 같은데. 단우야. 네가 너무 뜨겁다.”

    “응, 응.”

    이상하게 순순해진 이단우가 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머리카락이 차우원의 배를 사락거리고 뺨은 아래를 눌러 대서, 차우원은 견디기 힘들었다.

    “열을 식혀야겠는데.”

    “응.”

    “혼자 할 수 있겠어? 못 하겠지. 몸이 제대로 안 움직이는 것 같다.”

    차우원은 다정하게 말했다. 그러며 손을 이단우의 등으로 미끄러뜨렸다.

    이단우의 등은 깜짝 놀랄 정도로 부드러웠다. 실제로 근육이 많은 몸이 아니다. 이런 몸으로 어떻게 그런 파괴력을 내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그러나 지금 차우원이 궁금한 건 그 부분이 아니었다.

    “응, 으응.”

    이단우는 아주 순했고, 까만 눈은 눈물에 젖어 속눈썹까지 진해진 채 차우원을 깜빡거리며 올려다보고 있었다.

    “내 도움이 필요하지.”

    “응……?”

    “그래. 그럼 다리 벌리자.”

    차우원은 이단우의 두 무릎을 잡고 다리를 벌렸다. 이불이 완전히 걷어지고 그 아래 광경이 드러났다.

    차우원은, 입맛은 다시지 않았다.

    이단우가 두려워할 만한 반응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는 로션을 짰고 이단우가 하고 싶어 하던 행동을 이어서 했다.

    “이렇게 하길 원했던 거지. 여기가 괴롭지?”

    “아! 으응, 잠깐, 아니…….”

    만져지는 대로 반응하던 이단우는 혼란스러워 보였다. 차우원은 생각했다.

    ‘자세가 불편한데.’

    보기는 좋은데 만지기 불편하다.

    “단우야. 뒤로 돌아야겠다. 단우가 나한테 안겨야겠는데.”

    “응……?”

    “등을 가슴에 기대. 할 수 있지.”

    “응……? 응, 할 수 있어…….”

    이단우는 왜냐고도 묻지 않았다. 제정신인 척하고 있다. 하지만 눈을 자꾸 깜빡이고 있었고, 훌쩍거렸으며, 입에선 자꾸 신음이 나왔다. 허세를 부리는 게 귀여워서 차우원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어쩔 수가 없었다. 이단우는 언제나 차우원을 웃게 했다.

    그러나 여유도 잠시였고 다시 한숨이 나왔다.

    차우원은 바닥에 앉아 두 무릎을 세웠다. 이단우의 몸은 차우원의 품에 꼭 맞았다. 기분 좋았다……. 두 다리 사이에 이단우를 가둔 채, 차우원은 손을 내밀었다.

    “두 손은 주고.”

    “응.”

    착해진 이단우는 의문 없이 따랐다.

    끄덕이는 볼이 발그레했다. 귀로 이어지는 선은 오목했고, 목은 가늘었다. 차우원은 별생각 없이 그곳에 입술을 댔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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