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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인성 교육-43화 (43/170)
  • 43.

    이단우는 소서정을 쳐다봤다.

    ‘재수 없다…….’

    소서정은 자신한 대로 한 시간 안에 스킬을 전부 익히고 오가는 길목에 스킬진을 설치했다.

    S급 스킬까지 익히는 데 든 시간이 꼭 한 시간이었다.

    ‘내가 <강화>(C)를 익혔을 때 일주일 걸렸나?’

    일주일 내내 스킬북만 붙잡고 있었던 건 아니지만, 인간 생존에 꼭 필요한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엇비슷하긴 했을 터였다.

    세상은 불공평하고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단우는 <차우원 팀>을 볼 때마다 느꼈다. 반대로 차우원은 팔짱을 끼고 ‘세상에 이 친구를 어쩌면 좋지’라는 표정으로 단우를 보곤 해서 짜증은 배로 늘었다…….

    ‘날 짜증 나게 해서 박탈감을 느낄 시간을 빼앗은 거 아닌가?’

    단우는 차우원을 좋게 생각하려고도 해 보았으나, 아무리 떠올려 봐도 차우원의 그 표정은 진심이었다.

    소서정이 스킬진 설치를 마치고 상기된 얼굴로 돌아왔다.

    “다 했어!”

    “어. 이제 너 거기 서봐.”

    단우가 손짓했다. 소서정이 너털너털 걸어왔다.

    “오, 여기……. 여기 수련장 한가운데잖아?”

    “그래.”

    “잠깐. 아까 너 몬스터 홀로그램 띄울 거라고 안 했어? 여기 실전 시뮬레이터 깔려 있는 최신 설비 수련장 아니야? 악! 맞잖아!”

    단우는 시뮬레이터를 작동시켰다.

    이림 전 길드장의 개인 소유 수련장답게 몬스터 목록이 화려했다.

    ‘드래곤이 구현된다고?’

    진짜인가?

    단우는 누르고 싶은 충동을 느꼈으나 소서정을 생각해서 그만뒀다.

    그리고 목록의 위쪽으로 돌아가 <트롤>을 눌렀다.

    쿵!

    허공에서 몬스터 홀로그램이 생성되며 바닥이 울렸다. 두 발로 바닥을 단단히 딛고 선 녹색 피부의 괴물이 방망이를 들어 올렸다.

    -크어어어어어!

    띠링!

    <트롤>(C)

    강인한 전사들의 후손으로, 식성이 까다롭다. 살이 연한 인간이 취향인 듯하다.

    “네 취향 같은 거 안 궁금해!”

    몬스터에 대한 설명을 확인한 소서정이 비명을 질렀다.

    “이단우 미쳤어? 수련장에 나 혼자잖아! 빨리 강울림 들어오라고 해! 너 탱킹 안 하고 뭐 해!”

    “나 들어가야 하는 거야?”

    “아니.”

    단우는 단호하게 막았다. 말 잘 듣는 강울림은 ‘그런가 보다’ 하는 태도로 다시 걸음을 멈췄는데, 보통 탱커라면 안 할 짓이었다.

    원거리 딜러를 지키는 건 탱커의 본능 아닌가?

    물론 소서정이 나서서 지켜 주고 싶은 인간형은 아니긴 했다.

    “야! 강울림! 뭐 하냐고! 으악! 나 죽는다! 나 죽어! 이거 통각 동기화 꺼진 거 맞아?! 돌 튀는 게 왜 아픈데!”

    소서정이 폴짝폴짝 경기장을 뛰어다니며 소리쳤다. 트롤은 근력이 강하고 피부가 질긴 데다 마법 저항력도 대단한 몬스터였으나, 반응이 느리다는 단점이 있었다.

    단우가 트롤을 상대로 고른 이유도 그것이었다.

    ‘맞아 죽진 않겠지.’

    소서정은 금방 죽을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 대고 있었지만.

    “몰라.”

    “모르면 어떡해! 나 죽는다! 진짜 나 죽어! 한 대 맞아서 쇼크사하면 네가 장례 치를 거야?!”

    “묘비는 비싼 거 써줄 테니까 죽고 싶으면 걱정 말고 얻어맞든가.”

    “필요 없어! 누가 죽고 싶대? 아니, 나 진짜 죽겠다고! 마법사를 몬스터랑 1대 1 시키는 놈이 어디 있어!”

    소서정이 앞구르기로 피한 자리를 트롤이 내리쳤다.

    -그어어어어…….

    “아악! 미쳤어!”

    “쟤 입만 다물면 움직임 2초는 빨라질 것 같은데.”

    지켜보던 강울림이 평가했다.

    “쟨 입 다물면 죽어.”

    단우가 농담했다. 소서정은 실제로 죽기 직전까지 시끄러웠다…….

    ‘아. 지금은 아무도 모르지.’

    소서정은 죽지 않았으니까.

    과거였대도 알 사람은 단우밖에 없었다. <최후의 던전>에서 살아 돌아온 건 단우뿐이었으니까…….

    단우는 자기 뺨을 쳤다. 머리까지 얼얼할 정도로 한 대 패자 정신이 들었다. 강울림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단우를 쳐다봤으나 그는 무시하고 소서정에게 지시했다.

    “죽기 싫으면 생각을 해. 너 교육 받았을 거 아냐. 몬스터랑 대면하면 어떡하라고?”

    “몬스터랑 대면할 때 마법사는 탱커랑 같이 있어야지!”

    “유감이네. 너랑 같이 들어간 탱커는 널 버리고 도망갔어. 이제 어떻게 할래?”

    “아악! 강울림! 개자식아! 날 두고 도망가?”

    소서정은 상황 설정에 빠르게 이입했다. 강울림이 당황했다.

    “뭐? 내가 도망간 거야? 왜 나 욕먹는데?”

    “탱커 욕한다고 몬스터가 달아나 줄 것도 아니고, 에너지 아껴서 살 궁리를 하라고. 트롤과 너뿐인데 이제 어떻게 할래.”

    “교본에 따르면……. 엄폐물을 찾고……. 최대한 존재감을 숨겨서 구조대를 기다린다!”

    ‘정답이지?’라는 눈빛으로 소서정이 돌아봤다.

    “야! 너 죽는다!”

    “악!”

    강울림의 외침에 소서정이 반사적으로 주저앉았다. 그 위로 트롤의 주먹이 지나갔다.

    “구조대도 없어.”

    “없는 게 왜 이렇게 많아?! 세상 망했어?!”

    “그래서 구조대 없으면 죽을래?”

    “아아악! 일단 엄폐물 뒤로 숨고! 스킬을 써서……!”

    소서정은 던전 형태로 바뀐 수련장에서 가장 큰 바위 뒤로 숨었다. 그의 스태프에서 마력 파동이 일더니 둥근 형태를 그렸다.

    스킬진이 빛났다. 트롤의 옆으로 불꽃이 날아갔다.

    쾅!

    “안 맞는데?”

    강울림이 말했다.

    ‘저걸 못 맞춰?’

    단우는 눈을 질끈 감았다. 눈 뜨고 저 꼴을 계속 보고 있다간 소서정을 패러 수련장으로 뛰쳐 올라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저거 스무 살이다.’

    단우는 스스로를 다스렸다.

    스무 살의 차우원은 또 얼마나 순진하고 고분고분하던가? 물론 그는 유능하기까지 했다. 저 스킬 하나도 제대로 못 맞추는 소서정과 달리…….

    ‘안 되잖아.’

    이 분노를 어떻게 참는단 말인가?

    “야. 너 눈 똑바로 뜨고 있지.”

    “그럼 눈앞에서 괴물이 날아다니는데 눈 감고 있겠어?”

    “걔 기어 다니고 있고, 네 속도로 충분히 피할 수 있어. 네가 멍청하게 굴지만 말고 교본인지 뭔지 활용해서 생각하면 일 초 만에 처치할 수 있다고.”

    “말은 누가 못 해!”

    소서정이 스킬을 난사하며 말했다. 불꽃 비가 쏟아지는데 트롤은 콧방귀를 뀌며 방망이로 쓸어 내고 있었다…….

    ‘저것도 재주다.’

    저 능력을 가지고 저렇게 못 쓰는 것도 재능이 아닐까?

    사실 단우는 소서정이 트롤을 잘도 피해서 바위 뒤로 숨었을 때만 해도 감탄하고 있었다.

    ‘엘리트 교육 받은 값을 한다.’

    아무리 경험이 없어도 싹이 파란 놈들은 딱 보이지 않던가?

    그러나 소서정은 과거의 이단우처럼 굴고 있었고 이단우는 얼굴이 화끈거려서 그 꼴을 더 봐줄 수가 없었다.

    -단우야, 생각을 해. 네가 찌른다고 몬스터가 와서 맞아 줄 것도 아니잖아.

    차우원의 침착한 목소리가 떠올랐다.

    그는 이단우를 교육시키며 화를 낸 적이 없었다. 화는 이단우가 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지?’

    인성이 천당에 닿았나?

    이단우는 이를 악물고 차우원을 흉내 냈다…….

    “생각을 하라고. 트롤 패턴이 뭐야.”

    “패턴?”

    소서정이 생각도 못 했다는 듯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트롤의 방망이를 또 피했다…….

    ‘하…….’

    “방망이 오른손으로 들었지. 방망이 한 번 휘두르고. 손으로 잡으려고 시도하고. 다시 방망이 휘두른 뒤에 또 손 쓰잖아. 네가 움직이면, 그 거리가 5미터 이상이면 달려서 돌진하고. 짧으면 걷지.”

    “……!”

    “다음 패턴 뭐야.”

    “거리가 짧고…… 방망이 썼으니까, 이제 왼손으로 잡는다?”

    소서정이 뒤로 훌쩍 피하며 대답했다.

    트롤의 왼손이 소서정을 스쳐 지나갔다.

    ‘재주 좋은 놈.’

    저걸 또 들었다고 바로 응용을 한다.

    “어. 이제 뭐 와.”

    “방망이?”

    트롤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방망이는 소서정 대신 그가 숨은 바위를 쳤다.

    “다음 손이지. 손 어디로 올지 알지.”

    “어!”

    소서정이 스태프를 바닥에 찍었다. 스킬진이 거대하게 빛나더니, 소서정에게 직선거리로 뻗어 오던 트롤의 손을 향해 사람 머리통의 다섯 배만 한 화염구가 날아갔다.

    쾅!

    -끄아아아악!

    트롤의 손에 붙은 불이 온몸을 뒤덮었다. 선 채로 익은 트롤이 바닥에 쓰러졌다.

    쿵!

    몬스터 홀로그램이 사라졌다.

    띠링!

    [17단계: <트롤>(C)을 클리어했습니다. 다음 단계를 진행하시겠습니까?]

    소서정이 단우를 돌아봤다.

    “너는…… 이런 걸 어디서 배웠어?”

    ‘너네가 데리고 다니면서 굴렸다.’

    그렇게는 말할 수 없어서, 단우는 눈을 비볐다.

    “알아서 뭐 하게.”

    “너는…….”

    단우는 소서정의 입에서 나올 말을 예상했다.

    ‘말을 그따위로밖에 못 하냐? 칭찬을 해 줘라. 내가 이렇게 응용력이 좋다. 너는 쩌는 딜러를 모셔 온 줄 알아라. 이 팀에서 나 같은 딜러 모시기가 쉬울 줄 아느냐?’

    목록이 머릿속에 쫙 펼쳐지는데 소서정의 입에선 정작 헛소리가 나왔다.

    “……너처럼 천재로 살면 어떤 기분이야?”

    ‘이 미친 천재 놈이 뭐라는 거야…….’

    귀로 들어온 말이 머리에서 이해되자마자, 단우는 열이 정수리까지 올랐다.

    과거 <차우원 팀> 원거리 딜러, 소서정(S급)의 이명은 ‘만개의’ 소서정이었다.

    그가 익힌 스킬이 만 개를 넘었다는, 경외의 의미에서 붙은 이명이었다.

    다시 말해 소서정의 용량은 무한.

    ‘……이라고 자랑하긴 했는데 저 자식 허풍을 생각하면 믿을 만한지 모르겠고.’

    어쨌든 용량이 크긴 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스킬 중에, 소서정이 사용할 수 없는 건 없다.’

    그가 이단우를 ‘급이 맞지 않는다’고 싫어한 것도 당연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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