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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인성 교육-33화 (33/170)
  • 33.

    이단우는 아지트로 돌아오자마자 소파에 틀어박혔다.

    그가 그곳에 누워 있는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으나, 강울림은 무언가 다른 점을 느꼈다.

    ‘둘이 싸웠다!’

    이단우와 차우원은 신기하게 잘 맞는 짝이었는데, 이단우가 주로 나서서 과격한 소리를 하면 차우원이 잘도 뒷받침을 해 준다는 점에서 그랬다.

    이번 던전 공략 때도 이단우가 계책을 냈고 차우원은 청연이 그 계책을 쓰도록 설득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강울림은 차우원과 이단우가 어떻게 아는 사이인지 알 수 없었다.

    이단우의 싸가지와 부유함과 능력을 보면 헌터 명가 출신일 것도 같은데…….

    차우원과 원래 알던 사이도 아니라면서 어디서 만났지?

    센터에서는 이단우를 본 적 없었다. 길드 교류전 같은 데서도 저런 얼굴은 본 기억이 없다. 이단우가 한 번 봐서 잊혀지는 얼굴은 아닌데도.

    어쨌든 강울림도 센터 출신이었기 때문에, 또래 유망주는 대충 얼굴을 한 번씩 봐둔 상태였던 것이다.

    그 센터를 금방 그만두긴 했지만…….

    혼자 고민하는 성격이 아닌 강울림은 차우원에게 그냥 물었다.

    -둘이 진짜 알던 사이 아냐?

    -응. 아닌데.

    -집안끼리 어린 시절에 알다가 헤어진 사이라거나. 이단우는 외국에 나갔다 왔다든지, 어릴 적 병약해서 병원에 있었다든지…….

    -울림이 상상력이 풍부하다. 단우가 좀 병약하게 생겼지. 근데 병원 기록은 없을걸.

    -그걸 어떻게 알아?

    -아…….

    차우원은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그런 눈에 띄는 기록이 있었으면 진작 전화해 주셨을 분을 한 분 알아서.

    ‘……?’

    -그럼 둘이 왜 그렇게 친한데?

    -내가 단우랑 친한가?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이단우가 나 괴롭힐 때마다 옆에서 같이 쿵짝 맞게 굴면서.

    -하지만 울림아, 네 훈련법은 가끔 너무 창의적이어서 나도 놀라운데.

    -그게 무슨 뜻이야?

    잠시 고민한 강울림은 속뜻을 깨달았다.

    -그냥 이단우처럼 골병들기 싫으면 멍청한 짓 그만하라고 말하라고! 뭐라는지 못 알아듣겠잖아!

    -나한테 뭐라더니 단우랑 잘 맞네.

    차우원이 웃으며 사라지고서야 강울림은 자신이 원래 하려고 했던 말을 못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본래 ‘이단우의 막말을 차우원은 막아야 한다’고 건의하려 하지 않았는가?

    이 팀은 놀랍게도 <차우원 팀>이었다!

    공식적으로 그렇게 기록되어 있으니, 차우원은 비선 실세(?) 이단우가 안에서 권력을 휘두르지 못하게 막을 의무가 있었다.

    ‘애초에 말을 예쁘게 하라는 게 권력 휘두르지 말라는 소리도 아니잖아?’

    강울림은 자신의 정당성을 되새겼다.

    물론 이단우에게 이 말을 할 용기는 없었다.

    이단우를 말로 어떻게 이기란 말인가? 사실 말로 이기기는 차우원도 어려웠지만…….

    그쪽은 적어도 경멸하는 표정을 짓지는 않는다.

    첫 던전 공략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온 뒤, 강울림은 흥분에 차 있었다. 마음에 안 드는 소서정까지 포함해서 다 같이 회식이라도 하자고 제안하고 싶은 수준의 흥분이었다!

    그들은 정말 대단하지 않았는가?

    띠링!

    던전 클리어 보상을 확인하고, 강울림은 소서정과 펄쩍펄쩍 뛰며 기뻐했다. 보상 자체보다 기쁜 건 공헌도였다!

    [개인 공헌도 랭킹]

    1. 차우원

    2. 소서정

    .

    .

    .

    [팀 공헌도 랭킹]

    1. <차우원 공격대>

    .

    .

    .

    -와, 진짜 우리 팀이 공헌도 1등!

    -내가 그랬잖아! 독립팀이! 명문 길드 소속도 아닌데! 차우원 따라 나오길 잘했어!

    -독립팀이랑 그게 뭔 상관이야?

    -너 진짜 멍청해?! 아니, 너랑 싸울 필요 없지. 즐거운 날인데! 와! 나 신인 헌터 랭킹 2위…… 아니 3위 찍어야지!

    -왜 3위야?

    -너는 이기겠지!

    -야!

    그러다 클리어 게이트를 쳐다봤더니 이단우와 차우원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심상치 않은 수준을 넘어서서 서로 멱살을 잡고 있었다.

    ‘차우원이 남 멱살을 잡을 리가?’

    다시 보니 이단우만 멱살을 잡고 차우원은 그걸 막는 모양새였다!

    누가 말리기 전에 두 사람은 떨어졌으나, 떨떠름한 분위기는 어쩔 수 없었다. 회식을 제안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강울림은 분위기 좋은 틈을 타 ‘민주적인 팀을 만들어 봅시다, 일단 이단우는 나에게 좀 더 다정할 필요가 있다’ 소리를 하려던 계획을 폐기했다.

    이후 두 사람은 다시 싸우지 않는 듯했으나, 전처럼 이단우가 뭐라고 하면 차우원이 미친 사람처럼 웃고 있는 그런 상황은 보이지 않았다.

    원래 두 사람의 분위기를 모르는 소서정만 ‘뭐가 문젠데?’ 같은 소리를 하고 있었다.

    ‘후, 이 눈치 없는 놈.’

    강울림은 자신이 평생 들어 온 소리를 소서정에게 마음속으로 하면서 혼자 골치를 앓고 있었다…….

    팀의 분위기가 이대로 가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이러니저러니 해도, 강울림은 이 팀이 마음에 들었다.

    * * *

    이단우는 소파에 틀어박혀 고민에 잠겨 있었다. 그러면서 다양한 악몽을 꿨다.

    ‘놀랍지도 않다.’

    그 악몽들엔 하나같이 차우원이 등장했는데, 식은땀을 흘리며 깨서 주변을 둘러보면 또 차우원이 없어서 정신이 멍했다.

    ‘아, 내가 보내 놨지.’

    팀 랭킹 좀 올리라고 소서정, 강울림과 함께 난도 낮은 던전에 던져 놨다.

    그 둘은 던전 클리어 경험을 더 쌓을 필요가 있었다.

    ‘……몇 시에 돌아오지?’

    이단우는 천장에 걸어 놓은 시계를 쳐다봤다. 멍하니 보고 있자니 초침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갑자기 심장이 뛰어서 이단우는 입술을 깨물었다. 손으로 마른세수를 하고 뺨을 치고, 화장실로 들어가서 찬물을 얼굴에 끼얹었다.

    ‘패닉에 빠지지 마.’

    신입 헌터도 아니고, 멍청하게 굴 시간은 지났다. 이단우는 오래 E급 헌터였는데, 그럴 수밖에 없었다. 머리가 안 돌아가는 놈이었기 때문이다.

    몸이 안 되면 머리라도 쓸 줄 알아야 하는데, 그는 둘 다 효율적으로 굴릴 생각을 도무지 하지 못했다.

    그게 가능해진 건 차우원이 죽은 뒤였다.

    깜빡거리는 시야로 검은 형체가 보였다. 이단우는 거울에 비치는 그게 자신의 얼굴이라는 걸 알았다.

    ‘아닌데.’

    그 얼굴은 이내 차우원의 것으로 변하고, 그가 검은 양복을 입은 모습으로 변했다.

    차우원은 한 팔에 상주를 상징하는 띠를 달고 이단우 앞에 서 있었다. 그의 검 <육예>가 날 없는 모습으로 바닥을 짚었다.

    이단우는 이날을 정확히 떠올릴 수 있었다. 스승님이 돌아가시고, 이단우가 차우원을 찾아가 미친 듯이 맞았을 때…….

    ‘어떻게 안 죽였지?’

    차우원은, 이단우를 어떻게 안 죽일 수 있었지?

    제정신 아닌 놈이 덤벼드는데 차우원에게 무슨 수가 있었겠는가?

    이단우는 피를 토해 내다 못해 내장을 게워 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 상태로도 억지로 몸을 일으켜서, 얻어맞을 걸 알면서도 계속 차우원에게 덤벼들었다.

    날이 선 검을 들고 자신을 진심으로 죽이려는 상대에게, 차우원은 계속해서 날 없는 <육예>로 맞섰다.

    차우원이 베어 버렸으면 이단우는 그때 죽었을 테니까…….

    당시 둘 사이의 격차는 우열을 논하는 것도 우스울 지경이었다.

    -이렇게 하자, 단우야. 넌 내 팀에 들어오는 거야.

    이단우는 그가 했던 말도 전부 기억했다.

    -참고로 내 팀의 규칙은 ‘리더에게 반항하지 않는다’야.

    -좆 까.

    -단우는 말부터 예쁘게 하자.

    이단우는 무릎을 꿇고 있었다. 차우원이 높이에 맞춰 마주 몸을 낮추는 게 느껴졌다.

    정신이 가물가물한 이단우의 뺨을 그가 쓸었다. 장갑을 벗은 손은 단단하고 거칠어서 검사의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 손이 이단우의 축축한 뺨을 쓸고, 이마를 넘겨 줬다.

    -단우야, 나한테 죽으러 오면 안 되지. 이렇게 죽어 버리는 건 무책임하지. 네가 이단우잖아. 스승님이 말한 ‘불쌍한 애’가 너잖아. 나한테 스승님과 사제를 동시에 잃어버리라니, 그런 짓을 시키면 안 되지…….

    그가 옳았다.

    이단우는 차우원에게 그래서는 안 됐다. 차우원이 스승님을 영원히 잃도록 만들었으면서, 차우원의 손으로 죽을 생각까지 해서는 안 됐다.

    차우원은 그런 걸 견딜 수 없는 놈이었다.

    ‘착한 놈.’

    성격 좋고 배려심 좋아서 이단우 같은 것도 못 버리고 챙기는 놈이…….

    어떻게 이단우를 죽이겠는가?

    이단우가 그때 차우원을 죽일 능력이 있었대도 <육예>는 날이 서지 않았을 것이다. 그 검은 주인이 원하는 대로 여섯 가지로 형태를 바꾸는 검이었으니까.

    주인에게 살의가 없으니 그 검에 날이 섰을 리가 없다.

    그런 놈이니 성검의 주인이 될 수 있었을 테다.

    ‘돌겠네…….’

    그런 차우원을, 차우원의 인성을. 어떻게 하면 바꿔 놓을 수 있을 것인가?

    이건 이단우가 처음부터 고민해야 했던 문제였다.

    당장 차우원이 말을 잘 들어주는 것 같다고 방심하다니.

    ‘어려졌다고 뇌까지 바람이 찼나.’

    어린 이단우는 멍청했고 막연한 바람만 품고 있었다. 그 시절처럼 행동할 수는 없었다.

    ‘생각해.’

    이단우는 두 손으로 머리를 잡고 중얼거렸다. 차우원이 그의 얼굴을 잡고 하던 말을 반복했다…….

    ‘생각해, 이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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