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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인성 교육-30화 (30/170)
  • 30.

    이단우의 목소리에는 마력이 섞여 있어, 헌터라면 반사적으로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 <차우원 팀>의 전멸 이후 이단우가 <최후의 공략>을 위해 만들어 낸 <이단우 팀>은 엉망이었다.

    팀원들이 하나 빼곤 전부 다른 마음을 먹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그랬다. 그놈들은 리더의 권위 같은 건 존중하지 않았고, 단우도 존중받을 마음은 없었다.

    그러나 <최후의 던전>을 클리어하려면 어쨌든 이 새끼들이 말귀를 들어 먹게는 만들어야 했다.

    마력을 담은 발화가 헌터 귀에 직방으로 꽂힌다는 건 그때 알았다.

    이단우의 의도가 어찌 됐든, 그 말에 첫 번째로 반응한 사람은 강울림이었다.

    ‘탱커는 어그로 끌고.’

    강울림의 귀에는 그 말밖에 안 들렸다.

    그는 여러 차례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이단우의 말은 일단 따르고 보는 게 좋다.

    강울림은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일행의 1열과 2열 사이에서 튀어나온 자이언트 앤트퀸은 머리 크기만 해도 사람의 키보다 컸다.

    그게 주둥아리를 벌려 분노의 비명을 질렀다.

    -끼에에에에엑!

    병사들과 일꾼들을 잃은 여왕의 분노는 저항 랭크가 약한 헌터들을 굳어 버리게 만들 정도였다.

    그러나 스탯만으론 누구도 비빌 수 없는 강울림에겐 통하지 않았다.

    ‘탱커는 어그로!’

    강울림은 방패를 든 채 온몸으로 그 주둥아리에 스턴을 걸었다.

    쾅!

    자이언트 앤트퀸의 몸뚱어리가 멈췄다. 주둥아리와 그 아래 소리를 내는 기관의 떨림도 멎어서, 소리의 공백이 찾아왔다.

    그 틈에 다른 탱커들도 정신을 차렸다.

    기본적으로 탱커들은 정신적, 육체적 방어 능력이 높다. 저항 스탯을 기본적으로 깔고 가는 직군인 것이다.

    “하나, 둘……!”

    퍽……!

    그들이 앤트퀸의 주의를 붙잡아 놓는 사이, 다음으로 정신을 차린 건 소서정이었다.

    ‘탱커는 어그로를 끌고, 마법사는…….’

    땅을 굳힌다!

    소서정의 머리 위로 스킬진이 떠올랐다.

    거대한 보름달 같은 스킬진에서 복잡한 무늬가 겹치더니, 그 속에서 거인의 팔 같은 게 쑥 튀어나왔다.

    쿵!

    거인의 반투명한 손이 바닥을 다졌다.

    그 진동에 헌터들의 몸이 살짝 떠올랐다.

    “누구야!”

    “미쳤어?!”

    ‘대지 계열 스킬이 없는 걸 어떻게 하라고!’

    소서정은 속으로 변명했다.

    다시 생각하니 자신도 미친 짓 같았으나, 소서정은 자기변명에 능했다.

    “그럴 수도 있지! 아무도 안 다쳤잖아!”

    “땅 굳혀! 퇴로 막아!”

    마법사들도 명령의 의미를 이해했다. 청연 길드의 마법사들은 우수했다. 익히고 있는 스킬의 수와 위력뿐만 아니라 판단력도 그랬다.

    그들이 땅을 다져 자이언트 앤트퀸이 도망칠 길을 막았다.

    탱커들의 맹공에 반사적으로 땅굴을 파 도망가려던 앤트퀸은, 땅이 단단히 다져져 아래로는 꼼짝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자이언트 앤트족은 날개가 있는 곤충족이었다. 앤트퀸이 거대한 공동의 천장으로 날아오르려는 순간, 단우는 명령했다.

    “보조계 슬로우 걸어.”

    보조계 헌터들은 의문 없이 따랐다. 몬스터에게 디버프를 걸고 나서야 목소리의 주인이 그들의 팀장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으나, 이미 건 스킬을 어쩌겠는가?

    앤트퀸은 약 먹은 파리처럼 날았다.

    스스로의 움직임에 당황한 몬스터는, 그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에 내려앉으려고 했다.

    공동의 천장 가장자리 곳곳에 뚫린 구멍이었다.

    몬스터가 향할 곳을 예측한 순간, 단우는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다리에 모인 마력이 단우를 위로 쏘아 올렸다. 순식간에 몸이 수십 미터를 날아올랐다.

    단우는 앤트퀸의 목 뒤에 내려앉아, 얇은 날개를 검으로 꿰뚫었다.

    푹, 푹, 푹, 푹!

    눈을 감았다 뜨는 찰나의 시간 안에 수십 번의 찌르기가 반복됐다. 일점을 수십 번 꿰뚫린 앤트퀸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날개 한쪽을 잃었다.

    “딜러!”

    스승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지시할 필요도 없었다.

    단우의 뒤를 바짝 쫓아온 차우원이 추락하는 몬스터의 턱주가리를 베어 버렸다.

    ‘이게 썬다고 썰려?’

    단우는 황당했다.

    위협적으로 턱을 딱딱대던 자이언트 앤트퀸은 가장 강한 공격 수단 하나를 잃었다.

    -끼이이이이이엑!

    앤트퀸이 애처로운 비명을 질렀다. 이번은 위협용이 아니었고, 그걸 모든 헌터가 느꼈다.

    저항 스탯 따위도 필요하지 않았다. 보조계가 일제히 스태프를 들어 올렸다.

    “<슬로우>!”

    딜러들이 비틀거리며 한쪽 날개로 나는 앤트퀸에게 달라붙어 무기를 찔러 넣었다. 검과 창과 도끼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무기가 보스 몬스터 레이드에 동원됐다.

    앤트퀸은 절명해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쿵!

    “잡았다!”

    “미친, 레이드 신기록 아냐, 이거……!”

    헌터들이 기뻐하는데 순간 차우원의 팔이 단우를 휘감았다.

    “자리를 지키며 조심하자면서?”

    “그건 실력 없는 너희 얘기고…….”

    단우는 헐떡이는 숨을 참으며 말했다.

    ‘내가 무슨 수로 너 같은 짓을 하냐.’

    과거 단우도 차우원을 따라서 수천 번쯤 연습해 봤다. 하지만 검기 날리기는 흉내도 낼 수 없었고, 그 엇비슷한 스킬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만들어졌어도 스킬 한도 때문에 못 익혔겠지만.’

    단우의 스킬 한도 개수는 마력만큼이나 쥐꼬리만 해서, 스킬 몇 개 익힌 것만으로 한도 초과가 됐다.

    온갖 잡스러운 스킬을 죄다 익히고도 여유가 남아서, 훗날 ‘만개의 소서정’ 같은 쓸데없이 멋진 별명으로 불릴 천재들과는 결이 다른 인간인 것이다.

    나쁜 방향으로.

    단우는 뻔뻔하게 말했다.

    “그렇게 잘 기억하면서 넌 왜 따라오고 난리야?”

    “우리 단우는 말을 참 예쁘게 해. 팀 리더부터 팀훈인지 뭔지 어기는데 팀원이 따라야 돼? 모범을 보이지 그랬어.”

    차우원은 황당해했다.

    “내가 멋지게 활약하는 걸 보면서 넌 스킬이나 날렸어야지. 진 주제에 왜 이렇게 말이 많아?”

    “단우야, 정말 할 말이 없다.”

    차우원이 웃었다. 저 역시 웃어 버릴 것 같아서 단우는 이를 악물었다.

    과거 이단우는 말로도 몸으로도 차우원을 이길 수 없었는데, 적어도 여기서는 둘 다 이기고 있지 않은가? 차우원이 팀장 권위를 존중하는, 개념 있고 사회성 좋은 놈이어서 일어나는 일이었지만.

    ‘<이단우 팀>에는 없는 개념이었지…….’

    과거 그걸 <이단우 팀>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거기서 단우를 가장 먼저 ‘리더’라고 부른 사람이 차우원의 동생이라는 걸 떠올려 보면, 단우는 기분이 이상해졌다…….

    스승님이 물었다.

    “근데 왜 클리어 창 안 뜨냐.”

    “던전핵 찾아야 할 것 같은데요.”

    “던전 브레이크가 코앞인데 던전 보스가 아직도 던전핵을 안 삼켰어? 뭐 이렇게 경우가 바르시나. 우리 고생 좀 해야겠는데…….”

    던전을 지탱하는 건 던전핵으로, 공략팀이 게이트 너머에 들어가 부수려는 물건도 이것이었다.

    던전 보스는 보통 던전핵을 지키고 있거나 스스로 삼킨 상태여서, 보스를 물리치는 순간 던전이 클리어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경우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스승님이 머리를 긁적이는데 그 위로 그림자가 졌다.

    “……음. 보스가 하나가 아니었구나.”

    그가 뒤로 몸을 날렸다.

    파르르르르……!

    새로 나타난 개미가 날갯짓을 하며 내려왔다.

    이쪽도 앤트퀸만큼이나 만만치 않게 분노에 차 있었다.

    띠링!

    <자이언트 앤트 프린세스>

    차기 자이언트 앤트퀸이 되기 위해 경쟁하던 프린세스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물려받았습니다. 이들은 여왕을 죽인 침입자들에게 강한 적개심을 품고 있습니다.

    “그래! 왕국에 후계자가 있어야지!”

    스승님이 소리쳤다.

    저게 긴장을 풀어 주려고 하는 소린가? 다들 이를 악물게 된 것 같기는 했다!

    단우는 사탕 하나를 더 꺼내고 싶은 충동을 참았다.

    ‘그래, 좀 쉽다 했다.’

    차우원이 활약하기엔 별일 없지 않았나? 청연 스케일로 어떻게든 깰 만한 던전이었다.

    보스를 물리치고 다들 방심하고 있는데 2페이즈가 시작된 수준은 돼야 차우원이 활약씩이나 했을 것이다!

    “한번 공략했잖아! 당황하지 마!”

    “그런데 스승님, 쟨 땅으로 숨을 것 같진 않은데요.”

    “아, 그렇네.”

    가장 당황한 것 같은 스승님이 말했다.

    “다시 슬로우 걸어 봐!”

    “우린 마나 보충 안 해요?!”

    누가 외쳤다.

    “아 그럼 탱킹 좀 길게 해 보자고! 딜러들도 달라붙어! 마법사들한테 어그로 안 끌리게 팔딱거려 봐!”

    명령을 내린 스승님이 달려들었다. 차우원이 배운 동작이 그의 몸에서 그대로 펼쳐졌다.

    챙!

    개미의 꼬리와 검이 부딪히는데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턱과 꼬리가 무기.’

    단우는 머릿속에 저장했다.

    ‘약점은 날개.’

    앤트퀸과 달리 팔팔한 후계자는, 땅속에 숨어 휴식을 취할 필요도 없을 만큼 활기가 넘치는 모양이었다.

    하루 종일 날아다닐 것처럼 허공을 휘젓고 있다.

    날벌레 대처 방법은 하나밖에 없지 않은가?

    ‘살충제.’

    “소서정, 너 마나 남았지.”

    “어? 어!”

    “다들 보호 아티팩트 다시 뒤집어써요.”

    단우가 말했다.

    모든 사람의 머리에 거품 같은 보호 아티팩트 효과가 떠오른 순간, 단우는 소서정에게 명령했다.

    “스킬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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