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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인성 교육-26화 (26/170)

26.

과거에 자신이 뽑았던 멤버들을 두고 뭐라는 건가? 단우는 질문이 이해가 안 됐다.

차우원이 덧붙여 설명했다.

“네가 말했잖아. 천재들만 모아서 팀 짜자고. 그래서 <종말>을 막자고. 강울림은 센터 금방 그만둬서 실력을 잘 모르는데, 서정이는 좀 알거든. 예전부터 집안끼리 알던 사이라.”

“근데?”

그렇다면 소서정이 대단하다는 걸 더 잘 알지 않겠는가?

“네가 기대할 만큼의 천재인지 모르겠는데. 서정이는 우수하긴 하지만, 특별한 점은 느껴 본 적 없어서. 울림이도 던전 브레이크 방어 지원 다니면서 봤지만 잘 모르겠네. 둘 다 우수해. 그건 알아. 그런데 네 기준을 모르겠어.”

단우야말로 차우원의 기준을 알 수 없었다.

“내 기준이 뭐라고 생각하는데?”

“네 입으로 말했잖아, 단우야. ‘천재’라고.”

차우원이 옆자리의 단우에게 몸을 붙이며 말했다.

이단우는 깨달았다. 그러니까 이 자식은…….

“너, 너만 한 애들을 모으겠다고 생각한 거야?”

차우원의 눈이 동그래졌다.

“넌 아니었어?”

“야, <종말> 도래해서 세상 망할 때까지 천재 찾아 헤매게? 너 같은 게 또 어디에 있어?”

차우원은 눈만 크게 뜨고 있었다.

단우는 답답해졌다.

센터에서는 헌터들을 관리하기 위해 등급을 측정했는데, 최고점을 S등급으로 잡고 C등급을 기준으로 상위 헌터와 그 아래 급의 헌터를 가르는 식이었다.

단우는 이 채점 기준이 허접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하는 쪽이었다. 그 아래 등급의 헌터가 상위 헌터를 죽이는 일은 종종 일어났다. 등급표대로라면, 그런 일은 결코 있을 수 없지 않은가?

애초에 이 등급 기준이 허술한 이유는, 이게 전쟁 시에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었다.

게이트 사태 초기, 각성자들을 무조건 전장에 배치해야 했던 정부는 어떤 각성자를 어떤 전장에 배치해야 할지 기준을 정해야 했다.

그 기준점으로 만들어진 게 헌터 등급이었다.

C등급 각성자는, C급 게이트 안에서 ‘활약할 수’ 있으며, B급 게이트 안에서 ‘활약이 어렵고 생존에 위협을 느낄 수’ 있다.

……이딴 기준으로 헌터 등급을 나눴는데, 그게 아직도 쓰이는 것이다.

<차우원 팀>은 이단우를 제외한 전원이 S급이었다.

그리고 이 세상에, S급 던전이라고 불리는 곳은 하나뿐이었다. <종말>을 불러오는 <최후의 던전>.

<차우원 팀>은, 이단우를 제외한 전원이 <최후의 던전>에서 ‘활약할 수’ 있어야 했다.

현실은 이단우를 제외한 모두가 죽었다.

지금도 스탯으로는 E급 헌터인 이단우는 던전 브레이크 지원에서 공헌도 1, 2위를 달리고 있었다.

‘게으른 공무원 새끼들, 기준표 언제 바꿀 거야.’

차우원이 천재라고 불린 이유는, 그가 단순히 뛰어난 능력과 스킬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는 사람들로 하여금 던전 공략을 성공하도록 했고, 위기 상황에서 사람들을 통솔했으며, 결국에는 살아 돌아가게 했다.

그는 그 나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판단력의 소유자였다. 실은 그 나이 정도가 아니라, 그보다 열 살은 더 많은 베테랑 헌터들도 게이트 안에서 그를 의지했다. 그가 가장 강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여러 의미로 차우원은 그랬다. 결코 꺾이지 않았고, 판단력이 흐려지는 법이 없었으며, 사람들의 등불이 됐다.

그래서 그가 ‘성검의 주인’이 됐을 때 사람들은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이다.

천재를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하늘이 내린 재주인데, 차우원은 진정한 의미로 선택받은 사람이었다.

그는 성검의 주인이었으니까.

성검은 자격 없는 자에게 자신을 허락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건 인간이 가질 수 없는 검이었다…….

“그리고 강울림이랑 소서정은 천재 맞아. 강울림 근력 스탯 A 찍었대.”

“언제?”

“방금 전에.”

“아, 웃통 벗고 내려와서 너한테 보고한 말이 그거였어? 그건 정말 대단하긴 한데.”

“어.”

“근력 스탯 A인 애한테 넌 몸조심하라고 겁주는 거였고?”

“…….”

근력 A면 건물이 무너져도 살아남을 스탯이긴 했다. 할 말이 없어서 입을 다무는데 차우원이 손에 턱을 괬다.

“근데 울림이는 왜 자기 스탯을 단우한테 보고하고 갔지?”

‘……?’

단우는 이게 무슨 질문인가 싶었다. 그가 미간을 좁힌 채 차우원에게 말했다.

“내가 팀 리더잖아.”

‘너도 내 스탯 꿰고 있었잖아.’

차우원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우리 팀에 그런 조항도 있었어? 팀 리더한테 자기 스탯 보고해야 한다는 조항? 왜 난 들은 기억이 없지.”

“그런 조항 없는데.”

“……?”

차우원이 턱에서 손을 치웠다.

“울림이한텐 스탯 듣잖아.”

“응.”

“그냥 울림이가 알아서 말해 준 거야?”

“내가 스탯 올리고 보고하라고 했는데?”

“……?”

차우원의 얼굴이 어리둥절해졌다.

“그래. 단우가 울림이한텐 그랬구나……. 왜 내 스탯은 안 물어?”

‘……?’

단우는 그걸 왜 들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너야 알아서 잘하겠지.”

차우원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울림이가 걱정되는 스타일인가?”

단우는 대화가 점점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었다.

“그 덩치를 어떻게 걱정하는데?”

“그러게 말이야. 나도 울림이는 든든한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단우는 챙겨 주고 싶나 보다. 손이 많이 가는 사람한테 눈길이 가는 것 같네.”

단우가 미간을 찡그렸다.

“어쩌라고. 너도 캐물어 줘? 야, 너 나가기 전에 보고서 내고 가라. 네 키랑 몸무게부터 신체 스탯, 스킬, 발 사이즈까지 안 쓰고 가기만 해봐.”

“하하!”

괜히 건드려 대던 차우원은 시원하게 웃더니 그제야 일어났다.

그리고 단우의 머리를 쓱쓱 문질렀다.

“단우야, 머리 삐쳤다.”

사람을 헤집어 놓고 그가 나갔다.

“…….”

어쨌든 날씨는 좋았고, 단우는 눈이 부셨다.

‘세수나 하고 오자.’

단우는 화장실로 향했다. 세면대 물을 틀어 놓고 조금 울었다. 과거 이단우는 차우원과 같은 침대를 썼는데, 지금은 혼자 자고 있다니 너무 이상했다.

일어나서 단우의 머리를 쓸어 대는 건 차우원이 자주 하던 짓이었는데.

아무튼 날은 맑았다. 던전 진입과는 아무 관계 없지만.

게이트 안의 날씨는 알 수 없었으나, 뉴 <차우원 팀> 세 명은 이단우가 장기 렌트한 헌터용 봉고에 타고 모집 장소로 향했다. 가는 내내 해가 맑아서, 잔뜩 긴장하고 있던 강울림은 기분이 한결 나아진 듯했다.

신생팀답게 그들은 약속 시간 30분 전에 도착해서 준비를 마칠 계획이었다. 그들이 30분을 지각한다고 청연 길드에 밉보일 가능성은 없었으나, 어디서나 태도는 중요하지 않은가?

무엇보다 단우는 스승님에게 나쁜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았다.

‘이미 차우원 빼간 걸로 밉보이긴 했을 것 같은데.’

아마도 진지하게 언짢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확신할 수 없어서 단우는 공터를 둘러봤다.

스승님은 감정적인 성격이었다.

‘이미 다 와 있잖아.’

모집 시간보다 30분이 이른데 청연 길드 대부분이 도착해 있었다.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그들이 진입할 3게이트는 산 중턱에 형성되어 있었는데, 그 주변에 헌터들이 모이기 쉽도록 청연이 미리 준비해 둔 모양새였다. 여기까지 차가 다닐 수 있도록 길을 냈고, 게이트 주변은 사람이 모일 수 있게 공간을 만들었다. 나무가 다 깎이고 바닥은 단단하게 다져져서 헬기도 내릴 수 있을 듯했다.

두두두두…….

그런데 정말 헬기 소리가 나서 단우는 고개를 들었다.

해를 등지고 검은 신형 헬기 하나가 아래로 내려왔다. 프로펠러 바람에 엄청난 흙먼지가 사방으로 일었다.

“…….”

그곳에서 줄사다리가 쓸데없이 멋 부리며 휘릭 떨어졌다.

“헉……. 사람 왜 이렇게 많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소서정이 헬기에서 뛰어내리며 사방에 90도로 인사했다.

인상을 쓴 채 손으로 흙먼지를 헤치던 강울림이 말했다.

“저거 미친 거 아냐? 저딴 걸 타고 올 생각이었으면 한 시간 전에는 와 있든지!”

‘내 말이 그 말이다.’

단우가 제안했다.

“네가 쟤한테 좀 말할래?”

과거 소서정은 이단우의 말은 듣지 않았다. 이단우는 자기랑 급이 안 맞는 놈이었으니까.

“아 난 쟤랑 말도 섞기 싫어! 차우원한테 하라고 해. 싸우지 말라면서 뭘 또 말하래.”

“차우원이 아니라 ‘리더’지. 팀장이잖아. 말조심해.”

청연 길드가 코앞에 있는데 이름을 부르고 있다.

단우가 지적하자 강울림이 투덜거렸다.

“소서정한테 뭐라더니 이제 또 나한테 뭐래…….”

‘차우원은 얘들 관리를 어떻게 했지?’

단우는 의아해졌다. 그는 벌써 피곤했다.

‘그러고 보니 차우원은 어디 갔냐.’

그가 주변을 보는데 어디서 커다란 소리가 났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이야아아! 이게 누구야. 신진 공격대 랭킹에 오른, 올해 헌터가 됐는데 벌써 세상의 주목을 받는, 내 제자이자 조카. 차우원 헌터 아니야!”

“…….”

단우의 고개가 자석에 끌린 듯 그곳으로 돌아갔다.

과거 차우원과 단우의 ‘스승님’이었던, 청연 길드의 길마 류시환이 차우원을 끌어안고 있었다.

“스승님.”

그 말은 단우의 입에서 나온 게 아니었다. 차우원의 말이었다.

지금 ‘스승님’은 차우원만의 스승님이었다.

유일한 제자를 아껴 마지않은 스승님이 말했다.

“어! 세상 사람들, 이 정 없는 제자 놈 보세요. 제가 불러도 불러도, 길드 수련생으로도 들어오질 않더니. 센터를 졸업한 다음에는 어? 또 지가 공격대를 만들고 늙은 스승님은 본 척도 하지를 않아? 너는 내가 수백 번 러브콜 안 보냈으면 같이 임무도 안 할 생각이었지?”

“수백 번까진 안 하셨잖아요.”

“아이고, 내가 잘못을 했네. 수십 번 러브콜을 보냈는데 수백 번이라고 말하다니 큰일을 냈네.”

“스승님…….”

차우원이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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