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 인성 교육-23화 (23/170)
  • 23.

    “그러니까 너희 팀 들어가면 명성 날릴 기회도 주고 돈도 벌게 해 주겠다. 내가 원하는 대로 다 해 주겠다, 뭐 그런 소리 하려는 거지, 지금. 스타트업이 어떻게 그럴 수 있다는 건지 모르겠는데……. 너희 내 계약금이 얼만지는 알아?”

    소서정이 어깨를 으쓱했다.

    “몰라. 두 배 줄게.”

    이단우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소서정은 설렜다!

    “와……. 진짜 솔깃하긴 한데! 이름값이란 게 있지. 너네야 젊어서 모험하고 싶을지 몰라도 난 계속 거대 길드 직함 달고 있고 싶거든. 너희 아버지는 아무 말 없으시냐? 하긴, 너야 걱정 안 하시겠지만. 우리 부모님은 나 엇나갈까 봐 걱정이 태산이시거든.”

    ‘센터 연습생은 왜 들어갔느냐’, ‘차우원은 또 유망주 랭킹 1위라던?’ 하고 말 많은 부모님을 떠올리며 소서정은 한숨 쉬었다.

    그가 센터에 왜 들어갔겠는가? 그야 차우원이 들어갔으니 들어간 거 아니겠는가?

    ‘네가 그렇게 잘났냐? 한판 붙자!’라는 기분으로 차우원 소굴로 뛰어들었는데 뭐 이건 수가 없었다.

    근거리 딜러와 원거리 딜러의 능력을 직접 비교할 수는 없으나, 각성자로서 느껴지는 게 있지 않은가?

    가진 실력이 뛰어난 만큼 소서정은 눈도 좋았다.

    ‘와, 쟤는 아니다.’

    붙지 말자. 죽는다…….

    바로 느낌이 왔는데, 문제는 둘이 같은 센터에 있다 보니 자꾸 ‘유망주 랭킹’ 같은 거에 이름이 올라간다는 거였다.

    소서정이야 늘 차우원에게 밀려서 2위였다.

    차우원이 기억은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단우가 모르는 척 물었다.

    “이림이 신입한테 대규모 작전 3년 차부터 주던가?”

    “……뭐, 거의 그렇지.”

    ‘그것도 중요도가 낮은 작전이지만.’

    소서정은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이단우에게 말해서 유리한 사실도 아니지 않은가?

    “단독 작전은 5년 차부터 주고?”

    “너 왜 이렇게 잘 아냐? 이림 길드 관심 있어? 여기 들어오지 그랬어.”

    ‘5년! 길다고! 늙어 죽겠다!’

    소서정은 짜증을 참았다.

    이단우가 웃었다.

    “우린 다음 달에 들어가는데.”

    “……!”

    “관심 있으면 연락 주고.”

    이단우가 명함을 내려놓고 일어났다. 차우원이 따라 일어났다.

    마침 시킨 음식을 내오려던 직원들이 문을 열었다가, 당황해서 나가는 두 사람을 쳐다봤다.

    “잠깐! 멈춰 보라니까! 저, 저희. 음식 내주세요. 좀 더 얘기해 보자고. 넌 친구를 불러내서 무슨 밥도 안 먹이고 떠나냐.”

    “아, 역시 그건 좀 그런가. 단우야, 밥은 먹자. 용건 끝났다고 일어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래, 그래. 자세한 얘기도 나누고, 서로 근황도 주고받고, 그래야지. 나 이단우 헌터한테도 관심 많은데 말야. 우리 번호 교환도 아직 안 했네?”

    “명함에 번호 있잖아.”

    이단우는 그렇게 말했으나 차우원의 권유에 내키지 않는다는 얼굴로 앉았다.

    어째서인지 소서정이 두 사람을 붙들어야 하는 분위기.

    게다가 소서정이 설득해야 하는 사람은 차우원도 아니고 이단우 같았다.

    “근데 너희가 무슨 대규모 작전에 참가하는데?”

    “음……. 청연이랑 하는 건데. 던전 공략 건으로…….”

    “그걸 알려 주면 안 되지. 비밀 유지 조약에 위반되잖아.”

    이단우가 차우원의 설명을 끊었다.

    “그러네. 서약서를 써서. 위험할 뻔했다. 친구라고 무심코 다 말해 버릴 뻔했네.”

    “조심 좀 해.”

    이단우가 새침하게 차우원을 챙겼다.

    소서정은 궁금해서 속이 뒤집어질 지경이었다!

    ‘청연이랑 하는 거면 대규모 작전 맞잖아. 던전 공략이면 게이트 넘는 거고, 진짜 얘네 장난 아닌 데에 참여하는 것 같은데…….’

    청연 길마가 차우원의 작은아버지라는 건 유명한 사실 아닌가? 게다가 그 사람은 차우원의 검술 스승이기도 했다.

    ‘청연 길마가 존경할 만한 사람이기는 하지만, 공과 사를 잘 구별하는 사람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고……!’

    <종말>을 막는 데 기여한 사람인 데다, 전대 영웅이면서 지금까지 현역으로 뛰는 인물이다.

    나이가 30대 후반만 돼도 노인 취급 받는 헌터계에서, 40대인 청연 길마는 은퇴 시기가 한참 지난 노장이었다.

    당연히 훌륭한 분이긴 했으나…….

    그분이 자신의 유일한 제자이자, 예뻐해 마지않는 조카인 차우원에게 뭔들 못 해 주겠는가?

    ‘우리 팀 좀 작전에 넣어 주세요.’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러자’ 할 사람 아닌가?

    차우원이 그런 요청을 할 성격은 아니지만!

    그 길마라면 ‘우리 작전 참가할래?’라고 먼저 집요하게 손을 내밀 가능성도 있었다.

    명분도 충분했다.

    차우원의 팀은 최단기간 안에 신진 랭킹에 들어간 공격대였으니까!

    유망한 신진 길드를 지원해 주다, 자기네 세력으로 은근슬쩍 편입시키는 건 거대 길드들이 자주 하는 짓 아닌가?

    “잠깐만. 거대 길드와 던전 공략, 좋지. 당연히 좋기는 한데……. 한 번으로 끝날 작전이라면, 내가 비전 없는 스타트업에 들어가기에는 좀 겁이 나는 게…….”

    “넌 그럼 오 년 뒤에 하든지.”

    이단우가 일어났다.

    “아니, 이거 왜 이러시나. 내가 딱 싫다는 게 아니잖아. 일단 이림 소속이라 나가기도 힘들다, 어떡하지, 그런 논의를 이제 같이 해 보자는 거지. 거기 음식 좀 들어. 식겠다.”

    소서정이 붙잡았다.

    그런 그를 보며 이단우는 생각했다.

    ‘끝났다.’

    소서정은 자존심이 강해서, 차우원을 동경하면서도 나란히 서고 싶어 했다.

    소서정이 이단우를 싫어한 이유는 ‘급도 안 되는 게 차우원에게 덤벼서’였던 것이다.

    그런 소서정이 차우원만 저 앞으로 가는 꼴을 무슨 수로 눈 뜨고 보겠는가?

    “그래. 퇴사 문제는 고민될 만하잖아. 그리고 서정이 잘해. 서정이만 한 원거리 딜러 못 구할걸.”

    차우원이 눈치 빠르게 보조했다. 소서정은 좋아서 입이 찢어지려는 걸 간신히 참는 듯했다.

    “그렇다니까.”

    “퇴사가 문제란 말이지.”

    “어. 내 마음의 준비, 뭐 그런 것도 있지만, 내가 얼마 전에 지원팀에 뽑혔거든. 네가 귓등으로 듣는 것 같긴 한데, 신입이 지원팀 뽑히기가 쉬운 게 아니야. 그 자리 원하던 놈들이 많거든? ‘우리 길드에서 너 밀어주겠다’고 신호를 주는 자리라 내가 지금 빠지면 이림 길드 자체에 찍힐 위험이 있다 이거지. 뭐 명분도 없잖아?”

    소서정이 한숨을 쉬었다.

    단우는 팔짱을 끼었다.

    “왜 없어? 너 중병 걸렸잖아.”

    “……?”

    “아프다고 해. 곧 죽겠다는데 일하라고 잡겠어?”

    신하가 아프다고 퇴직하면 왕도 못 잡지 않았는가?

    조선 시대에도 그랬는데 지금은 현대였다.

    소서정은 흔들리는 듯했다.

    “그러다 활동 중에 이림 길드랑 부딪치면…….”

    “너 길드 상층부랑 친해? 공격대랑 형 동생 먹었어?”

    “그건…… 아니지.”

    소서정이 얼떨떨하게 대답했다.

    공격대는 길드의 핵심 중의 핵심 아닌가? 이제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신입이 말 붙일 위치가 아니다.

    “우린 던전 공략 다닐 건데 너 아는 놈들을 무슨 수로 만나? 걔네 다 신입이잖아. 3년 이상 실전 경험 쌓느라 지들끼리 놀 텐데.”

    “……!”

    만나도 이림 공격대를 만나게 될 거라는 뜻이다.

    ‘<차우원 팀>이 던전 공략 다닐 거란 소리고.’

    명성을 쌓으려면 던전 클리어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헌터 이력란에 쌓이는 건 결국 던전 클리어 기록뿐이었다!

    소서정은 들떠서 말했다.

    “그러네, 나 사실 아팠지. 깜빡했네. 친척이 병원 하니까 진단서 떼어 올게. 나흘만 기다려. 제대로 조건 기재한 계약서 나한테 가져오고…….”

    ‘쉬운 놈.’

    넘어오는 곳이 빤하다.

    좋아하고 질투하는 차우원까지 눈앞에서 얼쩡거리고 있는데 이놈이 안 넘어가고 배기겠는가?

    “어.”

    “근데 나 아까부터 궁금한 게 있는데.”

    “말해 봐.”

    소서정이 차우원을 힐끔 보며 물었다.

    “왜 쟤가 협상해?”

    <차우원 팀>인데 왜 차우원은 뒷짐 지고 앉아 있냐는 거다.

    차우원이 다정하게 말했다.

    “아, 이 팀 사실 <이단우 팀>이고 난 바지 사장이거든.”

    “……?”

    소서정의 표정이 혼란스러워졌다.

    ‘왜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냐.’

    이단우가 수습했다.

    “저 자식이 헛소리하는 거야.”

    안 보이게 옆구리를 찌르자 차우원은 말을 바꿨다.

    “……우리 팀이 평등한 관계를 지향해서 팀원이 팀장한테 ‘저 자식’이라고 말하기도 하지. 우리 다 친구야. 이림과는 다르지.”

    ‘말을 바꾼 게 맞나?’

    “……?”

    소서정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다시 말해 네가 하고 싶은 프로젝트도 언제든 팀장한테 제안할 수 있다는 거지. 스타트업 좋다는 게 뭐야.”

    이단우가 말했다.

    “……!”

    소서정의 표정이 다시 변했다.

    욕망의 노예 소서정은 며칠 뒤 계약서에 사인했다. 소서정 같은 겁쟁이는 ‘목숨’ 같은 걸 계약에 걸면 오히려 수상해할 놈이어서, 이단우는 자신의 마력으로 계약을 보증했다.

    F랭크 마력 따위에 자신의 앞날을 저당 잡혔다는 걸 알면 소서정은 땅을 치고 억울해하겠지만…….

    계약서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넌 이제 못 벗어난다.’

    <차우원 팀> 어셈블이 코앞이었다.

    “으아, 이게 사무소야? 너네 청소는 하고 살아?”

    “사무소 아니야, 아지트거든? 뭐야, 우리 새 팀원 소서정이었어?”

    “넌 이런 데서 샤워가 하고 싶냐?”

    “땀 흘렸으니 씻어야지! 깔끔떠는 넌 뭐 어디 궁전에서 사냐? 불만이면 네가 청소하든가. 청소 도구 저기 다 있어.”

    “……난 살면서 내 손으로 라면도 끓여 본 적 없어! 나보고 청소를 하라고?”

    “자랑이냐? 너 진짜 라면 못 끓여?”

    보자마자 강울림과 소서정이 싸워 대는 게 <차우원 팀>다웠다.

    이 둘은 사사건건 안 맞았는데, 이단우가 알 바는 아니었고…….

    “이 층은 사무실인데, 단우 침실이기도 하니까 싸우려면 소정이는 위층 올라갈래?”

    차우원이 말했다.

    “아니, 뭐라는 거야……. 여기 침대가 있어? 아니, 근데 쟤가 잔다고 왜 내가 움직여야 돼? 뭔가 이상하지 않아? 아니, 차우원 이상하지 않아? 이 팀 이상해!”

    “이상한 건 너야! 라면도 못 끓이는 게 뭐가 자랑이라고 사무실 시끄럽게 만들어? 사무실에선 정숙도 몰라?”

    “교무실에서 정숙도 아니고 그게 뭔데! 진짜 이상하다고!”

    소란이 익숙했다. 좋았다…….

    단우는 눈을 문지르다가 결정했다.

    ‘그렇게 하자.’

    단우가 화이트보드 앞으로 갔다.

    그러자 차우원과 강울림이 단번에 입을 다물어서, 소서정도 같이 조용해졌다.

    ‘이 팀 진짜 뭐냐…….’

    그가 눈치를 보고 있는데 단우가 마카로 화이트보드를 두드렸다.

    “새 팀원 들어왔으니까 다음 임무 설명할게. 청연 길드에서 요청이 왔는데……. 우리는 청연 길드와 함께 움직이면서 E시 3게이트 클리어할 거야.”

    ※ 본 저작물의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저작물을 복사, 복제, 수정, 배포할 경우 형사상 처벌 및 민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23)============================================================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