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 인성 교육-22화 (22/170)
  • 22.

    차우원은 전화를 받았다.

    [너 요새 뭐 하고 다니는 거냐?]

    아버지가 대뜸 물었다.

    “아, 보셨어요?”

    [보라고 찍어 놓은 거 아니야? 내가 무슨 내 아들 얼굴을, 뉴스도 아니고 뭐 이런 데서…….]

    아버지가 말을 더듬었다!

    차우원은 평소 나서는 일은 하지 않았다. 스스로 나서지 않아도 충분히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주목도를 더 올려서 인생을 피곤하게 만들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런 그에게 화보 촬영은 그의 인생에서 연이 있을 거라고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일정 중 하나였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차우원은 소파를 뒹굴었다.

    “푸하하하하!”

    [……우원아. 우원아?]

    아버지는 차마 ‘너 괜찮니?’라고 묻지 못했는데, 차우원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는 사실 살면서 폭소라는 걸 해본 역사가 없었다.

    아들에게 괜찮냐고 물으면, 정말 아들의 정신에 문제가 있는지 걱정해야 할 것 같아서 아버지는 도저히 묻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아, 괜찮아요. 아무 문제 없어요. 최근에 이렇게 재미있던 적이 없었는데요.”

    차우원은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가 아니라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연락이 오고 있었다.

    ‘랭킹 봤다, 멋지더라’부터 ‘너희 팀 팀원 모집은 어떻게 하냐’ 같은 질문까지 다양했다.

    ‘팀원 리스트는 이미 뽑아 놓은 것 같던데.’

    이단우는 리스트에 누가 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머릿속에서는 확고한 모양이었고, 그걸 결코 바꾸지 않을 듯했다.

    강울림을 빼온 방식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계획이 있다니까.’

    그렇다면 처음 팀원으로 차우원을 택한 이유도 있을 터였다.

    [……너희 팀 아직 인원이 세 명밖에 차지 않은 것 같던데. 팀원 모집이 안 되고 있는 거야?]

    “그럴 리가요. 꼭 필요한 사람들로 골라 뽑느라 시간이 걸리는 것뿐이에요.”

    [네 팀 탱커는 너와 연수생 동기라며. 우수한 성적이었는데 집안 사정으로 중간에 센터를 나갔단 소리 들었다.]

    차우원은 이어질 말을 예상했다.

    ‘그런데 이단우란 애는 무슨 관계로 팀에 합류하게 되었냐’는 이야기일 터였다.

    사실 아버지가 시험장에서의 일을 모를 리 없지만.

    아버지는 차우원이 또래 누군가에게 질 수 있다는 상상조차 못 할 분이었다.

    ‘방심하다가 졌다거나, 봐줬다거나, 뭐 알 수 없는 이유로 져준 거라고 생각하고 계실 텐데.’

    실력으로 져서 단우의 팀에 들어가게 됐다고, 아버지를 굳이 자극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아버지가 앞으로 할 일이 뻔했다.

    “아버지, 뒷조사하지 마세요. 단우가 기분 나빠 할 거예요.”

    [뒷조사라니. 네 팀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 정도는 내가 알고 있어야지…….]

    아버지가 변명했다. 차우원은 다정한 목소리도 잘라 말했다.

    “그건 제 입으로 들으셔야죠.”

    [……네가 아무 말도 안 하잖니?]

    “그럼 드릴 말씀이 없나 보죠. 단우는 근거리 딜러고, 잘해요. 머리 좋고, 센스 좋고, 대체 뭐 하다 왔지? 아무튼 실전 적응력도 좋고요.”

    ‘성질은 사납고.’

    그 말을 빼면서 차우원은 다시 킥 웃었다.

    “좋은 팀원이에요.”

    ‘사실 팀장이지만.’

    단우의 판단은 옳았다. 공격대 팀장으로 차우원을 올려놓지 않았다면, 상황은 곤란해졌을 것이다.

    아버지가 곤란해지게 만들었을 테니까.

    단우가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단우는 워낙 이상한 인간이었으니 전부 알고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뒷조사라.’

    사실 궁금하긴 하지만.

    그런 짓을 하지 않아도, 단우가 차우원을 팀원으로 받아들인 이유는 알고 있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말하지 않았는가?

    이단우는 진심만을 말하고 있었다.

    -나랑 공격대 만들자. 소속 없이, 천재들만 모아서 소수 정예로. 목표는 <종말>을 막고 <최후의 던전>을 깨는 거야.

    강울림에게 그럭저럭 재능이 있다는 건 차우원도 곁에서 확인했다. 차우원 자신이야, 스스로 말하긴 뭐했으나 재능으론 어디 가서 빠지지 않았고…….

    또 차우원의 이름을 앞세워 할 수 있는 일이 좀 많던가?

    ‘할 수 없는 일보다는 더 많겠지.’

    당장 받아들일 팀원도 차우원의 이름값이 필요한 사람이라지 않는가?

    차우원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에겐 달린 것이 많았다. 그에게 기대하는 사람이 많은 것과 마찬가지로.

    이단우도 비슷한 것을 기대하는 사람이었지만…….

    ‘청연에 들어가는 것보단 훨씬 즐겁지 않나.’

    “죄송한데, 아버지. 저 전화 끊어야 돼요. 지금 나가야 해서요.”

    [어딜 가는데?]

    “새 팀원 모집하러요.”

    일어나며 차우원은 생각했다.

    ‘그런데 대형 길드 들어간 애를 어떻게 빼내 오려는 거지?’

    이단우라면 어떻게든 할 것 같긴 하지만…….

    집을 나왔다더니 이단우는 거의 아지트에서 살고 있었다. 새로 집을 구하긴 한 건지나 알 수 없었다.

    강울림 훈련용으로 건물 위층에 거금을 들여 마정석을 박고 스킬진을 깔아 두더니, 그 아래층에서 강울림의 기합 소리를 들으며 조는 게 일상이었다.

    ‘훈련은 안 하나?’

    차우원은 이단우의 헌터 등급과 시그니처 스킬이 뭔지도 몰랐다.

    그 사실을 아버지에게 들키지 않아 다행이었다. 아버지가 당장 달려오시는 일은 막지 않았는가?

    * * *

    5대 명문 길드 이림의 소속 신입 소서정은 차우원에게 연락을 받았다.

    [서정아. 시간 돼?]

    두 사람은 친하지 않았다. 사실 친하긴 했는데 소서정이 일방적으로 차우원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껴 절친해지진 못했다.

    집안끼리도 서로 아는 사이에, 어린 시절부터 각종 모임에서 얼굴을 봤다.

    서로 친근함이 없기가 더 어려운 조건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얘가 주말 아침에 자신에게 ‘서정아’ 하며 불러낼 사이는 아니지 않나?

    ……그렇게 생각했으나 소서정은 “왜?” 하고 되묻고 있었다.

    [잠깐 봤으면 좋겠는데. 네가 나와 주면 좋겠다.]

    차우원이 듣는 사람도 차분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차우원의 말을 들으면 상대는 ‘일단 저 말이 옳은 것 같다’고 느끼기 마련이었다.

    사람의 인상은 첫 3초 만에 결정된다던가?

    차우원은 어딜 가든 첫인상 대회에서 1등을 먹을 만한 외모에, 발음이 좋고 목소리도 낮아서 신뢰감이 있었다.

    소서정은 튕겨 보려고 했지만 입이 또 생각을 배신했다.

    “어디로 가면 되는데?”

    [너희 길드 너무 근처는 곤란할 것 같아서. 다섯 블록 지나서 사거리 돌면 있는 가게야. 칸막이 있으니까 편하게 들어와.]

    ‘칸막이가 있는 가게?’

    무슨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려고 그런 데로 사람을 불러낸단 말인가?

    소서정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끼며 모자를 눌러썼다.

    그리고 차우원이 위치를 찍어 준 가게로 향했다.

    “이단우 이름으로 예약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예. 이단우 님. 안쪽으로 안내드리겠습니다.”

    직원이 소서정을 은밀한 곳으로 이끌었다.

    소서정의 심장은 더욱 날뛰기 시작했다.

    ‘진정해. 후…….’

    하지만 어떻게 진정하겠는가?

    ‘이런 날이 오는군.’

    그는 차우원의 용건을 짐작하고 있었다.

    차우원이 갑자기 소서정을 찾는다? 돈이라도 빌리려는 것은 아닐 테다.

    ‘그거밖에 없지.’

    공격대에 영입하려는 게 아닌가!

    <차우원 팀>에는 원거리 딜러가 없었다. 보조계도 없었는데, 소서정은 이 두 가지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 줄 수 있는 인선이었다.

    ‘헤드 헌팅!’

    ……이라기엔 소서정은 초짜 중의 초짜였지만!

    그 팀엔 애초에 신입 헌터들밖에 없었다!

    차우원 말을 고분고분 들을 신입들로 구성된 팀 아닌가?

    차우원이 소서정을 원하는 것이다. 팀원으로!

    ‘……그리고 나는 거절하는 거지!’

    차우원을 거절한다!

    소서정은 유명해지고 싶었다. 인정받고 싶었고, 고생은 하기 싫었고, 엘리트 코스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차우원은 자기 부모를 흉내 내려는지 갑자기 팀을 꾸려 모험심을 발휘하고 있었으나, 원래 스타트업은 개고생하는 법 아닌가? 창업 멤버는 더더욱 그랬다.

    소서정은 잘 만들어져 코스가 다 짜여 있는 이림에서 꿀 빨며 잘 지내고 싶었다.

    ‘말려들지 말자.’

    생각하며 소서정은 미닫이문을 열었다.

    그리고 안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을 봤다.

    한 명은 차우원이었고 다른 한 명은 처음 보는 사람이었는데, 깜짝 놀랄 정도로 예쁜 데다 일단 어려 보여서 소서정은 바로 물었다.

    “고등학생을 술집에 데려오면 어떻게 해?”

    “누가 고등학생이야? 앉아.”

    고등학생이 말했다.

    차우원이 소개했다.

    “우리랑 동갑이고, 이름은 이단우야. 우리 팀 근거리 딜러.”

    “……너 사진빨 되게 안 받네!”

    그 증명사진 속 걔가 얘란 말인가? 사람이 다른 수준이었다. 사진기와 원수진 거 아닌가 싶어서 소서정은 이단우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이단우도 소서정을 위아래로 훑으며 말했다.

    “잡소린 됐고. 할 말 있어서 불렀는데. ……앉아서 듣는 게 어때?”

    “흠. 아니야. 내가 우원이랑 우정을 생각해서 여기까지 오긴 했지만, 아무래도 너희가 뭘 하려고 왔는지 알 것 같단 말이야.”

    소서정이 능글맞게 말했다.

    이단우의 눈썹이 올라갔다.

    “우리가 뭘 하러 왔는데?”

    ‘근데 왜 쟤가 날 상대하지?’

    소서정은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보통 중요 협상자를 상대할 때는 리더가 나서지 않나?

    “아니야, 아니다. 그래도 친구가 여기까지 와 줬는데 이야기를 듣는 게 예의겠지. 먼저 말해 줘. 내가 열심히 들어 볼게.”

    “야. 뭘 하려고 왔는지 알 것 같다며. 알면서 왜 남 입 두 번 놀리게 해. 말해 보라고.”

    소서정은 웃던 채로 굳었다. 그가 차우원에게 물었다.

    “나 왜 혼나고 있어?”

    “단우는 원래 그래.”

    차우원이 태연하게 말했다.

    그러니 소서정은 ‘아, 그렇구나’ 싶었다가 다시 이단우의 성난 얼굴을 마주하고 정신을 차렸다.

    ‘원래 그런 게 뭔데?!’

    “말해 보라고.”

    “나 팀에 영입하려고 설득하러 온 거 아니야? 나한테 잘해 줘야지! 팀 분위기가 좋다, 너 대우 잘해 주겠다 어필도 하고……. 이렇게 화낼 게 아니라!”

    이단우가 갑자기 생긋 웃었다. 그 얼굴이 어처구니없게 예뻐서 순간 소서정은 억울함을 잊었다.

    “야. 이림에서 너 활약 기회 안 주지.”

    “……뭐래. 나 지원팀 소속인데. 최고로 잘나가지.”

    “웃기지 말고. 지원팀이 뭐가 잘나가. 이름 날리고 돈 될 일은 다 선배들이 하고 넌 뒤치다꺼리나 하잖아. 실력은 솔직히 네가 훨씬 나은데.”

    소서정은 속이 다 읽힌 듯해서 할 말이 없었다.

    “다 늙어서 명성 날릴래? 차우원은 팀 만들어서 신진 랭커 소리 듣고 있는데, 넌 선배들 뒤 닦아 주면서 언제 올라가려고?”

    “차우원아, 얘 악마니?”

    소서정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하하!”

    차우원이 웃었다!

    소서정은 유혹당하던 것도 잊고 놀랐다. 차우원은 늘 표정 변화 없이 차분한 녀석이었던 것이다.

    어쨌든 양쪽에서 정신 사납게 하기는 마찬가지인 상황이었다.

    ※ 본 저작물의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저작물을 복사, 복제, 수정, 배포할 경우 형사상 처벌 및 민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2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