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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인성 교육-19화 (19/170)
  • 19.

    각성 등급에서부터 싹수가 보이는 유망주들은 정부와 길드에서 ‘센터 연수생’이니 ‘길드 수련생’이니 하는 명칭으로 데려다 키웠다. 그리고 성년이 되면 정해진 코스를 밟아 실전 경험을 쌓고 능력에 따라 부서 배치가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신생 길드’니 ‘신생 공격대’니 하는 작은 조직과 연관될 일은 없었고, 무소속 헌터를 만나기도 어려웠다.

    온실 속에서 곱게 자란 헌터계의 꽃들인 것이다.

    그들과 달리 E급부터 시작한 이단우는 잡초였다. 신생 공격대가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었다.

    “팀 랭킹 높여야지.”

    “……?”

    “던전 브레이크 막을 거야. 공헌도 높이자.”

    “오오…….”

    차우원이 반응했다.

    단우는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이 팀 구성원으로 던전 브레이크나 막아 주다니, 거의 봉사 활동이지.”

    “오…….”

    엘리트 헌터가 즐비한 방어팀이라니 호화롭지 않은가?

    ‘공격대’가 던전 공략팀의 최전방이라면, ‘수호대’는 던전 브레이크를 막는 방어팀, 즉 후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적들의 공간으로 진입하여 함께 들어간 헌터들 외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공략팀과, 인간들을 위한 세상에서 다른 헌터들의 아낌없는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어팀은 난이도 면에서 극심한 차이가 났다.

    ‘팀원들 경험치 먹이는 데는 손해를 보겠지만.’

    “<떠오르는 10대 공격대 랭킹> 안에 들어갈 때까지 할 거야.”

    ‘그래야 그놈이 솔깃해한다.’

    과거 <차우원 팀>의 원거리 딜러는 명성에 민감한 성격이었다. 그놈을 끌어들이려면 이 신생 공격대가 자신에게 명성과 인기를 가져다주리라는 확신을 줘야 했다.

    “랭킹 안에 들면? 던전 브레이크 일어나도 무시해?”

    강울림이 물었다.

    “다른 팀이 막겠지.”

    단우는 무신경하게 대답하고 차우원을 돌아봤다.

    이 자식은 단우가 이상한 짓을 할 거라고 확신하지 않았나?

    “봐, 정의롭지.”

    “……!”

    차우원이 의자 위에서 몸을 뒤틀었다. 웃느라 바닥에 머리라도 처박을 모양새였다.

    ‘저게 진짜 미쳤나…….’

    단우는 의아해졌다.

    차우원은 웃음이 많은 성격이 아니었다. 그는 다정하고 좋은 사람이었으나, 언제나 동요가 없어서 단우는 그의 표정이 깨지는 꼴을 언제고 보고 싶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차우원의 표정이 깨졌을 때 그는 죽어 가고 있었다. 단우는 가장 보기 싫은 순간에 그가 보고 싶던 표정을 봤다.

    아무튼 차우원이 웃으니 좋았다.

    “하…….”

    웃다가, 단우는 소파에 앉아 몸을 파묻었다.

    강울림을 얻어서 좋았다. 단우는 전부터 팀 아지트 소파에 누워 있는 걸 좋아했다.

    거기서 강울림이 시끄럽게 구는 소리를 들으면 잠이 왔다. 과거 이단우의 침실은 차우원과 같은 곳이어서, 밤에 잠을 잘 수 없었으니까.

    차우원은 이단우를 걱정해서 그런 짓을 했는데, 그게 이단우의 건강에는 더욱 좋지 않았다.

    어쨌든 사람은 자야 생각이든 뭐든 할 수 있었다.

    ‘과거에 내가 멍청했던 건 얘 탓도 있지 않나?’

    숨 쉬듯이 남 탓을 하면서 이단우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잠들었다…….

    이렇게 푹 잠든 건 차우원이 죽은 뒤로 처음이었다.

    * * *

    강울림은 자신이 영리한 편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낙제생은 아니었다. 공부도 열심히 하는 편이었으나, 요령이 부족하고 이상한 데 노력을 쏟느라 정작 중요한 일을 못하는 편이었을 뿐이다.

    때문에 일반 학교에서는 영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네 아버지를 닮아서 그래.

    어머니는 두둔했으나 아버지는 ‘그게 무슨 소리냐’고 부인했고, 두 사람의 말다툼은 ‘애들은 바르게만 자라면 된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강울림은 범죄 소굴에 연관됨으로써 부모님의 모토조차 못 지킬 뻔했지만…….

    그를 범죄 소굴에서 빼준 두 사람은 차우원과 이단우였는데, 팀 리더는 이단우인 듯했다.

    ‘왜지?’

    차우원이 길드에 속하지 않고 자신이 스스로 공격대를 만든다면, 그 팀은 차우원이 리더여야 했다.

    그렇지 않은가? 차우원은 그 차문경의 후계자였다. 청연 길드장의 제자인 데다가 그 자신의 능력도 출중했다.

    이미 그 실력이 모든 길드에 소문이 나 있어서, ‘길드 교류전’이니 ‘유망주 대회’니 하는 데서 차우원을 한번 보고자 하는 놈들이 많았다.

    강울림도 차우원이 그런 곳에 한번 나갔으면 싶었다.

    ‘그럼 거품이라고 떠드는 놈들 다 입 닥치게 할 수 있을 텐데.’

    강울림은 열여섯 살에 각성했다.

    얼레벌레 헤매다 각성자 등록을 하고, 매일같이 센터 공무원의 설득을 듣다가, 사흘 만에 ‘아 알았어요, 들어갈게요.’ 하고 센터 연수생이 되는 것을 결정했다.

    그런 다음에는 길드 사람들의 방문을 받았다.

    -저 이미 센터 들어갔는데요.

    하자 길드에서는 ‘연수생으로 들어갔다고 꼭 센터에서 활동할 필요는 없다. 헌터 활동의 자유가 엄연히 법으로 보장되어 있다. 각성자는 어디서든 자유롭게 원하는 헌터 활동을 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라. 그리고 우리 길드가 최고다.’ 같은 소리를 하면서 명함을 잔뜩 안겨 주고 갔다.

    ‘헌터가 돈을 많이 번다더니.’

    길드들은 ‘사전 접촉’이 어쩌고 하며 정확한 계약금은 언급하지 못했지만, 대충 눈치로 어떤 지원을 해줄 수 있는지 말했다.

    강울림과 가족들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성공해서 효도할게요!

    -다치지나 마라.

    강울림은 각오를 다지고 센터로 입소했다. 주목받는 입소는 아니었다. 주목받는 사람은 따로 있었으니까.

    -쟤가 차우원이래.

    -와…….

    ‘……?’

    센터 생활은 나쁘지 않았다. 센터에서 강울림은, 심지어 ‘우수한’ 편에 드는 사람이었다!

    -울림이 너는 다 좋은데, 이것만 교정하면 되겠다.

    -아니, 이걸 먼저 해야…….

    그의 육성 방식에 대해 센터 교육관들의 이견이 있었으나, 어쨌든 강울림은 그대로도 싹이 보이는 원석이었다.

    차우원과 동기만 아니었어도 그는 센터에서 가장 유명한 유망주 축에 들었을지도 몰랐다.

    차우원은 코칭받을 지도 교육관을 매칭하는 자리에서, 자신이 선택한 교육관을 이겼다.

    무참한 승리였다. 둘은 몇 번 부딪히지도 않았으니까.

    강울림 눈에는 ‘쾅, 쾅’ 하더니 교육관이 날아간 것으로 보였다.

    벽에 처박힌 교육관만큼이나 차우원도 당황한 듯했다.

    -괜찮으세요?

    -어, 어, 그래…….

    그 교육관은 다음 날 센터를 나갔는데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몰랐다.

    차우원은 지도 교육관 없이 공통수업만 듣는 연수생이 되었다. 센터에서 최초로 있는 일이었고, 차우원은 어딜 가든 시선을 받게 되었다.

    이상한 말이지만 강울림은 그를 자신의 또래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성년이 되기 전의 각성자들은 원칙적으로 헌터 활동을 할 수 없었으나, ‘구호 활동’이나 ‘지원 활동’은 가능하도록 되어 있었다.

    우수한 유망주들에게 실전 경험을 쌓게 해 주기 위해, 센터와 길드에서는 이런 기회를 이용해 왔다.

    일명 지원팀 활동이었다.

    차우원이야 당연히 지원팀에 포함됐고 강울림도 마찬가지였다.

    그곳에서 차우원은 지원팀이라기엔 너무도 방어팀에 가까운 활약을 해냈다. 지원팀일 때 이미 그는 수많은 몬스터를 베어 봤다!

    인솔자로 따라간 교육관보다 명백히 우수한 헌터였다.

    지원팀 활동 세 번 만에 인솔 교육관은 인솔자를 그만뒀다. 팀원들이 그보다 차우원의 말을 들었던 것이다.

    차우원은 그런 사람이었다.

    연수생 상위권은 ‘타도 차우원’을 기치에 건 분위기였기 때문에 굳이 말하지 않았지만, 강울림은 차우원을 동경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단우는 뭐지.’

    이 팀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단우 팀>이었다. 일단 명령하는 사람이 이단우고, 명령을 듣는 사람이 차우원과 강울림이었던 것이다.

    명령하는 쪽이 리더라는 게 상식 아니겠는가?

    ‘이상한 놈.’

    강울림이 연수생 상위권을 유지하며 졸업했다면 또 모르겠다. 그러나 이단우는 이미 연수생을 그만둔 지 일 년도 넘은 자신에게 접근해, 거금을 줘서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계약 조건으로 ‘종말을 막기 위해 협력할 것’을 내걸었다.

    ‘……?’

    이단우가 지켜야 하는 조건은 ‘정의롭지 않은 일은 시키지 않을 것’, ‘부당한 일을 명령하지 않을 것’.

    강울림은 이해되지 않았다.

    <종말>을 막는 건 모든 헌터의 사명이었다.

    물론 강울림은 가족들의 빚을 갚겠다고 다른 짓만 하고 있었지만…….

    몇 번을 다시 읽어 봐도 이단우 개인에게 유리한 점이 없는 계약이 아닌가? 변호사 자격증이 있다는 센터 공무원을 붙잡고 다시 검토를 요청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공무원은 ‘계약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럼 왜 이런 계약을 하는데요?

    그걸 왜 나한테 묻냐는 듯이 공무원이 대꾸했다.

    -……영웅이 되고 싶으신가 보죠?

    모든 헌터들이 영웅이 되고 싶어 하긴 했다.

    어린 시절 모든 남자애들의 꿈이 변신합체로봇인 것과 비슷한 이치 아닌가?

    각성자가 되고 센터에 들어가면서, 강울림도 생각하긴 했다.

    ‘내가 <종말>을 막는 건가……!’

    그리고 귀환해서 저 5대 길드장들처럼 존경을 한 몸에 받는 건가!

    과거의 꿈이 되살아나서, 강울림은 심장이 뛰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는 던전 브레이크 현장으로 내던져졌다.

    * * *

    던전 브레이크는, 공격대가 임무를 다하지 못해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공략에 실패한 던전이 과성장해, 몬스터를 게이트 너머로 토해 내는 현상인 것이다.

    공격대의 필요성은 여기에 있었다.

    누군가 게이트 너머로 넘어가 던전핵을 파괴하지 않으면, 그 던전은 성장하고 만다.

    “1열! 탱킹해!”

    “우와아아아아!”

    탱커들이 스킬을 사용해 몬스터의 어그로를 끌었다.

    일대의 민간인은 전부 대피시킨 상황.

    여러 길드에서 작전에 동참했다. 강울림은 이름 모를 탱커들과 1열을 형성한 채 방패를 들고 있었다.

    그런데 옆자리 탱커가 아까부터 눈빛이 영 부실하더니, 다른 탱커들이 앞으로 나가는데 혼자 제자리에서 주춤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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