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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인성 교육-13화 (13/170)
  • 13.

    스킬이 없는 이단우는 차우원처럼 몬스터의 목과 몸을 분리하거나, 강울림처럼 방패로 쳐서 스턴을 거는 듯한 놀라운 짓은 할 수 없었다.

    대신 이단우는 세계의 물리 법칙을 이용했다.

    약한 고리에 힘을 주면 끊긴다는 것이다.

    여기서 약한 고리는 눈과 같은 급소였다.

    혹은 무슨무슨 ‘목’ 자가 붙는…….

    손목, 발목, 모가지는 어쨌든 약점이 아닌가?

    물론 이단우의 스탯으로 ‘힘을 주는’ 일 따위는 타격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세계는 역시 단순한 물리법칙이 하나 더 있지 않던가?

    ‘힘이 약하면, 여러 번 치면 된다.’

    이단우는 있는 힘을 다해 검을 찔러 내렸다.

    헌터의 스탯을 나눌 때, F급은 일반인이 수련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상의 상태였다.

    각성자가 아닌, 10년 이상 단련한 무예가라면 F-의 체력과 근력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본다.

    재능과 노력이 더해지면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F급이었다.

    그러니까 각성자와 일반인은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이다.

    ‘애초에 종이 다르다.’

    그리고 C등급은, 각성자 사이에서의 종을 가르는 기준이었다.

    다시 말해 각성자 사이에서 상급 헌터를 나누는 기준이었다.

    C등급의 민첩은 단우가 가진 유일한 무기였다. 별다른 스킬도 스탯도 없었기 때문에 과거의 단우는 단순하게 하나에만 매달릴 수 있었다.

    잘하는 것을 취하고, 못하는 것을 버린다.

    단우가 잘하는 건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었고 못하는 건 힘을 주는 행위였다.

    단우의 근력과 체력으로 무엇을 하겠는가?

    그래서 단우의 전투 방식은 속전속결, 초단거리 접전이었다.

    대몬스터전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단우는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미끄러져 떨어질 것 같은 발을 키메라의 등판에 붙이고, 키메라의 목을 수십 번 꿰뚫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렇게 수십 차례의 공격이 일점을 향했다.

    단우의 마력이 검 끝을 강화해서, 한 줄기 빛이 키메라를 꿰뚫는 듯했다.

    그 모든 일이 눈 깜빡할 사이에 이루어졌다.

    약한 힘이라도, 한 곳을 수십 번 두드리면 균열이 가기 마련이다.

    단우의 경우 검이 찌르는 위치에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서른다섯, 서른여섯, 서른일곱……!

    수십 차례의 공격에 단단한 가죽이 뚫리더니 검이 쑥 꿰뚫고 들어갔다. 검을 다시 빼 든 순간,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단우의 얼굴을 더럽혔다.

    피가 튀어도 단우는 눈을 감지 않았다.

    ‘지금 눈 감으면 떨어진다……!’

    붉은 시야로, 후들거리는 팔을 마력으로 붙들었다. 그리고 실을 꿰어 조종하듯 억지로 검을 다시 찔러 넣었다.

    마흔……!

    키메라는 온몸을 뒤틀며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등 뒤에 붙은 거머리 같은 것을 떼어 내고 싶은데, 또 눈앞에서 어정거리는 것이 그를 쳐 대고 있다!

    앞에 있는 놈이 더 강했다. 넓적한 판으로 그를 받을 때마다 맞은 부위에서부터 고통이 올라오며 온몸이 울렸다.

    통증이 대단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분노를 참을 수 없어서, 키메라는 그것을 밟아 죽이려고 했다. 등을 기어오른 거머리는 그다음이다…….

    그런데 목이 따끔한가 싶더니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밀려들어 왔다!

    키메라는 몸부림쳤다. 그러다 몸이 딱 멈췄다. 조금도 움직일 수 없게, 어딘가가 완전히 잘못되었다…….

    그 순간 키메라는 정면으로 달려드는 조그만 놈을 봤다. 그것은 꼬챙이 같은 작은 검을 들고 있었는데, 키메라는 많은 경험으로 그게 자신에게 별 타격을 줄 수 없는 물건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키메라의 목 아래를 찌르더니 그놈이 정수리 위로 튀어 올랐다…….

    시야가 빙그르르 돌았다.

    키메라의 머리가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

    ‘이게 되네.’

    이단우는 놀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강울림은, 그가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의 탱커였다.

    성능은 우수했고 판단력은 떨어졌다.

    그러나 차우원은 이단우가 기억하는 그 차우원 그대로인 듯했다. 이단우가 급소를 찔러 키메라를 멈춘 순간, 차우원은 정확히 키메라의 목을 날려 버렸다.

    쿵!

    키메라의 몸체가 바닥으로 쓰러졌다.

    이단우는 더 버틸 힘도 없어서 함께 나가떨어졌다. 그 와중에 키메라의 털을 붙잡고 있어서 꼴사납게 나가떨어지는 처지는 면할 수 있었다. 대신 그는 거대한 몸체에서 미끄러져 내려갔고, 힘없이 바닥에 발을 디뎠다.

    턱……!

    앞코가 바닥에 걸렸다. 이단우는 앞으로 엎어질 뻔한 몸을 초인적인 정신으로 붙들었다.

    ‘이대로 얼굴부터 갈리면 리더 체면 안 선다.’

    뒤로 넘어지는 데 성공한 그는 터질 듯한 심장을 붙들고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꼼짝할 기운도 없었다. 어지러웠고 마력은 부족했다.

    이게 다 멍청한 강울림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짜증도 나지 않았다.

    ‘아니 마흔 번을 쳐야 가죽이 뚫리는 게 말이 되냐고.’

    실은 짜증은 났는데, 스스로의 몸 때문이었다.

    스무 살의 강울림이 탱킹하는 몬스터다. 이단우도 딜하는 흉내는 낼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 빌어먹을 재능 없는 몸뚱이는 도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그런 생각에, 미끄럼틀에서 내려온 애처럼 이단우는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리고 쪼그려 앉은 꼴로 고개만 들어 강울림을 쳐다봤다.

    “……야.”

    숨을 고르느라 말도 제대로 나가지 않았다.

    그 와중에 강울림이 헛소리했다.

    “미친, 저걸 죽였어!”

    ‘못 죽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덤볐다고?’

    이 멍청한 새끼를 진짜 팀에 넣어야 하나?

    단우는 참지 못했다.

    “네가 먹은 약이 오감 차단해?”

    “나 결투장 투사로 참가한 건데……. 감각 차단을 해 놓을 리가 없잖아.”

    강울림은 어리둥절하다는 듯 말했다.

    ‘투사 같은 소리 하네.’

    그런 쓸데없이 훌륭한 단어가 강울림 꼴에 가당하단 말인가? 이단우는 ‘투사를 학대하는 짐승처럼 묶어 놓는 결투장이 어디 있냐’고 말하려다가 말았다. 이놈은 알아들을 놈이 아니었다.

    “밖에 소리 안 들려? 소방차 온다고. 네가 할 일은 불은 전문가가 끄게 두고 나가는 거지. 이 지랄을 하는 게 아니라!”

    “막았으니까 됐잖아? 아니, 그리고 어딜 가는데? 나도 불 끄는 거 도울 수 있는데? 나 여기 직원이야.”

    “직원을 묶어 놓는 회사가 어디 있어?”

    이단우는 소리를 지를 뻔했으나 다시 참았다!

    “너 범죄 피해자다.”

    “무슨 소리야?”

    이단우가 대답하기 전에 직원들이 먼저 몰려들었다. 기희윤의 숭배자들은 맹목적이어서 제 몸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사태를 해결하려는 열의가 있었다. 그들에게 이곳은 사업장 따위가 아니라 기희윤을 모시는 신전이기 때문이다…….

    “거기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죽었어? 괴물 죽었잖아!”

    “무슨 수로?!”

    “네 짓이야?”

    누가 강울림에게 물었다. 강울림이 쑥스러운 듯 말했다.

    “저만 아니고 얘네들이 도와서…….”

    “차우원.”

    “응, 단우야.”

    차우원의 검 <육예>가 형태를 바꾸더니 날 없는 목검의 형태로 변했다. 차우원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인간이었다. 그는 효율적으로 직원들을 쥐어팼다.

    ‘안 죽였군.’

    오는 길에 몇 명 쳐 보더니 벌써 감을 익혔다. 이단우가 맞아 봐서 아는데 저 검으로 저렇게 맞아서는 절대 죽지 않았다.

    사실 죽여도 상관없는 놈들이었으나 단우는 차우원이 저렇게 나올 걸 예상했다.

    어쨌든 범죄 현장을 증언할 놈들은 많을수록 좋았다.

    “야! 너네 뭐 해! 우리 편인데 왜 공격해?”

    강울림이 기함했다.

    차우원이 물었다.

    “단우야, 저 친구 정말 데려갈 거야?”

    단우는 할 말이 없었다.

    “리더 판단에 토 안 단다며.”

    “그렇긴 한데, 안 따라올 것 같은데?”

    “강울림. 지금 소방차 말고, 경찰에 센터에 길드에서까지 오는 중이거든.”

    “왜?”

    강울림은 단순한 놈이어서 한번 믿은 건 잘 의심하지 않았다.

    “네가 갇혀 있던 곳이 범죄 조직이고 여기가 불법 사업장이니까.”

    단우가 알려 줬다.

    강울림은 인지 부조화를 일으킨 듯했다.

    “아…… 아닌데?”

    그 사실을 안다고 이단우가 열이 안 받는 건 아니었다.

    “아니, 맞다고. 그 소리 경찰차 안에서 하고 싶은 거 아니면 따라와라.”

    “안 된다니까! 여기…… 불법 아니야! 아니라고 했다고! 나 여기서 돈 벌었는데, 그 돈 다 썼는데……. 그거 토해 내야 하면…….”

    강울림은 주춤 물러나며 변명을 하더니, 순간적으로 방패를 휘둘렀다.

    ‘……이게 돌았나.’

    이단우는 반응하지 못했다. 차우원이 뒤로 잡아끌지 않았다면 맞았을 터였다.

    이단우에게 강울림은 적대 대상일 수가 없어서 그의 공격을 경계한다는 선택지조차 없었던 것이다.

    스무 살의 강울림이 정말 이단우의 동료가 아니어서, 이단우는 놀랐다…….

    그런데 차우원이 말했다.

    “단우야, 쟤 필요한 거지.”

    “……어.”

    “네가 좋은 뜻인 건 알겠는데 말로는 설득 안 될 것 같다.”

    그러더니 차우원의 검이 끝도 없이 거대해졌다.

    대검이 강울림을 후드려 팼다.

    ‘…….’

    강울림은 기절했다. 마력 구속구에서 풀려나자마자 키메라를 탱킹하느라 안 그래도 지쳐 있었을 것이다.

    사이렌 소리와 헬기 소리, 어수선하게 달려오는 소리 같은 것이 연이어 들려왔다.

    열린 문으로 헌터들이 달려들어 왔다.

    “어딥니까, 몬스터가 난동을 부리는 곳이……!”

    단우는 주저앉은 채 그들을 올려다봤다.

    단우의 뒤에는 목과 몸이 분리된 키메라의 집채만 한 사체가 있었고, 그 옆에는 누가 봐도 믿을 만한 사람처럼 생긴 차우원이 서 있었다.

    그 주위에 또 여러 사람이 쓰러져 있긴 했으나…….

    차우원이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기 때문에, 길드에서 달려온 헌터는 그에게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났냐고 물으려고 했다.

    그때 헌터들의 뒤에서 경찰 한 명이 불쑥 튀어나왔다.

    “어! 차우원 님! 이단우 씨 아니세요!”

    * * *

    ‘일이 편해졌군.’

    이단우는 경찰차에서 나와 택시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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