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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인성 교육-10화 (10/170)
  • 10.

    두 사람은 밤이 되기를 기다려서 문제의 도박장으로 향했다. C시는 청연의 관리 구역이라 치안이 좋은 편이었으나, 시 외곽의 유흥가까지 관리하기에는 길드도 손이 모자랐다.

    애초에 경계 지대가 누구의 관할이냐는 것은 길드 간의 해묵은 싸움을 불러일으켰다.

    시와 시의 경계에 유흥 시설이 발달한 이유도 그것이었다. 거대 길드들이 갈등을 피하려 노력하는 틈에 세력을 불려, 이제는 처리하기도 곤란하게 회색 지대를 형성해 버린 것이다.

    “근데 단우야, 여기서 복면을 쓰면 더 눈에 띄지 않을까.”

    “네 얼굴은 그냥 둬도 눈에 띄어.”

    “음……. 그거 칭찬이야?”

    “칭찬 같아?”

    차우원은 얼마나 긍정적인 놈이란 말인가?

    “응, 좀 그래. 단우는 칭찬도 욕같이 한다. 그리고 단우야, 네 얼굴도 만만치 않아.”

    “시끄러워. 그리고 복면을 누가 여기서 쓰래? 안에 들어가서 쓰라고. 사고 칠 때.”

    “사고라는 걸 아는구나…….”

    차우원이 감탄했다.

    단우는 이 새끼를 예전처럼 한 대 치고 싶었으나, 그들은 아직 만난 지 얼마 안 된 어색한 사이였다. 예의를 갖추기 위해 단우는 참았다. 그런데 차우원이 또다시 도발했다.

    “그런데 단우야, 여기까지 와 놓고 할 말이 아닌 것 같긴 한데. 내 돈으로 강울림 씨 빚 갚아 주면 되지 않나. 아니면 파산 신청을 하고 개인 회생 활동을 도와주든가. 보통 사람들은 불법 도박장 문제는 경찰 불러 해결할걸. ‘거지로 만들어 주자’ 같은 생각 대신.”

    “경찰이 여길 몰라서 가만두겠냐?”

    “우리나라 공권력이 그렇게 무르진 않아.”

    단우는 코웃음 쳤다.

    “어, 너 센터 출신인 거 잘 알겠다.”

    “우리 사이에 오해가 있다. 그런 의미가 아니라, 득 될 일에 우리나라 공권력이 안 나설 리 없다는 뜻이었어. 몬스터 사육 문제면 길드들도 공조할 텐데?”

    “일 크게 만들면 안 돼.”

    “왜?”

    차우원의 추측은 옳았으나 그가 모르는 정보가 있었다.

    ‘거기 기희윤 소유다.’

    강울림이 콜로세움 노예처럼 구르고 있는 곳이 단우가 아는 놈의 가게라는 사실이었다.

    물론 그놈과 단우는 아직 만나지 않았다. 단우가 그놈과 편을 먹는 건 <차우원 팀>이 <최후의 던전> 1차 공략을 실패하고 전멸한 이후였으니까.

    기희윤은 미등록 각성자…… 다시 말해 범법자로,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사는 놈이었다.

    그의 판단에 도덕적 잣대는 들어가지 않았다. 범법자 정도가 아니라 그냥 범죄자가 맞았는데, 본인 손은 안 더럽히는 탓에 죄목을 붙이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을 뿐이었다.

    그의 죄목이라면 살인 교사, 폭력 교사, 마약 유통 교사…… 등일 터였다.

    그가 저지르는 모든 범죄는 그의 숭배자들이 저지르는 짓이었기 때문이다.

    기희윤의 능력은 ‘숭배자’를 만들었다.

    그가 원하는 일을 숭배자들이 스스로 원해서 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물을 기희윤에게 바치도록 만들었다.

    단우는 이놈이 자신의 숭배자를 어디까지 심어 놨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정부든 길드든 기희윤의 눈과 귀가 없는 곳이 없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이다.

    이런 소리를 차우원에게 할 수는 없었다.

    “우리가 먹을 게 없잖아.”

    “……?”

    “첫 임무에 ‘불법 몬스터 결투 도박장 소탕’ 정도는 해 줘야지. 그래야 멋지잖아.”

    “아, 돈만 털어서 나오는 게 아니구나.”

    이해했다는 듯 차우원이 탄식했다.

    단우는 의아했다.

    ‘왜 그런 번거로운 짓을?’

    “돈만 터는 게 더 번거롭지 않나? 도박장 놔둬서 뭐 하게. 계속 장사하라고 둘까?”

    “그건 아니지.”

    차우원이 실소하더니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고개를 흔들었다.

    단우는 불쾌해졌는데, 차우원이 예의를 차리겠다고 폭소를 참는 것처럼 보여서였다.

    그런데 단우는 차우원이 웃을 만한 짓을 전혀 하지 않았다.

    단우는 인상을 쓴 채 팔짱을 꼈다.

    “그리고 난 스폰서 안 받아.”

    “아, 팀원이 팀 지원하는 것도 스폰서로 치는 거야?”

    차우원은 여전히 웃음을 참고 있었다.

    “그건 외부 돈 아니야? 팀 공용 자금이 아니잖아. 팀원 발언권 커지면 그 팀 망해. 의사 결정권은 리더가 쥐어야지.”

    “단우야, 세상에는 민주주의라는 게 있는데…….”

    이 새끼가 지금 민주주의 뜻을 설명하고 있는 건가?

    단우는 인내심을 발휘했다.

    “민주주의 하고 있잖아. 누가 팀 못 나가게 막았어? 날 리더로 선택해서 들어왔으면 리더 명령 들으라고. 꼬우면 나가든지.”

    물론 단우는 팀원 이탈을 허락할 생각이 없었다.

    이놈들이 따로 나가서 죽는 꼴을 단우가 볼 것 같은가?

    ‘어차피 그놈들은 안 나간다.’

    <차우원 팀>의 팀원들은 전부 차우원의 추종자였기 때문이다. 기희윤처럼 스킬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팀원들은 전원 <매혹>에라도 걸린 것처럼 차우원의 말을 잘 들었다.

    ‘차우원만 인질로 잡으면 아무도 못 나간다.’

    그리고 차우원은 약속한 건 지키는 놈이었다. 이단우가 <종말>을 막을 것 같다면, 이놈은 결코 팀을 떠나지 않는다.

    이단우는 차우원에게 비전과 능력만 증명하면 됐다.

    “단우야, 나 또 의문이 있는데.”

    “또 뭐.”

    계속되는 질문에 단우는 귀찮아졌다.

    과거 이단우가 작전에 의문을 제기할 때마다 차우원은 이렇게 성가셨을까? 그런데도 이단우의 입을 막아 버리지 않고 전부 들어 줬단 말인가?

    인내심이 보살이었다.

    물론 그가 이단우의 계책을 들어준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어차피 도박장도 털 거면 복면을 왜 쓰는 거야? 명성을 날리려면 우리 얼굴을 보여 줘야 할 것 같은데.”

    “도박장을 우리가 왜 털어?”

    “……?”

    ‘네가 털자며’라는 표정으로 차우원이 단우를 쳐다봤다.

    ‘이 자식은 비유도 모르나.’

    단우는 생각했다.

    “경찰에 신고했어. 길드에도 신고했으니까 곧 출동할 거야.”

    “우리 명성 얻으려고 둘 안 끌어들인다며?”

    “도박장인 줄 알고 대규모 작전 들어가면 안 된다는 거지. 불났다고 신고했으니까 확인하러 올 거야. 스킬인지 그냥 물로 안 꺼진다고 해 뒀거든.”

    “불 안 났잖아?”

    “우리가 질러야지.”

    “…….”

    단우는 복면을 뒤집어쓰고 도박장 건물 벽에 달라붙었다. 그리고 소리 없이 창문 잠금 고리를 부러뜨린 뒤 안으로 진입했다.

    문고리에는 강화 스킬이 걸려 있었으나, 단우가 피 토하며 마력을 운용한 세월이 얼만데 이따위 걸 못 망가뜨리겠는가?

    ‘들어와.’

    손을 까딱이자 차우원은 복면을 물끄러미 보다가 썼다. 그리고 말했다.

    “단…… 리더. 나 정말로, 불장난은 살면서 처음이야.”

    “도둑질은 가짜로 처음이었어?”

    “그건 아니지…….”

    ‘왜 웃냐고.’

    차우원의 어깨가 떨리는 것 같았으나 단우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복면을 벗겨서 표정을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이곳은 적진이었다. 차우원은 세기의 천재에 타고난 영웅이라 긴장할 필요가 없었으나, 올 스탯 F에 민첩만 C인 이단우는 긴장을 좀 해야 했다.

    단우는 주머니에서 사탕을 까서 입에 넣었다.

    “리더, 단거 좋아하는구나.”

    차우원이 뒤에서 말했다.

    단우는 경구 투약한 마력 촉진제를 빨며 ‘어’ 하고 대답했다.

    “이제 입 다물고 내가 하라는 것만 해.”

    “네, 리더.”

    단우의 표정이 묘해졌다.

    ‘차우원이 나한테 리더라고.’

    단우는 사탕을 오른쪽 볼에서 왼쪽 볼로 옮겼다.

    마력 촉진제가 달았다.

    생전 들어 볼 일 없는 소리를 다 듣고 있다. 한번 죽은 뒤에 듣고 있으니 사실 생전 못 들은 소리가 맞기는 했다.

    그들은 금고가 있는 대표 이사실로 향했다.

    위치가 어디인지는 뻔했다.

    ‘맨 위층이겠지.’

    도박장은 호텔처럼 매끈한 건물이었다. 단우의 데이터상, 이런 건물을 지어 놓고 사는 놈들은 상층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유를 모를 노릇이었다.

    ‘죽을 때 단번에 골로 가고 싶어선가?’

    습격당해 발이라도 헛디디면 바로 추락 아닌가? 날개가 달려 있지 않은 이상 단번에 목이 꺾일 터였다.

    어쨌든 단우의 추측이 맞았다.

    대표 방은 건물 꼭대기였다.

    * * *

    물론 엘리베이터로 올라갈 순 없어서 그들은 계단실을 통했다.

    몇 개 층을 오를 때마다 아티팩트를 씨 뿌리듯 떨구고 계속 계단을 올랐다.

    또르르륵……!

    아티팩트 하나가 잘못 굴러가 벽에 부딪혔다. 그 소리를 듣고 경호원이 고개를 돌렸다.

    “어? 뭐야?”

    “손님, 여기까지 오시면…….”

    경호원 하나는 판단이 느린 죄로 차우원에게 목덜미를 맞았다. 다른 하나는 검집째 날아간 검에 머리를 맞았는데 바로 기절하지 않았다.

    “아.”

    차우원의 입이 벌어졌다.

    어린 차우원은 힘 조절이 약점이었다.

    ‘쓸데없이 동정심이 많아서.’

    적당히 부상만 입히려 드니 자꾸 상대가 멀쩡한 게 아닌가?

    경호원은 피를 철철 흘리며 바닥을 기었다. 단우가 그를 걷어차는 동시에 그가 외쳤다.

    “치, 침…… 어억!”

    지지직……!

    -침입자? 어디인가? 대답하라!

    무전기에서 소리가 울렸다.

    단우는 머리를 쓸어 올리려다 복면에 손이 막혔다.

    ‘뭐 됐나.’

    어그로를 끌 때가 되긴 했다.

    “어쩌지, 단우야.”

    차우원이 떨어진 검을 회수하며 물었다.

    “내가 실수했다. 이쪽으로 사람들 오면 너한테는 피해 안 가게 할게.”

    “아니. 이제 불 지르자.”

    “……?”

    “불티 튄다, 조심해.”

    펑!

    수확의 시간이 왔다.

    층마다 던져 둔 아티팩트가 차례로 터져 나가며 불을 뿜었다. 건물이 순식간에 연기로 들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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