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술은 특별합니다-144화 (144/175)

< 144잔. 한 걸음 더. >

5.

“마지막 요리, 디저트를 공개해주십시오!”

사회자의 외침과 함께 화면과 무대에는 마지막 요리인 디저트가 올라온다.

연상규 셰프가 고른 마지막은 크림 브륄레.

커스터드 크림을 그릇에 담은 뒤 크림 위에 설탕을 올리고 토치 등을 이용해 설탕을 녹여 단단한 설탕의 막을 입힌 디저트가 크림 브륄레로, 때로는 사탕처럼.

때로는 케이크처럼 느껴지는 디저트가 이 크림 브륄레였다.

설탕을 토치로 익히며 묻은 불향이 고소함을 더해 단맛을 단단히 잡아주는 것만 같다.

향을 품지 않은 음식임이 분명한데, 달콤한 향이 무대를 가득 채우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부터 메이킹을 시작하겠습니다! 참가자분들은 맛을 본 후, 칵테일을 만들어 주십시오! 마지막 코스, 디저트! 시작합니다!”

음식도 칵테일도 식기 전이 제맛을 제대로 가지는 법이다. 사회자는 누구로부터 이를 전달받았는지 진행에 시간을 끌지 않는다.

바텐더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서둘러 크림 브륄레에 다가가 맛을 보기 시작했다.

- 아작.

- 오물오물오물.

전해지는 맛은 단맛 그 자체였다. 설탕을 토치로 구워 고소함이 더해졌지만, 내부에도 잘게 녹아든 설탕의 맛을 전부 감출 수는 없어 보였다.

그리고 맛에서 전해지는 건 강렬한 셰프의 권고.

- 맞춰라. 따라와라.

마치 강압적인 리더처럼, 그는 디저트 속에 그런 말을 숨겨 놓은 것만 같았다.

강한 단맛에 크림 브륄레 특유의 고소함이 더해지니 조합으로 떠오르는 게 딱 단맛의 칵테일밖에 없다.

독선적인 리더의 보폭에 맞춰 같은 걸음을 걸으라는 강요처럼 느껴지는 정환이었다.

뭐. 대회고, 또 과제이니 이건 강요가 아닌 하나의 힌트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셰프가 제시한 맛의 길을 따라 걷기만 해도 기본은 할 수 있다는 작은 힌트이자 충고.

하지만, 언제나 쉬운 길을 택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 않나.

‘이 정도라면···.’

떠올렸던 칵테일과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만 같다. 정환은 그런 생각을 하며 걸려던 승부에 확신을 가졌다.

때로는 힌트와 충고처럼 보이는 말들이 함정이 경우도 있다.

디저트를 예상했을 때도 단맛은 그려볼 수 있었던 선택지였기에 큰 변화는 없는 그의 선택이다.

확신을 가진 정환은 서둘러 손을 움직인다. 부스를 열심히 살피더니 이내 재료를 찾아내는 그.

있을까, 없을까. 작은 고민이 스쳤지만, 큰 대회인 만큼, 의외의 재료도 모두 준비된 부스였다.

그의 손에 들린 건. 생소하지만 칵테일에 자주 활용되는 생강이다.

정환은 생강의 즙을 내고는 이를 설탕과 섞으며 무언가를 만들어 갔다.

이는 시럽을 가장 간단하고 빠르게 만드는 방법으로 바에서는 주로 사용되는 방법.

거기에 정환은 꿀과 물까지 더해가며 마치 요리를 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건, 허니진저시럽을 만드는 모습이다.

어느덧 5분이라는 시간이 지나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만 있다.

- 쏘옥.

시럽을 잘 저어주던 숟가락을 정환이 빼 들고는 가볍게 맛을 본다.

끄덕이는 그의 고개가 직접 만든 허니진저시럽의 맛이 잘 잡혔음을 연신 표하고 있다.

이제는 다시 바텐딩으로 돌아올 차례. 정환은 손에 속력을 붙여가며 스카치위스키와 레몬주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또 다른 위스키를 한 병 준비했다.

메이킹 법은 정환이 가장 자신 있는 셰이킹. 안으로 향하는 재료는 마지막으로 준비된 위스키를 뺀 스카치위스키와 직접 만든 허니진저시럽, 그리고 레몬주스.

정환은 이를 고유의 멋들어진 셰이킹 자세로 세차게 흔들어간다.

- 챠카착! 챠카착! 챠카착!

조금 전 보여줬던 투 핸드 셰이킹 때문일까. 정환의 셰이킹이 시작되자 이를 지켜보는 눈이 많아진 느낌이다.

일반적인 셰이킹과는 다른 스트로크와 스냅. 정환이 직접 개발한 트위스트를 주는 기법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 촤아아아악.

시선을 가득 안은 셰이커는 그에 보답하듯 자신이 품은 술을 잔으로 아름답게 토해냈다.

생강의 살색을 닮은 술이 진하면서도 시큼한 향을 뽐내며 잔에 담겼다.

정환은 올드패션드 글라스에 담긴 술에 마지막으로 하나의 재료를 더한다.

시간은 어느덧 1분이 딱 남은 상황.

조심스럽게 그리고 천천히. 정환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도 당황하지 않고 마지막 재료인 하나 남은 위스키를 잔 위로 층을 만들며 부어간다.

비중의 차이를 이용한 플로팅 기법. 덕분에 잔 위로 자리한 술의 향이 그득하게 그대로 살아 무대 위를 가득 채우는 것만 같다.

조금은 독한, 그리고 매콤한 향이 무대에서 가까운 관객석까지 닿는 기분이었다.

“이제 곧 메이킹을 종료합니다! 남은 시간은 30초!”

시간이 조금 촉박해 보인다. 그래도 이제는 완성 단계. 정환은 마지막으로 얇게 잘라 설탕에 절여둔 편강(片薑)을 핀에 꽂은 후 이를 잔에 더하며 잔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의 잔이 코스터 위에 닿자.

“자! 여기까지! 모두 손을 멈춰 주십시오!”

사회자는 마리아주 챌린지가 모두 끝났음을 알려왔다.

“후우.”

정환은 시간에 맞춘 게 다행이라는 듯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그대로 발을 물린다.

할 수 있는 기량은 모두 펼친 그였다.

심사 위원들이 무대로 올라오며 앞선 과정처럼 심사가 진행되었다.

1번 바텐더가 선보인 건 역시나 달콤한 칵테일. 디저트라는 코스가 주는 선입견과 또 셰프의 강한 자기주장이 있었던 만큼, 1번 바텐더는 디저트의 맛에 칵테일의 맛을 맞춘 것처럼 보였다.

마리아주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 보폭을 맞추는 것이다. 비슷한 결의 맛으로만 따라가기만 해도 되는 게 마리아주.

때로는 이런 안전성을 추구하는 게 득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한다.

“달군요. 크림 브륄레만으로도 달았을 텐데요?”

“크림 브륄레의 맛이 좋아 이걸 헤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뒤에서 조금 더 맛을 받쳐줄 수 있는 칵테일을 택해봤습니다.”

“그런가요. 흠. 알겠습니다.”

말이 좋아 받쳐준다는 말이지만, 실상은 한발을 뒤로 뺀다는 뜻이다.

이건 배려와는 조금 다른 개념. 온전히 칵테일의 맛을 죽임으로써 배려하는 것과 달리, 조금은 도망치는 모습이다.

연상규 셰프는 그런 인상을 받았는지 미간만 한번 꿈틀거리고는 걸음을 2번 부스로 향했다.

여전히 긴장이 풀리지 않은 이창혁 바텐더가 잔 앞에 굳은 듯 서 있다.

“흠. 브랜디인가요?”

“네, 넵! 맞습니다! 브랜디를 활용해 브랜디 크러스타를 만들어 봤습니다!”

“브랜디 크러스타라. 이유가 있나요?”

“크, 크림 브륄레의 단맛과 어울리면서도 빈틈을 채워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빈틈이요?”

“브, 브랜디를 쓴다면 향을 더 채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음. 그렇군요. 어떻게 마실 걸 추천하시죠?”

“펴, 편하게 드시면 됩니다! 같이도 좋고, 따로도 좋습니다!”

답이 제법 마음에 든다. 이건 2번 참가자를 볼 때마다 받던 기분.

브랜디는 고도수의 술치고는 드물게 식후주로 분류되는 술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향 덕분. 디저트는 향이 적고 오로지 맛만을 담은 경향이 크기에 이런 빈틈을 채워주기에는 와인을 증류한 브랜디가 최고였기 때문이다.

그런 브랜디에 체리 리큐르인 마스키라노와 허브 비터스를 더해 만든 칵테일이 바로 브랜디 크러스타.

단맛도 적당히 따라가며, 향마저 채워주는 좋은 선택처럼 보였다.

연상규 셰프는 흡족하게 웃으며 그의 잔을 음미했다. 밸런스도 좋고 의도한 바도 그대로 묻은 잔이다.

높은 점수를 주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였다.

3번 참가자는 앞서 1번 참가자와 비슷한 선택을 보여줬다. 탄산과 함께 레몬, 오렌지 등의 시트러스한 과일을 잔뜩 넣어 사워한 스타일을 보여준 그.

크림 브륄레와의 마리아주 보다는 디저트라는 코스에 더욱 집중한 모습이기에 조금은 실망이 자리한 잔이었다.

마지막으로 연상규 셰프는 정환을 향해 걸어간다. 3번을 지나칠 때부터 은근히 전해지던 향에 슬쩍슬쩍 정환을 바라보던 그.

그는 정환의 자리에 도착하자, 이내 지독하게 코를 찔러오는 향이 더욱 강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소독약 냄새. 정확히 그렇게 부를 수 있는 향이 그대로 그의 코를 강타했다.

“향이 강하군요. 생강인가요?”

“생강도 있지만 아마 술 때문일 겁니다. 플로팅으로 층을 만들어 둬서 향이 조금 강합니다.”

대화를 나눌수록 향은 점점 더 강하게 코를 자극한다. 무언가를 더 묻고 싶었던 연상규 셰프는.

“어떻게 마시면 되는 거죠?”

곧바로 음용법을 향해 질문을 달릴 뿐이다. 진한 향기 덕에, 잔에 대한 호기심을 감출 수 없는 그였다.

“브륄레를 먼저 드시고 잔을 드시길 추천합니다. 편강은 잔을 드신 후 베어드시면 됩니다.”

자세한 음용법이 정환의 입에서 나온다. 바텐더는 자신이 만든 잔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

그렇다면, 바텐더가 말해주는 방식대로 마시는 것이 잔을 가장 즐길 방법일 것이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 아작.

정환의 음용법을 들은 셰프는 그대로 브륄레를 깨트리고는 입으로 향했다.

자신이 만든 디저트인 만큼 맛 좋은 브륄레를 음미한 그가 조용히 잔을 들어 코로 가져갔다.

강한, 또 매콤한 향이 그의 코를 찔렀다.

‘이건, 아일라 위스키인가?’

이건 아일라 섬 특유의 이탄 향이라. 그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피트라 부르는 이탄의 톡 쏘는 알싸함은 아일라 섬에서 나오는 위스키 특유의 맛으로 제법 유명한 맛이었다.

소독약이라 부르는 향이 딱 이 이탄의 향이니, 조금 전부터 무대를 채우던 향의 정체는 역시나 이 잔이었다.

무취의 브륄레를 접한 후라, 향이 더욱 짙게만 느껴졌다.

- 호르르르륵.

향에서는 사실 큰 감명이 전해지진 않았다. 그저 아일라 위스키 특유의 강한 향이 전부였을 뿐.

하지만, 이런 평가는 잔이 입술을 넘는 순간 극적으로 바뀌고 만다.

- 팡!

이라는 효과음이 무색하지 않게 잔을 입으로 넘기자 입안에서는 무언가가 터지는 것만 같다.

터지는 건 다름 아닌 시큼한 맛. 생강을 즙으로 짜 시럽으로 만든 맛이 그대로 입안에서 퍼져갔다.

신맛을 민감하게 여기는 이라면 인상을 구길 수도 있는 맛이지만, 셰프와 바텐더라면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단맛도 없진 않다. 이건 정말 최소한의 단맛이겠지만, 분명 존재하는 꿀의 존재감.

허나, 꿀은 신맛을 중화시킨다는 목적만을 다한 채 입안에서 존재감을 지우고 만다.

적당히 나댄다는 말이, 어쩌면 이럴 때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후우.”

잔을 모두 삼킨 연상규 셰프는 천천히 숨을 내쉬며 피니쉬를 느껴본다.

앞서 코를 찔렀던 피트향이 속에서부터 역류해 입안을 씻어 내는 것만 같다.

‘청소···.’

모두가 신나게 한판 축제를 연 후 홀로 남아 마지막에 현장을 치우는 기분이다.

이건 입안에서 날뛰었던 에피타이저와 생선, 육류, 그리고 디저트를 한 번에 지우는 맛.

신맛은 지친 혀를 깨워 억지로 뒷맛을 느끼게 하는 것 같고 뒷맛은 강렬해 앞서 느낀 맛을 지우게 만든다.

그리고 전해지는 잔향은 그마저 지우는 느낌.

마치 양치를 마치고 나온 사람처럼, 상쾌함이 그의 입안을 가득 채웠다.

‘이런 방식을 택한 건가.’

잔을 내려두려던 연상규 셰프의 눈에 재밌다는 눈빛이 아린다.

달콤함으로 여운을 남기는 것보다는, 이 바텐더는 자신의 손으로 손님의 입안을 마무리하려는 것이다.

그는 재밌다는 눈빛을 정환에게서 거두지 않고는 편강을 입으로 넣었다.

잘 절여져 달콤한 편강이 달면서도 쓴맛을 표현해 입안을 다시 채색한다.

셰프로서 말해보자면. 조금은 불쾌한 순간이다.

‘이 사람이. 허허.’

셰프와 바텐더로서 마리아주를 이루고 서로의 존재감을 뽐내다가 결국에는 셰프의 존재감을 지우고 자신의 잔만을 손님의 입안에 남겨 보낸다.

차정환이라는 바텐더가 만든 잔은 딱 그런 맛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재밌군요. 이건 이름이 뭡니까?”

“페니실린이라는 칵테일입니다.”

“페니실린? 항생제 말입니까?”

“비슷한 향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흠. 항생제라. 제가 마치 염증이 된 느낌이군요.”

“그런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절대로요.”

“그렇겠죠. 그래요. 그래도···.”

조금의 의도는 있지 않았냐. 연상규 셰프는 그런 눈빛을 잔잔한 미소와 함께 보낸다.

기분이 나쁜 건 아니다. 아니, 나쁠 수 없다. 다른 곳이었다면 몰라도. 여긴 바텐더의 대회가 아닌가.

가게에서였다면 불호령을 내렸겠지만, 여기라면. 이건 백번도 더 이해가 가능한 맛이다.

그는 그 정도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자존심이 강한 이는 아니었다.

또한, 이런 배려는 언제나 메시지 만큼 메신저도 중요한 법이다.

이 잔을 메시지로 보낸 메신저는 차정환이라는 바텐더.

그는 코스 요리에 맞춰 적절한 때에는 셰프에게 양보를, 또 적절한 때에는 보폭을 맞추길 택했던 이였기에 마지막 스텝 정보는 욕심을 부려도 이해가 가능한 것이다.

맛을 따라오라 강압을 부린 디저트를 내보였던 자신에게 정면으로 맞서는 모습을 보니, 이 바텐더의 에고도 예사롭지 않은 것만 같다.

“잘 마셨습니다. 입안이 깔끔하군요. 소독한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했습니다. 참 재밌었어요. 오늘 맞춘 마리아주 말이죠.”

“영광입니다.”

“따로···. 아. 그건 나중에. 무운을 빌죠.”

연상규 셰프는 무언가 말을 덧붙일 것처럼 굴더니 아직 대회가 끝나지 않았음을 떠올리고는 애써 말을 참는다.

웃으며 내려가는 그의 모습이 건방지지만, 마음에 드는 후배를 만난 것 같은 표정이다.

“강짜를 부리셨군요. 페니실린이라니.”

“재미난 선택을 하셨네요. 잘 마셨습니다.”

백성민 바텐더와 음식 평론가 역시 적당한 평가를 마치고는 정환을 지나쳐 내려간다.

이제는 모두 끝난 심사. 남은 건, 파이널 결선으로 향할 바텐더를 발표할 시간일 뿐이다.

“여러분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지금 막 심사를 끝낸 심사 위원들의 채점표가 도착했습니다! 이제 곧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발표하겠습니다!”

심사가 끝나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사회자가 잘 조율한다. 칵테일 파티와는 달리 점수 합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마리아주.

그는 진행팀과 잠시 수신호를 주고받더니, 다시금 마이크를 들어 올렸다.

“네! 결과가 방금 도착했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월드 클래스 코리아 파이널 챌린지 마리아주의 결과! 여러분, 궁금하시나요!!!??”

- 네에에에에에!

“지금, 공개합니다-!”

적절한 동작이 섞인 멘트가 끝나자 장내의 조명이 모두 꺼진다. 그리고 깔리는 긴장감 넘치는 음악.

조명은 어느새 반짝거리며 안을 오가더니.

“먼저 4위를 발표합니다! 마리아주에 맞춰 오늘 엄선된 칵테일을 보여준 바텐더 중 4위는···! 1번 부스의 참가자! 고형규 바텐더입니다!”

- 팟!

하는 소리와 함께 1번 부스를 비춘다. 떠나는 이지만, 마지막으로 박수를 받을 수 있는 순간이다.

- 짝짝짝짝짝!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누군가는 차지해야 하는 자리임을 모르지 않는 참가자들.

고형규 바텐더는 덤덤히 자신의 순위를 받아들이며 손을 흔들고 작별을 고했다.

조명은 다시 꺼지고는 다음 순위를 향해 달려갔다.

“이제 3위입니다! 연상규 셰프의 요리에 맞춰 합을 이룬 바텐더 중 3등의 영광을 차지한 바텐더는 바로! 네! 3번 부스의 참가자! 신섬빈 바텐더입니다!”

- 팟!

- 짝짝짝짝!

순위는 앞선 심사 위원들의 반응에 맞게 1번과 3번 부스의 참가자를 먼저 언급하며 점차 긴장감을 더해갔다.

이제 남은 사람은, 제법 친분을 다진 2번 부스의 창혁과 4번 부스의 정환 뿐이다.

두 사람은 조용히 눈을 감고 다음에 이어질 발표를 기다렸다. 잠시간 마주친 눈빛 사이로 서로에 대한 응원을 전하는 두 사람이다.

“대망의 결선 진출자는 누굴까요! 연상규 셰프와 백성민 바텐더, 그리고 이재환 교수님의 선택을 받은 최후의 1인은!”

조명이 꺼지고는 이전보다 더욱 큰 음악이 나온다. 그리고 그 음악이 일시에 멎자.

“4번 부스의 차! 정! 환! 바텐더입니다!”

- 파팟!

이전보다 강한 조명이 정환을 비췄다.

무대에는 마치 정환이 홀로 선 것처럼 보였다.

***

1. 브랜디 크러스타

(브랜디 + 룩사르도 마스키라노 + 큐라소 + 레몬주스 + 설탕 시럽 + 아로마 비터스)

- '19세기 바텐더 예술의 정점'이라 불리는 칵테일, 브랜디 크러스타 입니다.

- 딱히 즐기는 스타일은 아니기에 자세한 맛 설명은 부실할 수 있습니다. 복합적인 맛이 납니다. 단순하고 알기 쉬운 맛보다는 복잡한 맛을 원할 때 주문하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 브랜디를 베이스로 한 칵테일은 언제나 풍부한 향을 자랑하죠. 전 그때문에 설탕이 없는 버전도 즐기는 편인데요. 취향에 맞춰서 주문해 보세요!

- 시작은 1850년대 뉴올리언스라고 합니다. 100년을 훌쩍 넘은 칵테일이네요.

- 재밌는 건 2000년대 초반까지 완전히 잊혀진 칵테일이었다고 합니다. 2010년대에 클래식 붐이 불며 다시금 부활한 칵테일이라고 하네요!(저도 처음 알았어요!)

- 가니쉬가 참으로 귀찮아 보이는 잔입니다..ㅎㅎ 주문하기 미안해지는..

2. 페니실린

(블랜디드 스카치 위스키 + 허니 진저 시럽 + 레몬 주스 + 아일라 위스키)

- 모던 클래식이라는 말을 앞서 글에서도 다룬 적이 있습니다. 그 모던 클래식의 시작이 바로 이 칵테일입니다.

- 맛은 이름에서 전해지듯 독한 향과 독한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항생제라는 말처럼, 아일라 위스키 특유의 소독약 향이 강하게 풍깁니다.

- 맛은 달고 시고 맵습니다. 강렬한 맛을 전해주기에는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 전 다른 의미로 이 칵테일이 페니실린 같은 칵테일이라 생각합니다. 의료계에 혁명을 가져왔던 약품인 페니실린처럼, 이 칵테일 역시 모던 클래식이라는 장르를 열며 대 모던 클래식 칵테일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 때는 2005년으로 미국의 허니 앤 밀크 바에서 시작이었습니다.

- 이 칵테일을 창작한 바텐더 샘 로스는 당시에 고작 22살이었다고 하죠.

- 페니실린처럼 혁명적인 칵테일입니다 :)

- 강렬한 맛을 입에 머금고 싶을 때, 페니실린 한잔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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