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잔. 단골 바텐더.
1.
“정환 씨.”
얼마나 그리운 목소리인가.
대략 1년 만에 듣는 인자한 목소리에 정환은 손이 떨려옴을 느끼고 있었다.
어느새 손님은 자리에서 일어서 특유의 인자한 미소로 정환을 쓸고 있다.
“어, 어떻게 오셨어요…? 오늘은 분명…?”
“잠이 안 와서요. 산책을 나왔다가 여기까지 오고 말았지 뭡니까. 하하.”
“마스터…! 보고 싶었습니다!”
정환은 조심히, 그리고 천천히 조금씩 걸음을 옮겨 명진에게 다가섰다.
떨리는 정환의 손을 꼬옥 잡아주는 명진의 모습. 명진은 토닥이는 손길로 정환의 어깨를 쓸며 인자한 눈빛을 아끼지 않았다.
정환의 떨리는 손이 많은 걸 말하는 것만 같았다.
“잘 지냈죠? 근사한 곳으로 바뀌었군요. 여기, 종로가.”
제일 듣고 싶었던 말이 제일 듣고 싶었던 사람의 입에서 나온다. 무너질 것만 같은 모습을 겨우 추스르는 정환.
정환은 말없이 명진을 살짝 안고는 자신의 몸을 맡겼다. 여전히 따스한 손길의 그의 등을 토닥인다.
전해지는 말은 없다. 허나, 온전히 전달되는 고생했다는 잔잔한 위로.
정환은 얼른 힘을 내고는 고개를 들어 그립던 얼굴을 다시금 감상했다.
“건강은요? 설마, 술을 드신 거예요? 아니죠? 윤수 씨?”
“네…? 김렛 하, 한잔 정도…?”
“안 돼요! 술은!”
“괜찮습니다. 건강도 많이 좋아졌고, 이제 한, 두잔 정도는 괜찮다는 말도 들었으니까요.”
“그래도…!”
“딱 한 잔만 하려던 참이었습니다. 방금 마셨구요.”
명진은 자신이 비운 잔을 들어 보이며 정환을 겨우 안심시킨다. 바 안에는 모든 딱 한 잔을 제외한 모든 잔이 정리되어 있어 그가 거짓을 말하는 게 아님을 증명했다.
“속은요? 식사는 하셨어요? 술은 그렇고 차라도 한 잔 내어올까요?”
오랜만에 스승을 만났기 때문일까. 정환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좀처럼 잘 볼 수 없는 모습에 바닥에 앉은 윤수는 얼떨떨할 뿐이다.
“오늘은 늦었군요. 다음에. 그저 얼굴이나 볼까, 하는 마음에 잠시 나섰던 걸음입니다. 못 볼 뻔했던 얼굴도 봤고 시간도 늦었네요. 이만 가야지요. 집사람이 걱정합니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한 번 잡아보려는 정환. 명진은 툭툭 어깨를 한번 다독이고는 몸을 돌려 바 안에 앉은 이에게 다가섰다.
“일어서셔야죠. 바텐더는 서 있을 때 더 멋진 법입니다.”
테이블 건너에서 내미는 작은 말로 윤수를 얼른 일으켜 세우는 명진이었다.
“엇. 네, 넵!”
만난다면 이것저것 해보고 싶었던 말도 많은 사람이었는데. 막상 이렇게 마주하니 딱히 말이 나오지 않는다.
윤수는 살짝 얼은 사람처럼 뻣뻣하게 몸을 일으켰다.
“좋네요. 윤수 씨는 서 있는 모습이 훨씬 보기 좋군요.”
“가, 감사합니다. 아까는 제가…”
건방진 말을 했다. 그런 말을 하려던 윤수에게 명진은 고개를 절레 저으며 말을 막아 버린다.
꽃이 진다고 바람을 탓할 순 없지 않나. 이미 전해진 말은 떨어진 꽃일 뿐이다.
떨어지는 모습도 아름다웠고.
“오늘은 이만 가봐야겠군요. 기분이 나쁘지 않아요. 월요일에 만나기로 했으니, 훗날을 도모합시다.”
“그레인 호텔로 가시는 건가요? 같이 가시죠.”
“아뇨. 잠시 혼자 걷고 싶군요. 취기가 싫지 않아요.”
“네? 한잔으로요?”
“좋은 바텐더가 준 술이라.”
정환은 윤수와 자신을 차례로 보며 짙게 웃는 명진을 보고는 이제야 상황이 파악되는 모습이다.
바닥에 주저앉았던 윤수, 잔을 비운 명진, 그리고 나오는 말. 자신이 아실을 비운 짧은 시간에 제법 많은 일이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네. 마스터.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대신, 도착한 후에 꼭 연락주시구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월요일에 또 만날 약속이 되어있지 않습니까? 못다 한 이야기는 그때, 마저 나누죠.”
바텐더에게 받은 잔의 여운은 집으로 향하는 길에 좋은 원동력이 된다. 정환이 이를 모르진 않을 터.
정환은 기분 좋아 보이는 명진을 보며 그런 여운을 떠올렸다. 이건, 누군가 방해해서는 안 되는 그 순간의 즐거움일 것이다.
“윤수 씨도, 월요일에 나오는 건가요?”
문고리를 잡고 밖으로 나서려던 명진이 멈칫하고는 뒤를 돌아본다.
여전히 넋이 빠진 윤수는 답하지 못하고 정환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스터만 괜찮으시면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괜찮으실까요?”
“그럼요. 아르센의 바텐더가 모두 모이는 자리지 않습니까. 윤수 씨. 그때 다시 뵙죠.”
“네, 넵! 그때 뵙겠습니다!”
제법 따뜻한 말이 들린 것 같은데. 지금의 윤수는 이를 알아채지 못한다.
어쩌면, 바텐더 역시 집에 가는 길에 남는 여운이 있을지도 모른다.
명진은 한번 고개만 까딱이고는 아실을 벗어나 종로의 골목을 걸어 나선다.
늦은 새벽 달빛만이 내려 한적한 종로의 골목 안.
작은 모퉁이를 도니 ‘숲’이란 간판이 걸린 가게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조금 더 멀리서 보이는 건 공사 중인 한옥 하나.
그곳 역시 안에는 기다란 바 테이블이 있어 익숙한 구조였다. 곧 생길 거란 말이 들리던 그곳처럼 보였다.
‘새로 피어날 꽃….’
역시.
떨어지는 꽃보다는 피어나는 꽃이 아름답노라.
웃음이 절로 나오는 길이었다.
2.
“푸하하하하하! 그러니까, 윤수 네가 마스터한테 일장 연설을 했다는 그 말이지? 그것도 시로? 푸하하하하하!”
종로에 있는 한 한식당. 방으로 나뉜 작은 공간 안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방 안에는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한 바텐더 넷이 저마다 평범한 모습으로 수저를 들고 있었다.
다들, 아르센의 바텐더들이었다.
처음 시작은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감격의 상봉, 그리고 이어지는 건 기나긴 안부와 근황 이야기.
그리고 그런 이야기 끝에 나온 말은 며칠 전에 있었던 명진의 갑작스러운 아실 방문이었다.
“마스터는 그걸 듣고만 계셨어요?”
“좋은 말씀이었습니다. 암요. 손님을 이해해주는 좋은 말이었지요. 김렛도 맛있었고.”
“아니, 크흐흐흡! 좋은 말이긴 한데, 왜 이렇게 재밌죠? 이야, 우리 윤수, 대단하네!”
“그, 그만 하세요! 부, 부끄러우니까!”
“마스터는 빈말하시는 분 아냐, 윤수 씨. 정말 좋으셨던 걸지도.”
“기준 형이 더 나빠요!”
바텐더라는 이름이 붙은 만큼 술잔이 오가도 어울릴 자리일 텐데. 이들의 식탁 위에는 별다른 술병은 모습을 보이질 않는다.
아쉽게도, 이들의 수장이자 스승인 명진의 몸이 술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행은 어떠셨어요?”
“알찼습니다. 앞서 들으신 것처럼 생각도 많이 정리되었구요.”
“흠. 사모님도 좋아하셨나요?”
“그이가 좋아하는 모습이 가장 좋더군요. 허허. 가끔 바에 들리는 건 싫어했지만요.”
“오. 바요? 술도 못 드시면서!”
“한 잔 정도는 괜찮습니다. 여러 바를 다니며 새로운 잔들을 마셔보고 오는 길입니다. 좋은 경험이었죠.”
“하. 거기까지 가서도 바라니. 마스터도 참!”
“어느 바를 가셨어요? 영국의 사보이 호텔 아메리칸 바?”
“거기도 갔고, 프랑스, 미국, 중국, 일본 등 유명한 곳은 다 가본 것 같습니다.”
“이야!”
“부럽습니다! 마스터!”
기준과 정우는 오랜만에 만난 마스터를 향해 온갖 질문을 쏟아낸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매일 붙어 있던 사람들이기에 더욱 그리웠던 지난 시간.
그런 그리움을 해소하려는 듯 오가는 이야기가 다분한 자리였다.
윤수는 동경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오가는 이야기를 놓치지 않으려 애를 쓴다.
자신이 존경하는 정환. 그리고 그런 정환이 존경하는 명진. 이 모든 것이 갖춰진 이 자리가 그에게는 제법 소중하게만 느껴졌다.
자신이, 이곳에 속했다는 사실까지 말이다.
하하호호 떠드는 소리는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진다. 술이 아닌 음료가 오가지만 그래도 충분한 자리.
다들 즐거움과 반가움을 섞어 연신 들뜬 모습이 가득이다.
딱 한 사람의 모습만 빼고.
같이 웃음 짓고 이야기에 섞여 있지만, 딱 한 사람. 정환의 모습만이 평소와는 조금 달리 겉도는 모습일 뿐이다.
며칠 전 한 번 마주했기에 반가움이 덜한 걸까. 아쉽게도 그런 건 아니었는데.
정환은 마치 무언가를 꺼낼 눈치를 보는 사람처럼 보였다.
이런 모습을.
정환의 사형인 정우는 놓치지 않았다.
- 스윽.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던 정우가 슬쩍 정환을 지나치며 그의 옆구리를 건드린다.
돌아보니 어느새 다가와 있는 정우의 얼굴.
“마스터랑 그 이야기 해봤어? 며칠 전에 만났다며.”
정우는 작은 목소리로 정환의 귓가에 ‘그 이야기’에 관한 진행을 묻는다.
아마, 윤현민 부장이 다녀가며 전했던 그 이야기를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뇨…. 아직. 지금은 꺼낼 때가 아닌 거 같아서요.”
“그렇지? 여기서는 좀 그렇지?”
“차차…, 여쭤봐야죠.”
“기다려봐. 조금만 더 놀고 시간은 만들어 줄게.”
“네? 아뇨, 굳이 안 그러셔도….”
“괜찮아. 이제 쭉 볼 시간도 많은데 뭘. 짜샤. 넌 나 없으면 어떡할래?”
“형….”
“됐다. 인마. 일단 놀아.”
정우는 간단히 할 말을 던지고는 얼른 자리로 돌아간다. 적당히 짧은 대화였기에 둘 사이의 귓속말을 누구도 신경 쓰진 않아 보였다.
이야기는 시간과 함께 무르익어갔다. 그간의 근황과 정환이 했던 일 이야기에 미소 짓는 명진의 모습.
재훈과 주용의 일화에서는 신기함을, 인터뷰와 방송 출연에서는 박장대소를 보여준 명진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어느덧 흘러, 자리를 파할 때가 다가왔다.
“저, 2차는 어디로 잡을까요?”
“커피나 차로 할까요? 윤수 씨. 저쪽에 찻집이 몇 시까지 하더라?”
“제가 가서 알아보고 올게요. 기준 형. 저 아래에 있는 집 말씀이죠?”
“응. 고생 좀 해줘.”
식당을 나서는 기준은 윤수와 모의하며 다음 장소를 물색한다. 아직은 하고픈 말이 많이 남아 보이는 기준의 모습.
허나, 그런 그의 바람은.
“자자.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정우의 말로 인해 무산되고 만다.
“네? 벌써요? 오랜만에 뵈었는데….”
“오늘만 날이 아니잖아. 마스터도 몸이 고단하시다고. 건강을 생각해야지.”
“그래도….”
“뭣하면 당장 내일도 뵐 수 있어. 우리만 시간이 나면. 어디 가시는 분도 아니고 말이야.”
“그건 그렇죠…. 그냥 아쉬워서.”
정우도 왜 아쉽지 않겠나. 기준의 마음이 백번 이해가 가는 정우는 슬쩍 자신의 주장을 꺾을 뻔했다.
허나, 때로는 양보라는 게 필요한 게 형제라는 이들의 사이다. 언제나 명진을 향하는 마음이야 자신이 제일이라 여기지만 그건 필요와는 관계없는 것.
지금 명진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이들의 막내, 정환일 것이다.
“됐어, 됐어. 내가 자주 약속 잡을 테니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마스터, 괜찮으시죠?”
“흠.”
정우가 이런 성격이 아님은 누구보다 명진이 가장 잘 알고 있다. 명진은 갑작스레 나서 자리를 정리하는 정우를 보며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조용히 한발 물러서서 상황을 지켜보는 명진. 그런 명진은 잠시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할까요? 몸이 조금 곤한 것도 같군요.”
“봤지? 마스터도 그렇게 말씀하시잖아.”
“그럼, 어쩔 수 없죠. 마스터. 이제 시간 많으니까, 자주 봬요. 언제든 마리너스나 아실에도 놀러 오시고요.”
“기준 씨.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대신, 한잔 밖에 마시지 못하는 손님이라고 구박은 하면 안 됩니다.”
“그럴 리가요. 절대요. 절대.”
“자자. 그럼, 오늘은 해산! 마스터는…. 그래. 정환이. 정환이 네가 오늘 좀 모셔드려라.”
명진의 허락까지 나오자 정우는 서둘러 상황을 정리한다. 그리고 나오는 말은 정환에게 했던 말의 연속.
자리를 만들어 주겠다는 말을, 그대로 지키는 정우였다.
“어, 그럼 제가 같이 모실까요? 대로에서 택시를 타면…”
“윤수는 나랑 같이 가고. 이리 와. 끼지 말고.”
“네?”
“쓰읍. 얌전히 가자? 기준이는 저쪽이지?”
“네. 형. 전 바로 저기서 택시 타면 돼요.”
“그럼, 가자. 마스터. 오늘 반가웠고 너무 좋았어요. 자주 봬요! 꼭!”
“마스터, 조심히 들어가세요. 자주 연락드릴게요.”
“오늘 뵐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반가움을 뒤로하고 다들 작별을 고한다. 정환과 명진이 먼저 반대편으로 사라진 후에야 떠나는 이들.
정환은 멋쩍은 듯 인위적인 상황 속에서 잠시의 시간을 얻었다.
“가시죠, 마스터. 저쪽 대로로 가서 차를 잡는 게 좋겠네요.”
“흠. 그것보다는.”
자연스레 걸으며 대화를 이어갈 정환의 목적이 막히고 만다. 잠시 멈춘 명진은 몸을 틀어 한쪽 골목을 바라봤다.
“이쪽으로 좀 걸을까요? 배가 너무 부르군요. 시간이 있다면 같이 걷죠. 제가 좋은 산책길을 압니다.”
이건 무슨 의미일까. 고민하던 정환을 지나쳐 명진은 먼저 골목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정환은 서둘러 그의 뒤를 쫓아 걸음을 옮겼다.
별다른 대화 없이 명진은 걸음을 옮겨간다. 언제고 말을 꺼내 볼까 전전긍긍하던 정환만이 속을 앓던 때.
주변의 풍경이 정환을 스치자, 이내 정환은 이 골목이 낯선 곳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여긴…?’
이들이 걷고 있던 그 골목은.
다름 아닌, 아실로 향하는 바로 그 골목이었다.
그렇게 몇 분을 더 걸어가자 이내 더 익숙한 풍경이 정환을 맞이한다.
그곳에서 걸음을 멈추는 명진.
이들이 멈춘 곳에는 아실이 불이 꺼진 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여기가 어떨까요?”
“네? 여긴 아실인데…?”
“바만큼 좋은 곳은 없으니까요. 속 깊은 이야기를 하기에는.”
!
“마스터…, 그럼 전부 알고…?”
“제가 차정환과 신정우라는 사람을 모를 줄 알았습니까? 이거 섭섭하군요. 허허. 그렇게 티가 나게 작당 모의를 해두고는. 두 분은 여전히 허술하군요. 바 밖에서는.”
바텐더로 살아온 게 30년이다. 눈치는 누구보다 앞서는 게 명진이라는 사람.
이미 은퇴했다는 사실 때문에 이들이 잠시 잊었어도, 그의 눈을 속일 순 없었다.
“…죄송해요. 바로 말씀을 드렸어야 하는 건데….”
“무슨 그런 말씀을. 우선, 들어가시죠.”
고개를 숙이며 부끄러워하는 정환에게도 명진은 여전히 인자한 모습이다.
정환은 서둘러 아실의 문을 열고는 안으로 향해 불을 켰다.
쉬는 날에도 불을 밝히는 아실의 모습. 마치, 1년 내내 불이 꺼지지 않던 강남의 한 곳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다.
“여기 앉으시죠.”
정환은 서둘러 의자를 빼고는 명진에게 자리를 권한다. 허나, 고개를 절레 돌리고는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는 명진.
명진은, 손님의 자리가 아닌 바 안으로 몸을 향했다.
“마스터…?”
건강에 대한 걱정, 그리고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는 의문이 합쳐진 정환의 한마디.
명진은 그런 정환의 말에도 외투를 벗어 옆에 두고는 소매를 걷어갈 뿐이다.
척. 척. 척.
소매를 모두 접은 후에야 나오는 그의 행동의 의미.
“지금 바텐더가 필요한 사람은 정환 씨일 테니까요. 자리는 이게 맞을 거 같군요.”
오랜만에 단골 바텐더를 마주한, 정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