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술은 특별합니다-115화 (115/175)

< 115잔. 익숙한 일. >

4.

“남부의 자부심? 멋진 이름이군.”

손님은 바텐더의 멋들어진 설명을 듣고도 고개를 갸웃한다. 한 번에 알아듣기에는 많은 게 응축된 설명이었다.

대신, 앞에 놓인 잔을 자신 쪽으로 가져와 향을 깊게 들여 마셔보는 그였다.

잔잔한 복숭아 향이 진득하게 퍼져간다. 위스키의 색을 가진 채 약초 향과 복숭아 향, 그리고 술 특유의 치는 향이 함께 들어 있는 술.

퍼져 오는 향이 싫지 않아 얼른 입으로 가져가고 싶을 정도였다.

“이름 때문이었다는 건가···.”

“단순히 이름 때문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아무래도, 초창기에 받았던 그녀의 평가도 무시할 순 없죠.”

“백인은 블루스를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백인에 여자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뭐, 이런 평가?”

“정확하십니다. 그럴 때마다 조플린은 이 남부의 술을 마시며 남부의 자부심을 떠올리려 했을지도 모릅니다.”

“남부의 자부심이라면, 이 써코?”

“아뇨.”

병을 가리키며 물어오는 손님의 말에 정환은 슬쩍 고개를 들어 허공을 바라봤다.

그의 시선이 닿은 허공에는 부드러운 블루스 음악이 떠다니고 있었다.

“블루스···.”

손님은 그제야 천천히 남부의 자부심이라 불리는 걸 입으로 뱉어 본다.

이제는 조금, 바텐더의 말이 와닿는 그였다.

“저마다 남부의 자부심이란 말을 들었을 때 떠올리는 건 다릅니다. 누군가에게는 재즈가 떠오를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칵테일을, 또 다른 누군가는 다른 무언가를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그 외의 것들도요.”

“하지만, 블루스 가수라면···, 반드시 블루스를 떠올렸을 거다?”

정환은 답 대신 밝은 미소를 보여주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건 정해진 하나의 정답이 아닌 그만의 대답.

조금은 피상적인 답이었다.

“바텐더로서는 남부의 자부심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칵테일이 떠오르긴 합니다. 남부는 바 문화의 발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 곳이라서요.”

“···흐음.”

손님은 웃어 보이는 바텐더 앞에서 숨을 짧게 토하고는 잔을 입으로 향했다.

다른 기교도, 맛의 더함도 없이 그저 스트레이트로 담긴 서던 컴포트가 향을 뿜으며 그의 입을 채웠다.

진득하고 투박하면서도 달콤한 중독적인 맛. 거기에 나름 강하게 남은 술의 향기가 어울려 제법 거친 맛이 입안을 스쳤다.

“괜찮으신가요?”

“투박하군. 거칠고. 하지만 분명 달콤한 향이 있어서 기분은 나쁘지 않네. 중독적이야.”

“특징을 잘 잡은 술입니다.”

“마치, 남부처럼.”

- 씨익.

씨익 입꼬리를 올려 보이는 손님은 이 잔이 싫지 않은 것 같았다.

“입에 맞으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아직, 들을 말은 하나 더 남은 거 같은데.”

“어떤···?”

“아까, 길을 떠나는 사람에게 어쩌고 하는 잔이 있다고 했었지. 원 포 더 로드. 였나?”

“원 포 더 로드. 맞습니다.”

“그러니 말일세. 이게 내 원 포 더 로드인 이유. 그 이유도 있을 거 아닌가? 그저, 재니스 조플린 음악을 들었기에 이 잔을 줬다기에는···, 자네가 조금 의뭉스러운데.”

시간이 흐르면 바텐더만큼 손님 역시 바텐더에 대해 아는 게 많아진다.

적어도 지금 눈앞에 있는 바텐더는 그렇게 단순한 바텐더는 아니라고. 또, 이 바텐더가 내미는 잔에는 의도가 없지 않다고.

손님은 어느새, 정환에 대해 전부 알아보는 눈치였다.

“딱히 큰 의미를 둔 건 아닙니다.”

“흠. 내가 연주하는 장르가 블루스고 마침 튼 노래가 재니스 조플린이고 거기에 맞춰 낸 잔이 마침 또 재니스 조플린이 좋아하던 술이고, 마침 또 그 술의 이름이 남부의 자부심이었다는 거군?”

“······.”

너무 노골적으로 다가갔던 거였을까. 손님의 추궁에 정환은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한다.

때로는 홀로 의미를 담은 잔을 내밀고 그대로 만족하려던 그의 습성이 이렇게 발목을 잡는다.

오늘은 아무래도, 잔에 말이 너무 많았던 것만 같다.

“다른 의미가 있는 건 아닙니다. 그저 저도 블루스라는 음악을 좋아했기에 남달라서요. 아쉽게도 한국에는 남부처럼 어떤 한 장르의 음악이 성행하는 지역이란 곳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땅도 좁고, 문화가 발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요.”

“그렇지. 흑인 음악이라 해도, 예전으로 치면 미8군 정도가 전부였지. 그마저 이제는 없지만.”

“하지만, 그런 한국의 상황에서도 딱 한 곳만은 달랐습니다.”

정환은 감히 앞에 앉은 이와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조금 옆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

애써 손님과 시선을 맞추지 않는 그의 모습이 조금은 어색하게 보였다.

“한 곳···?”

“압구정에 있었던 곳이죠. 라이브 바, ‘저스트 블루스’. 그곳에서만큼은 언제나 블루스 음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랬기에 전 그곳을 떠올리며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곳이 마치, ‘미국의 남부’ 같다고···.”

!

“자세히 아는 건 아닙니다. 가 본 적은 한 번밖에 없으니까요. 그래도 건너 들은 이야기는 있습니다. 블루스를 정통으로 즐길 수 있는 곳은 그곳뿐이라고···.”

정환은 한마디를 뱉어두고는 얼른 연이은 말을 붙이며 자신이 한 말을 포장해 갔다.

이건 지난 생에서 검색을 통해 알아낸 정보와 동영상을 보며 느낀 것들을 종합한 그의 소감.

조금은 가까워 보이는 말에 최대한 어색함을 없애 보려 얼른 말을 덧붙이는 그였다.

“···저스트 블루스가 한국의 남부라···”

바텐더의 말을 들은 손님의 눈이 깊어진다. 자신이 운영하던 곳이, 또 망한 곳이 마치 블루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그 남부와 같다는 말을 하다니.

조금은 촉촉해지려는 감정이 그를 쓸고 가는 것만 같았다.

결과는 참혹했다. 알지 않나. 망했고 찾는 사람이 적어 문을 닫은 곳이지 않나.

헌데, 이렇게 포장을 해주니, 제법 감격스러움이라는 게 찾아올 것도 같아 보였다.

손님은 슬쩍 고개를 들어 애써 자신을 피하는 바텐더와 눈을 맞췄다.

“그렇다면 자부심은···?”

그리고 물어가는 말은 앞서 나온 말의 완결. 둘 사이를 오갔던 말은 그저 ‘남부’가 아닌, ‘남부의 자부심’이었다.

정환은 말을 물어오는 손님에게 쉽게 입을 열지 않는다. 대신 피하던 눈을 옮겨 누군가와 맞춰보는 정환의 시선.

그의 눈이 한곳의 자부심과 마주쳤다.

“······.”

굳이 말하지 않아도 좋다. 아니, 말하지 않는 게 더 좋을지도. 때로는 낯간지러운 말은 이렇게 전하는 게 더 효과적일 때도 있지 않나. 정환은 그런 생각에 그 말을 애써 입으로 하진 않았다.

그래도, 의미 전달은 확실히 된 것만 같았지만.

잔잔한 침묵이 둘 사이를 채운다. 두 사람의 사이로는 미국 남부의 자존심, 블루스만이 흘러가고 있다.

“한잔, 새로 마셔봐도 되겠나?”

정환은 말없이 그의 잔에 다시금 서던 컴포트를 따라주고는 잠시 시간을 남겨둔다.

조용히 홀로 잔을 즐겨보는 손님의 모습.

조금 전과는 다른 맛이 그를 스치는 것만 같았다.

“이런 맛이었나.”

잔에 무언가 더해지니, 맛이 조금 변한 것만 같다. 바텐더의 기교가 들어가지 않은 잔이라 여겼는데. 아마, 그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말이 많은 바텐더였어. 암.”

“평소에는 조금 다릅니다. 오늘은, 영업이 끝난 후니까요.”

“그럼, 늘 영업이 끝난 후에 만나야겠군.”

“언제든 편히 찾아주십시오. 물론, 영업이 끝난 후에도요.”

“사람하고는.”

- 치치치직.

손님은 말과 함께 마지막 담배를 눌러 끄고는 몸을 일으키려 한다.

이제는 정말, 이곳을 떠나려 하는 그였다.

“시간이 늦었군. 이제는 가봐야지. 자네도 얼른 들어가야 하지 않겠나?”

“오늘,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꼭 한잔 제가 대접하고 싶었습니다.”

정환은 이전 생에서 느꼈던 감정을 꼭꼭 눌러담아 그에게 감사를 전한다. 잔을 받은 이는 손님인데, 감사는 바텐더에게서 나가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내가 고맙지. 잘 마셨네. 언젠가는 꼭 갚음세.”

“굳이 갚으신다면, 말씀드렸던 물품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1집 말인가? 허, 참. 사람. 내 구해보지. 그리고, 술도 좋았네. 서던 컴포트. 입에도 딱 맞고. 영업 끝나고도 긴장을 풀지 말게나. 내가 또 만나러 올지도 모르는 일이니.”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꼭.”

“부산에서 자리 잡으면 연락하겠네. 허. 마침 또 향하는 곳도 남부군.”

“그게 그렇게 되네요.”

- 씨익.

- 씨익.

두 사람은 마주 선 채 서로를 향해 한번 진한 미소를 남기고는 손을 맞잡았다.

아실을 빠져나와 어두운 종로의 골목을 터덜거리며 걸어가는 손님의 모습.

둘이 다시금 마주한 건 그로부터 몇 달이 흐른 뒤, 또 영업이 끝난 후였다.

5.

바람이 조금 퉁명하게 불어와 계절이 바뀌었음을 알린다. 연말을 향해 달리는 시기에 맞게 차게만 불어오는 바람.

거리를 걸어가던 정환은 옷의 앞섬을 챙기며 단추를 채웠다. 그의 옷이 오늘은 제법 형식을 갖춘 차림새다.

어두운색 두꺼운 정장을 버리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는 양복에 넥타이까지 차려입고는 한 손 가득 무언가를 들고는 커다란 건물을 향해 걸었다.

건물의 제일 위에는 초록색 십자가와 함께 ‘채움 병원’이라는 간판이 빛을 뿜고 있었다.

시간은 이미 아실이 문을 닫은 새벽녘. 내일 낮에 찾아볼까, 그런 생각도 했지만 정환은 애써 옷을 챙겨 입고는 목적지를 향해 걸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그의 손에는 종이가방이 하나 묵직하게 달려있다.

병원 건물로 들어선 정환이 잠시 고개를 두리번거린다. 그리고 이내 눈에 들어오는 안내판.

정환은 거기서 지하에 있는 한 장소에 손을 올리고는 다시금 걸음을 서두른다.

정환이 향하는 방향에는 ‘장례식장’이라는 글이 아련히 위치를 나타내고 있다.

계단을 뚜벅 걸어 아래로 향하니 이내 고인을 알리는 화면이 정환을 맞이한다.

그곳에는.

[고인 : 故 최수영]

정환이 알아볼 수 있는 이름이 하나 빛을 발하고 있다.

연락을 받은 건 정확히 오늘 저녁이었다. 아무런 특이점 없이 하루를 보내던 중 우연히 들어간 백사이드에서 보았던 건 울리고 있던 자신의 휴대폰.

휴대폰 화면에는 누군가의 부고를 알리는 단체 메시지가 연신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을 뿐이었다.

딱히 격하게 먹먹한 감정이 드는 건 아니다. 바텐더는 언제나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것에 익숙한 직업.

하루에도 수십 명을 만나는 바텐더는 필연적으로 수십 개의 이별 역시 함께 겪는 이들이다.

12년을 바텐더로 일하며 많은 손님을 떠나보낸 기억이 그에게는 있다. 이 역시 어쩔 수 없는 이별이라.

정환은 그런 생각에 조금 덤덤하게 분향소에 들 수 있었다.

이번이 회귀한 후에는 첫 이별이지만 말이다.

분향소에 들어서니 조금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 그를 맞이한다. 정갈한 모습의 분향소와는 다른 조금은 자유로운 모습의 분향소.

영정 사진을 대신할 자리에는 공연 중인 그의 모습이 자리했고 주변에도 온통 무대 위에서 밝게 웃던 그의 사진이 가득했다.

그리고 제일 끝자리에 자리한 건 생전 고인이 즐겨 쓰던 기타 두 정.

정환은 그 모습들이 생전 그의 모습과 닮아 있어 저도 모르게 웃을 뻔했다.

누가 봐도 그때 그 사람의 자리가, 분명해 보였다.

향을 하나 두고 정환이 사진에 절을 올린다. 그리고 상주로 보이는 이와 맞절을 한 번 더 하는 정환.

상주는 정환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한다.

“저희 형님과는 어떻게···?”

“팬이었습니다.”

“아. 그러셨군요. 허허. 몇 분 없는 팬을 이렇게 만나다니요. 감사했습니다. 와주셔서 감사하구요.”

“아닙니다. 제가 감사했습니다. 얼마나 상심이 크십니까.”

간단한 인사가 둘 사이를 오간다. 생전 면식이 없는 상주와 조문객은 딱 이런 관계일지 모른다.

“들어가셔서 식사라도···”

“아뇨. 시간이 늦어서 바로, 가봐야 할 거 같습니다. 대신 이걸···”

“이건···?”

정환은 그런 상주에게 자신이 가져온 종이가방을 건넨다. 그의 가방 속에는 어두운색의 양주가 한병 들려 있다.

일반인이라면, 쉽게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는 그런 술병이.

하지만.

“서던 컴포트네요.”

!

상주는 바로 그 술의 정체를 알아본다. 그는 이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정환을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조금 아련함이 맺힌다.

“저쪽을 한번 봐주시겠습니까?”

상주는 손에 술병을 들고는 정환에게 한쪽에 놓인 제사상을 가리킨다.

원래라면 청주가 있어야 할 제사상의 바로 앞. 그곳에는.

“서던 컴포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술병이 하나 자리를 빛내고 있었다. 정환이 가져온 것과 같은 술이.

“형님이 생전에 가장 좋아하셨던 술입니다. 얼마 전부터지만요. 부산에서도 늘 저 술을 달고 사셨죠.”

“······.”

“좋은 바텐더가 알려줬다고 하시더군요. 서울에 가면 꼭 가야 할 바가 있다고···. 물론, 다시 가시진 못하셨지만요.”

상주는 정환이 가져온 술병을 내려다보며 아련히 지난날을 들려준다.

바텐더는 알지 못하지만, 그의 색이 강하게 묻은 지난날이 타인의 입을 통해 들려왔다.

“차정환, 바텐더시죠?”

!

“마, 맞습니다. 그걸 어떻게···?”

“유명하신 분이더군요. 티비에도 나오셨고.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만, 형님이 매번 귀가 닳도록 이야기를 하셔서요. 이제는 이름 정도야 정확히 기억을 하죠. 부산에 내려와서 많이 알아보셨던 모양입니다. 안 하시던 인터넷도 하시면서요. 방송, 인터뷰 등 다 찾아봤을 겁니다. 그중에서도 종로 이야기를 참 좋아하셨습니다. 바의 골목. 맞죠?”

상주가 얼른 정환을 이해시켜준다. 들은 것만으로 나오는 정보가 방대한 것이, 제법 많은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다.

“···그러셨군요. 몰랐습니다. 전혀···.”

“아마, 형님도 바텐더님 팬이셨을 겁니다.”

“영광입니다. 진심으로.”

“선물, 감사합니다. 이 병으로 바꾸면 더 좋아하시겠죠. 그리고 이건···”

상주는 이제야 고개를 끄덕이는 정환에게 다른 종이 가방을 하나 가져온다. 정환이 가져온 것과는 조금 다른 종이 가방.

“괜찮습니다. 답례품은···”

“아뇨. 이건 개인적인 선물일 겁니다.”

“네? 그게 무슨···?”

“제가 아니라, 형님께서 드리는 거니까요. 보시죠.”

정환은 그 종이 가방을 건네받고는 이를 열어 안에 든 내용물을 확인했다.

그 안에는.

[최수영 1집 – 내가 사는 세상.]

정환이 그토록 가지고 싶다고 했던, 고인의 1집 앨범이 들어 있었다.

앨범의 표면에는 까만 글씨가 적혀 있어, 더욱 가치를 빛내는 중이다.

그의 싸인으로 보였다.

“어렵게 구하신 겁니다. 주변에 수소문해서요. 주러 가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었죠. 영업이 끝난 시간에.”

“···제가 이걸 받아도 될지···.”

“받으셔야죠. 이름도 적혀 있을 겁니다. 싸인이니까요. 부디, 받아주세요. 혹시 몰라서 준비해 두길 잘했네요.”

상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는 고개를 깊게 숙인 후 다른 문상객을 맞으러 걸음을 옮겼다.

홀로 복도에 나와 전해진 선물을 바라보는 정환.

정환이 바라본 앨범에는 아쉽게도 정환의 이름은 적혀 있지 않았다.

단지 적혀 있는 거라곤.

[남부의 자부심이 종로의 자부심에게.]

보내는 이와 받는 이가 전부인 한 문장. 정환은 한참이나 그 앨범을 내려다보고는 멀뚱히 서 있어야만 했다.

전부 이해한 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날 전하려던 말은 전부 전해진 것만 같았다.

정환은 내려다보던 앨범을 품에 넣고는 다시금 복도를 걸어 나갔다.

- 뚜벅, 뚜벅.

많이 겪었던 일이기에 이번에도 덤덤하게 이별을 맞이하는 바텐더의 모습.

- 뚜벅, 턱.

왜인지 걸어가던 그의 몸이 잠시 벽에 기대어졌었지만, 언제나와 다를 것 없는 그런 이별이었다.

****

- 이번 글에는 따로 칵테일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앞으로 다시 서던 컴포트를 이용한 에피소드가 없을 것 같아 이렇게 털고 갑니다 ^^

- 보통 서던 컴포트하면 재니스 조플린 or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이렇게 두 이야기 중 하나를 다루는 편인 것 같습니다. 전 재니스 조플린을 택했기에 이렇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준비했던 칵테일을 풀고 갑니다!!

1. 스칼렛 오하라(scarlett o'hara).

(서던 컴포트 + 라임 즙 + 크랜베리 주스 + 라임 웨지)

- 서던 컴포트로 만드는 대표적인 칵테일 중 하나, 스칼렛 오하라입니다.

- 이름은 유명 영화이자 소설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여주인공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영화는 남부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내용을 담은 영화인데요 :) 이전편부터 줄창 나오는 '남부'와는 떼놓을 수 없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스칼렛 오하라 역을 맡은 비비안 리 역시, 전형적인 남부 미인으로 통하죠.

- 그래서인지 작중에는 서던 컴포트가 많이 나옵니다. 그중 여주인공이 마시던 빨간 술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술이 스칼렛 오하라 입니다.

- 라임 웨지는 선택이 아닌 필수! 입니다.

2. 레트 버틀러(Rhett Butler).

(서던 컴포트 + 오렌지 큐라소 + 라임 주스 + 레몬 주스 + 레몬 트위스트)

- 스칼렛 오하라와 세트 격인 술입니다. 예상하신 분이 있으시겠지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남주인공 이름이 '레트 버틀러'입니다.

- 스칼렛 오하라에 비해 무거운 도수를 가졌고 조금은 신맛이 강한 칵테일 입니다.

- 작중에서 버틀러의 사랑을 맛으로 표현했다는 말도 있죠 :)

- 연인끼리 바에 방문하신다면 함께 스칼렛 오하라와 레트 버틀러, 어떠신가요?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보세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속 레트 버틀러와 스칼렛 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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