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술은 특별합니다-92화 (92/175)

92잔. 나의 작은.

5.

지금부터, 생방송을 시작합니다.

시작을 알리는 여성 진행자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세트장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시작되는 부스별 개인 방송.

“안녕하세요. 강 주부의 고급진 레시피 방입니다.”

강 대표가 주인인 부스 역시, 방송을 시작했다.

세트장 밖에서 보이는 모니터에도 인터넷 방송에 송출되는 화면이 그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빠르게 채워지는 채팅창과 입장한 시청자들 목록.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

.

.

정환은 순식간에 밀려나는 시청자 목록을 보고는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다행이다. 입을 쩍 벌린 지금 정환의 모습이 카메라를 타고 있는 건 아니니까.

이미 방송이 시작된 지금에도, 정환은 여전히 세트장 밖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다.

아직은, 정환이 나설 타이밍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요리하는 동안은 뻘쭘할 수가 있어요. 그러니까, 아예 요리가 끝나면 들어오는 거로 합시다. 예. 그게 좋겠네요.

요리와 달리 칵테일은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기에 멀뚱히 서 있는 그림을 피하려 정환은 잠시 밖에서 대기했다.

‘휴…. 저걸 실시간으로 안 봐서 다행이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카메라가 돌아가는 자리에서 저렇게 밀려나는 시청자 목록을 보지 않아도 되었던 건 다행이다.

당장 밖에서 봤음에도 입이 이렇게 벌어질 정도인데. 저 자리에서 봤다면, 정환은 표정을 관리하지 못했을 게 분명했다.

“다들 반갑습니다. 오늘은 제가 서 있는 곳 풍경이 조금 다르죠? 예. 어이구. 알아보시는 분들도 있네요. 예. 바. 바 맞습니다. 흐흐. 조금 있다가 게스트를 한 분 모실 거예요. 자알-생겼어요. 기대해봐요. 흐흐. 나랑도 조금 닮았고.”

강 대표는 능숙한 모습으로 방송을 이어갔다. 이미 몇 주간, 이 방송을 통해 인기를 얻은 그였던 만큼 이제는 익숙해 보이는 모습.

벌써, 천상 방송인이 다된 듯한 그였다.

“오늘 해볼 요리는 이제 멕시칸 요리입니다. 예. 멕시코란 나라는 다들 아시죠? 간단하게 만들어 먹기에는 이 나라 음식만 한 게 없어요. 타코, 또 또띠아. 이런 거. 그걸 해볼 겁니다. 그리고 이제, 방에 부제 보이죠? 마리아주. 거기에 맞춰서. 예. 뒤에 보이는 거. 한 잔. 그것도 곁들여 주고. 흐흐.”

강 대표는 손을 까딱하며 잔을 들이켜는 자세를 취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채팅창에는 바텐더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걸 알아보는 이들이 몇 명 보이기 시작했다.

방송은 유려하게 흘러갔다. 강 대표야 매주 하는 일이 아닌가. 그는 자연스레 시청자와 소통하며 요리까지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

‘이렇게 하는 거구나.’

정환은 그런 강 대표의 모습을 보며 자신이 해야할 행동을 배워갔다.

어떤 행동을 하면 반응이 살아나고, 또 반응에 따라서는 행동을 바꿔간다.

이게, 실시간 방송을 대하는 그만의 노하우처럼 보였다.

어느덧 방송은 중반을 달리며 요리가 끝나갔다. 그리고 전해지는 강 대표의 사인.

“게스트 분. 준비하시죠.”

사인을 읽은 한 스태프가 정환에게 다가와 등장할 타이밍을 알려줬다.

정환은 그에 맞춰 동선을 미리 파악하고는 입장할 준비를 마쳤다.

그의 얼굴에는 누군가 발라준 화면용 화장품이 가득 묻어 있다.

“자. 이제 요리가 끝났으니까, 이걸 그냥 먹기는 좀 그렇잖아요? 여기 딱 맞는 술. 곁들일 술을 한 잔 만들어 주실 분을 모셔보려고 합니다. 제가 말했죠? 오늘 게스트 한 분 있다고. 흐흐. 다들 놀라실 겁니다. 선생님? 여기 나와주세요.”

타이밍 좋게 강 대표가 정환을 부른다. 천천히 걸어서 카메라의 앵글 안으로 들어가는 정환.

카메라는 그런 정환의 모습을 제법 극적으로 잡아줬다.

세트 내에 설치된 인터넷 방송용 카메라 역시 마찬가지. 멀끔한 차림의 정환이 송출용 카메라 앵글 속으로 들어가자, 채팅창은 다시금 빠르게 도배되기 시작했다.

“어이구. 반응이 좋네. 역시. 이거 봐봐요. 다들 잘생겼다고 하네. 흐흐. 잘생겼죠? 저랑 좀 닮았고. 아니라고? 에이. 거짓말하지 말아요.”

강 대표는 그런 반응이 싫지 않아 더욱 바람을 잡아갔다.

“제가 아까 이분을 부르면서 선생님이라고 했죠? 맞습니다. 제 술 선생님. 전 그렇게 불러요. 사업하면서 메뉴 구상할 때 도움도 받고, 또 술에 대해 모르는 게 있으면 제일 먼저 물어보는 분이 여기 선생님이에요. 선생님? 인사 한번 해줘요.”

“안녕하세요. 바텐더 차정환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정환은 밝게 웃으며 카메라에 대고 인사를 전했다. 정환의 미소가 발하자, 이내 채팅창은 또 빠르게 움직인다.

“이야. 인사만 해도 반응이 이렇네. 다들 실력 보면 입이 더 벌어질 텐데. 흐흐. 여기 알아보는 분들도 있네요. SNS에서는 좀 유명하죠? 예. 맞습니다. 그분.”

“아. 네. 종로 맞습니다. 알아봐 주시네요. 감사합니다.”

쏟아지는 채팅창에는 다양한 반응이 가득했다.

“예? 불쑈요? 아뇨. 아뇨. 그거 하시는 분은 아닙니다. 이제 좀 다르죠. 그렇죠? 선생님?”

“네. 이제 병도 돌리고 불도 뿜으며 화려한 바텐딩을 보여주시는 분들은 ‘플레어 바텐더’라고 부르시는 분들입니다. 저랑은 분야가 다른 분들이죠.”

“흐흐. 자, 설명합니다. 이제 흔히 아는 불쑈하고 춤추고 이런 건 플레어 바텐딩. 그리고 이제 이 선생님은 클래식 바텐딩. 영역이 다른 거예요. 아예.”

아직은 바텐더란 직업이 많은 이해를 받던 시기는 아니었다. 이 당시만 해도 바텐더란 말을 들으면 대부분 플레어 바텐더를 떠올리던 시절.

시청자들 역시, 대부분 플레어 바텐더를 떠올리며 정환에게 적절한 드립을 선사했다.

“불쑈 못하면 노잼? 아닙니다. 에이. 그런 말 하지 말아요. 이제, 이분이 클래식 칵테일은 제가 알기로 이거. 이겁니다. 진짜.”

쏟아지는 짓궂은 채팅에도 강 대표는 연신 정환을 감싼다. 엄지를 추켜세우는 그의 모습에 정환은 든든함을 느꼈다.

“선생님, 이제 요리가 끝났거든요. 보셨죠?”

“예. 잘 봤습니다. 맛있겠던데요?”

“흐흐. 당연한 말씀을. 접니다. 저예요. 맛있어요. 그래도, 이제 이것만 먹기에는 심심하잖아요? 같이 즐길 수 있는 술이 있으면 좋을 텐데. 어때요? 한 잔 만들어 주실 수 있어요?”

강 대표는 전문 진행자처럼 방송을 주도했다. 정환에게 자연스레 주의가 끌리도록 이끄는 그의 모습.

정환은 그런 배려가 무색하지 않게 얼른 자리에 익숙해지려 노력했다.

“네. 물론이죠. 우선, 멕시칸이니까, 여기 채팅창 말씀처럼 데킬라 베이스로 칵테일을 만들어 보는 게 어떨까요?”

“크으. 데킬라. 좋죠. 데킬라, 저기 스트레이트로 마셔도 맛있는데. 쓰흡.”

“만드신 음식을 먼저 먹어봐야겠네요. 한 번 맛을 보면, 더 칵테일을 잘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그러세요. 여러분. 이게 그냥 하는 게 아니에요. 맛을 보고 그에 맞춰서 이, 마리아주. 즉, 페어링이라는 걸 하는 겁니다. 예. 전문적인 거예요.”

“음. 타코가 전체적으로 기름진 느낌이 있네요. 조금은 상큼한 칵테일이 어울릴 거 같습니다.”

“우린 또 쉬워야 하는데. 괜찮겠어요? 막, 어려운 거 아니죠?”

“그럼요. 쉽게 따라오실 수 있는 레시피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역시! 그러실 줄 알았다니까. 흐흐. 해봅시다. 네. 아이. 자꾸 불쑈 말하지 말라니까요.”

채팅창을 읽으며 소통하는 강 대표 옆으로 정환이 재료를 준비했다.

간단하면서도 강 대표가 만들어 둔 타코와 어울릴 칵테일을 준비하는 정환.

셰이커와 간단한 재료, 얼음, 그리고 데킬라를 한 병 가져온 정환은 이내 준비가 끝났음을 알렸다.

“재료가 이렇게 간단해요?”

“여러 술이 들어가도 맛있지만, 홈텐딩할 때는 술이 또, 많지 않을 수가 있으니까요. 어, 그래도 셰이커 정도는 준비해주셔야 합니다.”

“홈텐딩 하실 거면, 셰이커는 하나씩 사세요. 다들. 예. 있어야 합니다.”

“제일 먼저 만들어 볼 칵테일은 ‘데킬라 사워’인데요. 사워란 말 자체가 하나의 칵테일 종류를 뜻합니다. 시큼한 스타일의 칵테일을 말하죠.”

“위스키 사워, 미도리 사워. 이런 거죠? 사와라는 말도 이 사워에서 나온 거로 아는데.”

“예. 맞습니다. 일본식이죠.”

확실히 대화를 받아주는 이가 있으니 편안하다. 그런 느낌 속에서 정환은 셰이커에 재료를 채워갔다.

데킬라와 레몬주스, 그리고 설탕과 얼음이 셰이커를 채웠다.

설탕이 들어가는 순간, 조금은 뜨거워졌던 채팅창이었다.

“집중! 여기가 중요해요! 이걸 잘 봐야 해요! 설탕 그만! 집중!”

정환이 셰이커를 올려 들자 강 대표가 시선을 집중시킨다. 사운드도 비운 채 기다려주는 모습.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정환을 향했다.

챠카착! 챠카착! 챠카착!

정환은 그런 스포트라이트 사이에서 멋들어진 셰이킹을 보여준다. 언제나처럼 들려오는 청아한 셰이킹 소리.

시청자들은 그런 모습과 소리에 반응하듯 저마다 탄성을 키보드로 누르기 시작했다.

바에 대해 몰라도, 또 칵테일에 대해 몰라도. 누군가의 뛰어난 모습은 언제나 전해지는 법이다.

챠아아아악!

정환은 고급진 손동작으로 잔을 가져와 술을 따라냈다. 평소보다 더 높이서 떨어트린 술이 조금의 튐도 없이 잔에 안착했다.

조금은 겉모습에 신경 쓰는 듯한 정환의 모습에 강 대표는 홀로 웃음지을 뿐이다.

“자. 데킬라 사워. 나왔습니다.”

장소는 바가 아니지만, 마무리를 잊지 않는다. 정환은 늘 그렇듯, 손끝으로 잔을 밀어 카메라 쪽으로 보여주며 바텐딩을 마무리했다.

그 모습이 제법 멋들어져 채팅창은 또 한바탕 난리였다.

“이야. 이거 냄새를 맡아보셔야 하는 건데. 죽입니다. 여러분. 진짜 죽여요.”

강 대표는 잔에 코를 대고는 연신 엄지를 추켜 올린다. 이건 과장이 아니라 진심으로 보여주는 그의 반응.

상큼하면서도 데킬라 특유의 향을 살린 노즈가 그의 코를 간지럽혔다.

“이걸 저만 맛볼 수는 없죠? 우리 작가님. 작가님 여기로 와봐요.”

강 대표는 언제나처럼 이를 맛볼 사람으로 송미영 작가를 택했다.

눈이 동그랗게 커진 송 작가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세트장 안으로 들어섰다.

채팅창에는 그녀를 반기는 채팅이 가득했다.

“작가님, 술 잘 드세요?”

“조금요. 잘은…”

“에이. 거짓말. 술 좋아하시면서.”

“독한 건 못 마셔요. 진짜요!”

“에헤이. 그렇다 칩시다. 데킬라가 근데, 여러분 절대 약한 술은 아닙니다. 특유의 맛이 강한 편이에요. 재료가 뭐죠? 선생님?”

“용설란이라는 식물입니다. 선인장 같은 거죠.”

“그러니까요. 작가님. 데킬라 스트레이트로 마셔봤어요?”

“아뇨. 한 번도요.”

“여기, 향만 맡아봐요. 향만.”

“…!!”

강 대표가 샷 잔에 따른 데킬라를 송 작가에게 가져가자 이내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변한다.

생각보다 강한 술향기에 그녀는 놀란 눈치였다.

“세죠? 이런 술이라니까. 이 반응을 보고, 이제 이 칵테일을 마셔볼 겁니다. 물론, 음식도 같이.”

자연스레 샷 잔을 뺏고는 칵테일 잔을 내미는 강 대표. 송미영 작가는 조금 전 향을 맡은 덕분인지 조금은 긴장한 표정으로 칵테일을 손에 들었다.

한 손에는 강 대표가 만든 타코, 그리고 다른 손에는 정환이 만든 잔을 든 송 작가.

그녀는 타코를 한 입 먹고는 그녀의 상징과도 같은 다이나믹한 표정을 한 번 보여줬다.

그리고 연달아 입으로 향하는 정환의 잔.

호르르륵.

불안함을 가진 그녀의 입으로 술이 조금 흘러들자.

!!!

그녀의 눈이, 이때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크기로 커지기 시작했다.

척!

송 작가는 그대로 눈을 멈춘 채 엄지를 올려 든다. 이 역시 진심으로 나오는 반응.

데킬라 특유의 풀 냄새를 레몬주스의 향이 잡아주고 설탕의 달콤함이 적절히 녹아들어 짭조름한 타코와는 절묘한 조합을 이뤄냈다.

따로 맛봤다면 이 정도의 반응은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말 그대로 마리아주. 즉, 같이 맛봤기에 나올 수 있었던 반응이다.

그녀는 신기하다는 듯 게스트로 나온 정환을 연신 훑어보기까지 시작했다.

당연히 그런 모습까지 전부 화면에는 송출되고 있다.

채팅창은 방금 그녀가 마신 술맛을 궁금해하는 물음표가 연달아 줄을 지었다.

“맛을 설명 좀 해줘요. 어때요?”

“대박! 완전 상큼해서 타코랑 정말 잘 어울려요! 짭조름한 맛도 중화해주고, 느끼함도 잡아줘서 훨씬 맛난 거 같아요!”

“그렇죠? 이게 페어링, 마리아주의 효괍니다. 여러분. 예.”

강 대표는 자랑하듯 말을 하고는 연신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의도한 그림이 나와, 사뭇 기쁜 그였다.

방송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후로도 여러 잔을 만들어 가며 이런저런 설명을 이어가는 정환.

“이건, 다들 아실 데킬라 선라이즈란 칵테일입니다. 색을 좀 멋지게 내고 싶으시다면 레시피에 나온 것처럼 조심히 따르지 마시고 휘저어 보세요! 이렇게, 하면…!”

“이야! 이게 색이 훨씬 낫네! 다들 이거는 한 번 해보세요. 예. 이건 간단히 만들 수 있겠다, 진짜.”

그는 이제 완전히 이곳에 적응해 자연스레 강 대표와 어울리고 있었다.

“또 간단한 데킬라 베이스로는 마타도르라는 칵테일도 있습니다. 파인애플 주스와 레몬주스, 데킬라만 넣고 이렇게 셰이킹하면 끝인 간단한 칵테일이죠.”

“오오. 이건 저도 처음 봅니다. 예. 쉽게 만들 수 있는 칵테일이네요. 맛있어 보인다구요? 예. 제가 마셔보니까, 맛있습니다. 아주. 예. 부럽죠?”

반응 역시 나쁘지 않았으며, 채팅창에는 온통 정환이 만든 칵테일을 궁금해하는 반응이 줄을 지었다.

어쩌면, 맛이 전해지지 않는 매체라는 게, 더 득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세잔 정도 잔이 나오고, 이제는 방송 종료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쓰읍. 이거, 음식이 다 떨어져 버렸네요?”

만들어둔 음식이 전부 동나는 애매한 상황이 펼쳐졌다. 예상보다 만든 음식이 적었던 모양이었다.

마리아주라는 이름 아래에 음식 없이 칵테일을 무작정 만들기도 이상한 상황.

강 대표는 붕 떠버린 이 시간을.

“쓰읍. 시간이 애매하네. 여러분, 뭐 궁금한 건 없어요? 이렇게 실력 좋은 바텐더분을 만나기가 쉽지가 않잖아요? 이럴 때 궁금한 거 있으면 다들 물어봐요. 선생님, 답해주실 수 있죠?”

“물론이죠. 뭐든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세요.”

토크로 때울 심산으로 보였다.

동적이던 강 대표의 방송이, 조금 정적으로 변하던 순간이었다.

간단한 토크가 이어졌다. 저마다 바나 술에 대해 정환에게 질문을 던지고 정환이 이를 답하는 시간.

정환은 정성스레 강 대표와 합을 맞추며 쏟아지는 질문에 답을 하며 시간을 채웠다.

“아, 네. 물론, 바가 조금 폐쇄적으로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간판이 없는 곳도 많죠. 이건 금주법 시대에 시작된 전통으로…”

.

.

“마티니요? 젓지 말고 흔들어서. 네네. 그렇게 주문하셔도 됩니다.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네.”

.

.

그렇게 얼마나 질문에 답하는 토크 시간이 지났을까. 아직은 종료까지 조금 더 남은 시점에서.

***(gc***) : 슬슬 졸리는 사람?

***(bv**) : zZzZzZzZzZ

***(fg**) : 한숨 자고 왔는데, 아직 토크인가요?

***(52f**) : 옆방 마술쇼 지금 대박임 ㄱㄱ

***(dd***) : 아. 이건 아닌 듯. 토크는 좀 지루함.

***(ku***) : 갈비찜 레시피 : 갈비를 찐다.

***(c1j**) : ㄴㅈ

***(ga2**) : 토크는 ㄹㅇ 노잼. 이럴 거면 트루 스토리 보지.

.

.

.

채팅창의 반응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건 좋지 않아 보이는데?’

등장 이후 계속 호의적이던 채팅창이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앞서 정환이 강 대표의 방송을 보며 배웠던 건 행동이 바뀌면 반응도 달라진다는 것.

그 법칙은, 이번에도 이 방송을 피해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에이. 노잼이라니, 말씀들이 심하시네. 다들 그러지 좀 마요. 에이. 이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 귀한 거예요. 어렵게 모신 분인데.”

‘노잼’이란 키워드는 이쪽 방송에서 전염병과 같은 키워드다. 한 번 퍼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게 ‘노잼’이란 채팅.

이를 아는 강성원 대표는 얼른 수습에 나섰다. 아직, 별다른 효과는 없지만 그래도 연신 이들을 말려보는 그였다.

정환은 조용히 강 대표의 옆에 서서 주변을 살폈다. 술병이 쌓인 백바를 한 번 보고 다시금 모니터로 시선을 던지는 정환.

앞서 배운 법칙에 의하면, 저런 반응을 바꾸기 위해서는 방송에서 보이는 행동을 바꿔야 한다.

‘노잼’이란 키워드를 없애려면 ‘노잼’이 아닌 행동을 보여주면 그만일 터.

지금은 말보다는 어떤 행동을 통해, 저런 반응을 수습하는 게 맞을 것처럼 보였다.

이제까지 반응이 좋았고 또 이대로 끝을 내도 성공적이라 말할 수 있는 첫 방송이었다.

허나, 언제나 사람들 머리에는 마지막이 크게 남는 법. 만약 여기서 이대로 ‘노잼’을 유지한 채 방송이 끝나면, 앞서 보여준 모습이 조금은 빛이 바랠지도 모른다.

해서 정환은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잠시 돌아본 사이 백 바를 살핀 정환은.

“대표님. 시청자분들이 조금 심심해하시네요. 제가 마지막으로 한 잔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예? 괜찮으시겠어요? 시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무리하시는 거 아니에요? 다들 장난이에요. 짓궂어들. 에휴.”

“시간은 충분하죠. 다들, 마지막으로 한 잔 괜찮으시죠?”

이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시청자에게 의견을 물었다.

온통 ‘노잼’이란 말로 가득하던 채팅창은 정환의 말에 다시금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금 기대감이 가득 찬 채팅창.

그리고 그런 채팅을 모두 읽은 정환은.

“마지막으로 제가…”

씨익.

“불쑈! 한 번 하겠습니다!”

이들의 반응을 단박에 뒤집을.

마지막 한 방을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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