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잔. 아이스 카빙.
1.
“주문하신 다이키리, 나왔습니다.”
“와! 감사해요. 색이 뽀얀 게 정말 이쁘네요!”
“맛있게 드세요.”
멋들어진 유니폼을 입고 정환이 평소처럼 잔을 밀어냈다. 다만, 여기는 아르센이 아닌 다른 바. 오늘은 정환이 헬퍼로 다른 바에서 일하는 날이다.
“우와! 이거 진-짜! 맛있어요! 새로 오신 분이죠? 경력직이신가 봐요!”
손님은 정환이 내민 다이키리를 마시고는 크게 소리쳤다. 여긴 아르센이 있던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바, 노벰버.
우선 첫날은 청담동 바에서 일하며 쉬는 동안 무뎌진 감을 익히라는 명진의 배려였다.
“부드럽고 시큼하면서 술맛도 나고! 최고예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새로 온 건 아니고 하루 헬퍼로 좋은 기회를 얻어 이렇게 일하고 있습니다. 곧 개업을 준비하고 있어서요.”
“아, 정말요? 젊어 보이는 데 벌써 개업이라니. 아니다. 실력이 이 정도니까, 당연한 건가?”
“좋은 기회를 얻어, 운 좋게 개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어디 개업할지도 알려줘요. 꼭 한 번 갈게요. 이거 다시 마셔보고 싶어요.”
“종로 쪽에 몇 달 뒤 문을 여니, 꼭 한 번 들려주세요.”
자연스레 손님을 대접하며 자신이 일할 곳을 홍보한다. 다른 업계라면 민폐일 수 있는 일이지만, 바씬은 세상 어느 업종보다 유대가 강한 업계.
곧 개업을 앞둔 헬퍼가 이렇게 자신이 문을 열 가게를 홍보하는 게 딱히 폐가 되는 일은 아니었다.
아마, 정환을 여러 바에 용병으로 보낸 이유 중에는 이런 식으로 눈도장을 찍어두라는 의도 역시 있었을 거라.
정환은 명진의 의도를 그렇게 짐작했다.
사실 그렇지 않나. 실력 좋은 바텐더가 직접 만든 칵테일을 맛보게 해주는 것보다 더 큰 홍보가 어디 있겠나.
정환은 앞으로 여러 바를 돌며, 이렇게 일도 돕고 또 경험도 쌓고. 거기에 손님까지 끌어모아야 한다.
이 역시 개업 준비의 한 과정이다.
정환이 그런 마음가짐으로 지금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때.
“사실 그렇게 다이키리가 특별한 칵테일은 아니라서요. 어떻게 만든 걸 마셔도 맛은 있으셨을 겁니다.”
“그래요?”
“간단한 공식 같은 거죠. 라임과 시럽이 들어간 셰이킹 스타일 칵테일은 맛없기가 힘들어서요. 손님을 홀릴 때 쓰기 딱 좋은 그런 칵테일이죠.”
누군가 다른 목소리가 손님과 정환 사이에 끼어들며 조금은 이상한 말을 해온다.
칵테일에 대한 설명을 풀어내는 모습이면서도 이상하게 이를 만든 사람을 깎아내리는 말처럼 들린다.
“하. 또 저러시네.”
그런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한숨을 푹 내쉬는 다른 바텐더. 정환과 칵테일 스터디를 함께 했던 노벰버의 주니어 서지웅 바텐더였다.
“무성 선배는 왜 맨날 저러시나 몰라요. 정환 씨, 내가 사과할게요.”
“뭐, 괜찮습니다. 이제는 그러려니 해요.”
텃세는 어디에나 있다. 그게 사이가 안 좋은 이라면 더욱 강할 뿐.
노벰버는 아르센과 사이가 나쁜 곳은 아니었지만, 유독 한 사람만이 아르센에 감정이 좋지 않은 곳이기도 했다.
다름 아닌 노벰버의 매니저 강무성 바텐더. 그는 아르센의 면접에서 탈락한 후, 늘 저런 식이다.
강무성이 정환에게 다가온다. 비릿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정환에게 말을 거는 그.
“일은 할 만해요? 아르센이랑 달라서 많이 힘들 텐데.”
“아뇨. 할 만합니다. 크게 다른 것도 없구요.”
“그래요? 여기가 훨씬 크고 손님도 많아서 고상한 아르센 출신한테는 힘들 줄 알았죠.”
“…뭐. 괜찮습니다.”
“아르센과는 다른 방식도 많으니까, 참고해줘요. 괜히 헬퍼로 왔다가 폐를 끼치면 안 되니까.”
“네. 조심하겠습니다.”
건조하게 반응하는 정환을 보며 강무성은 재미없다는 듯 어깨를 한 번 튕기고는 몸을 돌렸다.
아까 전 그 손님에게 다가가 무어라 말을 거는 그.
그러자, 손님은.
“저기요, 정환 씨?”
“네. 손님.”
“혹시 다른 칵테일도 맛볼 수 있어요?”
“그럼요. 얼마든지요.”
“음, 그 뭐였더라? 네그로니? 그걸 마셔보고 싶어서요.”
“네그로니요? 알겠습니다.”
“네네. 부탁드려요.”
손님은 잔뜩 기대하는 눈빛을 안고 주문을 전했다. 누군가 살짝 보챈듯한 모습.
아마 강무성일거라. 정환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그는.
아르센과는 다른 방식도 많으니까.
라고 말했다.
이는 각 바가 자신의 업장마다 고유한 스타일이 있다는 뜻. 같은 레시피의 칵테일이라도 바별로, 또 바텐더별로 스타일이 다른 다는 걸 표현하는 말이다.
대표적으로 쓰는 잔의 모양이 있을 수 있고 또 가니쉬의 방식과 과일 껍질로 향을 입히는 필의 방식이 다를 수 있다.
그리고 또 다를 수 있는 방식 하나는 바로 얼음.
아르센과 노벰버의 큰 차이 중 하나는 바로 여기 얼음에 있었다.
아마, 강무성이라는 이는 이걸 노리고 손님에게 주문을 종용했을지도 모른다.
정환은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가늘게 떴다.
‘허, 이것 봐라?’
“정환 씨. 네그로니, 할 수 있죠?”
“그럼요.”
“우린 아르센이랑 다른 방식으로 네그로니를 만드는데, 그것도 괜찮으려나?”
“네, 뭐. 네그로니가 크게 다를까요.”
“보자, 정환 씨 경력이 얼마였더라?”
“이제 1년 차를 넘겼습니다.”
“어휴. 그럼 아직 못 배웠을 수도 있겠는데? 아르센은 네그로니에 들어가는 얼음. 그거 큐브로 쓰지 않나?”
속이 그대로 보인다. 이 말은 어쩌면 강무성이라는 이를 두고 하는 말은 아닐까.
그런 생각까지 해보는 정환.
네그로니는 얼음이 중요한 칵테일로 네모난 큰 얼음 또는 아이스 볼이라 불리는 구체의 얼음을 쓰는 칵테일이었다.
아르센이 쓰는 방식은 기성품의 네모난 큐브 아이스. 반대로 노벰버는 이를 카빙이라 부르는 조각 과정을 거쳐 내놓는 아이스 볼을 네그로니에 쓰고 있었다.
강무성은 아르센이 따로 카빙 한 얼음을 쓰지 않는다는 걸 알고는 이런 주문으로 정환을 시험해 보라 한 것이다.
“아뇨. 잔에는 안 써도 카빙은 따로 배워서요. 저희도 위스키를 니트로 낼 때는 아이스 볼을 쓰곤 했습니다.”
“흠. 그건 영업 전에 미리 카빙 해둔 아이스 볼 아닌가? 우린 손님 앞에서 카빙 해야 하는데? 준비할 때처럼 시간이 오래 걸리면 안 되겠죠? 못하겠으면 대신해주고.”
“에이, 설마요. 금방 해요, 그 정도는.”
정환은 별일 아니라는 표정을 한 번 지어주고는 네모난 얼음을 손에 쥐었다.
아이스 픽이라 불리는 뾰족한 도구를 들고는 얼음을 난타하기 시작하는 정환의 손.
파파파파파팟!
정환은 한 손으로 얼음을 돌려가며 모서리를 거칠게 깨부수기 시작했다.
사각에서 계속 각을 늘려가며 원형에 가까워지는 얼음의 모습.
어느새 얼음은 많던 모서리를 모두 지우고는 구체라 부르기 충분한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정환은 적당히 각이 사라진 구체를 쥐고는 식칼로 이를 다듬으며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사사사사삭! 사사사삭!
칼질이 몇 번 더 해지니 완벽한 구체의 얼음이 나온다. 조금 전까지 네모난 모양이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만한 구체 모양의 얼음.
딸랑.
정환은 마치 들으라는 듯 소리를 내며 구체의 얼음을 잔에 담궜다.
아마 여기 있는 이들 중 이처럼 정교하게, 그리고 또 빠르게.
이런 카빙을 할 수 있는 이는 정환말고는 없을 것이다.
“…….”
“우와! 이게 카빙이라는 거구나! 역시! 강무성 바텐더님이 이걸 잘해야 진짜 실력이 좋은 바텐더라 했어요! 정환 씨는 실력 좋은 바텐더가 맞네요!”
하.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까지 하며 자신을 짓누르고 싶었던 걸까.
정환은 그런 표정을 지어가 무성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봤다.
카빙 역시 바텐더의 역량 중 하나다. 허나, 카빙을 못 한다는 게 곧 실력 없다는 말은 아닌 것도 사실.
정환을 어떻게든 평가 절하하려, 머리를 쓴 그가 오히려 자신의 수에 된통 당한 모습이다.
오히려 그의 말이 정환의 실력을 더 돋보이게 했으니 말이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그가 입술을 꽉! 하고 깨물고 있다.
정환은 카빙 된 얼음 위로 캄파리와 진, 베르무트를 넣어 가볍게 스터했다.
마지막으로 더해지는 오렌지 껍질 필. 오일이 얼음 위로 촤악! 하고 뿌려져 상쾌한 향이 잔 속에 가득 담긴다.
“네그로니, 나왔습니다.”
손님에게 내밀어지는 네그로니는 정환의 실력을 손님에게 뽐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맛있어요! 원래 마시던 네그로니보다 더 좋은데요?”
그리고 이어지는 손님의 결정타. 여기서 ‘원래 마시던’ 네그로니는 아마 강무성이 만든 네그로니일 것이다.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원래 정환 씨가 있던 아르센이 실력으로는 강남에서 제일 알아주는 곳이었거든요. 오늘 같은 날 많이 드셔보세요.”
선배와 달리 주니어인 서지웅 바텐더는 정환을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선배의 말에 반박은 못 해줘도 이렇게 간접적으로나마 도울 수 있는 게 그의 전부.
그럼에도, 정환에게는 큰 힘이 된다.
“아르센이요? 그런 곳이 있었구나.”
“…뭐. 작은 바였습니다. 실력은 좋았다는 말은 있지만요.”
“그래요? 아쉽다. 거긴 왜 사라졌데요?”
“뭐, 작은 업장은 언제나 한계가 있죠. 자세한 사정이야 내부자들만 알겠지만요. 다른 바 이야기라서 함부로 말씀드리기가 그렇네요.”
끝까지.
저치는 포기를 모른다.
정환은 그런 생각을 하며 슬쩍 올라오는 감정을 참았다. 아르센은 영광스럽게 문을 닫은 곳이다.
한 바의 마스터 바텐더가 그렇게 은퇴하고 다른 이들이 박수 속에 떠날 수 있었던 곳이 몇 곳이나 되겠나.
이를 알면서도 저런 식으로 말을 하는 걸 보니, 정환은 슬쩍 기분이 뒤틀리려 하고 있었다.
자신의 실력을 내려치는 건 참아도.
아르센을 건드리는 건 참지 못하는 정환이다.
“내부적인 사정이라는 것도 매니저님은 잘하면 아실 수 있었을 텐데. 그렇죠?”
그래서 참지 않기로 하는 정환.
정환은 건조하게 듣고 있던 자세를 고치고는 적극적으로 강무성에게 무언가를 돌려주려 한다.
“네? 그게 무슨?”
“아뇨, 원래는 아르센에서 같이 일했을 수도 있는 분이잖아요.”
“우와. 그건 무슨 말이에요? 아르센이 오늘 자주 나오네요?”
“어, 저도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요?”
당황하는 강무성과 재미있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는 손님. 그리고 옆에서 끼어드는 지웅까지.
모두의 시선이 모이고 나서야, 정환은 의미심장하게 웃고는 말을 이어갔다.
“원래 정우 형과 친구셨다고 하더라고요. 같이 면접 보셨는데, 아쉽게도 함께 일하실 수는 없으셨다고 해서요. ‘잘만하셨으면’ 제 선배셨을 수도 있었죠.”
!
“아…. 그럼…?”
“무성 선배, 그런 적이 있으셨어요?”
“아, 아니! 무, 무슨 소리! 그런 적은…!”
“아니세요? 정우 형이 그러셨는데. 전화해서 한 번 여쭤봐야겠네요.”
“…아니, 아닌 것도 아니라…”
“에이, 그래도 덕분에 노벰버라는 좋은 곳에서 일을 배우실 수 있었잖아요. 전화위복이죠, 뭐.”
“…….”
정환은 마지막으로 수습하는 말만 남기고는 가볍게 돌아섰다.
예전이라면 건조하게 듣고 홀로 화를 삭였을지도 모른다.
아르센이 남아있고 또 그곳의 막내인 정환의 행실이 그곳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으니까.
허나, 이제는 아르센도 없고 이들과의 관계를 크게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정환이다.
명진은 이미 바씬을 떠났고 선배들은 각자 자리를 잡았으며, 또 자신은 곧 자신만의 가게를 열 예정이니까.
거기다 따지고 보면, 시비는 저쪽이 먼저 걸지 않았나. 오늘 정환은 그저 네네. 하며 참던 신입이자 막내가 아니다.
‘어린눔의 시키가 못된 것만 배워서는! 콱!’
해외에서 온갖 텃세에 휘둘렸던 정환에게, 이 정도는 일도 아니다.
나이나 경험, 관록과 실력에서 강무성은 감히 정환에게 비비지 못할 인물이다.
“정환 씨. 나이스.”
지웅만이 그에게 엄지를 한 번 척! 하고는 웃으며 저 멀리 떨어졌다.
강무성이라는 이의 표정이 조금 크게 일그러졌다.
2.
“푸하하하하하하! 진짜? 진짜, 네가 그랬다고?”
“네. 그냥 질렀어요.”
“잘했어! 잘했어, 암! 내 새끼, 장하다! 잘 키웠네! 더 하지 그랬냐!”
“그런 말씀 마세요. 잘못하면 정환이 평판만 나빠져요.”
“흠. 매번 강무성 바텐더가 아르센에 대해 삐딱하게 굴던 게 그런 이유였군요.”
“하, 새끼. 걔는 내일모레 서른이라는 놈이 아직 그런다니까. 담에 이걸로 왕창 갈궈야지.”
“뭐, 됐어요. 이제 노벰버는 안 나가니까요. 더 볼일도 없는데요, 뭐.”
한남동의 바 마리너스에서 네 명의 바텐더가 정답게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한 명은 손님 자리에 앉은 신정우. 그리고 나머지 셋은 바 안에 자리 잡은 기준과 정환, 그리고 임재훈 바텐더였다.
오늘은 정환이 마리너스에서 헬퍼로 일하는 날. 정환은 간만에 기준과 호흡을 맞추며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처음 며칠은 노벰버에서 시간을 보냈다.
첫날을 잘 처신해서일까, 강무성 매니저는 이후 정환에게 별다른 시비를 걸지 않았다.
아니, 걸지 못했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잘못 시비 걸었다간 된통 당한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실수나 꼬투리 잡아 한 소리하려던 그였지만, 정환이 실수를 할 리도, 정환의 실수를 그가 발견할 수 있을 리도 없었다.
“그래서, 손님들께 홍보는 좀 하셨어요?”
오가는 이야기 중 임재훈 바텐더가 정환에게 물었다. 임재훈은 정환과 유독 사이가 좋은 바텐더 중 한 명이다.
“네. 괜찮았던 거 같아요. 노벰버도 오너께서 많이 이해해주셔서요. 먼저 나서서 홍보도 해주시고 하셨어요.”
“여기서도 편하게 하세요. 우리 오너도 아르센 마스터랑은 막역한 사이니까요. 벌써 정환 씨 실력 좋다고 말하는 손님도 많아요.”
“어휴, 저야 기회만 주시면 감사하죠.”
“제가 종로 쪽에 개업할 거라고 넌지시 흘리고 있습니다.”
명진이 잘 쌓아둔 인간 관계에 또 정환의 인맥이 합쳐지니 홍보에는 박차가 가해진다.
용병으로 여기저기 다니는 게, 그리 싫지는 않아진 정환이다.
“청담동은 저번 주, 이번 주는 한남동. 다음은 어디지? 혹시 들은 거 있어?”
기준은 간만에 함께 일하는 정환에게 다음 행선지를 묻는다.
이를 듣자 조금은 당황스럽게 변하는 정환의 표정.
“그게…, 다음 주에 가는 곳이 조금 낯설긴 해요.”
“야, 정환아. 네가 안 낯선 곳이 어디냐? 아르센 말고는 다 낯설지. 그냥 가서 경험이라 생각하고 배워.”
“그렇긴 한데요…. 다음 주는 교수님들도 못 오시는 곳이라….”
지동철 교수와 김태현 교수는 정환이 용병으로 뛰기 시작한 후 정환이 있는 곳을 매번 찾아다녔다.
그런 그들이 못가는 곳이라니, 어딜 말하는 걸까.
“어디길래 그러세요? 플레어 바라도 가시는 건가요?”
재훈은 낯설어하는 정환을 보며 ‘플레어(flair) 바’를 언급했다.
이들이 일하는 오센틱 바와 달리 화려한 불쇼와 춤, 그리고 여러 묘기가 있는 곳이 플레어 바를 말했다.
딱히 정환에게 플레어 바가 생소한 건 아니다.
플레어 바는 한국에서도 한때 유행을 했었고 또 일본에서도 여전히 소소한 인기를 얻고 있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플레어 바에서 일한 적은 없어도 가본 적은 있는 정환. 차라리 플레어 바였다면 이런 표정이 나오지 않았을 것도 같은 그였다.
“음. 뭐랄까. 글쎄요. 마스터의 선택이 참. 이유가 있으시겠지만….”
말하기를 망설여 보는 정환.
“아. 답답해 죽겠네! 어딘데?”
정우는 그런 정환을 보며 가슴을 팍팍 치고는 답을 보챘다. 잠시 우물쭈물하더니, 이내 입을 여는 정환은.
“클럽 ‘헥타곤’이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다음 행선지를 일러줬다.